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이야기>
영복이네집은일제시대에일본사람들에의해서지어진
판자집입니다.마루와천장에총구멍이숭숭나있는것을보면꽤나
치열한전투도있었나봅니다.
수세식변소란소리를서울로이사와서야알게됐지만
영복이네는그것이수세식변소라는것조차알지못한때에있었으니
문화혜택이일찍주어진셈이지요.
암튼그집은동네초가나기와집과는다른
현대식집이었습니다.
영복이네앞마당에는큰감나무두그루가우뚝서있었습니다.
한그루는단감이고
또하나는꾸리감(끝이뾰족한큰감)나무입니다.
두그루의감나무는해마다한나무씩해걸이를해서한나무에만
감이열리곤했습니다.
감꽃이하얗게피어하나,둘,질무렵이되면
동네아이들이감나무아래로모여듭니다.
아침일찍영복이아버지께서말끔하게빗질을
해놓으신감나무아래에감꽃이똑똑떨어집니다.
아이들은일제히약속이나한듯이감꽃줍기에바쁩니다.
발자욱소리도나지않게조심해야합니다.
영복이네개한테들키면혼비백산해야하니까요.
마당을깨끗이빗질한후
금방떨어진감꽃은우유빛이감돌며곱고먹음직스러워
주워서바로먹으면달작지근한게맛이있습니다.
용복이아버지는술을좋아하십니다.
어쩌다술을너무많이드시고
오신다음날은마당을쓸어놓지않습니다.
그런날이면감꽃줍기가시간이걸립니다.
전날떨어진감꽃과겹치게되어골라가며
주워야하니까요.
여자얘들은치마폭에가득담고
남자얘들은주머니에가득주워
아카시아가그늘을드리운미란이네담장밑평상으로가져옵니다.
주운감꽃을쏟아놓고무명실에꿰여
목걸이,반지도만들어서로에게걸어주며맛있게먹기도합니다.
감꽃이질만큼지고나면
조그맣고예쁜감이열립니다.
여름장마무렵,비가오고난후에는감이떨어집니다.
조그만감을주워다장독뚜껑을열고
된장에쿡찍어먹습니다.그떨떠름한맛이란.
가을이되어감이익어갈무렵까지영복이네감나무아래는
아이들의꿈이뭉게구름처럼피어오릅니다.
오늘은왠지그감나무아래가몹시
그립습니다.
감꽃이먹고싶습니다.
찬서리내리도록서너개
까치밥으로남아달랑이는고운빛깔의감이
다시금보고파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