노인성치매환자를중심으로가족간의갈등과치유의과정을그린일본영화다.일본이우리나라보다먼저고령사회가도래해노인문제에선여러각도의대책마련을하고있는것같다.’고령화사회(agedsociety)’란65세이상노인인구가전체인구에서7%를차지하는사회를말한다.한편노인인구의비율이14%를넘으면’고령사회’,20%이상이면’초고령사회(super-agedsociety)’라고유엔이규정하고있다.우리사회도고령화를지나빠르게고령사회로진입하고있다.그가운데노인성치매는자주목격하게되는질환중하나다.어찌보면암이나다른질병보다훨씬더힘든병이다.가족이늘곁에붙어있어야하거나중증이면요양병원으로보내기도하지만가족이나환자나내내마음이편치못하기때문이다.
며느리토모에는혼자살고있는시어머니마사코를집으로모셔온다.사람의일이란한치앞을모르듯이시어머니의행동이정상에서이탈해가는모습을보이며치매증상을드러낸다.며느리가준비해준도시락을바닥에팽개치고옷에다실례도한다.어느날은화분을깨뜨리고며느리머리채를잡기도하다가집을나가거리를떠도는중증치매증상을보인다.급기야는가스불을밖에서잠그고일을하러나가는토모에,마사코로인하여가족들의갈등의골이깊어진다.치매시어머니로인한고생은고스란히며느리의몫이된다.깊어만가는마사코의증상에남편과토모에는급기야요양원을둘러본다.
차마결단을내리지못한가운데어느날토모에는이야기가운데마사코가어린시절큰상처를입게되었음을알게된다.마사코와토모에는서로의마음을어루만져주며이해하려고노력한다.마사코는노인복지시설에서아트테라피를통해치매를극복해나가게된다.아트테라피를하던중그림에재능이있음을발견되고그리기대회에서입상을한다.며느리의진심에서우러나온말과포옹,한이불속에서잠을자다가가슴을더듬는시어머니마사코의치매를인정하려는줄기찬노력이눈물겹다.봄날,나무가늙어구멍이숭숭나고꺾어진가지에서도고운매화꽃이피어난것처럼,나이가들어도치매가왔어도가족들의관심과사랑으로다시인생의꽃을피우게된마사코할머니의삶을통해가족의소중함을새삼느낀다.토모에의얼굴을그리며"소중한사람"이라고제목을붙이는마사코,자신에게향한사랑을보답이라도하듯며느리의가슴을훈훈하게덥혀주며가족애가회복되는모습에가슴이뭉클했다.
96세된시어머니를모시고사는나로선남의일같지않았다.아직까진총기가좋으시지만앞날은장담할수없기때문이다.치매가아닌어떤질병이라도가족공동체의애정이절실하게필요하다는것을새삼느낀다.어떤상황에처하든지있는그대로의받아드린다는것은상대방의삶속으로들어가는것임을말한다.토모에가마사코의삶을있는그대로껴안았기에치유가가능했던것이다.말처럼쉽진않지만가족모두의삶은소중하다.고통받고있는가족의짐을서로져주려는마음이필요하다.복잡한현대사회의영향인지조기치매도증가하고있다.누구도자유로울수없는치매,책임지려고하는가족들은많지않지만요양원만이최선책은아닌것같다.영화에서처럼견디기힘든상황을거치면서도인내와사랑과끊임없는관심으로환자와가족이회복되어가는것이바람직하게여겨진다.여성주간에상영된가족의소중함을일깨워주는영화다.
클래식모임에서뉴욕메트로폴리탄에서상연된쥬세페베르디의대작’나부코’를감상했다.합창이가장많은오페라이기도하거니와히브리노예들의합창은단연압권이다.시대적배경은BC586년경의이스라엘과바빌론(앗시리아,지금의이라크)이다.한국사로는고조선즈음이다.베르디에게최초의성공을가져다준걸작이자그의세번째오페라작품에해당되는나부코는1842년이태리밀라노라스칼라극장에서초연이되었는데청중들의반응이엄청났다.이는이탈리아가오스트리아지배를받던상황이라서동병상련이강하게어필하게되었다.시대적상황의묘사대본과베르디의작곡이절묘하게맞아떨어진것이다.나부코는느브갓네살의이탈리아표현인’Nabuccodonosor’의약자이다.
