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으로 오시는 님

봄으로오시는님

雲庭최연숙

봄강에물안개오르오

물오른버들가지

마알간속잎이피오

청보리눈뜨는나룻가

동박새노래하오

봄물결스치듯

보드라운남풍으로

다랑논사르르녹이는

입맞춤으로

눈머리감기우고

살포시오시는구려

봄비에젖어

꽃비에젖어

순하게오시는구려

풀먹인새옷

횃대에걸어두고

산문밖나앉아

해저무도록기다리오.

(2007/봄/가곡으로발표)

쓰나미

쓰나미

최연숙

하이드의검은망또가하늘을절반이나가려요

늪에빠진한발을친친감아버리는수초

여자의얼굴이뭉크의절규로변해요

세상의대열에서좌초되고부서진마음들이

그린란드스마트섬안으로휘몰려가요

사람과사람사이길을지워버린물너울은

이성을차단시킨월드웹문을열고두눈을

꿀꺽삼켰어요암호를대도문열리지않아요

고둥의꼭지안에서카마이라를닮은

기형의무뇌충들꿈틀꿈틀자라는데요

로리콘아바타를키운마왕의

그로데스크한탈춤이,신라천년

욕망이거세된내시들의혼령을불러내요

긴잠에서깨인가슴이해체된로봇들이

갓맺힌꽃봉오리를뿌리째뽑아서끌고가요

눈망울이순한황소한마리

문명의반대쪽으로우회전하네요.

로리콘:어린소녀에게품는비정상적인성욕을가리키는’롤리타컴플렉스’로

블라디미르나보코프의작품『롤리타(Lolita)』의제목에서유래

『2013 좋은 시』선정

풍경에게답함

雲丁최연숙

까만갈귀를단리무진이시간속을휘달린다

고흐의붓질이멈춘지점에서

난바다의성근다리뒤로해쓱한아침이

채야물지않은해를끌어올린다

갯벌에집을지은함초는날바람이쳐댄

패대기로온몸이시월늦단풍을닮았다

공항발리무진이지날즈음바다는

실시간화상으로거대한코끼리몇마리에게

채이고밟히고먹히다내쳐진애먼지폐

몇장,가방속에뒹굴다흘린비밀을

떠도는갯바람에보여주었다

코꿰인황태덕장에세슘한됫박

고비사막의맵싸한황사몇자루숨어들때도

시간은여전히오늘을통째로삼키고

치간(齒間)에사람들을끼워넣고있다.

심사위원-김남조

<열린시학>2012.가을호수록『2013좋은시』선정,도서출판삶과꿈

눈雪의 집

눈雪의집

雲丁최연숙

허공은눈의길이다

저무수한발자국을찍으며

지상의집터를찾는눈송이

시차의층계를내려오는송이눈떼

주춧돌도세우지못하고풀어져눕는다

어쩌면,

눈은집없는사람의

마음에집을짓고싶어

하늘집을떠나왔는지도,

마음의눈집을오래바라본다.

『2012.과천문학43호게재』

풍경에게 답함

풍경에게답함

雲丁최연숙

까만갈귀를단리무진이시간속을휘달린다

고흐의붓질이멈춘지점에서

난바다의성근다리뒤로해쓱한아침이

채야물지않은해를끌어올린다

갯벌에집을지은함초는날바람이쳐댄

패대기로온몸이시월늦단풍을닮았다

공항발리무진이지날즈음바다는

실시간화상으로거대한코끼리몇마리에게

채이고밟히고먹히다내쳐진애먼지폐

몇장,가방속에뒹굴다흘린비밀을

떠도는갯바람에보여주었다

코꿰인황태덕장에세슘한됫박

고비사막의맵싸한황사몇자루숨어들때도

시간은여전히오늘을통째로삼키고

치간(齒間)에사람들을끼워넣고있다.

『2012.열린시학64호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