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 잔디 속에 제비꽃이 활짝

은비를자전거에태우고집옆공원에나갔습니다.

녀석의발톱이바구니사이에끼어구원을요청한적이있어

오늘은작은담요를바구니에펼쳐태웠습니다.

자전거가움직일때마다몸의균형을잡는은비가대견했습니다.

잔디밭에잠시놓아주니천방지축신바람이났습니다.

바람을쌩쌩가르며달리기를하는통에내눈길이미처쫓지못할지경이었습니다.

‘그래,얼마나답답하겠니?내가데리고나오지않으면집에만있어야되니말이야.’

은비도봄인줄아는것같습니다.

몸짓에서생동감이넘칩니다.

거기,허연잔디속에서생명이움트고있었습니다.

고개를낮추어보지않았다면발견할수없는제비꽃이었습니다.

검불을헤치며자세히보니앙징맞은자태가너무예뻤습니다.

마른잔디밭에씨앗이떨어져꽃을피울거란생각을못했던지라무척반가웠습니다.

은비가밟을까봐은비야조심조심하다가은비를안았습니다.

발견하지못했더라면그귀한생명을밟을뻔했습니다.

자주빛꽃잎을받치고있는연두색꽃받침과녹색잎이조화롭습니다.

성실,겸양은제비꽃에잘어울리는꽃말입니다.

여기저기씨앗들이움을틔우고꽃을피우며기지개를켜대는모습이몹시귀엽습니다.

이봄창조주의오묘한손길에자주감탄을합니다.

작은풀꽃들의몸짓이어여쁜봄입니다.

Mozart-DasVeilchenKV476.wmv

제비꽃(DasVeilchen)K.476

모짜르트는그의평생에약40곡정도의가곡을작곡했다.

그모두가모짜르트다운아름다운선율을갖고있지만

그중에서도가장유명한노래가괴테의발라드에곡을붙인이"제비꽃"이다.

이가곡은모짜르트가29세때인1785년6월에작곡한것인데,

그의명작오페라"피가로의결혼"에착수하기전

가장창작력이충실하던시기의작품인만큼,

나중의낭만파작곡가들의가곡처럼시와음악이잘어울린뛰어난가곡이다.

가사는다음과같다.

오랑캐꽃한송이가초원위에서있다
겸손하며알려지지않은채
그것은사랑스러운제비꽃이었다
그때한젊은여자양치기가왔다
가벼운발걸음과쾌활한마음으로
이곳으로,
초원을따라서그리고노래하였다,

"아,그제비꽃은생각하였다나는
가장아름다운꽃자연에서,
아,단지잠시동안만,
그사랑스런사람이나를꺾어서
그리고나를그녀의가슴위에
압박하여아찔하게하였으면!
아단지,단지조금만
15분동안만!"

아!그러나아!그처녀는왔다
그리고그제비꽃을보지못하고,
밟았다그불쌍한제비꽃을.
그것은주저앉아죽어버렸다
그리고여전히기뻐하였다:
"그리고나는죽었구나,
그러나나는죽었다
그여자때문에,그여자때문에,
바로그여자의발에밟혀."
불쌍한제비꽃!
그것은사랑스러운제비꽃이었다!

..

슈베르트의들장미와쌍벽을이루는명가곡이며,원시는괴테의발라드에의거하고있다.
1785년6월8일에빈에서작곡되었는데,
이곡이만들어진1785년은모차르트에게있어서매우바쁜해였지만,

그러한가운데서도갖가지대곡과함께이같은몇곡의
작은주옥곡이태어났다.

이짧은가곡은피아노변주곡이나
몇곡의전원무곡과함께작은별처럼빛나고있다.

어지신 목자- 김용진

어지신목자/김두완작곡

[1]
어지신목자양먹이시는곳
그늘진바위옆시원한데
나어찌떠나서양떼를버리고
위태한곳,위태한곳,
위태한곳으로나갔던고
어지신목자길잃어버린양
찾도록찾으며부르소서


[2]
어지신목자날가르치시고
주따라가는법가르치사
다시죄가운데빠지지않도록
나를보호,나를보호,
나를보호하사지키소서
어지신목자택하신어린양
다들어가도록이끄소서

테너김용진

여인의 마음에도 피어나는 연분홍빛 봄

봄이면

고향뒷동산에진달래가시나브로피었다.

여럿이무리지어핀꽃은예쁜데한그루가외따로있으면

엷은분홍빛이마음에번져애잔해지곤했다.

아직바람결이찬초봄에나온봄병아리같이여리디여린연분홍꽃잎

친구랑따먹기도하고꺾어가슴에안으면

저고리앞섶에붉은물이들기도하였다.

꽃잎은너무연해버려지면금방시들었다.

우리고향에서는’창꽃’이라고했다.

보통은’참꽃’이라고하는데경음화현상과는다른남도방언인것이다.

산에서따온창꽃을화전을붙여먹기도하고

설탕에재워얼마간두었다가그물을마시면천식이낫는다고도했다.

