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0월 2009
초승달
DieLorelei(로렐라이언덕)-WernerMullerOrchestra
새롬이
조카는아기가태어난후키우던새롬이를우리집으로보냈다.다른사람은주기싫고이모가개를좋아하니잘키워달라고부탁을한것이다.새롬인털이하얀푸들이며種이작으마한녀석이어서아주예뻤다.데리고나가면양같다고모두들안아보고싶어하기도했다.개의수명이보통12년정도라고하는데16년을우리와함께동거동락했다.사람의나이로하자면90이넘은거라고한다.워낙건강해서병원출입은두어번밖에없었던걸로기억한다.
작년부터는이빨이모두빠지고눈도허옇게변했다.그래도은비와경쟁이나하듯이밥을아주잘먹었다.그런데산책을데리고나가면전봇대와자동차에자꾸부딛친다는것이다.눈이안보였던것이다.그런녀석이한달전부터냄새도맡지못했다.밥을줘도어디에있는지찾지못하고엉뚱한곳만발로긁곤했다.할수없이밥그릇에입을갖다대주며밥을먹이곤했다.그런데일주일전부터자꾸토하더니밥을먹지않았다.우유를주었다가죽을쑤어줘보아도먹지않고물만조금씩먹었다.
며칠그러더니녀석의몸이마르기시작했다.이젠혀까지돌아가질않아물을줘도먹지못해병원에전화하니노환이라는것이다.안락사를시키면된다고말하는데제생명이다하는날까지그냥집에같이있기로결정했다.새롬인꼼짝도안했다.제이불위에서잠만자다가가끔일어나소변이나대변만신문지에누곤했다.새롬이가한이틀앓았다.가끔씩외마디소리도들려왔다.그런데도어머님이편찮으셔서새롬이게는별로신경을써주지못했다.
그런데새롬이가죽기전날예감이이상했다.아무래도오늘을넘기기가어려워보여자정이넘도록들락거리며다리를주물러주기도하고담요에싸서안아주기도했다.새롬인평소에내가안아주는것을제일좋아했다.새롬아,많이아프구나,힘들지,,,하니평소에어리광을부리던것처럼가느다란소리로으응한다.새롬아나졸려이제자러간다.잘견뎌야해,하고방에들어와잠이들어버렸다.
아침에일어나달려가니녀석은내가덮어준담요를덮은채로다리를가지런히뻗고누워있었다.은비가달려나오다새롬이를보더니움찔한다.직감적으로아는모양이다.우린한가족이었다.이별은정말싫다.키우던식물이하나죽어도속상한데가족처럼교감을나누며살았던애완견의죽음은더욱속상하다.다른일로마음이힘든데다한가지일이더보태어져종일창밖만응시하고있었다.삶과죽음의경계가모호해진다.
남편은신문으로정성껏싸서박스에담아약수터가는길에묻어주고오더니청소기를꺼내새롬이가있었던자리를깨끗하게청소를하기시작했다.그리곤아무말도하지않았다.새롬이자리가허전하다.은비야,새롬이어디있어?어서새롬이랑가서놀아야지,,하면영리한녀석이라금방포기했는지가지않고내주위만맴돈다.새롬인그렇게우리곁을영원히떠나갔다.우울모드로접어들어며칠째집밖출입을제한한다.
무서운 재앙
메밀꽃 질 무렵
정체된구간때문에세시간걸려이효석생가에도착했다.춘천에사시는수필가내외가벌써도착해계셨다.메밀꽃은질무렵이었고다른사람이들어와산까닭에생가의내부는공개되지않았다.가을은씨맺는계절이다.메밀도고운햇살아래서씨를맺느라분주했다.문학관쪽으로올라가보니월요일은휴관이라한다.지난봄에유정문학관도월요일에갔다가유정이무정이된까닭이있었다.다음부터는화요일로바꾸자고이구동성으로말했다.문학관을오르는한적한길가에도단풍이눈길을끌었다.외부만둘러본후바로옆메밀음식전문점으로들어갔다.메밀막국수와비빔국수,감자떡,메밀전병등단백한메밀음식으로점심식사를했다.메밀전병이특별한맛이었다.메밀국수를삶은물도구수했으며커피를마시며담소를나누다가까운거리에위치한허브나라로향했다.
문학관안을둘러보지못해못내아쉬운마음을안고허브나라로향하는데골짜기나무중몇그루가불타는홍엽으로우리마음을즐겁게해주었다.지난해봄다녀왔던허브나라에는가을을입고떨어지는잎새들이무척운치가있었다.사진을찍을수있도록마련해둔곳곳의장소에서포즈를취하고아기자기한허브농원을감상하며가을날오후를만끽했다.잎이반쯤지고난자작나무와그뒤의건물들이이국적인정취를자아내모네의그림속을거닐고있는착각을일으켰다.동화작가와둘이서나오며프로필사진하나남기자고부지런히셔터를눌렀다.공평하신하나님이시다.이효석문학관에서서운했던마음을그림같은허브나라를통해가을을오감으로느끼게해주셨으니말이다.허브향입안가득상쾌하게퍼지는허브잼도구입했다.돌아나오며산길로접어들어가을들꽃들이진한향내를풍기는평지에앉아작품낭송회를가졌다.춘천에서오신복음성가가수최사라전도사님께서교도소에서공연할때에사형수세사람을만난후작사했다는"무명초"라는은혜로운찬양을불러주어모두가숙연해졌다.법무부장관이명하는사형날만을기다리는그들이하늘나라를소망하는뜨거운모습에마음이참많이아프셨단다.다행히근래십여년은사형이집행되지않았다고한다.범죄예방을위해사형제도는존재해야하지만막상사형에는차마찬성하지못하겠다고한마디씩한다.그렇다.죄는미우나사람은밉지않는것이다.
돌아오는차안에서들려주시는동요와가곡,포크송을한목소리로따라부르며지루하지않게돌아왔다.포크송을많이들려주신황금찬시인의조카인목사님은기타를잘치셨고음악에도조예가깊으신분이셨다.베스트드라이버이신김목사님의운전으로아주편안하게처음만났던장소에도착해서작별인사를나누었다.가족과같은분위기가참좋다.개개인의개성이드러나는가운데서도질서와조화와서로를존중하고사랑하는마음이흐르고있어좋다.무엇보다연세가지긋하신분들까지도창작의열정을보여주셔서더욱좋다.이가을,아름다운하루를허락하신하나님께감사를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