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가을 아침

가을하면하늘이높푸르고흰구름이산등성이를넘어가는풍경을생각하곤한다.그런가을날씨야말로기분까지상쾌하게만들기때문이다.가을고운햇살아래오종종매달린열매들을볼때면그렇게대견스러울수가없다.비바람폭풍우를무난하게넘기고자기의의무를충실하게해낸다양한색감의열매들에게,그열매를잘보듬어안고결실을맞이하게한줄기와나무들에게도박수를보내고싶다.공자의말중에"보석이마찰없이는가공될수없다.마찬가지로사람은시련없이는완벽한사람이될수없다"고했다.사람이나식물이나동물등지구상에존재하는살아있는생물들에게모두부합되는말일것이다.

이른봄온실속에서나온화초를햇빛에내놓으면시들시들해지는것을경험했을것이다.그걸모르고사다놓았다가죽어버려속상할때가있었다.온실속에서야그런대로생명을유지했을지몰라도온실밖공기에적응하지못하고생명까지놓아버리는화초를보며,사람이세상에태어나자신에게다가오는다양한형태의바람과폭우를얼마나잘이겨나가느냐에따라그사람의앞날을예견하게도된다.어떤상황이주어졌든매순간최선을다한아름다운삶으로채색하여은발의노년에돌아보아흐뭇한미소를지을수있다면더바랄것이없을것이다.

흐린가을아침이다.이런날은기분도따라가라앉는다.창조주께서는행하시는모든일들이우리에게무의미한것은없다.흐린날이든햇살이쨍쟁한날이든필요해서주시는것이다.그안에서의미를발견해내고기쁨과감사를돌려드려야마땅하다.그것이우리에게향하신그분에대한사랑의부메랑일것이다.날씨나기후변화가없는날들만존재한다면예술가들의작품이얼마나단조로울것인가.비오고눈내리는날,흐린날들이주는감상은한층다른빛깔로표현되어감상하는이들에게또다른감동을선물할것이다.

이가을부지런히씨앗을맺고열매를키우는것들이나를견책한다.한해동안무엇을위해힘써살아왔던가.그분앞에내놓을영혼의열매가있는가.선물로주신시간결코헛되이만살지않았노라고증거를내보일수있는가말이다.이해도두달남짓남았을뿐이다.지금은자아성찰이필요한시점이다.아직우리에게만회할수있는80일의시간이주어져있다.튼실한과실을맺는과목처럼생명주신분을기쁘게해드리는빛의

일을향해즐겁게행진하자.

날마다숨쉬는순간마다외


한글의 우수성 입증

찌아찌아족의언어를한글로옮긴교과서

(다음이미지)

조간신문을펼치니반가운기사가눈에띈다.인도네시아소수민족중하나인찌아찌아족이공식문자로’한글’을채택

했다는소식이다.우리한글의우수성이드디어나라밖에서도공식적으로인정을받기시작한것이다.그동안한글세계화프로젝트의일환으로중국,태국,네팔등여러소수민족에게한글의공식문자채택을추진했으나성공한것은이번이처음이라니더욱반갑다.

1443년조선에위대한업적을세운지혜로운왕이있었으니조선조4대왕인세종이었다.세종의이름은도().자는

원정(元正)으로태종의셋째아들이며그의어머니는원경왕후(元敬王后)민씨이며비(妃)는청천부원군심온(沈溫)의

딸소헌왕후(昭憲王后)이다.왜세종의춘부장인상왕과대비,왕비까지나열하고있는가.우리나라문화유산의결정체

라할수있는훈민정음창제의위대한업적을생각하며족보를되짚어세종을낳은복된가문을칭송하고싶은연유이다.

한글스물여덟자제작의기본목적은한국어음은중국어와다르므로한자로는잘통하지아니하여백성들이자기의

의사를마음대로표현할수가없으므로훈민정음서문중‘欲使人人易習便於日用耳즉,’사람마다쉬익혀서나날이

쓰는데편하게하는것’이었다.여기서사람이란문자생활을제대로할수없는일반백성만을가리키는것이다.

세종은모든백성이문자생활을하도록할목적으로훈민정음을제작하였으나이는한자를폐지하고한글만쓰자는

은아니었다.한자를쓸수있는계층은한자를쓰고그렇지않는계층은한글을쓰는일종의이중적인구조를의도

하였던것이다.세종의의도가지금까지이어져오고있다고할수있다.