제1막에서는나부코왕의바빌론군대가에루살렘성을함락하여불을지른다.거기에는나부코의큰딸인여전사아비가일레도있어히브리인이즈마일레에게사랑을고백한다.그러나이전의전투에서포로가되어억류되어있던이즈마일레는페레네공주와이미사랑하는사이다.전쟁이끝나고나부코는유대인들을포로로데려온다.제2막에서는나부코와히브린노예사이에서탄생한아비가일레역의마리아굴레기나의주연이라할만큼열정적인연기가돋보인다.노예의자식이라는문서를발견하고동생인페레네에게물려주게될왕위를빼앗기위해아버지에대한반역을도모한다.바빌론느부갓네살왕은재임중이집트,시리아,팔레스타인을정복하고최고의전성기를구가하면서교만이극에달해자신이왕이아니라신이라고외치다가하나님께벌을맞아실성한다.이어아비가일레가왕위에오른다.제3막에서는유대인들은고향으로돌아갈날을기다리며’히브리노예들의합창’을부르는장면이감동적이다.제4막에서는나부코가하나님께용서를구하자정신이돌아와신하를일으켜왕위를복위한다.나부코가복위하여친딸인페레네를구한다.아비가일레는페레네에게용서를구하고합창과독창이이어지는가운데자신의행위를후회하며죽어간다.
오페라’나부코’는성경이야기로에루살렘성이바빌론에함락되고유다인들이포로로끌려가서70년동안나라잃은슬픔을겪는장면이다.역대하36장을보면유다가바빌론포로가된이유가있다."여호와보시기에악을행하였더라"란말씀이다.여호야김,여호야긴,시드기야등유다의왕들이하나님께서에레미야선지자를보내회개를촉구했으나듣지않아바빌론의포로를허락하셨다.유대인들이세차례에걸쳐끌려가는데,1차는상류계층의유대인들이고2차는유대의왕시드기야의두눈을뽑아포로로압송했다.3차는유대의모든도시를파괴하고주민다수를포로로압송했다.그당시유대총인구가25만명인데45,000명이포로로끌려갔다.하나님께서는70년동안바빌론포로생활후에루살렘을회복시키실것을에레미야선지자에게약속하셨다.종교지도자인에레미야,에스라,느헤미야선지자들이활동한시기다.아닥사스닥왕때많은유대인을끌고에루살렘으로돌아온제사장이자율법학자인느헤미야와에스라가주축이되어성전을재건하고종교개혁에박차를가해종교적,사회적부패와나약을극복하고민족중흥과개혁을성공적으로이끌었다.
오늘날이라크가차지하고있는대부분의영토가고대왕국의중심도시바빌론이다.세계7대불가사의중의하나인공중정원이있던도시이며,인간의교만이하늘을찌를듯했던바벨탑을쌓았던도시이다.감상하는내내일제강점기에서우리민족들이당했을상황들이오버랩되었다.나라를빼앗기고지배국의종이되어살아야하는비극적인삶을그린’나부코’는그러한상황에직면했던민족들에게강한경각심을갖도록한다.대본을건네받고베르디가큰감동을받았다고한다.모든예술은어떤사물이나계기를통해예술가가먼저감동을받아야청중이나독자를감동시킬수있는작품이탄생한다는것을입증해주었다고할까.주연급등장인물들의개성적인연기가볼만한오페라였다.
"여자는무엇으로사는가?"오늘연극이내게던져준화두다.’꽃속에살고죽고’는올리뷰에서감상기회를준3번째연극이다.다른세대의여주인공두사람의삶의내용이각각다르지만여성문제를조명했다는점에선같다.
본처에게는아이가없고후처에게아들이하나있는남자는반신불수인소설가이다.그의아내는백합꽃에집착한다.전업주부로병든남편을수발하며자주산에올라백합을찾아헤맨다는대화에서상징성을발견하게된다.백합의순결하고청초한향기와이미지에서인간의왜곡된욕망이나그로인해파생된상처를지우고싶어하는심리적갈등을표출한다.상처치유로서의백합향기를원하는아내와백합의독성을이유로자신을죽이려한다는남편의오해도사람이얼마나자기주관적인생각으로사물을판단하게되는지를명백하게보여준다.