‘두견주’라하여어떤집은술로담궈즐기기도했다.

진달래를두견화라고도하는데진달래가필즈음이면

두견새가더욱크게우짖는다하여붙여진이름이란다.

당나라백거이의시에는

"두견새가한번울때마다두견화는한가지씩핀다(一聲催得一枝開)"는구절도있다.

독서모임을다녀오던길에주위를환하게밝힌분홍빛에이끌려가까이다가갔다.

봄꽃은눈에뛸때감상하지않으면열흘도못가져버린다.

소담스레핀진달래앞에서니

소녀적감상이되살아나

쉬발길을옮기지못하고서성대다가

‘너참예쁘다’를연발하고사진을몇컷담고서야돌아섰다.

여인의마음에도애틋하게피어나는연분홍빛봄·

봄날,멍꽃피우다

雲丁최연숙

눈감고도꽂을수있는다리미코드가잘안맞는날이었다

그가동네를질주하던아침재활용트럭에서“나의살던고향은꽃피는산골”

을상기시켰다일주일치삶을지탱해준빈도형들이덜거덕거리며차에오른

다뒷산솔숲,진달래눈물흥건하던Y의눈빛을실은제트기는줄은하로

흐르고,새봄윗동네가봄술에취한듯흔들리는데골목을달려오던그

허벅지에붉푸른멍꽃문신을단번에새기고시치밀뚝떼고달아났다“나

살려줘!”열손톱끝멍꽃이핀Y의핏기없는얼굴클로즈업

된장이약이었던고향,낯선도시처럼눈에선파상풍주사와항생제가반란을

일으켰다송사리떼어지러운초봄,버들잎아질아질피우는몽환속에서기회

를노린,그의변형된치사유전자가핏줄을순환중이라는가상의추리가의식

의동공을깊숙이찔렀다부화를기다리던암탉의한시절을주던껌응이,

탱자울구멍을들랑거리며까끔살이놀던Y,해마다봄이면생인손앓듯“그

속에서놀던때가그립습니다”

고향의봄/리틀엔젤스

조선 중기 고산 윤선도의’墨梅(묵매)’

墨梅(묵매)-尹善道(윤선도)

먹으로그린매화


物理有堪賞(물리유감상):사물의이치에는감상할만한것도있어

捨梅聚墨梅(사매취묵매):매화대신먹으로그린매화그림을취했네.

含章知至味(함장지지미):깊은의미를함축한표현은지극한멋이있으니

令色豈良材(영색기양재):겉모양만화려하다고어찌다좋은재목이리요.

自晦追前哲(자회추전철):스스로를감추고옛성현들따라

同塵避俗猜(동진피속시):세속에함께묻혀시기질투피하네.

回看桃與李(회간도여리):화려한복숭아와오얏나무를돌아보면

猶可作輿臺(유가작여대):오히려그것이시중을든다네.

..

조선중기의문신.시조작가(1587~1671).자는약이(約而),호는고산(孤山),해옹(海翁)이다.정철,박인로와더불어조선3대시가인(詩歌人)의한사람이다.치열한당쟁으로일생을거의벽지의유배지에서보냈다.경사(經史)에해박하고의약,복서,음양,지리에도통하였으며,특히시조에뛰어났다.그의시조는주로시조의일반적주제인자연과의화합을주제로담았다.저서에《고산유고(孤山遺稿)》가있다.


보길도를바라보며-박경규작곡

목련꽃 그늘 아래서

서늘한꽃그늘아래서성이며

베르테르가보낸편지를읽던시절

봄에오신귀한손님과같은그대의

맑고고운향기에그윽히취해

몇날꿈길을거니노라

그꿈속에서

향그러운밀어속삭이노라

마음이마음을투명하게비추는

이봄날

고요히타오르는그대하이얀몸짓처럼

보는것이봄이라고요

햇빛과비와한줌바람을차례로받아먹고

초봄부터열심히촛대를밀어올리더니

드디어희고순결한꽃가슴을열었어요

향맑은등불을켜고온동네를비추는데

두꺼운털옷은벗어야할계절에

첫산고를겪는여인처럼

꽃봉오리가붓처럼생겼다고’木筆’이라고도

히야,신비한속살을내보이다니!

자목련도같이불밝히자고

귀부인의비단옷같은꽃잎을내밀고

목련의아카펠라


雲丁최연숙

빈나뭇가지에촛불이켜진다
촛대아래서성이던눈들이모여
촛대의심지를톡톡건들이자
구로공단의뒷골목이환하게흔들린다

징검다리건너노각나무둥지에서
첫마실나온봄새한마리
꽃문을열고들어간다
훅,숨이막힌다

노동자들일제히기름묻은장갑을벗는다
세상의소음을잠재운봄밤
흰촛불의아카펠라를들으며
지나간거리를돌아온나의,
베르테르그슬픔을읽는다

시집『기억의울타리엔경계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