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시작된다는입춘이지났다.바람이날을누이고봄을부르는이슬비새악시발자국처럼나직히속삭이고있다.단단한마음의빗장을풀어생명을안을준비중인대지와나목들은한껏부푼살갗으로연두와분홍빛잔치에초대할고운님들을그리며황홀한꿈에젖는다.
봄빛잔치에초대받으면고운새의합창에맞춰흥겹게왈츠라도추어볼까.그리하여기다리지않아도살금살금고양이몸짓으로가슴에그리움한줌들여놓는그대마음한자락에살며시안겨나볼까.봄비먹으며연두속잎피어자라듯그대를향한나의그리움이싱그러운한그루나무로자랄때까지나는그대를보내고싶지않을테지.
봄은영원한소녀이다.
자라지않는꿈이다.
오선지위에놓여진음표이다.
조붓한오솔길을지나징검다리까지소녀는스무번도넘게뜀박질을하며살구나무꽃등걸린산밭가를기억한다.그산밭가장자리에살구꽃등환하게불밝힌저녁밭갈이가셨던아버지소몰고오시고어머니의밥짓는연기탱자나무울밖으로마실나갔다.긴바닷가둑에는가냘픈제비꽃하늘거리고자운영꽃잔치열어놓고기다리던봄한낮,꽃마중봄마중길에뱀이나타나줄행랑놓았던기억속의소녀는좀처럼기억밖으로나갈줄모른채다시그봄을맞고있다.
밥풀처럼하얗게탱자꽃이매달리고어디선가상여꾼의애슬픈소리봄바람에묻어온다.갈대의연한잎새를가르고달려온바닷바람에얼얼하던볼,바닥이훤히보이는시린물속에서돌에붙은진진초록의파래를따던그소녀의봄이다.
이른봄,쟁기뒤를따르며흙내음에취해본적있는가.땅이입김을하얗게내뿜으며잠에서깨어난모습본적있는가.맨발로땅의기운을받으며걷다보면그푸근한흙속으로돌아갈날이그리싫지만은않다는생각도하게된다.소멸이아닌또다른생명에게되돌려주는자연의순환에예외일수없는우리네인생.만물이소생하는풋풋한봄이더욱좋은건내나이어느덧불혹을지나고있음에대한애석함때문일것이다.돌아갈수없는날들에대한안타까움때문일것이다.
무심히지나치면늘그자리에가만히있는것같은자연이지만,생명이있는것들은언제나내안의감성을자극한다.때로는말을걸어오기도하고이렇듯그소녀의봄을되돌려주기도한다.이봄에나는또한바탕홍역을치를것이다.자연으로돌아가고싶은마음을달래려잦은시골나들이를하게될것이다.도연명의귀거래사를읊고베토벤의전원교향곡에자주귀를기울이게되는것도판박이로찍어낸듯한집들,흙한점밟을수없는도시의아스팔트에이젠눈과마음이지친까닭이리라.
올봄엔몇해묵혀둔묵정밭을다시일구어볼참이다.가장자연스러운봄의생기를흙에서느껴보리라.
가슴을열고느껴보리라.무한정사랑으로오신그대에게나가장값진땀방울의사랑으로보답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