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19년 12월월

마가

마가

마가 스토리콜렉터 79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9년 12월

 

 

 

 

‘집’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의 신작이다.

 

화가, 흉가에 이은 마가는 원래 삼부작의 마지막이 아니지만 집 시리즈로써 함께 읽어도 전혀 어색함이 없는  느낌을 준다.

 

전 작품과 마찬가지로 어린아이들이 등장하는 이 작품은 기존의 스릴이 주는 느낌을 더해 한층 더 오싹한 뭔가를 선사한다.

 

10 살의 유마는 순수문학을 썼던 아버지의 죽음, 연이어 엄마의 재혼으로 새아버지와 함께 기존의 집을 떠나 새로운 집에 들어가게 된다.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한 가운데 유일하게 친근감을 느끼는 사람은 새아버지의 배다른 동생 삼촌이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의 임신과 함께 새아버지의 근무지가 해외로 발령이 나면서 유마는 잠시 삼촌의 손에 맡겨지게 되는데 삼촌과 살게 된 곳은 고무로 저택으로 불리는 별장이다.

 

 

집과는 다른 분위기의 별장, 마침 삼촌의 일 때문에 삼촌의 여자 친구와 같이 지내게 된 유마, 그런데 왠지 별장에서의 으스스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던 차에 별장 관리인에게 저택 뒤에 있는 사사 숲에 얽힌 이야기를 듣게 된다.

 

어린아이가 실종되어 돌아오지 않거나 돌아왔어도 예전의 아이가 아니란 사실, 더군다나 이곳을 떠나란 경고의 말은 들은 유마는 별장에 숨어 있던 또 다른 아이와 함께 숲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저자의 특징인 묘한 분위기 설정과 그 안에서 정체모를 무언가를 상대하는 주인공의 동선을 함께 느끼며 읽게 되는 책이다.

 

소재의 특성상 어떤 결정적인 순간의 반전의 맛도 좋지만 과정의 뭔지 모를 꺼림칙한 의성어의 표현들 때문에 더욱 으스스한 느낌을 갖지 않을 수가 없게 한다.

 

토속적인 신앙과 호러물의 결합, 그 안에서 어른이 아닌 어린아이의 모험이자 그 모험을 통해 결말부로 향하는 과정은 믿을 사람 없다는 허탈감, 그리고 진실의 문에 다가서기까지 어린 유마가 겪는 경험과 모험은 기존의 다른 어린 주인공 모습과는 비교가 되기도 한다.

 

집이란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느낌들의 설정들은 작가만이 그릴 수 있는 호러의 특징이자 재미를 주기에 작가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즐기며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한자와나오키 3

한자와나오티한자와 나오키 3 – 잃어버린 세대의 역습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11월

전작 1.2를 읽은 독자라면 이번에도 통쾌함을 또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전작에서의 내용이 은행이라면 이번엔 증권사를 배경으로 한다.

 

모든 일에 정도를 걷은 한자와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들은 결국 치열한 은행 내의 세력 다툼으로 좌천이란 결과물을 받게 되면서 옮긴 직장이 도쿄 센트럴 증권이다.

 

은행 자회사로 은행에서 일했던 전력은 대형 M&A 계약을 따내게 되고 이과정에서   인수합병에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 있었던 한자와에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일이 된다.

 

하지만 엄청난 자문료에 대한 유혹을 뿌리칠 수없었던 중권사의 입장에서는 이를 사장의 권한으로 밀고 나가게 된다.

 

여기에 뜻하지 않게 복병이 숨어 있었으니 바로 모기업인 도쿄 중앙은행에게 계약을 빼앗겨 버린 것,-

이것도 모자라 은행에서 주도한 장외 외 매수를 통한 작전의 결과는 성공까지 거두게 된다.

 

그러나 주저 않을 수만은 없는 한자와는 여기서 물러서지 않고 원칙의 법대로 이들을 저지하게 되는데…

 

 

어쩌면 현실 속에서는 이루어지기 힘든 일이지만 한자와이기 때문에 이런 일들을 벌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책이다.

잃어버린 세대의 역습이란 제목처럼 한자와 외에 다른 인물을 등장시켜 둘의 조합으로 아닌 것은 아닌 것으로, 원칙은 원칙대 로란 이름 아래 모회사가 행한 일련의 일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활약이 카타르시스마저 느끼게 해 준다.

