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 문화제 글짓기 심사

올해는세월호사건으로우리고장에서도행사가거의취소되었다.해마다오월이면열리던입지효문화제도취소되는가했더니두어달지연되어열리게되어다행이다.효문화제는다른축제와는성격이달라이어져야한다.과천은조선중종때효자로소문난최사립이태어난유서깊은곳이다.초중고학생들이해마다글짓기를통해효에대해지속적으로생각할수있는기회를주고있는점이자랑스럽다.우리사회의효사상이갈수록퇴색되어가고있어더욱그렇다.올해주제는"효와사랑"이었다.

오전10시부터저녁6시까지심사를했다.수천편의운문과산문속에서옥석을가려내기란쉽지않지만,간혹가뭄에단비같은작품이눈에들어오기도한다.효와사랑에대한개념이거의천편일률적이어서안타까웠다.초등학생이면아버지에게안마를해주거나엄마의설겆이,청소를도와주는것을효라고할수도있는데고등학생도그와같은것을효라고생각한다면문제가있다.어떤학생은세월호사건을통해효를행할수있는시간이항상주어지는것이아니라는것과가족끼리진심으로사랑을나누는것이필요하다고절제된문장으로잘적었다.칼럼이나논설문형식으로자기생각을객관화시켜적은핵생들도있었지만자신이경험한사건을통한글과는달리감동이없었다.산문과운문은칼럼이나논설문과는그형식이다르다는점을간과한것이다.

기억에남는글은아빠의문자한통으로가족이화목하게되었다는글,분주한일상속에서가족카톡방을통해마음을나누고있다는글,그와는반대로스마트폰으로오히려가족들간의대화부재를가져오고있다는스마트폰의역기능을꼬집는글도있었다.한학생은부모님의부재를시로적었는데첫행에그만가슴이내려앉았다.돌아가신부모님을생각하며"못된짓만하여속만썪여드렸는데내손으로흙을뿌리라하오"라는시제는’발인’이었다.부모가돌아가셔서야깨닫게되는어리석음은이렇게되풀이되는것인가.아직도여운이남는’치킨한조각’,치킨을좋아하는가족이먹다남긴치킨한조각,누군가먹어도될치킨한조각을자신에게먹도록한가족의마음을담담하게풀어내며사유를확장시킨잔잔하면서도감동을주는수작이었다.

좋은글을만나면기쁘다.초등학생들중에도글쓰기소질이남다른아이가있다.학습으로인해훈련되어지는경우가대부분이지만천성적으로두각을드러내는아이들도있다.입시지옥의스트레스도만만찮을텐데문학의꿈을키우는미래작가들의글이신선한감동을주었다.풋풋한글속을유영하면서일기말미에시를끄적거렸던학창시절이떠올랐다.김소월,박목월시집을읽고또읽으며시인의꿈을키워가던행복했던시절,시를좋아하는학생들은비슷한추억을쌓아가고있을것이다.시험을위한책읽기만이아닌고전과현대문학등좋은책을꾸준히읽으며문학의꿈을키워가는학생들이많아지기를기대한다.

나의 등 뒤에서

나의등뒤에서

최용덕曲.詩/혜은이노래


나의등뒤에서나를도우시는주
나의인생길에서지치고곤하여
매일처럼주저앉고싶을때나를밀어주시네
일어나걸어라내가새힘을주리니
일어나너걸어라내너를도우리

나의등뒤에서나를도우시는
평안히길을갈때보이지않아도
지치고곤하여넘어질때면다가와손내미시네
일어나걸어라내가새힘을주리니
일어나너걸어라내너를도우리

나의등뒤에서나를도우시는
때때로뒤돌아보면보이지않아도
잔잔한미소로바라보시며나를재촉하시네
일어나걸어라내가새힘을주리니
일어나너걸어라내너를도우리

도제니티의 “사랑의 묘약”을 감상하고

오랫만에클래식모임에참석했다.근4개월만이다.가정에뜻하지않는일이생기고다른일까지겹쳐내리참석을못했다.취향에따라선택하기도하지만사람은가치있다고생각하는일에시간을내준다.독서모임이나,한국화등은내가관심을갖고시간을배분하는것들이다.동화구연은잠시내려놓고있다.연습하고준비하는데시간이너무많이소요되었다.취미나좋아하는것도영원한것은없다.기회가주어지면열심히하고어떤상황으로하지못하게되기도한다.마음의양식인독서와그림그리기는언제라도부담없이할수있는것들이다.

