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에게 답함

풍경에게답함

雲丁최연숙

까만갈귀를단리무진이시간속을휘달린다

고흐의붓질이멈춘지점에서

난바다의성근다리뒤로해쓱한아침이

채야물지않은해를끌어올린다

갯벌에집을지은함초는날바람이쳐댄

패대기로온몸이시월늦단풍을닮았다

공항발리무진이지날즈음바다는

실시간화상으로거대한코끼리몇마리에게

채이고밟히고먹히다내쳐진애먼지폐

몇장,가방속에뒹굴다흘린비밀을

떠도는갯바람에보여주었다

코꿰인황태덕장에세슘한됫박

고비사막의맵싸한황사몇자루숨어들때도

시간은여전히오늘을통째로삼키고

치간(齒間)에사람들을끼워넣고있다.

『2012.열린시학64호게재』

영인문학관, 서울미술관 기행

아직남은잎새들의몸짓이고운날,평창동영인문학관을방문했다.이어령전문화부장관의자택겸부인강인숙여사가관장하는문학관에선"여류문인전"이열리고있었다.올해일흔임에도고운자태에온화한목소리로이번전시회취지에관하여,나혜석,모윤숙,노천명시인의삶에대하여간략한말씀도곁들여주셨다.자료는자손들에게기증받았다고한다.작고여류문인들을기리는뜻깊은전시회라흐뭇하였다.선배문인들의체취가담긴생전의육필원고와신문기사,사진,개인소지품,문방사우를차례로만났다.개화기의신여성인나혜석에서박경리까지였으며,생존하신분은김남조시인뿐이었다.생전에쓰던물건들이사진곁에다소곳이놓여고인의성품을말해주고있었다.

개화기신여성들가운데서양화가이자작가,언론인이었던나혜석의당찬결혼조건이재미있다.첫째,일생동안바람을피지않을것,둘째,그림을그리게할것,셋째,전실자식을키우지않는것이었다한다.그런그녀도두번의이혼으로평탄하지못한삶을살았고길위에서최후를맞고말았지만.그시절일본에유학중인인텔리남성들거의가가정이있었고그런그들과엮인신여성들의삶이자연히불행할수밖에없었던것이다.나혜석은뛰어난미모에여성의사회참여와권리등을주장하는여권운동의선구자였고다방면의재주를갖춘여성이었다.그녀와친구인김일엽은수덕사비구니로들어갔기에일찍요절하지않았던것같다고전해지기도한다.여류외교관으로서우리나라UN가입과단독정부수립에활약을했던모윤숙은일제를고무,찬양한글을써서노천명과친일파라는불명예를지고있다.그당시엔언론기관에근무하거나기관을운영하고있는사람거의가친일에서자유롭지못했다고하니암울했던역사의그림자에밟혀고통받았을그녀들의아픔을무조건단죄할수만도없는노릇이다.세월의간극이좁혀지며한세월을불꽃처럼살다간문인들의숨결이생생하게느껴졌다.

점심식사를위해오후의햇살이고즈넉하게내려앉은유기농쌈밥집으로갔다.다람쥐두마리는연신삶을돌리고,엎드린아름드리항아리들이고향의장독대를연상시키는음식점은정갈하여귀한손님을모시고싶은곳이었다.문앞에늦은다알리아와국화가이우는계절이아쉬운듯붉은미소로우리일행을맞아주었다.맛깔스런밑반찬,구수한숭늉까지만찬을즐기고일어섰다.

근처’이중섭’전이열리고있는서울미술관으로향했다.’소’의화가이중섭작품전에대한기대가커가슴이두근거리기까지했다.서울미술관개관의첫전시회인데,이중섭과동시대에활동하던화가들의작품도선보이고있었다.이번전시회의하이라이트인’소’는단한작품이었다.전체적으론생동감이넘치는데의외로눈빛이매우슬퍼보인황소였다.가족과떨어져살게된이중섭의외로운투쟁을잘보여주는대표작가운데하나였다.이중섭은피란시절가족과떨어져다시는만나지못하고생을마감했다.큐레이터에의하면그눈빛때문에지금의미술관관장이옥션에서경매를받게되었다고한다.일본에있는아내에게보낸그림편지가애틋하다.해,달,별을그려밤이나낮이나가족을그리는마음을전하고네사람의가족이얼굴을마주하고있는모습,가족을그리고있는자신의모습과,일본어편지글이다.군동화와담배은박지에그린은지화도인상적이었다.아이들과물고기,게등의모든사물이사람의신체와접촉하고있는모습에선그리운가족들과스킨십을원하는간절한마음이이입된듯하여안타까웠다.이중섭의자화상이지워지지않는다.손을피가나도록문지르는이상한행동때문에주위에서정신이온전치못한사람이라고하자,자신이정상적인사람이라는것을보여주기위해거울을보고그려조카에게주었다고한다.그때가30대였다고하나사진에서는50대와같았다.건강이안좋은상태였다니그럴만도하다.3층에선근대작가천경자전도열리고있었다.그동안닫아두었던미술관뒤뜰로연결된대원군의별장’석파정’도둘러보았다.수량이수백년된소나무와위엄이서린합각지붕의기와집,산책로인숲길에만산홍엽이마지막정열을불태우고있었다.