 

저자 자신이 은행원 출신이라 전 작품도 그렇지만 이런 분야에 익숙지 않은 독자들에게 그들만의 리그를 생생하게 보인 흐름들이 재미와 함께 어느 곳에서나 있는 줄 서기의 출세, 경쟁의 구도 속에 피 말리는 그들의 쟁쟁한 힘겨루기가 실제처럼 보인다.

 

 

 

***** “옳은 건 옳다고 말하는 것, 세상의 상식과 조직의 상식을 일치시키는 것. 그것뿐이야. 한눈팔지 않고 자기 분야에서 성실하게 일한 사람만이 제대로 평가받는 것.”- P 450

 

꿋꿋이 자신의 신념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원칙에 대한 소신을 굽히지 않는 한자와나오키, 현실에서는 힘든 일들의  대리만족을 해주는 해결사이기에 더욱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인물, 책을 통해서나 시원한 갈증이 해소됨을 느끼게 해 준 작품이다.

 

서브머린

서브마린

서브머린
이사카 고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1월

이사카 고타로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칠드런’이후를 그린 이 작품에 대한 기대가 클 것 같다.

 

원래 후속 작품을 쓸 생각은 없었다고 한 작가는 현재 청소년들의 범죄에 대한 생각을 하다 전 작품 칠드런의 주인공 진나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란 생각에 바로 후속 작품을 쓰게 됐다고 한다.

 

한층 성숙하고 업그레이드된 이 작품은 진나이와 그의 후배인 무토를 중심으로 보다 진중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죄를 지은 청소년들 중 감호 조치가 필요한 이들을 대상으로 보호 감찰하는 감찰관 역할을 맡고 있는 두 사람은 다나오카 유마라는 청소년의 무면허 운전 사건을 맡으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 소년과는 10년 전 교통사고와 관련이 되어 있고 이후 이와 연관된 사람들과의 연결고리, 이 사건 외에도 다른 소년들의  각기 다른 죄의 형태를 드러내면서 전작에 대한 흐름이 어색하지 않게 그려낸다.

 

흔히들 소년소녀 범죄는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 사회인으로서의 보다 원활한 기대치와 기회를 준다는 의미로 처벌의 수위가 낮다.

 

하지만 이 책에서 보인 범죄의 다양한 형태는 어른들의 세계와 별반 다를 것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슷하며 이는 곧 어리다는 이유로 꼭 처벌의 강화에 있어서 수위가 낮아야만 하는가? 에 대한 의문을 던지게 된다.

 

물론 뜻하지 않게 사고를 저지른 경우엔 그 사연의 강도에 따라 처벌이 정해지지만 일률적으로 청소년이란 이유만으로 무조건 형량이 가볍게 내려야 한다는 것에는 일말의 재고의 여지가 필요함을 느끼게 해 준 작품이다.

 

일본의 사회파 추리 소설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사회 전반적인 문제점들을 표면에 드러냄으로써 보다 많은 생각을 던져준다는 점에서 이 작품 또한 이런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주인공 진나이의 주인공 같으면서도 주인공 같지 않은 가벼움과 속 깊은 캐릭터의 탄생은 무토란 인물과 함께 잘 맞는 조합이란 생각이 든다.

 

 

촉법소년, 누군가는 평생 자신에게 닥친 불운에 대한 두려움에 떨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또 누군가는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한 반성과 보다 나은 참회의 길을 걷는 사람들도 있다.

 

무겁지 않게 그리되 보다 많은 생각을 던져준 작가의 후속 작품, 전작인 칠드런과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을 듯싶다.

끝없는 살인

끝없는살인끝없는 살인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9년 10월

제목에서 주는 섬뜩함이 제대로 각인이 된 작품이다.

 

평범한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일어난 사건의 실체를 알기 위해 저마다 추리를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제목이 왜 이렇게 지어졌는지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한다.

 

 

회사원인 고즈에는 퇴근길에 자신의 집을 열다 괴한으로부터 습격을 받고 간신히 그와 사투를 벌인 끝에 목숨을 부지하게 된다.

이 와중에 괴한의 소지품이었던 수첩이 결정적인 힌트가 되었고 범인이 누구인지는 밝혀졌으나 범인의 행방은 오리무중인 상태로 사건은 종지부를 찍는다.

 

하지만 4년이 흐른 그 이후 범인이 했던 행동들이 자신만이 아닌 의사, 초등학생, 노인, 회사원 등을 대상으로 무차별 연쇄 살인이었다는 점, 자신만 간신히 살아남았다는 것과 범인이 죽었는지 살았는지에 대한 두려움과 대상이 왜 자신인지, 어떤 이유로 자신에게 이런 사고가 생겼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밝혀내기 위해 연미회에게 이 사건을 의뢰한다.

