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 찬양의 밤

두달전부터송구영신예배날에있을찬양연습을해왔다.지휘자는나에게나레이션을부탁했다.성가대대원들과구역식구들에게기도를부탁하고곧바로기도에들어갔다.하나님의일은기도밖에는능력이나타나지않는것을경험으로알고있기때문이다.연말즈음일이겹쳐바쁜가운데서도원고를여러번수정해가며당일에이르렀다.지휘자님이기도하시기를이제까지는우리가연습을했으니오늘은하나님이하실거라고했다.마음이평안해졌다.믿음의기도가사실로드러났다.

구두를신은채부동자세로서서찬양8곡을부르는데마음은기뻐나는것같았지만발이아파오기시작했다.나는곡사이에나레이션을하느라마이크가있는곳을오가야했으니정신을더바짝차려야했다.타이밍을놓치면안되기때문이다.감사하게도성령님의도우시는힘을느낄수가있었다.마이크앞에서니오히려더담대해지는것이었다.내용에따라감정을조절해서목소리의톤과높낮이를적절하게맞춰가며낭송을했다.찬양도성령님께서함께하시는것을느꼈다.이번행사의찬양선택이좀어려운곡들이긴했지만별무리없이소화를해냈다.

특히지휘자님의열정적이고은혜로운지휘가우리에게힘을더해주었다.연습할때와는달리틀리는부분이없이거의완벽하게한목소리로감동을자아내박수를자주받았다.찬양을드리고있는나자신도완전히몰입되어격정적인감동에몸이떨리며눈물이나기도했다.성가대의찬양을듣느라고성도들로가득메운교회안이아주고요해졌다.오늘신년기도대성회가있어봉담전원성전으로가는버스안에서집사님들이찬양에큰감동을받았다,나레이션을하는동안눈물이났었다는말을한다.모두가성령님의역사이시다.

다양한일을맡겨주셔서기도를통해훈련되기를원하시는하나님께서는무슨일이든내가해야되는준비를철저히한후도우심을구하면언제나가장아름답게이끌어가시며영광을받으신다.

성탄 전야

거리에자선냄비가등장하면마음이괜시리분주해진다.12월중순이지나며교회마다성탄츄리가반짝이고유흥업소는무슨의미의츄리인지눈이부시도록휘황찬란하게밤을밝힌다.오늘은성탄전야늦은밤이다.처녀의몸으로아기를가진마리아가산통을겪느라무척괴로워할시간이다.방을구하지못해고생을하다가마굿간에서해산의고통을겪었으니얼마나힘들었을까.만왕의왕이신하나님이사람의몸을입고이땅에오신신비롭고도놀라운사실이다.올해는사뭇다른느낌으로성탄을맞이한다.예수님의탄생의의미가절절하게가슴으로와닿으며감격을하게된다.

우주의먼지한점밖에안되는천하고무능한나를위해존귀하신만왕의왕께서하늘보좌를버리시고낮고천한마굿간으로오신것이다.그분이뉘신데마굿간에서태어나신단말인가.지극히겸손한자의모형으로우리곁에오신예수님은겸손의본을보이시는것이다.어떤위치에있던지무엇을하던지겸손의자세를잃지않아야함을마굿간으로오신예수님을통해서배운다.성경에도겸손한자에게은혜를주신다고하셨다.겸손을잃으면은혜를받지못한다는것과같은말이다.하나님의은혜가한시라도비켜가면살수없는나이다.하나님을섬길수있는믿음주신것과숨쉬는순간순간까지모든것이하나님의은혜로만가능한것이다.