세종이한글을창제하기이전우리나라는한자가전용되어우수한문학작품의방대한분량이한문으로기록되어우리

국문학사의범주에도다양한견해가제시되고있다.안타깝지만한자는우리나라고대문학의모체가되어있음을

부인할수없는현실이다.그러나한자를사용하지않고도능히의사소통이잘되도록우리말을발전시켜야한다는

의견과한자혼용의필요성을역설하는사람들도있다.나는후자의의견에동의한다.한자로된중요한옛자료들을제대로이해하기위해서도한글,한자의혼용사용은필수이다.또한중국을위시하여동양권문화는한자문화권이기도하다.

나는왜이시점에서사라진네자의모음이궁금한것일까.세종의한글창제당시스물여덟자이던것이왜스물넉

자로줄었는가하는의문점이생기는것이다.스물네자만필요하다면왜구태여많은시간과공을들여스물여덟자를

완성하였겠는가.시대관행에맞지않았거나어떤연유였는지알수는없으나사라진모음이우리말의어휘를더욱

풍성하게표현할수있는데우리가그점에대해서간과하고있는것은아닌지묻고싶다.

우리한글의우수성이본격적으로외국에서인정을받기시작했다.찌아찌아족의한글채택을계기로한글을사용

하려는소수민족들이더늘어날것으로예상된다.사라진네자의모음에대하여다시한번깊이재고해봐야할시점이

아니겠는가.

가을숲에서 배우다

산에다니면서부터온몸에생기가돌며건강이좋아졌다.오늘도언니와청계산에올랐다.늘6단지에서시작하던것을오늘은대공원어린이수영장입구쪽으로올라가는길을택했다.어떤사람이알려준그길은다름아닌지우과연두빛봄숲의숨막히던황홀감에푹빠져들었던길이었다.한적한길을걸으며그때우리가나누었던이야기와시낭송이떠올랐다.그때의추억을담은동영상이실수로지워진것이아직도서운했던지라한참을우리가지났던길을바라보았다.

추억은아름다운것,우리의얼굴까지연두색깔로물들여버리던햇잎들의축제였던그숲엔가을이와있었다.숲은가을이라고말하지않는다.다만,제각기색깔로말할뿐이다.어느땐말보다는침묵으로보여주는색깔이더욱아름답기도하다.만약나무들이입을열어큰소리로말을한다면숲의고요는사라지고말것이다.숲처럼가끔은침묵으로말보다더많은의미를전달하고싶다.숲에들면층층나무잎사이를지나는바람소리,다람쥐지나는소리,산새들노래소리에귀멀어멀고도깊은사색의강을유영하게된다.표현의자유는사람에게만있는것이아니다.숲속나무들도자신을자유롭게표현할줄안다.사람보다더고운빛으로절대방종하지않는겸손한자세로자유를채색한다.

가을숲엔단단히여문열매도풍성하다.열매를떨구는나무들을보면부끄러워진다.알밤을주우며상수리,도토리를주우며나는이가을무슨열매를맺었던가나무들을볼면목이없어진다.한해동안열심히물올리기를하며바람과햇빛을온몸으로받으며나무는그렇게열매를익혀온것이다.똑같은햇빛과바람을맞으며그보다더많은영양분을섭취하였을내가맺은열매는너무적어보이지않는다.수런수런가을잎들이바람의깃을만지작거리며가을로망스를연주한다.아주고요히나즈막히울려퍼지는산소같은노래를폐부가득들여마신다.산은언제나그넓은품으로우리를품에안고다독여주고나무들은정다운친구처럼내밀한말을걸어온다.

산처럼듬직하여모두를포용하고숲처럼상쾌하여민트향처럼향기롭고잎처럼아름다운빛을내는사람이되고싶다.가을숲에서면마음의키가자꾸만나무를닮아간다.나무처럼시류에초월하여한갖진오솔길을거니는나그네의마음잡이가되고싶다.해해년년알토란같은열매를모두에게선물하고싶다.무엇보다하늘에게배운나무의사랑을배워사랑하며살고싶다.내게주어진소중한날들을향기나는사랑의빛깔로물들이고싶다.삶의마지막날나무의사랑을배워행복하였노라는고백을또박또박손글씨로남기고싶다.