 

연미회란 미스터리 작가, 전직 형사, 범죄심리학자, 본격 미스터리 전문작가로 구성된 곳으로 이들은 고즈에가 당했던 사건을 두고 서로 설전을 벌인다.

 

추리의 특성상 어떤 사건에 연루된 주인공을 중심으로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독특하게 그려진 점이 눈에 띈다.

 

한 사람이 사건의 실체에 다가서는 의견을 제시하면 다른 사람이 이에 대한 반론과 자신의 의견을 들려주고 이에 대한 또 다른 사람의 이견이 다시 대두되는, 릴레이식의 토론이자 그럴듯한 의견 앞에 독자들은 저마다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라는 작품과 비숫한 양상을 띠고도 있는 이 작품은 서로의 설전을 읽는 재미를 느낄 수가 있으며 시이코 패스에 대한 생각과  마지막 복선에 깔린 의미와 예상치 못한 반전의 맛을 느낄 수가 있는 책이다.

 

추리를 하는 과정에서 밝혀지는 진실, 왜 제목이 끝없는 살인인지를 깨닫게 되는 내용은 추리소설이 가지는 매력을 충분히 살린 작품이라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사형에 이르는 병

사형에이르는병사형에 이르는 병
구시키 리우 지음, 현정수 옮김 / 에이치 / 2019년 11월

제목 자체가 사형이라~~ 우리나라에서는 사형이 금지되어 있는 이 제도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총 24건의 살인 용의자로 현재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하이무라 야마토- 하지만 그에 대한 죄목은 총 9건뿐이다. 피해자의 대부분이 소년 소녀였던 만큼 그에 대한 형벌은 당연히 중범죄일 수밖에 없다.

 

그런 어느 날 삼류 지방대생 마샤야에게 한 통의 편지가 배달이 되는데 알고 보니 하이무라 야마토에게 온 것이다.

편지의 내용인즉, 총 9건의 살인 중 나머지 한건의 살인만은 자신이 한 짓이 아니란 점, 이것을 밝혀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어린 시절 유난히 자신에게 친절했던 빵집 아저씨로 기억되는 하이무라에 대한 편지 내용은 이후 긴 고민 끝에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수락을 하게 되고 이후 하이무라에 대한 주변 인물들과의 만남을 이어간다.

 

주변에 나가 알고 있는 인물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일치하는 것일까? 아니면 나가 모르는 또 다른 면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는 어떻게 받아들여져야 할까?

 

마샤야가 하이무라에 대한 조사를 하면 할수록 그에 대한 평판을 극과 극으로 나뉜다.

당연히 그런 짓을 할 줄 알았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혀 반대의 인상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다. 마사야 자신에게 보인 행동들과 말들을 생각하면 혼동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 사건의 진실은 한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범죄의 근간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한다.

 

어린 시절 불우하게 자랐던 하이무라에 대한 성장과정은 책임감과 능력이 결여된 엄마,  주위의 멸시와 괴롭힘 당함, 양아버지의 학대를 당했던 시절들은 이런 것들이 원인이 되어 범행을 저지르게 되는 길로 이르게 되었는지, 아니면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난 어떤 미지의 악함이 내재되어있다 드러난 행동인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연쇄살인범의 특성, 특히 이런 사이코 미스터리를 다룬 책들은 인간의 본성에 대해 다룬 부분들이 많아 심리학적인 면이나 사회적으로도 관심을 좀 두고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점차 오묘하게 하이무라의 내면 속으로 빠져드는 마사야, 그런 그도 점차 이런 범죄에 빠져들어가려는 모습이 살인도 전염이 될 수 있나 하는 끔찍한 생각을 해보게 되는 책, 끝마무리 속에서도 왠지 계속 이어질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인생소설

베르인생베르나르 베르베르 인생소설 – 나는 왜 작가가 되었나
다니엘 이치비아 지음, 이주영 옮김 / 예미 / 2019년 11월

작가의 인지도만으로도 선뜻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인 베르나르베르베르-

그의 작품세계를 다룬 책이 아닌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다룬 책을 만났다.

 

저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책을 펴낸 책인 만큼 개인적인 저자의 삶을 들여다보는 책이라 그가 작가로서 이어나가는 과정과 관심사들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다.

 

처음 그의 작품을 접했던 작품이 ‘개미’였다.

