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가운 흑인 어린 아이

관공서에볼일이있었다.도착하니서너명쯤내앞으로줄을서있었는데바로내앞은
아주젊은새댁흑인여자였다.눈이크고서글서글하니마음씨가좋아보였는데
왼쪽옆공간에서혼자놀고있던아들에게이리오라고소리치고있었다.
아이는들은척도하지않는것같았다.아이의얼굴은엄마와붕어빵처럼닮았다.
내가쳐다보니까그아이도나를빤히쳐다보는것이었다.
아이의천진한얼굴을보면난,늘흐믓한미소를짓는편인데
나도모르게엄마와붕어빵처럼닮은아이가이뻐서미소를흘리고말았다.

그랬더니빤히쳐다보던아이가내옆으로바싹다가오는것이었다.
엄마가그렇게오라고해도오지않던아이가말이다.그리고는내옆으로찰싹달라붙는다.
마치떨어지기싫다는식으로말이다.아이의엄마가다시아이를쳐다보며자기에게오라고하는데
내코트자락을움켜지고아이는더욱더나에게달라붙는것이었다.

어머!너,내가좋은가보구나.너,나와함께우리집에가서살래?하고물었더니
그렇겠다는식으로고개를끄덕이는것이다.아이엄마에게’조심하세요!’
잘못하면아이잃어버리겠어요.’라고했더니엄마도그렇단다.

아이가몇살이니고물으니까두살이란다.
엄마가오라고해도가지않고한참을내옆에그렇게서있는아이를보며
내가그엄마에게말했다.엄마가아이에게사랑을주지않는거아니에요?ㅎㅎ
농담처럼말하며함께웃었다.그엄마가아이에게하는말이’너오지않을래?이따가계산을단단히할거야!’
그말이나에겐이따가혼내겠다는말로들렸다.

한참을내옆에있다가그아이는엄마옆으로갔다.
엄마가’그럼,그렇지!’라고흐믓해한다.

‘아이에게사랑좀듬뿍주세요!’하고내가말했다.
그엄마는내가자기의아이를이뻐했다고고마워하는것같았다.

보통백인아이들은미소를지어주면수줍어서숨곤하는데흑인아이들은
수줍음이없다.하느님은어떻게인종의특성을그렇게다르게만드셨는지정말하느님은위대하다.

死後엔 무엇이 있는 걸까?

아침에이사벨에게서문자가왔다.남동생이아파서병원에입원중이었는데결국생을마감했다고
장례식을치르러마르세이에간단다.요며칠전화를해도받지않아서궁금하긴했었는데
문자를받자마자전화를넣었는데전화를받지않는다.

마음이여리지만강한독신녀,여러번느낀거지만자기의슬픈느낌을보이지않으려고
애쓰는거다.프랑스사람들은어쩌면슬픔의강도가너무강해서되도록이면그런순간을피하려고
노력하는것같다.한국사람같으면마구울어버릴텐데말이다.

자격지심인지는몰라도가끔은그녀에게서인종차별의느낌을받고기분나빠하곤했었다.
그녀는굉장히교양이많고착한여자인데도불구하고근본적으로갖고있는
인종에대한편견을나는가끔발견하곤기분나빠하는것이다.

고양이가아파도같이아프고마는여린심성인데자꾸걱정이되었다.
문자로위로가될만한말을써서보내고또다시보냈다.

‘넌,참좋은누나였어.’

병원에한번같이가겠다고약속해놓고지키지않았다.
고무호스를배에다끼고음식을먹는다는말을들으니까
그비참한광경을보러가기가싫었었다.

괜히내가눈물이났다.한번도본적도없는남자,
얘기로만들었던남자,

하지만사라지는것은슬픈것이다.

에이씨,왜?죽음이있는거지?

죽은다음엔무엇이있기나한걸까?

수천년째무덤문화가존재하는걸보면죽은후에도무언가있는걸거야.

울.고.싶.다.

프랑스에선 새들도 불어를 알아듣는다.

아침에성당앞을지나는데새한마리가내앞을가로막고앉는다.
언듯살펴보니며칠전에보았던아주이쁘고앙증맞은새였다.
며칠전,눈이아직다녹지않은낙엽위에살짝내려앉길래소리를높여서
불어로’너,정말이쁘다!’라고말해주었더니금새날아갈것같던새가
귀를쫑긋하는것같았다.그리고멀리가지않고그주위를맴도는거였다.
한참을서서그새를바라보며미소를지었었다.
자연에있는모든생명체들은다아름다운것이다.