간호일기

어머님이누워계신병실에는
푸른하늘과초록이나울거리는산이
제몸을조금씩들여놓았다.
그하늘로새털구름,양떼구름이지나기도한다.

간호를하다가잠시시간이나면책을읽는다.
대학에서삼십년동안영문학을가르치시고요즘은시집
번역작업에몰두하시고계신자주뵙는노교수님의

영미문학번역본을읽고있다.
시인이시고장로님이신그분의성품처럼점잖고고상하고깊이있는
문체가작품의문학성을도드라져보이게한다.문학을모르고
단지돈벌이만을위한사람들의번역과는전혀차원이
다른수준높은번역서이다.
짜투리시간에독서에몰입할수있어참다행이다.

눈이피로해어머님이주무시는것을확인하고복도로나왔다.
어젯밤내린비에나뭇잎이유난이싱싱하게반짝거린다.
병원은잘조경된넓은공원을끼고있어쾌적하다.
느릿한풍경이지나는공원의오후,
잘가꾸어진나무아래에는산책하는사람들,
자전거타는사람들,햇빛에얼굴그을릴까봐수건으로가리고
골프연습을하는아줌마들의움직이는모습이보인다.
파라솔을쓴두여인이한가로이구름다리를건넌다.
그림틀에넣으면근사한마네의작품한점이되겠다.
눈주위를지긋이눌러본다.
오월의하늘이흔들리다다시환하게열린다.

하루에도수많은사람들이병실에문병을온다.
가족이친척,친구가빨리건강을되찾아퇴원하길바라는소망을안고서.
몸이자연치유작용을못하면의학의힘이라도빌려건강을찾아야하지만

독한약을입속으로털어넣고물의힘을빌려몸속으로밀어넣는
환자들을보며약이몸속에선어떤화학반응을일으킬까
은근히걱정이되기도하다.
병실에서는시간이빨리가주어야한다.
시간이가면건강해져집에갈수있는날이가까워지기때문이다.

시어머님께서대퇴부골절상을입으셔서

아침이면병원으로출근하여저녁이면남편과교대하고집으로오기를
열닷새째.

오늘은한병실에계시던김할머니가퇴원하셨다.
바느질솜씨가좋으셔서딸넷에아들둘옷을손수
만들어입혀키우셨다는김할머니는동네사람들수의도많이
만들어주셨다한다.좋은일이라서삵도안받고해주셨단다.
김씨할머니는반쯤구부린자세로병원에오셨다가
척추수술십오일만에반듯한자세로퇴원하셨다.

빈자리가나자곧바로척추수술을한아줌마가들어왔다.

두번째로퇴원할사람은누구일까요?
침대에누워있는환자들을번갈아바라보고있노라니
말처럼일도잘하는수다쟁이김간병인이수현이엄마를꼽는다.
그다음세번째가우리어머님일거라했다.
처음엔미혼인줄알았던다섯살아들과돌잡이꼬마가있는
수현이엄마는입원하자바로수술을했다.거실에서넘어져
발목과발골절상을입어깁스를한지열흘쯤되었다.

유난히수술공포증이심해울면서수술실에들어가병실사람들을
안타깝게했던성이도가인젊고예쁜아줌마는척추대수술을
마친지사흘째이다.남편과딸의극진한간호를받으며아직가스를
배출하지못해식사를못하고있어안타깝다.

내일이면반가운소식을듣게해달라고두손을모은다.

식사시간이되면제일먼저상을펴는강씨아줌마는

무릎관절수술을하신지달반이지났는데도아직퇴원을하지못하신다.
수술도중간혹발생하는세균이침입했다는것이다.아직도열이
오르고수술자국이덧난것처럼붉으레부어있어안타깝다.

오른쪽문옆의노씨아줌마는두무릎수술이어느정도회복되자
고장난척추를다시수술하시고삼일을끙끙앓으시더니아직도
죽을드신다.오늘은많이회복돼카랑카랑한목소리를들을수있어
얼마나반가웠는지모두박수를치며축하해드렸다.

잠시눈붙이고누워있으면간호사들분주하게오가는발자국소리,
문병온사람들의대화가귀에들어온다.