무엇보다죄로인해죽을수밖에없었고무시무시한지옥형벌을받을수밖에없는나를위해영원한생명을주시려고이땅에오셨다는것이다.오직우리의구원을위해서이땅에오신예수님은이땅에오실수밖에없었던목적을성경에낱낱히기록해놓으셨다.사람들을고통과사망의길에서신음하게만드는악한마귀의일을멸하시고영원한영생복락을누리며살게하기위해서오신것이다.사랑의본체이신주님이이땅에오셔서하신일이병자를고치시고귀신을쫓으시며죽은사람을살리기도하셨지만가장중요한핵심은복음이다.죽어가는저불쌍한영혼들을구원하라고나를구원해주셨으니복음증거에삶의촛점을맞추어야하는것이다.

한해를마무리하는시점에선돌아보면언제나후회와자책을하게된다.좀더시간을효율적으로사용하여기도와말씀묵상하는데에드려졌어야하는데올해도나를위한일에시간을많이썼던것을부인할수없다.생각과마음과행동으로불의하고추하였음에도돌아보니하늘의신령한복과땅의기름진복을가장적절한때에가장아름다운것으로은혜를베풀어주셨다.가족의건강을지켜주셨으며죽어가는내몸을회복시켜주셔서기쁨과감사가넘치는봉사의자리에설수있도록해주셨으며주신달란트를통해하나님께영광을돌릴수있도록기회를주셨고은혜를충만하게내려주셨다.

철야기도회와성경공부를통해말씀과찬양으로영혼이늘깨어경성하도록영적으로민감한센서를주셨으며하나님의일과세상의일의선후를구분지어행할수있도록성숙시켜주셨다.이제남은날들동안기도하며새해새로운비젼과목표를세워야한다.성령님이인도하시는대로목표를세우고움직이되첫째가먼저그의나라와그의의를구하는일임을잊지말아야한다.이한해를아름다운승리로이끌어주신하나님께서새해에도멋진일들을나와우리가정을통해서이루실것을믿는다.할렐루야!

아이스케키

아이스케에키~!아이스케에키~!

장마가지나고불볕더위가시작되면토담위

대추나무에선매미가목청을높입니다.

이무렵이면아이스께키를파는아저씨가자전거페달을

힘껏밟으며아이들을부르는소리가들려옵니다.

얼룩덜룩감물든옷에검정고무신을신은개구쟁이들이

순식간에모여듭니다.창현,동수,미숙,행준,순애는아저씨

주위를빙둘러서서입맛을쩍쩍다십니다.

고무신떨어진것,놋수저부러진것,참빗으로머리빗으실

때마다빗에딸려나온엄마머리칼뭉쳐놓은것까지엿으로

다바꿔먹은나도침을꿀꺽삼키며서있습니다.

그러다아저씨가옆동네로가려고자전거에오르면

엄마를조르기시작합니다.엄마가주신이십원을가지고

한달음에뛰어가니아저씨는벌써점님이네집앞둠벙가에

까지갔습니다.

아이스케끼가들어있는양철통은빨간페인트로쓴

아이스케키라는글자가흘러내려괴기스러움마저

느끼게합니다.숨을헐떡이며이십원을내밀자아저씨는

기다렸다는듯이통을엽니다.통안에서하얀김이모락모락

나옵니다.하나,둘,세며손에쥐어주더니재빨리통을

닫아버립니다.하나더줄까기대했다가

실망한마음입니다.

아이스케끼를사먹지못한아이들은부러운눈으로

나를쳐다봅니다.한개를유난히눈이큰내짝창현이에게

줍니다.창현이는내가필통을집에두고간날몽당연필

한자루를가지라고준적이있습니다.아이스께키는금방

녹아손가락사이로흘러내립니다.

집앞사립문앞에도착할즈음이면빈나무막대만달랑

손에남습니다.