그리고오늘아침바로그새가내앞을가로지르는것이었다.
음..이녀석이내불어를알아듣고는또이쁘다는말을듣고싶었던게야.
난,또그새에게이쁘다는말을해주었다.여전히마른나뭇가지들사이에서
서성거리는것이었다.그런데정말이쁜새다.

이렇게이쁜새들이지천으로있으니세상은얼마나아름다운가!

물기없는눈동자를껌벅이고있기는하지만그새들도불어를알아듣는것같다.
오리도백조도모두들불어를알아듣는것을느낄때마다그들이신비로워진다.
사랑해!애들아!

너희들이있어서지구가아름답구나!

어쩌면 어리버리한 한국인들이 사랑 받는 시대가 왔다.

어리버리해서맨날당하기만하지만그래도원망하지않고복수하지않고용서해주는인물들이
사랑받을수있는시대가왔다는느낌이왔다.
너무나개인주의에익숙해져서다른주위사람의고통에불감증을가진서양인들이스스로깨닫기시작한것같다.

한국드라마를보다보면너무나순진하고무지해서늘당하고만사는인물들이있다.
그리고늘처럼권선징악이란주제아래억지로기적같은일들이생겨서
그어리버리한인물들이결국은행복에이르게되곤한다.

조금만정신을차렸으면…
조금만약았더라면…
늘그런드라마를보게되면보다말고화면을꺼버린다.
현실성이없고어떻게저렇게머리가깨이지않았는가라는생각에답답해졌던것이다.

그런데…
프랑스인들이그런드라마들을보고한국을좋아하기시작했다.
그들도지나치게약아져서인간성을상실해버린인물들에대해싫증이나기시작한것이다.

어제어떤자리에서토론을하다가그점을발견했는데괜히내마음이설레기시작하는것이다.
그녀는프랑스라듸오방송국에서자료를담당하는일을한다고했다.

심지어는동양인이서양인보다우수하다는생각까지도하고있었다고한다.
물론여성의인권측면에서는자기도프랑스에사는것이좋다고했다.

어쩌면그녀도약아빠진프랑스여인인지도모른다.
좋은것만을골라서차지하고자하는….

그렇다고할지라도한국은가장한국적인한국인으로결국은승부를보아야할것같다.
우리조상이곰이었으니까어쩌면곰같은행동만할수밖에없을지모르지만
그래도그렇게해서세계인으로부터사랑받는한국인이될수있다면
섣부르게서양인을흉내내어약은척하다가자기꾀에자기가빠져드는것보다는
나을것이란생각이다.

우둔하지만묵묵하게인간을먼저생각하는인본주의사상으로세상을정복할수있을것같다는
생각에마음이설레이는아침이다.

망년회에서 일어난 일

20명쯤모였다.갈까말까망설이다조금늦게도착했는데식사를시작하기전기도를하고있었다.

신부님을한분초대했는데아직오지않으셨다고자리를소중하게비워놓고내내식사를챙겨놓는

집주인의배려가참아름다워보였다.거의식사가다끝나고난후에도착한신부님은

까만얼굴의콩고출신신부님이셨다.

후아그라(오리간으로만든요리)가매우부드럽고감미로웠다.

초대된사람들중에키가자그마하지만푸른색눈을한다부져보이는여인이

책을읽어주었다.제목은’나이가몇살이에요?’이책은고령자가늘어남에따라서

나이먹은사람들이나이를묻는사람들의억양이나태도에따라서반응하는것들을

코믹하게엮어놓은책이다.이책을읽어준여자는초등학교교사를하다가

지금은도서관에서일을한다는데연극배우를해도손색이없을정도로

책을잘읽어주었다.사람들은변하는것같아도여전히그대로이다.

매년망년회에서’시’를읽어도언제나똑같은주제를다룬다.

고양이가죽어서우울증에빠졌다가눈동자를굴리는법을가르쳐서우울증에서

빠져나오게해준정신과의사를만났다고재작년에자랑하던여자가내바로앞에앉아서

한국인합창단이자기동네에왔는데의상이너무아름다웠고좋았다고칭찬이대단했다.

내전화번호를알고싶어했는데귀찮아서대답을하지않았더니

다음모임에도올거냐고끈질기게묻는다.

