母情

친구가뒤뜰에토끼네마리가나타났다고했다.아니뒤뜰마루밑에다새끼를낳은것같단다.가두어둔한마리야생토끼를방에데리고갔더니천방지축뛰었던모양이다.높은데서뛰어내려다칠까봐놀란것같다.가두어두었다는말에모정이발동한다.여자와남자의차이일까.엄마토끼가애타게기다릴것을생각하니마음이짠해놓아주라고했다.

개울가산책길에청둥오리가새끼열마리를데리고나와헤엄을가르치고있었다.풀숲에들어가놀기도하다가엄마와떨어진걸알고빠른속도로헤엄쳐가기도했다.태어난지얼마안된녀석들이어찌나빠른지놀라웠다.열마리중한마리가안와도엄마오리는뒤를돌아보며기다리곤한다.신기하다.숫자를헤아릴지능이있는것도아닐진대오지않은몇마리새끼를기다린다.본능인것이다.

도망갔다는토끼사진이올라왔다.주위를주시하고있는까만눈망울이귀엽다.아기토끼또한본능적으로엄마를찾아갔을것이다.모든동식물은누가알려주지않아도종족을번식해간다.사람도마찬가지다.생육하고번성하라는하나님의창조의섭리에따라제각기땅에충만하고번성한다.

지구촌이하나라는사실이더욱실감난다.지구반대편인친구의집뒤뜰에서일어난일을함께공유한다.토끼를몰고있는친구를상상해본다.고빠른녀석잡느라넘어지진않았는지모르겠다.내가곁에있다면아마옥도정기를가지고따라다녔을것이다.조심조심,잘해!하면서말이다.친구와나누는이야깃거리가즐겁다.

장미 小考

장미의계절이다.꽃중의왕이라불러도손색이없을장미는색채와향기에반하게된다.다양한색의꽃과초록잎의대비가신선하고황홀하여갓탄생한신혼부부를연상케도한다.올해는대공원장미축제에두번이나다녀왔다.장미의매력에푹빠진요즘,릴케의시에왜장미가자주등장하였고장미가시에까지찔려죽었는지알것같다.

네로황제도장미광이었다.장미로엮은관을쓰고목에도장미를두르고마루에는장미꽃잎을뿌리고장미를베고잤으며분수에선장미향수가뿜어나오게했다.장미향의술을마셨으며디저트는장미푸딩이었다.풀장에도장미향수를뿌려수영을했던네로황제는하루에15만달러상당의장미를소비했다.

아무리생각해봐도아이러니다.꽃을좋아하는사람은심성이착한데네로황제는어쩌다가폭군이되었을까.그가좋아했던것은장미보다도장미가뿜어내는향기가아니었을까.그는장미의진정한아름다움에반한것이아니라단순히향기에도취되어편집증적인증세를보인것은아니었을까.시인릴케와장미는근사하게어울리지만폭군네로와는아무리생각해도조화롭지못하다.

비오시는아침이다.어제보니이울기시작하던장미꽃잎이이비에많이떨어지겠다.영원한것은없다.장미꽃을좋아하던릴케도네로도장미처럼지고이름만회자되지않는가.영원한것은시들지않는주님의말씀뿐이다.

거미지옥

공원산책을마치고돌아오는길이다.집앞에서남학생들이무엇엔가골몰하고있다.아이들은개미를잡아거미에게먹이를주고있었다.옆집담장벽돌사이에구멍이있었다.거미의집에개미를넣으니밖으로기어나왔다.개미는본능적으로자신에게위험이닥쳐왔음을안것이다.

아이들이구멍을빠져나온개미를다시집어넣었다.개미는다시나오다가쏜살같이나온거미에게붙들려구멍으로들어갔다.특수카메라로저안의상황을살피면좋겠다하니아이들은내시경을하는기구가있어도좋겠다고한다.관찰을하다가"개미는오늘재수없는날이되었네.가족도있을텐데""재수가없는거죠."받아치던아이들이내얼굴을보더니머쓱하여흩어진다.