“엄마,날이겁나게덥네요”
“아이스께키는사묵었냐”
“겨우두개여요.하나는창현이줬구요.”
툇마루에서고구마순을다듬던엄마는물한바가지를

가지고오셔서펌프에붓고손잡이를올렸다내렸다

하십니다.
장난기가발동한나는
“나도해보고싶은디요.”
손잡이는종일햇볕에달궈져뜨끈뜨끈합니다.
열심히힘을다해올렸다내렸다해보지만소리만나고

물은나오지않습니다.
“푸쉬푸쉬!”
엄마는웃으시며물을두바가지더넣고손잡이를몇번

움직이시니시원한물이콸콸쏟아집니다.
“와,시원하다아”
대야에물을붓고얼굴이며팔,다리를물속에넣었다

꺼냈다합니다.
“윗도리벗어라.”
“물이찬디요.”
엄마는엎드려있는내등에손을넓게펴신후그위에

물을부으며닦아주십니다.
“차,차요.엄마찬찬히요!”
내엄살에엄마는즐거우신지자꾸만등을문지르십니다.
“엄마도윗도리벗으세요.”
“그러마.”
엄마등에흉내내기를해보지만작은내손은

엄마의등을가리기에는역부족입니다.차거운물을

연신갇다부어도엄마는별반놀라시지도않고

시원하다는말씀만하십니다.

엄마는벗어놓았던베적삼을입으시고흰수건을

머리에쓰신후나무광에서마른보릿대를꺼내정게로

들어가십니다.정게아궁이에서보릿대타는소리

타닥타닥들려오고저녁밥냄새구수하게코끝을

스칩니다.


굴뚝을빠져나온연기는뒤란탱자울을넘어

대나무숲으로마실나가고나는마당에깔아논동그란

멍석위에누워초저녁별을헤이다달콤한잠속으로

빠져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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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무렵

논가장자리벼부터낱알이황금색으로

투명하게익어갈때면아침저녁으로쌀쌀한

바람이분다.아침일찍아랫배미논에가시는

아부지뒤를따라가노라면풀섶에이슬방울이

발꿈치를스칠때마다찬기운에몸이

움찔거려진다.

아부지의반쯤걷어올린바지아래맨살이

새파랗다.삽으로물고를손질하시고논고랑

맑은물에검정고무신을서너번헹궈신으면

나도까치고무신을아부지만큼헹구어신는다.

읍네오일장에서사다주신까치고무신은

아껴신어야한다고말씀하셨다.

논가운데길을아부지의빠른걸음을따라가려

반쯤은뛰어간다.“찌걱찌걱”아부지의신발에서

재미있는소리가나면나도발을이리저리

움직여보며찌걱소리를흉내내며따라간다.

쑥부쟁이꽃꺾어귀에꽂고메뚜기,방아깨비도

잡아강아지풀에꿰며콧노래부르며아부지뒤를

따라간다.

추석을며칠앞두고논한쪽귀퉁이의벼를벤다.

그즈음이되면논마다아이들머리에이발기계가

한번지난자국처럼듬성듬성비어버린모습이

참재미있다.베어낸벼를마당으로가져와

쇠가락이하늘을향해뽀쪽뾰쪽한수동탈곡기에

한줌씩끼워낱알을털어낸다

털어낸낱알은검은무쇠솥에김이한번

오를때까지불을땐다.비땅(부지깽이의고향

사투리)으로재를이리저리뒤적이며아침에

잡아강아지풀에꿰여온방아깨비를아궁이에

살짝던져넣으면방아깨비는금방날개를쫘악

펴면서빨갛게익어간다.알을품은채잘익은

방아깨비는맛도색다르다.

벼가다쪄지면마당에멍석을깔고말린다.

솥에서막퍼낸벼에서는구수한냄새가나며

김이모락모락오른다.삼사일말린후에

절구통에찧게되는데쪄서말린벼는껍질이

잘벗겨지지않는다.껍질을벗은쌀이름을

올베쌀이라부른다.

처음익은벼란뜻이다.그쌀로한가위날

밥을지어놋주발에가득담아차례를지낸다.

군것질이흔치않았던그때의우리들은

간식거리로종그래미나주머니에담아가지고

다니며먹는데쫀득하고고소해한번먹게되면

좀체로그만두기가어려우리만치맛이좋다.