어제는이탈리아오페라의3대거성이라할만한도니제티의"사랑의묘약’을관람했다.오페라사랑의묘약(L’Elisird’amore)은이탈리아작곡가가에타노도니체티(GaetanoDonizetti:1797-1843)의2막으로된희가극(喜歌劇)이다.희가극은이탈리아의전통적인연극’즉흥희극(Commediadel’arte)’에서비롯되었으며,조아키노로시니(GioacchinoRossini:1792-1868)는이장르의음악의정점을구축한작곡가이다.그의뒤를이은도니제티가’로망스’라고이름을붙인희가극"사랑의묘약"은희극적인이야기를낭만적인전원풍의서정으로풀어냈다.

파바로티의주연과다른하나의버젼중목소리를택할것인가,인물을택할것인가다수결로하여인물쪽을택하기로했다.얼굴이예쁘고연기를잘하면목소리는좀부족하여도용서해주겠노라며.결국은파바로티의목소리까지듣게되었다.남자주인공네모리노와여자주인공아디나의열연이볼만했다.중세기사문학인"트리스탄과이졸데"의치명적사랑을패러디한작품이다.사랑의묘약은내가마셨는데상대방이나를사랑하게된다는아이러니한구성이다.가난한농부인네모리노가아디나를사랑하게되어상사병이났다.아디나는트리스탄과이졸데를읽어주는문학에도해박한대지주의딸이다.아디나의마음을사로잡으려노력하던중돌팔이약장수둘까마라가나타난다.약장수의꼬임에빠져사랑의묘약을사기위해고민한다.그사이군인인벨꼬레상사가아디나에게접근,결혼을종용하면서아디나를사랑하는네모리노를따돌리기위해돈을줄테니군에입대하라고한다.그돈으로사랑의묘약을사서마신데몰리노는아디나가자신을사랑해주길기다리지만입대할날이가까워진다.사랑의묘약은포도주가둔갑한것이다.때마침네모리노의삼촌이죽어막대한유산을남겼는데그유산은네모리노의것이되었다.그사실을모른네모리노에게마을처녀들이접근하고아디나는네모리노의군입대가자신을사랑하기때문임을알게된다.마지막까지묘약의힘을믿는순진한청년네모리노의표정연기가압권이었다.

아디나를흠모하는네모리노가부른’아,어쩌면저토록아름다운가’,미남장교벨코레가부른’그옛날파리스처럼’,아디나의’산들바람에게물어봐요’에답한데몰리노의’시냇물에게물어봐요’,’영원한사랑이여’등서정적이며시적인표현들이마음결을건드리며극의전개와흐름속으로끌어간다.무르익은그리움에휩싸이게되는"남몰래흐르는눈물"은악기연주와여러버젼으로불리워지고있다.네모리노역을맡았던루치아나파바로티의목소리가가장감동이다.사랑이이루어지는시점에서불리는아리아인데바순의서글픈선율이사랑에들뜬두주인공의상황을오히려가라앉히는역할을한다.사실이곡을들으면들을수록언젠가느꼈을법한감미로운사랑의감정이은근히밀려든다.애잔하면서도평온한사랑의떨림이랄까.격정보다는사랑이이루어지기까지마음고생을했던두주인공이서로의마음을어루만지며섬세하고도사려깊은사랑의상황까지그려주고있다.소프라노여주인공역도고난도의벨칸도기교를소화하며열연이었다.땀을뻘뻘흘리며연기와음악까지완벽하게소화해내는배우들이대단하다.배경이19세기이탈리아의시골이지만시대를훌쩍뛰어넘기도하며현대적인배경으로연출되기도하고주인공의역할이바뀌어공연되기도한다.

낭만적사랑의원형인로망스,주인공의만남은항상숙명적으로그려진다.그사랑이이루어질때까지마음을태우며괴로워하는순간도사랑의완성을전제로한것이어서웃을수있다.어떤유형이든이루어질수없는사랑은보는사람도괴롭다.헤어짐이결말인비극은그래서슬프다.문학의개연성은우리삶에서이루어질수있을법한일로공감케하며끊임없이동일시를이끌어낸다.시청율이높은드라마주인공의의상이나악세사리가그시대유행의흐름을얼마간이끌어가는것에서도볼수있다.문학을통한문화의파급효과는누구도예견하지못한다.그러나그힘은강하다.불후의명작이라도독자가현재처한마음상태나상황,세대등삶에따라마음에다가오는내용이나깊이가다르다.그점이시대와세대를뛰어넘어오랫동안사랑을받게되는이유이기도하다.오페라’사랑의묘약’또한감상포인트가예전과다른풍부한감동이었다.곧다가올우기속에서’남몰래흐르는눈물’에촉촉하게매료되어지내게될것같다.

루치아노파바로티의’남몰래흐르는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