사실프랑스인들은오만해서누구에게끈질기게하지않는데말이다.

그리고식탁에서서양여자에대한비평이신랄하게시작되었다.

그들은서양사람이면서이제서양문화에신물이나기시작했나보다.

누구나어느정도살고나면어쩌면삶을바꾸고싶은지도모른다.

나중에도착한콩고신부님이콩고에서태어나던시절부터자신의이야기를

길게늘어놓아서지루했다.그래도프랑스인들은그에게관심을갖고

즐겁게들어주고있었다.그들은어쩌면같은프랑스인들에게싫증나서

새로운문화의사람들에게끌리고있는지도모른다.

크리스마스 캐롤

어둠이깊게깃든빠리시청광장,스케이트를탄무리들이얼음위를달리고있다.

날씨가여느때보다따뜻해서얼음위로물이많이고여있다.

스케이트타는사람들을밀어내고여러명의젊은이들이커다란칼처럼생긴아니어쩌면길고넓적한

삽이라고할수있는도구를들고서얼음위의물들을밀어내는작업을하고있다.

노엘이다.노트르담앞광장에는무슨850년기념행사로거대한계단이설치되어있다.

pop에들렸다.오랫만이라고바탠더가묻는다.

오랫동안오지않았었구나.구렛나루를길게길러서누구인지잘알아볼수가없었다.

그는나를쉽게알아본것같다.

pop안쪽으로깊숙히짙은초록빛당구대옆에서사람들이당구를치고있다.

내년엔나도당구를좀배워야겠다.

하긴오래전롤스케이트를타겠다고벼르고별렀는데실행을못했다.

매주금요일밤이면롤스케이트를타고빠리시내를누비는무리에섞이고싶었는데

그건늘몸이약하다는강박관념때문인지도모르겠다.

그래도좋다!

내게주어진자유가좋고내게주어진이공간이좋다.

새해에는한사람을지극하게사랑하고싶다.그래지극하게…

그리고그지극함이인위적이아니고자연적이었으면좋겠다.

이것도 사랑일까?

까르띠에재단에서러시아천재수학가가’신비’에대한강의를한다고해서집을나섰다.
오후8시,강의가시작되는데빠리의한겨울밤은차고눅눅하다.빗발도간간이떨어지기도했지만
천재수학가에대한호기심은그모든것을넘어설만큼강했던것같다.

까르띠에재단에서는중국인화가의그림들이전시되고있었다.
그의그림에서자유가결핍된나라에사는화가의생각이여실하게느껴졌다.

150명정도의사람들이예약을했다고커다란강당에한쪽에는간이의자들이줄줄이놓여있었고
또다른쪽에는등받이가있는의자들이놓여있었다.
일찍도착한나는맨앞쪽간이의자에걸터앉았다.가방을바닥에내려놓고
필기도구를챙기고있는데누군가가내옆자리에활기차게와서앉는다.
밑으로숙였던얼굴을들어옆자리를보았다.환하고잘생긴얼굴이바로내앞에서환한미소를짓고있었다.
복숭아빛얼굴을한20살이됬을까말까한프랑스청년이다.
내게관심을가진것같은태도…황공하게도젊은남자의시선을끌다니…

조금있다그젊은이는무대의오른쪽등받이있는의자로옮겨앉았다.
그리고그옆엔같이온여자친구인지가아주얄상하고이쁜여자가앉아서서로애무를하는것이었다.

간이의자에앉아있는것이불편하다는느낌이들기시작했다.
나도등받이의자로옮겨야겠다는생각을하면서자리를살펴보니그젊은친구의옆자리에빈자리가하나있고
그옆에아주깡마른중년의금발프랑스남자가앉아있다.
그옆으로다가가서옆자리에누가있는가를물었다.그는원래누군가오기로되어있었지만
괜찮다고하면서나에게자리를내주었다.

여자친구와함께앉아있던그복숭아빛얼굴의젊은남자의태도가잠시질투하는것같은태도를보인다.
애,내가몇살인줄알아?이렇게한마디해주고싶은것을가만히억누른다.
그옆의여자친구도새침한눈으로나를바라본다.

내가그렇게젊어보이니?Thankyou!

크리스 마스 선물 팝니다.

유태인이많이살기로소문난마레지역의갤러리들을둘러보고있었어요.

어떤광고가눈에확들어오는거있죠.

