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비꽃 필 무렵

<삐비꽃필무렵>

초봄에허옇게빛바랜논밭둑태우기가시작됩니다.
농작물을해치는병충이풀속에숨어있지않을까걱정이되어

불을놓습니다.

여기저기불꽃이타오르며나는연기가온동네를감싸면
아이들은괜시리신이나서연기를헤치며

동네를몇바퀴씩돌곤합니다.

봄은무르익어까맣게변해버린논밭둑에도

파릇파릇새싹들이서
로키재기를하며하루가다르게자라납니다.

아이들은길기만한
봄의한낮이지루하기만합니다.

구슬치기도하고딱지도따먹어보지만

어딘지모르게허전하기만합니다.

그때한아이가"야~우리삐비뽑으러가자!"하고

소리치면금방눈이둥그레지며놀이
대장격인행준이의주위를빙둘러섭니다.

"출발~!!"하고손을올렸다내린시늉을하자

일제이줄달음으로신나게달려갑니다.

오늘은강둑에서삐비를뽑기로했습니다.
누가더많이뽑을새라옆도쳐다보지않고열심히뽑습니다.

코훌쩍이는소리와발자국소리만간간이들려올뿐조용합니다.

곁의연희의주머니를살짝훔쳐보니

볼록튀어나와있습니다.

다른아이들도지금쯤이면주머니가많이차올랐을것입니다.

나도벌써주머니하나를다채우고

반대주머니에두어번손이들락거렸으니까요.

허리를펴고하늘을올려다보니

제트비행기가하얗게줄을그리며서쪽으로날아가고있습니다.

삐비하나를까서입에넣었습니다.
달작지근하고부드러운게입에착달라붙습니다.

한줌을까먹었더니시장끼를느끼던뱃속이차오는것같습니다.

까치고무신도앞레이스에감물이든살색원피스에도

까만재가묻어새까맣습니다.

삐비꽃을먹던입술언저리도까맣습니다.

서로쳐다보며
한참을깔깔웃습니다.자기얼굴이그런줄은모르고앞에있는
친구얼굴만쳐다보며웃는것입니다.

아이들은발맞추어노래를부르며동네를향해줄서기를합니다.

따따따따따따주먹손으로따따따따따따나팔붑니다
우리들은어린음악대동네안에제일가지요

에 게시됨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