시장가는길에가끔그쌀을사서먹어보지만

내놀던고향이달라진것처럼올베쌀맛도

내어릴적맛이아니었다.

추석전날,엄마는읍네오일장에서사다놓은

차례지낼제수를꺼내손질하기바쁘시다.나는

송편만들기를고대하며분주한엄마뒤를따라

다닌다.부뚜막에앉아있으면뒷산에서따온

솔잎향기가시루에서솔솔풍겨나온다.아궁이에

불을조금씩때면서송편을빚으시는엄마를

따라어설프게빚어보던송편,엄마가빚으시던

예쁜모양의송편은지금껏기억속에또렷이남아,

나도비슷한모양의송편을빚으며엄마를생각한다.

둥근보름달을보면외할머니얼굴이보인다고

하시던엄마,올추석엔나도보름달속에서

엄마의얼굴을찾을수있을까요?

무더위

<무더위>

뒷동산나뭇가지에서매미가요란스럽게울어댈때면태양은온
동네를뜨겁게달구기시작합니다.앞산,뒷산과마을초입우리
밭에는온통초록물이들어손을내밀면금방이라도초록빛으로
물이들것만같습니다.호미를들고나서는어머니뒤를따라밭

에갑니다.

앙증맞게귀여운초록주머니같은고추가줄줄이달려제각기

뽐내고있습니다.콩밭의콩도여물어가고서숙(조)도위잎사

이로열매가살며시고개를들기시작합니다.고구마도집을자

꾸만넓혀가구요.서너두렁반듯하게골라놓은흙은생명의

잉태를꿈꾸는씨앗을품을날만기다립니다.김장배추,무우

씨를기다리는것입니다.

콩밭을매시는어머니의베적삼이땀에배어축축하게젖어옵니다.
덥습니다.이럴땐실바람이라도살짝불어오면반가울텐데요.어

머니는목에두르신수건으로연신땀을닦습니다.고구마밭에앉

은나도가슴에땀이주르르흘러내림을느낌으로알수있습니다.

고구마두렁은기차보다더깁니다.끝이보이지않으니까요.이제

어머니를따라집으로향합니다.농사일이란하루에다끝낼수가

없습니다.내일도모레도계속해야합니다.

마을에는우물이두개있습니다.물은옛부터신성하게여겨왔나
봅니다.어쩔수없이장례행렬이우물앞을지나게될때면커다

란뚜껑으로우물을덮습니다.그냥두면물이뒤집힌다나요.아무

리생각해도알수없는불가사의한일일뿐입니다.나는밭에들

고갔던주전자에두레박으로물을퍼서담습니다.차가운물이담

긴주전자표면에물방울이송송맺혀떨어집니다.종아리를살짝
살짝스칠때면어찌나시원하던지요.

사립문을들어서니토방아래바둑이도더위에지쳤나봅니다.주

인을보고도어슬렁어슬렁잠시꼬리를치다이내제자리로가눕

고맙니다.닭들도탱자나무아래서꾸벅꾸벅졸고돼지도낮잠을

쿨쿨잡니다.요술나라의공주가요술을부려놓은듯모든게정지

된시간입니다.

어머니는상추를씻으시고나는봉숭아,백일홍,채송아,맨드라미

가예쁘게커가는화단옆장독대에서된장을퍼옵니다.어머니께

듣던대로노란된장을한숫갈퍼낸후꾹꾹눌러덮습니다.알맞

게익은열무김치와상추,여린고추는여름내내가즐겨먹던반찬

입니다.보리밥에물을말아고추를된장에콕찍어먹으면어찌그

리시원하던지요.졸음이쏟아져옵니다.마루에누우니뒤란대숲

에서댓잎이서걱이는소리가들립니다.곧,바람.바람이불어올

것입니다.그바람에잠이나청해야할까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