"크리스마스선물팝니다."

호기심으로따라가보았습니다.

벽에붙어있는광고

입구입니다.3층이라고써있었어요.

빠리의3층은한국의4층에해당합니다.

계단이낮아서아주오르기가편리했어요.

4층에오르니문에도그광고가붙어있었어요.

벨을누르고문을열어주어서들어가니프랑스사람들만많이있었어요.

블로그에올릴거라고사진을찍어도되겠냐고양해를구했죠.

그런데제가살만한물건이없어서미안한마음에마음껏사진을찍지는못했습니다.

살림하는아파트안에임시로물건을나열해서판매를하는거였어요.

마르세이에서올라와서토요일오후와일요일오전만물건을판다고했습니다.

부엌이보이시죠.아파트내부가아주간결하고편리하게되어있습니다.

나무층계가있어서메짜닌으로되어있는데제가소심해서사진을마음대로

못찍게더군요.

바로앞은천으로만든가방들입니다.

실내에서신는덧버선들.엄지발가락을따로들어가게만든것도있었어요.

모양은엄청이쁘게만들었더라고요.

속치마들

이것은구두만신어서추울때발목외투라고할수있는거에요.

30유로(4만5천원)라고하더라고요.

마음에들긴하는데저것을구두위에덮어신으면

천이기때문에금방헤어질것같았어요.

차라리부츠를신고다니는것이낫죠.

구경만했습니다.

엄지발가락이들어가는덧버선

이쁘죠?

사진을세세하게찍고싶은충동을가만히억누르며

조심조심구경하는데어떤프랑스여자분이차한잔하겠냐고묻는거에요.

물건을사지도않는데부담스러워서사양했죠.

내일아침10시부터오후2시까지문을연다고하는데

거기까지또갈시간이없는것같았어요.

미안함마음으로인사를하고가만히나왔습니다.

아이들의 목소리

와우!와우!

아이들의천진난만한목소리가도서관전체를흔들고있다.

중요한자료를찾고있다가온시선이그들을향한다.

청량한외모를가진젊은도서관관장여자가한무리의유치원생을데리고

도선관내부를방문하고있는중이었다.

그녀가한마디할때마다아이들은’와우!”오오!’하며반응을한다.

삶의모든것이새롭고신비할나이이다.

동그란안경속으로맑은눈동자를굴리며호기심을나타내는눈동자들..

하던일을멈추고그들에게서시선이떼어지지않는다.

아름다움이다!

그녀는웬코끼리이야기를아이들에게해주고있다.

코끼리가나오고원숭이가나오고뱀이나오는우화를이야기하고있다.

아름다운광경이다.

삶이모두경이로보일나이의아이들이바라보는세상은희망그자체이다.

아침이면학교에가느라고시끄러운옆집젊은부부의아이들목소리도

아침의고요를깨뜨리는희망의외침이다.

등교길에늘아빠에게’왜’를물으며나의고요한아침을깨는

아이의목소리를나는좋아한다.

횡재처럼마주친보석같은아이들…

여관장의이야기는계속되고

여기저기서불쑥불쑥질문들이터져나온다.

‘쉬잇,쉬잇’조용히…

사랑해!애들아,사랑해!애들아…

파란눈,노란머리,안경쓴눈…..

그들의입에서쏟아져나오는소리들,그것은무공해다.

유쾌한오후이다.

신델렐라의 신발(무용)

조그만시골동네의초등학교에서무용발표회를한다고초대를받아서갔습니다.

여름방학동안쉬지않고연습을했다고했습니다.

주제는밤12시에신발한짝을잃어버린신데렐라에게신발짝을주은왕자님을찾아주기위해

어른들이동원된이야기입니다.동화속신데렐라와는달리까다롭기그지없는신데렐라는

이사람도아니다저사람도아니다하면서그녀를돕기위해나선선량한어른들의애를먹입니다.

그런데프랭크시나트라의노래’NewyorkNewyork’이주제음악으로나오더라고요.

기발한발상이라는생각을해보았습니다.무용수들도아마추어들인데안무도세련되고

꽤괜찮은공연이었습니다.단지신데렐라역의초등여학생이울어야하는곳에서자꾸

웃음이쿡쿡쏟아져나와서애를먹는모습이있었는데그것도그런대로신선하더군요.

신데렐라

엄마신발을빌려신은듯유난히커보이는검은구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