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가장자리벼부터낱알이황금색으로
투명하게익어갈때면아침저녁으로쌀쌀한
바람이분다.아침일찍아랫배미논에가시는
아부지뒤를따라가노라면풀섶에이슬방울이
발꿈치를스칠때마다찬기운에몸이
움찔거려진다.
아부지의반쯤걷어올린바지아래맨살이
새파랗다.삽으로물고를손질하시고논고랑
맑은물에검정고무신을서너번헹궈신으면
나도까치고무신을아부지만큼헹구어신는다.
읍네오일장에서사다주신까치고무신은
아껴신어야한다고말씀하셨다.
논가운데길을아부지의빠른걸음을따라가려
반쯤은뛰어간다.“찌걱찌걱”아부지의신발에서
재미있는소리가나면나도발을이리저리
움직여보며찌걱소리를흉내내며따라간다.
쑥부쟁이꽃꺾어귀에꽂고메뚜기,방아깨비도
잡아강아지풀에꿰며콧노래부르며아부지뒤를
따라간다.
추석을며칠앞두고논한쪽귀퉁이의벼를벤다.
그즈음이되면논마다아이들머리에이발기계가
한번지난자국처럼듬성듬성비어버린모습이
참재미있다.베어낸벼를마당으로가져와
쇠가락이하늘을향해뽀쪽뾰쪽한수동탈곡기에
한줌씩끼워낱알을털어낸다
털어낸낱알은검은무쇠솥에김이한번
오를때까지불을땐다.비땅(부지깽이의고향
사투리)으로재를이리저리뒤적이며아침에
잡아강아지풀에꿰여온방아깨비를아궁이에
살짝던져넣으면방아깨비는금방날개를쫘악
펴면서빨갛게익어간다.알을품은채잘익은
방아깨비는맛도색다르다.
벼가다쪄지면마당에멍석을깔고말린다.
솥에서막퍼낸벼에서는구수한냄새가나며
김이모락모락오른다.삼사일말린후에
절구통에찧게되는데쪄서말린벼는껍질이
잘벗겨지지않는다.껍질을벗은쌀이름을
올베쌀이라부른다.
처음익은벼란뜻이다.그쌀로한가위날
밥을지어놋주발에가득담아차례를지낸다.
군것질이흔치않았던그때의우리들은
간식거리로종그래미나주머니에담아가지고
다니며먹는데쫀득하고고소해한번먹게되면
좀체로그만두기가어려우리만치맛이좋다.
시장가는길에가끔그쌀을사서먹어보지만
내놀던고향이달라진것처럼올베쌀맛도
내어릴적맛이아니었다.
추석전날,엄마는읍네오일장에서사다놓은
차례지낼제수를꺼내손질하기바쁘시다.나는
송편만들기를고대하며분주한엄마뒤를따라
다닌다.부뚜막에앉아있으면뒷산에서따온
솔잎향기가시루에서솔솔풍겨나온다.아궁이에
불을조금씩때면서송편을빚으시는엄마를
따라어설프게빚어보던송편,엄마가빚으시던
예쁜모양의송편은지금껏기억속에또렷이남아,
나도비슷한모양의송편을빚으며엄마를생각한다.
둥근보름달을보면외할머니얼굴이보인다고
하시던엄마,올추석엔나도보름달속에서
엄마의얼굴을찾을수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