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do_still_07

[제네시스: 세상의 소금] 인류가 처한 참혹함, 그럼에도 꺾이지 않는 희망에 바치는 송가


“카메라가 발명된 1839년 이래로 사진은 죽음을 길동무로 삼아 왔다”고 수잔 손택은 그의 책 ‘타인의 고통’에서 말했다. 손택의 말대로 “사진을 통해 사람은 영원히 죽음을 응시하고, 영원히 학대받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만약 남들처럼 그 학대와 죽음의 지점에 멈췄다면 브라질 출신의 사진작가 세바스치앙 살가두(71) 역시 인간의 악마적 본성을 담아낸 여러 사진가 중 한 명으로 머물렀을 것이다. 이 110분짜리 다큐멘터리 영화 ‘제네시스: 세상의 소금’(12세 관람가)은 살가두의 경이로운 사진과 일생에 관한 빔 벤더스 감독의 기록이다. 인류가 지닌 참혹한 조건, 그럼에도 꺾이지 않는 불굴의 희망에 관한 송가라 할 만하다.

still_04

still_03
살가두는 ‘다른 아메리카’ ‘길의 끝 사헬’ 등 전쟁과 기아, 이민과 불평등의 현장을 찍은 보도사진으로 명성을 쌓았다. 브라질 금광에선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으로 자신을 속박한 인간 군상의 스펙터클을 담았다. 에티오피아에선 반군 헬기의 기관총질에 수단으로 쫓겨가는 난민들과 함께 뛰었다. 말리에선 말라붙은 엄마의 젖무덤과 굶주려 죽어간 아이의 벗은 몸을 찍었다. 200만명이 모인 한 난민촌에선 콜레라가 번져 하루 1만2000여명이 죽어나갔다. 그의 사진 덕에 서구사회는 아프리카 내전과 기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치를 떨며 돌아섰다. “인간은 정말 흉악하고 끔찍한 짐승이다. 참혹했던 르완다를 마지막으로 나는 여행을 끝냈다. 인간이란 종족에겐 어떤 구원도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still_05
하지만 주저앉지 않았다. 새로운 희망을 향해 카메라를 돌렸다. 갈라파고스의 이구아나, 콩고의 고릴라들에게서 겸손을 배웠다. 극지부터 열대우림 속 원시부족까지 여전히 아름다운 어머니 자연을 담은 ‘제네시스’ 시리즈를 찍었다. 절망과 파괴로부터 건져올린 긍정과 자연의 힘, “지구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다.

bodo_still_07

남벌(濫伐)로 황무지가 된 고향 브라질 고향 땅에 가족과 함께 250만 그루 나무를 심어 일군 기적은 ‘인스티투토 테라’ 시리즈에 고스란히 담았다. 감독은 “인류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 것이야말로 살가두가 진정으로 지구를 지키는 방식”이라고 했다.

bodo_still_08

 

이 영화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쿠바 음악, ‘피나 3D’의 현대무용에 이어지는 빔 벤더스 감독의 아티스트 3부작의 마지막 편이다. 
마침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28일까지 살가두 사진전 ‘제네시스’도 열리고 있다. 영화를 보기 전 직접 살가두의 압도적 사진을 만날 기회다.

이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