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저녁산책을하다가소나기를만났다.뿌연서녘하늘에서빗방울이떨어지기시작하더니바로장대비로변해축구장옆정자로피했다.30분이지나도그칠기미를보이지않는다.비그치길기다리다가엉뚱한생각을하였다.장소와등장인물은달라도황순원의소나기가연상되는것이었다.은비는처음당한일에적응이안되는지젖은몸을털며반짝이는눈망울로나를보더니안아달라고하였다.은비의발이푹젖어안아줄수가없었다."은비야,조그만기다려."

비는여전히내리고축구장에선젊은이들이비를맞으며공을굴리고있다.경기장을밝히고선스포트라이트를바라보니무수히쏟아지는빗줄기가싸락눈처럼보인다.하늘에서내리는것이아니라열다섯개의등이쏟아내고있는듯하다.사위가어두워그렇게보이는것이다.집엔어머님만계시니우산을가져다달라할사람도없고난감했다.조금그치는듯하여걷다보니다시쏟아져이번에는여성화장실로대피했다.나를이용객으로인식한자동화장실에선전등을켜주고클래식음악을들려주었다.공원화장실이가정집처럼깨끗하고쾌적하다.

거기서또10분을기다리다가아차,기도해야지싶었다."예수님,저와은비가집에가야합니다.20분정도만비를좀그치게해주세요.네?"2-3분더쏟아지더니거짓말처럼한줄기바람이불어오며비가그쳤다.잰걸음으로집에올때까지비는다시내리지않았다.매일산책을다녀도오늘처럼많은양의소나기를만난건처음이다.비를맞으면서도기분이나쁘지않은건젊은날의낭만이슬그머니고개를든까닭이었을까?비가오면오는대로,바람이불면부는대로,눈이오면오는대로즐거웠던시절이아련하게떠오르는저녁,윤형주의’우리들의이야기’를흥얼거려본다.

우리들의이야기/윤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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