단순하게만 보였던 개미란 존재에 대해 이렇게도 집요하고 주의 깊은 관심을 드러낸 작품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 이후 그의 작품의 세계는 서양인이 가진 생각보다는 동양적인 생각에 더 가깝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서 더욱 느끼게 됐다.

 

그의 어릴 적 성장과정 중에 이미 개미에 대한 관심사가 높았던 만큼 작품으로써도 성공할 수밖에 없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 호기심이 많았던 어릴 적 모습을 귀찮아하지 않고 격려해 준 선생님이 계셨기에 오늘날의 작가로 거듭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점도 그렇다.

 

법 전공이 자신과 맞지 않아 작가의 길로 들어선 이후 다음 작품을 기대하는 독자들의 부응과 이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해온 과정의 압박감들이 기타 연예인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도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어떤 작품이나 가사들, 영화를 보게 되면 우연찮게 마주친 사실의 타이밍이 연결되면서 히트를 치는 경우가 있다.

 

개미도 그렇고 그 이후의 작품도 그렇고 작가 자신이 2009년도에 건강 이상 문제로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나온 작품이 ‘제3인류’였다고 한다.

 

최 초소형 인간의 탄생이란 소재가 무척 획기적이고 인상적이었던 작품이라 읽었던 당시에도 어쩌면 이런 발상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저자의 상상력에 대해 무척 부러움을 느꼈던 적이 있었는데 이런 사연이 담긴 책이란 사실이 재밌기도 하고 삶의 진중한 부분을 생각해 보게도 한다.

 

작품 안에 녹아드는 저자의 생각들이 철학적인 사고와 유머, 인류의 미래에 대한 발전을 생각하며 쓴다는 작품의 세계는 이번 기회에 더욱 잘 알게 된 경우가 됐다.

 

차후에도 여전히 풍부한 지식과 사고력을 바탕으로 어떤 작품이 나올지, ‘고양이’란 작품에 이어 곧 새로운 작품으로 나온다고 한 만큼 기다림이 짧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진애의 도시 이야기

도시표지 김진애의 도시 이야기 – 12가지 ‘도시적’ 콘셉트 김진애의 도시 3부작 1
김진애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11월

지금이야 직업의 구분이 남. 녀 간의 뚜렷한 구분이 없는 시대가 되긴 했지만 예전만 해도 어떤 직업은 남자들이 갖는 직업, 여자들이 갖는 직업… 이런 식의 생각이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가운데 저자를 처음 본 방송에서 건축가란 직업을 가진 여성이란 소개를 보고 호감과 궁금증이 일었던 기억과 함께 저자가 다룬 책을 읽으면서 잠시 건축의 세계로 빠져본다.

 

저자의 3부작 중에 하나인 도시 이야기는 흔히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란 곳에 대한 다양한 시각의 관점과 볼거리 생각할 거리를 들려준다.

 

책 구성은 총 12가지  ‘도시적 콘셉트’를 독자에게 제시한다.

 

익명성, 권력과 권위, 기억, 예찬, 대비, 스토리텔링, 디코딩, 욕망, 부패에의 유혹, 현상과 구조, 돈과 표, 돌연변이와 진화라는 여러 주제를 담고 있는데 인간과 건축, 도시의 연관성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게 한다.

 

흔히 지나칠 수 있는 도시개발계획에 담긴 의미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들, 도시 안에 공간의 구조와 삶에 대한 역동성을 함께 느껴볼 수가 있다.

 

 

방송에서 언뜻 본 기억이 나는데 일제 치하 시절 일제가 우리나라의 역사적 연결고리와 맥을 끊기 위해 행했던 건축의 해체나 이전들이 떠올랐다.

한 나라의 숨통이자 맥인 도시라는 공간은 그 안에 녹아들어 있는 사람들의 맥과도 같고 도시와 건축이 차지하는 의미들을 읽다 보면 그냥 보고 지나치는 것에 지나지 않는 의미를 생각해보게 한 책이다.

 

지금도 광화문 거리를 교통과 사람들과의 연계를 생각해 어떻게 하면 보다 효율적이고 원활한 건축물과 사람들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도시 안에 스며든 사람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건축이 갖는 의미를 되새겨보는 기회가 된 책이다.