소설에자주등장하는지명인자화문밖평창동은큰고택이많아긴담장을타고내린붉은담쟁이넝쿨이인상적이었다.노란은행잎이나비처럼날리는조락의계절,분주한일상을잠시내려놓고내안으로그윽해지는하루를보냈다.

신년축복성회

간밤에폭설이내렸다.아침일찍전원성전의축복성회가폭설로각성전에서한다고연락이왔다.현관문을열고나가보니은빛세상이다.오전10시부터오후3시까지성전에머물며세차례예배를드렸다.말씀은요한복음21:1~25이다.본문은예수님께서돌아가신후세번째디베라호숫가에서제자들에게나타나신일이다.제자들은주님이돌아가신후다시생업으로돌아왔다.그러나밤새고기잡이를했지만한마리도잡지못해실의에빠져있는제자들앞에주님이나타나신다.주님은말씀하신다."얘들아너희에게고기가있느냐"고물으신다.고기가없는것을모를리없으시다.배오른편에그물을던지게하셔서고기를잡게하셨다.

요한이베드로에게주님이시라고말하자,베드로는겉옷을걸치고강물에뛰어들어헤엄을쳐예수님께온다.그동안예수님을따르며보인행동에서베드로의성격이드러낸다.베드로와주님이주고받은대화를보면성격의유형과우리에게주는교훈을알게된다.생각과동시에행동하는사람,생각한후행동하는사람,행동하면서생각하는사람등이있다.물론상황에따라달리행할수있다.베드로는생각과동시에행동하는사람으로예수님께칭찬도들었지만책망도많이받았다.주님이지금잡은생선좀가져오라말씀하시며예수님을뵐면목이없는제자들에게푸근한분위기를만드신후떡과생선을구워주신다.

조반을먹은후에시몬에게"요한의아들시몬아네가이사람들보다나를더사랑하느냐"물으셨다."이사람들보다"라는말씀은"다떠나도"내가주님을떠나지않겠다던말씀을상기시키신것같다.세번이나같은말씀으로물으신이유는연상작용을통하여가야바의뜰에서세번예수님을부인했던행동을상기시키신것이라고볼수있다.신약에서숯불은가야바의뜰과호숫가에피워진것등딱2번나온다.베드로는주님의질문을들으며가야바의뜰이오버랩되기도했을것이다.이는베드로의죄책감을씻어주시기위한배려이기도하다.세번부인한베드로에게세번사랑을고백하게하신후예수님이가장사랑하는양을베드로에게맡기신신임장을내리셨다.나를따르라하셨던기억을상기시키며새로운출발로다시시작할수있게하신메세지는우리에게도동일하게적용된다.

"네가나를사랑하느냐"물으신또다른이유는가장핵심적이고중요한질문이기도하다.우리에게필수적인것은예수님을사랑하는것이기때문이다.주님의사랑은입술로고백되어지므로그생명력을드러낸다.예수님은베드로에게사랑한다는고백을통해마음의상처를씻어주시고회복시키셨다.우리가주님을사랑하기때문에주님의관심사인잃은양찾기와교회봉사와헌신에관심을두게된다.여러상황에서시행착오를겪은베드로는이제주님이붙들어주시지않으면아무것도할수없음을고백한다.21절~23절에서는다른사람의일에마음갈리지말고사명과부르심에충실해야함을말씀해주시고계신다.주님은모든성도를귀하게여기신다.은혜받은말씀을대충기록하여남긴다.신년축복성회말씀과기도를통해새해목표와해야할일등구체적인계획을수립하게해주셨다.지혜와명철이한이없으신하나님을찬양합니다.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D자매

투이가평소에이야기하던친구가왔다.며칠놀러온줄알았다.6개월된아이를데리고와서열흘이지나도가지않아이상한생각이들었다.아침기도를마치고그자매에게복음을증거하러갔다가가슴아픈사연을들었다.결혼한지1년이갓지난D자매는남편이베트남으로돌아가라고하여고국에서한동네살았던투이네를찾은것이다.이야기를듣자하니,남편은택시기사였다.자신은결혼할의사가없음에도형이주선해서결혼했다한다.그녀가임신하자아기까지떼라고하고,가정일을전혀도와주지않고외출도같이한적이없으며한달에20만원이적립된카드를그녀에게주는게전부였다고한다.그녀의의사를무시한성적인폭력에도시달려온것같다.

