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산책

은혜가우리집에서저녁밥을먹더니산책을따라나서겠단다.어린이집에다니며엄마와떨어져있더니괜찮은가보다.한참을걸어야하는데은근히걱정이되는건나다.은혜는제엄마에게"엄마갔다올게요."하며신바람이났다.은혜는네살이다.어휘력이풍부해가끔나를놀라게도한다.손을잡고걸으며공원길을벗어나막개울가로접어드는데은혜가말을건넨다.

"집사님달님은밤에나와요?"

"응,햇님은낮에나오고,어디달님찾아볼까?"

마침둥근달이희미하게떠올라검은구름사이를지나고있다.

"은혜야,저기달님이나왔네,그런데검은구름이달님을가리고있네."

"검은구름나빠요."

개울가길이망가진채로방치되어있다.그것을본은혜는

"이거은혜가고칠거예요"한다.

첫번째다리를지나풀벌레소리를듣더니무슨소리냐고묻는다.

"풀벌레가우는거야"

"엄마가없나봐요."

은혜의답변에아차싶어다시말했다.

"은혜야,풀벌레가이젠노래하네.아빠풀벌레,엄마풀벌레,아기풀벌레가모여서노래하고있어.

무슨노래하는지우리잘들어볼까?"

"네."

"아하,가을이온다고가을노래를하는구나."

"집사님저꽃딸래요."

은혜는보랏빛들국화를꺾고싶어했다.

"은혜야,따면안돼,꽃이아파서울거야,그리고집사님도보고아빠도보고,은혜도보고엄마도보고,동생도봐야하니까따면안돼요."

"네."

금방포기도잘하는은혜다.

"개울물도노래하네졸졸졸,그치?우리도노래할까?은혜는무슨노래잘하지?"

"노래못해요."

"잉?어린이집에서안배웠어?"

"네."

"은혜곰세마리잘하잖아?불러봐."

은혜는곰세마리,나는가을동요메들리를부르며개울가를천천히걸었다.

"집사님저것은뭐예요?"

"강아지풀."

"강아지풀도엄마도있고아빠도있어요?"

"그럼,은혜처럼아빠,엄마,동생모여살잖아.저기봐?"

30분쯤걸었는데

"엄마가보고싶어요."한다.

"벌써?"

산책간다는소리에따라나섰는데집에서멀어지니금새엄마가보고싶나보다.

"거봐,다음엔집사님따라오지말아라."

은혜는답변이없다.밖에나가는것도싫진않지만시간이지나니엄마도궁금한것이다.

"집사님졸려요."

조그만가면집이나오는데은비줄을잡아야하고어쩐담.업어야하나싶어은혜얼굴을보니다행히많이졸리진않은것같다.

"은혜야조그만더걷자,저기집이보이지?"

"네."

"은비야,해찰하지말고빨리가자.은혜공주님이졸리대."

은비가속도를내니이번에는은혜가

"은비야,천천히가.은혜힘들자나."

"ㅎㅎㅎ"

구름이가린달님을나오라고불러보기도하고은비에게채근도하며집에도착했다.은혜는제엄마를만나더니언제졸렸나싶게조금전보고온것을말하느라바쁘다.오늘은특별한산책이었다.맑디맑은동심童心이곧천심天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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