어머님대소변시중이보조기구에의지하신채한발짝씩걷기연습을하신
후부터는조금수월해졌다.
연로하셔서걱정했는데수술이잘되어가족들이염려했던중환자실에
가지않으시고바로병실로올라오셔서얼마나기뻤는지모른다.
88세이신어머님께선수술하신부위도매우회복이빨라
병실사람들을놀라게했다.
기도한대로응답해주신하나님께감사드린다.
다만,수술하느라힘드셨는지작년에입원했던천식증세가
다시나타나치료를받고계신다.

어제는피를세번이나빼앗기는수모를당하셨다.
저녁에한번채혈을해서세가지검사를하면되지왜그렇게환자를
힘들게하느냐고한마디했다.
검사에따라동맥과정맥에서채혈하는게다르고검사지시가
떨어지면바로하다보니그렇단다.하긴코에걸면코걸이귀에걸면
귀걸이라고체계가어떻게되는지야전문가가아닌내가알수없지만
조금더환자를배려해서하는것이좋겠다는생각이들었다.
채혈을할때마다고통스러워하는어머님,몸에서피를생산하는시간적
여유도없이자꾸빼앗기게되니속상하고주사바늘을찌를때마다
입술을깨물며참으시는모습을뵙기가안타까워손을
잡아드린채눈을감게된다.
자식들을위해한평생고생만하시다
연세가드시면서육체가하나둘고장을일으키기시작해
병원신세를지고계신분들의사연은다양하다.
내과환자이면서정형외과병동에잠시들어오신
자식을열명이나두신이할머님는난청이시라잘듣지못하신다.
위암이다른장기까지전이돼오래사셔야육개월이라는데
병원에선퇴원하라고해도어느자식하나가집으로모신다는사람이
없어돌아가실때까지병원에계셔야한다는말을듣고
세상이어쩌다이지경까지되었나가슴을치며한탄하게된다.
자식들의생활이어렵지않다는소리들었기에
더욱마음이아팠다.

십오일째병실로출근하다보니여러가지로어려움이많다.
간병인을쓰자하면어머님도서운해하실것같고융통성이없는남편역시
내가하기싫어그런다고생각할것같아말도꺼내지못했다.
남편과나는몸살이나도쉴수가없었다.

나름대로바쁜것은이해못할바아니지만형제분들이
가끔교대만해줘도일을좀보고몸도쉴수있을텐데라는
원망스런마음이되면자꾸서운해지고불평이
나올것같아마음을돌리기로했다.
그래,내가할일이라고만생각하자.
그래야병석에계신어머님께밝고환한얼굴을보여드릴수있을테니까.

아침이면집을대충정리한후병원으로향하며기도한다.
주님!오늘도제게주신귀한하루주님께서항상기뻐하라하셨으니
저웃습니다.기쁨의근원이되신하나님께서
모든것을이길수있는힘을공급해주십시오라고.

아무나 와도 좋소

먼남녘에서온편지.
눈감은채코에갇다대니절절하게배인고향냄새.
이즈음앞무논에개구리울음소리들려오고뒷동산엔배롱나무
꽃등을걸어온동네환하게빛잔치열어놓고아무나와도좋소할테지.
고향에서오란다.열일제쳐두고길을나섰다.
눈길닿는곳마다초록이다.
서울의매연거리에서있는거무죽죽한가로수를생각하면시골의싱그러운
푸른숲을지나는바람조차도초록바람으로둔갑시킬것같다.
이렇듯엇갈리는대조는사람이나나무나하찮은미물조차도도시보다는
자연속에서생동감을느끼게됨을알수있다.
공휴일이어서하행길곳곳이정체이다.
밤여덟시가지나고서야겨우고향에도착했다.
오랜시간수고로움끝에당도한고향이라서인지땅을밟는
발마저도감회가새롭다.

