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자궁이 열리다

    봄자궁이열리다雲丁최연숙
      봄우표를매달고온바람의꼬리에사과나무꽃눈뜨는날능내과원으로접어들다새하얀가운을입은햇살이꽃눈에청진기를들이대니,산고에지친나무의궁뎅이들이들썩이며선혈이튀는방향으로흰꽃이피어나다사과꽃이피는날엔바람도손톱발톱을깎고순하게잠들다시집『기억의울타리엔경계가없다』

    나무와 어린왕자

    나무와어린왕자

    雲丁최연숙

    물관부를팽창시키던색의물길이

    일제히쪽문을열고

    연두분홍말걸어오기

    어쩜,좌우상하대칭비대칭

    각과각사이선

    쪽문의설계도완전하네요

    주파수를맞추세요

    미적분방정식그것아녜요

    핸드폰을꺼봐요

    이어폰을귀에서꺼내고

    피시,TV도죽이세요

    잠잠세탁기라고들어본적있어요?

    소리소리소리

    STOP하세요!

    자,

    눈을감고

    어린왕자와코드를맞춰보세요

    들리지요?

    어린왕자2

    어린왕자3

    생각주머니열어

    분홍연두말받아넣기중

    아까부터

    나무아래

    어슬렁거리던누렁이한마리

    코를벌름벌름

    코드가맞지않아

    누군가흘려두고간

    나무의곱디고운말을주워먹네요

    시집『기억의울타리엔경계가없다』

    설화

    설화

    雲丁최연숙

    어느뭇별에서왔는가

    어느행성에서

    다하지못한사랑이

    우주한모퉁이

    달진잿빛하늘에

    눈물빛뿌려반짝이는가

    도달할수없는

    피안의세계

    그길언저리에

    눈뜨면사라지는

    설화雪花,그슬픔을

    피우고있네

    『스토리문학』발표

    감나무집 이야기

    감나무집이야기

    雲丁최연숙

    돌이네집꾸리감나무에

    뽀얀햇살이여러날놀다가고

    먹구름이소나기데려와쓱쓱줄을그으니

    새부리닮은연한잎사귀를쏘옥쏙내민다

    여름내땡볕과장대비와까치가

    불총,물총,부리총질해댄후

    겨드랑이마다배꼽하나씩붙이고나와

    감나무아래입벌리고있는돌이에게아직은다물라한다

    배꼽은날만새면부풀어

    감물든누런윗도리는배위로올라가비틀리다

    샘터고무대야에떨어져물들이키고있다

    감나무아래

    돌이의삼삼한홍시꿈이

    이른봄부터양볼을발갛게물들이고있다

    시집『기억의울타리엔경계가없다』

    바다의 한 生

    바다의한生

    雲丁최연숙

    선재도다리건너

    밤물빛을품은지상의별들

    고단한어부의돛단배에올라

    흰깃발날리며돌아오는길이다

    낮은두런거림이있는부둣가

    카바이트불빛깜빡졸고

    언덕위좁다란길을

    해당화불밝히며서있다

    저물어가는어부의한세월이

    순하디순한바다의눈빛에잠기우고

    잠시흔들리던길도

    어둠을따라서서히멀어져가고,

    나만남고

    시집『기억의울타리엔경계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