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 갯벌은 살아 있다

특종,갯벌은살아있다 雲丁최연숙

달의분화구를닮은갯펄엔
조개,붉은집게,망둥어들이
뿅뿅숨구멍을열어놓고
오수에빠져있는데

거기,
한복판에나앉아
짭쪼름한갯바람온몸으로마시며
바다살이맛들려
봄볕과소꿉놀이를하고있는텔레비젼

무료해서참,
소라껍질에햇볕을담더니
구멍마다두어줌씩집어넣으며콧노래를부른다

지지직,
잠이깬조개하나나타나
재빨리물총세례퍼붓고는문걸어잠글것같다
짱둥어갈래길만들어적을교란시키는중이다
햇볕속사포에항복한붉은집게들만

양손을위로올린채
그냥돌아가라고말할것만같다. (시집’기억의울타리엔경계가없다중에서)

흔들리는 무지개


흔들리는무지개

雲庭최연숙

그는
밤마다시지프스가된다
그의시야는명징하지않다
불빛이보이지않는안개바다다
싸락눈내리는안개바다위로
네개의발을담은신발이홀연히사라진다
어둠은서서히온산을지우며
덫에걸려사투를벌이는
고라니의혈전을외면한다
각혈하는눈
막차가지난지오래인다랑포간이역
어미를기다리며서있는새끼고라니의
눈망울속으로
수천수만의무지개가뜬다
가로등마다원을반쯤매달고섰다
주인을잃어버린밤의
반쪽난무지개는더욱빛을낸다
달팽이관을찢는소리의울림이
집앞까지따라와
초인종을누른다
마른잎위에뒹군다

(시집’기억의울타리엔경계가없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