동이
동이
그리움이고
서성이며
잠못들던날
고향도
사람도
옛것이아니련만
어젯밤도
너와놀던바닷가
마음에선하다

(졸시’고향’중에서)

해마다사월이면백제인으로일본으로건너가아스카문화를꽃피운왕인박사
축제가3박4일동안열려전국에서삼사십만명의관광객이우리고향을찾는다.
벚꽃백리길과다채로운행사도볼거리가많지만음식맛을못잊어다시찾는
사람들이많다한다.
갈비와낙지의만남인갈낙탕,개펄에사는짱뚱이탕도별미지만하나하나
정성스레마련한밑반찬에만밥을먹어도잃었던입맛을다시찾게되는곳이
손맛좋은고향이다.
그렇기에고향에오는길은배가고파도참고와서식사를하게된다.

연한미색모시개량한복을입고고향으로달려온나는뵙고싶었던분들과
반가운인사를나누고뜨거운애향의정을주고받으며뜻깊은시간을보냈다.
행사가끝나고호텔앞원형의길을막돌아나오는데남편의친구에게
연락이왔다.친구는길가에차를세워두고기다리고있었다.
출근하다가,동진이엄마비슷한분이왜여기계실까궁금해가까이가보니
니네엄마시더라고.그래전화도없이내려왔냐며따라오라하더니앞서간다.

영명식당,산낙지전문점이다.
이곳의세발낙지는다른곳의낙지와는달리맛이월등히좋다.
목포가가까워일명원조라고해야할만큼다른지방의사람들이일부러산낙지를
먹으러이곳까지올정도로유명하다.
산낙지를잘게잘라참기름을뿌려내오는데,‘와아’넷이먹다셋이없어져도모를
맛이다.이어서산낙지초무침이나와,밥을비벼맛바람에게눈감추듯이
맛있게먹었다.
고향에온이유를얘기하고창간호책을한권드렸더니빙긋이웃으시며
“아니용산리댁은서방님덕에유유(悠悠)하게사는구만이라우”
라고말하기에나는한술더떠서대답했다.
“아,네에.지금은유유이지만곧유유자적(悠悠自適)할것입니다요.하……”

읍네군청에근무하는청렴하고강직한성품의친구와남편은어릴적엔무척
악동이었다한다.
참외서리,고구마서리를하다혼쭐이나기도했고벌집을건드리다벌에쏘여
기절했던일,염소등에올라염소뿔을흔들다뿔에받혀죽을뻔한일,
방죽에서놀다둘다빠져죽을뻔한일등이야기보따리를풀면한이없다.
서로쳐다보며‘그때너그랬었지야’하며배꼽을쥐고웃는모습을보면
절로내어릴적추억도영상처럼스친다.
친구는유일하게제고향마을이름을따와나를용산리댁이라고부른다.
신혼여행을다녀와시부모님께인사드리러갔는데남편과제가가는곳이면
어디든지따라다니며짓궂게농담을해와얼굴을붉히게도했던친구였다.

남편이고향을다녀올때면늘묻는그친구의안부,자주만나진않아도
정은정끼리통하는모양이다.일년에한두차례만날때면고향인정도
인정이려니와어찌나챙겨주던지눈물이날지경이다.
지금은건강하지만한동안몸이아파우리부부를안타깝게하기도했던
친구는오늘도어김없이감칠맛나는위트로우리부부를즐겁게해줬다.
식사가끝나고갈길이바쁘다는우리에게“낭구나하나보고가그라.”하며
또앞장을선다.
가게에들러일회용카메라까지챙겨나와일백구십년된팽나무군락지로
우리를데려갔다.
팽나무는얼기설기큰줄기로휘감겨세월의더깨를싸안고있었다.
나무도오랜세월살다보니외로움을알게된것일까.이리저리손을뻗쳐
서로를부둥켜안고있으니말이다.
고향에는팽나무가많았다.
팽나무는잘부러지지않아어릴적자주올라가놀던나무이다.먹띠알같은
열매가익어떨어지면주워서입에넣고깨물기도했다.그떨떠름한맛이
느껴지는듯하다.오랫동안우거진숲에가려져팽나무군락지가있는것을
몰랐다가최근에야발견돼관광지로조성되었다는말을곁들였다.
“거기서봐,그림좋다.”
우리부부를세워놓고카메라셔터를누르며한쪽눈을찡긋하는친구의모습이
푸르고높은하늘만큼이나맑고도밝다.

따스한정을마음에안고돌아오는길이이렇게훈훈할수가없다.
철철넘치게받아온인정보따리를나는하루밤도못넘기고고향순임이를
불러나누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