둑하나사이로바다와들판이있어서바닷물이
바닷물이넘치면들판에한해벼농사를
물이내려오는곳은폭이넓고비스듬히시멘트로
"잡았다"하는소리가들리면재빨리바께쓰를갇다
함)에갈아지난해말려두었던고구마줄기에양념을
듬뿍넣어보글보글끓인붕어찜의맛은일품입니다.
오전내장만한음식을광주리에담아머리에입니다.
이쪽저쪽논둑에계신분중먼저끝나는쪽에서
논둑에동그랗게모여두레밥을먹습니다.
아무도없는논에는바람에잔물결이반짝입니다.
봄은무르익어까맣게변해버린논밭둑에도
오늘은강둑에서삐비를뽑기로했습니다.
누가더많이뽑을새라옆도쳐다보지않고열심히뽑습니다.
허리를펴고하늘을올려다보니
아이들은발맞추어노래를부르며동네를향해줄서기를합니다.
지하주차장을나와맨먼저마주하는사람이있다.건물주차관리아저씨.참친절하시다.늘활짝웃는아저씨와인사를주고받다보면기분이절로즐거워지곤했다.
해그림자길게누운여름오후,지하주차장을나오던나는차를멈추지않을수없었다.담밑에진분홍분꽃이초롱불보다더밝게내눈을사로잡고있었다.비온뒤돋아나는새풀잎처럼잎과꽃의대비가선명해길가는모든이들에게들키고야마는꽃.신부의머리위에얹혀진족두리에서움직일때마다신부의마음처럼가늘게떨리던장식같은꽃.분꽃을보면유년의사촌오빠혼례식에서보았던신부가생각난다.
참오랜날동안피어있었다.한낮이면새초롬이꽃술을감추고해질녘이면활짝속내를드러내는것이요염하기까지했다.
분꽃을보며절로즐거워진마음에심은사람을찾았더니주차관리를하는아저씨라했다.늘미소를잃지않던그분의촉촉한감성이전해지는듯하다.온통시멘트벽뿐인건물담밑약간의흙에어쩜고운분꽃을심을생각을했을까.언젠가차에키를두고문을잠가난감해할때,당신의일인양달려와친절을베풀어주기도했던그아저씨는분꽃이지기도전에훌쩍떠났다.내게스마일아저씨로가슴에새겨진마음고운그분은내년엔어느도시한모퉁이에다달빛보다더환한분꽃을심어오가는이들의마음을설레이게할른지…
아저씨가가고이번엔피부가검고어두운표정의아저씨가오셨다.의례하던대로차창을열고"수고하세요.""수고많으시네요."하며인사를건네보지만받지도않을뿐더러그냥무표정한얼굴이라내쪽에서무안했다.사람이다같을순없으니어쩌랴.이왕늘하던인사안받으시면어때라는생각을하며빠짐없이인사를드렸다.
한달쯤지났을까.아저씨의얼굴이조금씩밝아짐을느낄수있었다.
그동안분꽃은하나,둘지고열매처럼까맣게익어달려있는분꽃씨를받아내년엔아저씨대신내가심어보리란마음으로몇개의씨앗을거두고이,삼일간격으로가보았다.꽤많이익었을열매가하나도보이지않았다.누가나처럼내년에심으려고다받아갔나하며서성이는데아저씨가오셨다.씽긋웃으시며손을가리키는곳엔잘여문분꽃씨앗이한움큼놓여있었다.무엇보다아저씨의웃는모습을처음으로보게된것이다.
씨앗을수집하고있는나를위한배려와어둡던얼굴안으로훈훈한마음이있음을알게된것이내게큰기쁨이되었다.이젠미소로인사를받는아저씨를만날시간이기다려진다.
닫힌마음은부드러움만이열수있다는평범한진리를깨닫게된것은떠난아저씨로부터받았던아름다운미소가내안에서열매맺은것같기도하다.이제새아저씨가받아주신이많은분꽃씨를어디다심을까.나는벌써부터꽃부자가되어버린것만같다.아마내가심은분꽃씨를보는이들마다나와같은소망과기쁨도함께거둘것이다.저만치서아저씨의환한미소와분꽃이웃고있는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