또한여자는도시에서살며영화배우로서안정된가정과자녀를원하는현대여성이다.그러나사랑하는남자시인정운은가정도아이도원치않는단지예술지상주의를탐닉하는사람으로묘사된다.선미와의사랑마져도예술로승화시키고자하는정운은아버지와어머니의가정불화를보고자라가정을이룬다는것에자신감을잃은까닭도있다.자유로운연애를선호하는선미는오감독의아이를임신하여정운의아이를임신했다며가정을이루길소망하나끝내거절당한다.선미는파랑새에게자신의심정을토로하며내면의갈등을치유받고싶어한다.
무대중심에는거울이경계가되어양쪽두공간을비추며옴니버스형식으로두여자의이야기가동시에진행되는구조를취하고있다.도시와시골,구세대와신세대의삶의방식은당연히다르다.구세대는가부장적인남편과아내의삶인데반해신세대는자유로운연애와어디든매이지않으려는이기주의적인면모를보인다.두여성은상처를치유받지못한채비극적인종말을맞이하게되지만자신의한계를극복하고자하는의지를드러낸다.
故강성희작노승희연출의’백합향’과’날아가는새’는두세대의서로다른상황에처한여성을모티브를취하고있다.구세대나신세대나왜남자는여자에게심리적인압박으로중압감을느끼게하는가.왜여자의의사보다는자기만의고집만내세워상처와고통을안겨주는가.현대여성은성숙한문제의식과합리적인사고가지배하고있어그런불합리한상황에직면할경우는그리많지않다.작품의길이와마무리도깔끔한연출을보여주었다.다만,작가가왜여성의불행만을부각시키는가하는점이다.작품이쓰여진시대가70년대로작고한노작가가그시대상을반영했을수도있겠다.따라서,두여성의삶을통해여성들이지녀야할올바른가치관과선택으로자신의삶을스스로행복하게만들어가라는메시지를던져주었다고볼수있다.
TheTurinHorse
영화’토리노의말’은헝가리벨라타르감독의마지막작품이다.지난해상영작인데조간에비평가들이극찬한위대한영화로소개하여감상하게되었다.
마차를끄는노인이먼곳에서집으로돌아오는컷으로시작된다.아버지와딸,늙은말한필에포커스를맞추고있다.영화처럼매일되풀이되는단조로운일상이우리네삶이다.오른팔이불편한노인의시중을딸이묵묵히들어준다.시작부터마지막까지집밖에는거센바람이분다.몸집이가벼운것들이어지럽게날린다.고요한집안의정적인상태와집밖의바람부는상황이대조를보이고있다.그바람은삶가운데부는바람일수도있고우리개개인의내면에부는바람일수도있겠다.극히제한된대사가함축과절제미가뛰어난글의여백을듣는듯했다.
영화는롱테이크기법을자주사용하여한장면을관조하듯객관적인시각으로바라보게한다.이기법은단조로운듯한화면에서도대사한마디행동하나에끊임없이의미부여를하게만든다는점이다.흑백필름이주는소박하고차분한분위기가내러티브를한층더짜임새있게보여준다.감독이전달하고자하는이야기를관객에게어떻게보여줄것인가결정적인역할을담당하는영화문법인’숏’의개념을활용하고있는점도특징적이다.
침상에누운채어둠속에서나누는부녀의대화이다.
"저기애야?"
"왜요?"
"너두안들리니?"
"뭐가요?"
"나무좀벌레,넘들이울질않네.58년을들었구먼."
"그러네요,정말안우네요."
"왜안울까요?"
"내도모르겠다."
"자자꾸나…"
도입부에서니체의이야기나래이션,영화를여섯째날로나뉜것,여자가성서를읽는것은절대자의존재와신앙의메세지를상징적으로보여주고있다.신을부정한니체와는달리믿음안에서삶을수용하는태도는최악의상황도담담히받아들이는것이다.감자한알이전부인한끼식사.오랫동안들어오던미물의소리멈춤,우물이마름,불의소멸상태에서마지막순간을맞고있는한가족의설정은이상기후와식량문제,물부족,에너지고갈등지구환경의중요성에대해통합적인인식에이르게하며,이와같은일들이가져올인류멸망의경고메세지를전하고있다.아쉬운점은한국어자막을누가번역했는지다소가벼워보이는글투가작품성을훼손하고있다.더빙작업도잘해야한다.극도의절제의미학을보여주고있는영화에자꾸말을보태는것같다.스토리텔링너머의이해는각자의몫이자,시간과시각과서사적예술영화의묘미가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