그녀의남편이온다길래데려간줄알았다.아니었다.돈때문에너무힘들어살수없다는말만하고투이남편이아무리타일러도듣지않더라는것이다.그녀와아기를투이네맡기고돈한푼주지않아겨우기저귀값10만원을받아냈다고한다.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로전화를하니남편과같이살라는권유를하더라는것이다.그녀는이미결심을한상황이다.베트남친정에아기를맡기려고엄마에게항공료를부탁해이번주일에출국한다고한다.2달정도베트남에머물며아기를맡기고와서투이네서살게될것같다.아기의장래를위해서여기서기르면어떠냐고물으니남편이빼앗아갈까봐싫단다.열심히돈을벌어서베트남부모를도와주고아기와같이산다는것이다.한국말을전혀할줄모르는그녀를투이가보살펴주게될것같다.6개월된아기는아무리얼러도웃지않았다.임신부터마음고생을너무하고남편도아기를전혀예뻐해주지않아서그런것같다고한다.참으로안타깝다.젊은나이인그녀의험난한앞날이예견되어마음이짠하다.아기가베트남외갓집에서사랑을듬뿍받고자랐으면좋겠다.

동남아여성과결혼한한국의남성들에게문제가많다.이주여성과결혼을할각오를했을땐언어와문화,관습등이전혀다른상황에서간극을좁이며이해하고헤쳐나갈마음의준비가되어야한다.현실적인문제의직시보다는돈으로여성을데려오는결혼구조와우월감에빠져인격을무시하고지배하려는속성때문에마찰이빚어지는것같다.한국어를배우도록해야하는게급선무인데간과해버리고이제말이안통한다,경제적으로어렵다는구실을들이대며고국으로쫓으려고하면우리나라이미지가어떻게되겠는가.행복하게잘사는가정도많지만,간혹비극적인사건이생겨나우리사회를놀라게하기도한다.잘살아보겠다는꿈과안고한국으로시집왔지만그녀에게남겨진것은상처뿐이었다.다문화가정의안정적인사회적응과결혼제도등근본적인법적대책이하루빨리마련되어야할것이다.

베르테르 효과

연초부터조성민씨가자살했다는소식이다.고최진실의남편이기도한그가아내가선택한똑같은방법으로죽음을맞았다.얼마나힘들었으면그랬을까싶기도하지만,자신의생명을강제적으로끊는일은없어야한다.한사람의죽음을놓고여러저러한말들이많다.최진실이죽은후에그의재산을탐내아이의양육권을주장했다는확인되지않는SNS의글들로마음의상처를많이입었다고한다.그뿐아니라야구선수로서도빛을보지못하고어려운점이있었던것같다.어디까지나추측이고밖으로드러난사안일뿐이다.그가왜막다른길을선택할수밖에없었느냐는본인밖에모른다.너무나안타까운것은그의두자녀다.부모와삼촌을그렇게잃게된충격에서헤어나기가쉽지않을것이기때문이다.

유명인1명의자살소식이정해지면600명정도가그영향으로자살을택한다는추정이있다.때문에자살소식을보도할때는방법,묘사등을최대한자제해야한다는전문가의조언도있다.유명인의자살과자신을동일시하여유사한방식으로잇달아자살하는현상을’베르테르효과’라고한다.괴테가발표한’젊은베르테르의슬픔’은주인공베르테르가자신이사랑하는여자로테가다른남자의아내가된것에괴로워하다가권총으로자살하고만다.괴테를일약스타로만든소설의주인공베르테르와동일시하던독일청년들의자살이잇다르자로마교황청에서금서로지정하기도했다.이는문학이끼치는정서적감역력을말해준다.

세계각국의행복지수를비교한흥미로운보도가있었다.결론은각나라의부와국민의행복지수는전혀별개임이밝혀졌다.어쩌다가OECD국가의자살율1위라는불명예를기록하고있는지,무엇이문제인지우리모두가심각하게고민하고각성해야할때이다.새해벽두부터마음이우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