거미에게붙들여들어간개미가죽어갈것을생각하니하찮은미물일지라도기분이안좋다.먹고먹히는약육강식의논리가비단미물뿐이랴,동식물,사람에이르기까지언제나서러운건약자들이다.세상의모든약한것들에대하여연민의정이이는저녁이다.

서부간선로의 아침을 달린다

서부간선로의아침을달린다


雲丁최연숙


    초록풀밭
    노란귀하얀눈망울
    이아침
    앙증맞게마주잡은손일게다
    하늘을노래하는고운마음일게다
    서너바퀴간격사이로
    어미와
    애기고양이주검
    세상을향한
    무언의항거
    아니지그건
    집없는설움일게다
    많은날
    어둠속헤매다
    차라리부나비되고싶었던게다
    듣지말아야될것
    보지말아야될것으로부터
    자유를
    살고싶었던게다
    평화와주검이
    나란히아침을여는이세상

    시집『기억의울타리엔경계가없다』

형이상시에 대하여

17세기영국의존던(JohnDonne)은대표적인형이상학파시인이다.그의시"벼룩"은형이상시의대표작이라고할수있다."벼룩"을접하던때의시적충격이아직도남아있다.시의일부를옮겨본다.

벼룩이먼저내피를빨고다음에그대피를빱니다.

그러니이벼룩안에서우리두사람피가섞인셈이지요.

당신도아시겠지만이것이어찌죄나수치가되겠어요.

처녀성의상실이라하겠어요.

……

벼룩이두사람사이를오가며피를빨아먹은것을두고이제두사람의피가벼룩안에서섞인것이니남여가육체적으로관계하는것을처녀성의상실이다뭐다할필요가있겠는가묻고있다.벼룩이그런일을주저없이해대니벼룩이하는일이인간보다한수위라는것이다.이발상의기묘함을더러"초인간적"이란평을받기도했다.

현대에와서형이상의중요성을역설한사람은T.S.엘리엇이다.엘리엇의시"J알프렛프로프록의연가"를어느비평가는참신한시어,혁명적이미지구사,당돌한기지의섬광이라고했다.이질적인두대상의기지적인결합이라는점에서위트라고할수있다.시인들에게잘알려진비유의대목을적어본다.

그러면갑시다당신과나와

저녁이수술대’위에서에테로’로마취된환자처럼

하늘로퍼질때

-엘리엇,[J.알프렛프로프록의연가"에서]

프로프록의연가에는잘알려진다음의한구절도있다.

Ihavemeasuredoutmylifewithcoffeespoons.

(나는내인생을커피수저로측정해버렸다)

‘커피수저’라는’관적상관물’하나가여러마디의설명보다더간명하고명확하게상황을설명하여구조식을푸는관건이되고있다.

우리나라시인으로는김현승을꼽고있다.위트는풍자와아이러니와역설등과관련되있다.17세기형이상학파가문학사에끼친영향도결코간과할수없지만동서고금의모든좋은시에는이미’형이상학파’적인수법의요소가담겨져있다고봐야할것이다.서양의기상이나기지가동양의해학이라할수있는데우리의옛시조에서도형이상학파의기교를찾아볼수있다.정철이나우탁,충무공이순신의시조에서그발견을볼수있다.

형이상시란모든시적감성과시적가능성을종합통일한정서는물론철학,신화,종교까지도아우르는,그러면서도시로서독립적인현단계로는가장성숙한시적유형을가리킨다.형이상시에서말하는폭력적결합은전혀이질적인요소들간의결합인컨시트(conceit)기법을말한다.

다른문학의장르와마찬가지로詩도다양한측면에서실험되어왔다.지나치게모더니즘에경도된현대시에서드러난감각적표현에머물거나무의미시가되거나언어유희에그치는폐단을버리고형식보다는내용이,함축된화려한기교가아닌주제와정신이살아있는시쓰기와현실에대한남다른의식과투철한사명감을잊지않아야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