 

도시1

 

특히 12가지 콘셉트 하나하나에 담겨있는 이야기를 통해  건축과 도시의 조화에 대해, 더 나아가 환경과 역사, 인간의 이야기까지 고루고루 들어있는 이야기라 건축에 문외한인 사람들도 쉽게 접근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외에도 도시는 여행, 인생은 여행 이란 초판 한정 부록 책과 곁들여져 있는 만큼 저자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가 들어있어 함께 읽어 보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대사와 함께 떠나는 소아시아 역사문화산책

소아시아여행 대사와 함께 떠나는 소아시아 역사문화산책 – 터키에서 본 문명, 전쟁 그리고 역사 이야기

 

 

 

 

인류문명을 생각할 때 여전히 교과서에 등장하는 4대 문명 외에 터키란 나라가 지닌 역사적 가치는 인류의 역사의 다른 면모를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한나라가 차지하는 역사적인 가치, 그 안에 녹아든 인류의 문명 발전은 이젠 한 나라에만 속한다는 개념이 아닌 전인류의 공동운명처럼 받아들이는 부분들이 있다고 볼 때 과거 찬란한 역사를 지녔던 터키란 나라의 역사는 이 책을 통해서 또 한 번 그 의미를 되새겨봄직 하다.

 

저자는  전직 외교관 출신으로 터키에 대사로 몸담고 있었던 시절과 경험을 토대로 소아시아라 불렸던 터키의 역사문화를 통해 좀 더 친근하고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책을 출간했다.

 

한나라의 태동으로 거슬로 올라가 보자면 무수히 많은 부족 국가나 국가가 형성되고 물러남을 반복하는 가운데 터키가 가진 장점은 관광객들은 물론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지나칠 수 없는 매력적인 나라란 생각이 든다.

 

보스포러스해협을 사이에 두고 서양과 동양이란 중간지대에 속한 터키의 지정학적 위치는 그래서 더욱 동서양 간의 유물의 혼합된 형태의 역사를 자랑한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유적지, 문명을 담고 있는 28군데를 방문하고 쓴 이 책은 개인적인 생각과 함께 독자들을 고고학의 현장에 있다는 생각이 들만큼 생생한 유적 발굴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이미 익숙한 지명의 유적이나 유물들을 통해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 시대에 견주어 비교해 볼 수 있는 당시 우리나라의 시대를 함께 그리면서 문화유산을 함께 들여보는 구성은 인상적이다.

 

 

소아시아합체

 

발굴 초기인 괴베클리 테페의 거석, 히타이트 문명, 너무도 유명한 미다스 왕과 알렉산더 대왕의 흔적들, 각 지역에 퍼져있는 고대 문명의 발자취는 역사적인 사실과 신화가 결합되고 이어지면서 어느새 터키로  달려가 보고 싶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10년 전의 터키 방문을 떠올리게 했다.

 

일정상 가보지 못하고 아쉬움의 발길을 돌렸던 장소를 이 책을 통해 잠깐이나마 갈증해소를 했음은 물론 미처 가보지 못한 지역에 대한 호기심과 언젠가는 꼭 다시 한번 제대로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거대 제국 오스만 튀르크 제국이란 이름 아래 동서양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나라인 만큼 지적 호기심은 물론 관광의 기분으로 읽어봐도 좋을 책이다.

 

 

 

명화로 보는 아이네이스

아이네이스표지  명화로 보는 아이네이스 – 로마 건국의 신화
베르길리우스 지음, 강경수 엮음 / 미래타임즈 / 2019년 11월

때론 글을 통해 재밌게 읽을 수도 있지만 여기에 덧붙여 그림까지, 그것도 명화를 통해 이야기의 흐름을 같이 본다면 재미 그 이상의 무언가를 느끼는 경우가 있다.

 

바로 이 책이 그런 경우인데, 사실 신화적인 이야기를 토대로 워낙 알려진 유명한 이야기란 점을 염두에 두고 다시 읽어도 좋지만 그림까지 곁들인  이 책을 통해 미술관을 다녀온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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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네이스는 알다시피 고대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가 지은 서사시다.

농경 시를 완성한 후, 자신을 후원해하며 만족하는  귀족 마이케나스와 아우구스투스로부터의 격려를 받고  이 서사시를 썼다고 알려진 만큼 그리스 로마 신화와도 많은 연관이 있을 수밖에 없다.

 

흔히 일리아드 오디세이아에 이은 이 아이네이스의 이야기는 로마의 시조로 추앙받는 인물의 일대기를 그린다는 것 자체가 서사리란 형식에 만들어졌다는 점,  저자의 필생의 노고가 있었음을 알게 하는데 안타깝게도 미완성으로 남게 되었다는 점이 아쉬움을 준다.

 

신화에 걸맞게 사실과 신화적인 이야기의 혼합, 특히 트로이 함락을 묘사해 흥미를 높이는데 일조를 하고 있으며 그리스 로마 신화 속에 담긴 황금사과 이야기는 트로이 전쟁의 시발점이란 점에서 시작과 끝을 알린다는 점에서 더욱 재미를 느끼게 한다.

 

아이네이아스의 라비니움 건설부터 시작해 그의 아들 아스카니우스의 알바 롱가 건설, 이후 300년간의 통치,  마지막 왕 누미토르의 딸 레아 실비아가 로물루스와 레무스를 낳는 것으로 구성한 스케일이 장대하다.

 

 

달콤한 성공은 얻기 어렵다는 공식을 증명하듯 여러 고난 속에 라비니움을 세우기까지의 과정도 그렇고 사후 로마란 제국의 탄생을 보는 과정도 여전히 흥미진진하다.

 

여기에 덧붙여 카르타고의 여왕 디도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이야기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인 스토리로 남아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린다는 점에서 인상 깊게 다가온다.

 

장장 11년간이나 아이네이스에 몰두해 온 저자의 일대기와도 같이 연상되는 이 서사시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알려지지 않는 재미난 이야기를 다시 읽어보는 듯한 재미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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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드 오디세이아 함께 연이어 읽으면 더 좋을 책, 모처럼 명화 감상과 더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긴 책이다.

 

캐피탈

캐피칼

캐피탈
존 란체스터 지음, 이순미 옮김 / 서울문화사 / 2019년 11월

그들에게 닥친 한 통의 편지는 어떤 변화를 일으켰을까?

 

평화롭던 런던의 부자 동네 사람들을 동요시킨 한 통의 편지를 토대로 일상의 변화를 그린 작품을 접했다.

 

2019년도 부커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던 저자의 작품은(이 작품은 아니다.) 비단 영국을 배경으로 한 것만으로는 생각되지 않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심경들을 잘 드러내고 있다.

 

영국 런던 피프스 로드는 중산층이 몰려들면서 부유촌으로 인식이 되어 온 동네다.

특정 지을 수 있는 집의 형태는 바로 이곳의 사는 레벨을 특정 짓듯 드러나는데, 이곳에는 각기 다른 사람들의 모습들이 있다.

 

그곳에 살고 있다는 것 자체로 가진 자란 인식으로 바뀌게 되어버린 그곳에는 82세의 토박이 피튜니아, 핑거 로이드 은행에서 일하는 로저와 아내, 세네갈 출신의 축구 영재인 17 살의 프레디 카모와 그의 아버지, 파키스탄 출신의 상점 주인 아메드 가족이 대표적인 모습으로 살아가는 모습으로 비친다.

 

어느 날 그들에게 한통의 엽서가 배달이 되는데, “우리는 당신이 가진 것을 원한다”란 문구와 함께 그들이 살고 있는 집의 모습이 찍힌 사진을 받게 된다.

 

별생각 없이 받아들인 엽서는 그 이후 그들에게 서서히 불안과 공포를 떨게 하는데 그런 가운데 집주인들은 집값에 연연하며 필사적으로 경쟁하듯 집수리, 재건축을 통해 부동산 가격에 신경을 쓰게 된다.

 

 

책은 어떤 큰 흐름보다는 주위 사람들의 모습 하나하나를 통해 그에 적응해가는 모습들을 그리고 있는데, 2008년 금융 사태 이후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던 그 당시의 모습들을 재조명해 보게 한다.

 

무리한 대출을 통해 집을 사고 그 집을 팔게 되어 남는 이윤을 생각하며 무리하게 대출과 대출을 해준 은행들의 정책들이 어떻게 몰락의 길을 걸어가게 됐는지를 생각해  볼 때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어떤 상황을 입게 되는지를 잘 그려내 보여주고 있다.

 

추락과 비관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는 상황을 통해 경제의 위기가 어떻게 한 개인의 삶을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주는 흐름이 유머스러운 문장을 통해 인상 깊게 다가온다.

 

누구나 더 잘살고 싶고 그러기 위해선 타인들의 삶에 미친 경제적인 여유에 관심을 보이는 정도 또한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마음이기에 이 책에서 보인 등장인물들의 삶을 통해 독자들 또한 소설 속의 일이 아닌 현실 속의 우리들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 책이다.

 

돈이란 것 자체가 삶에 있어 필요충분조건인 만큼  돈이란 자본이 어떻게 인간들이 삶과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드러내 보여준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