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고려장

우리나라도고령화사회로접어든지오래다.그러다보니양로원등노인부양시설이늘어간다.거기에필요한사회복지교육이필수학문으로자리를잡은지도오래다.수요에따라공급이이뤄지는이치이니당연하다하겠다.영화’소중한가족’에서치매노인으로가족이어려움을겪는이야기가나온다.증상이점점더심해지자아들과며느리는할수없이요양원을방문하여어머니를맡길곳이되는지알아본다.그러나막상그곳에어머니를보내지않고집에서그림그리기를통하여서서히치유되어가며가족애를회복하는과정을그린다.

요즘은치매나중증의질병인경우에는의례히요양원으로모셔야되는것처럼알고있다.몇년전시어머니께서입원해계신병실에한할머니가들어오셨다.할머니는그리심하게불편한곳은없는것같았다.자식이열명이라는데가만히이야길들어보니하나같이자기집으로어머니가오시는것을달갑게여기지않는다는것이다.시어머니가먼저퇴원하시는바람에퇴원까지지켜보진못했지만아마도요양원으로가셨을것으로생각된다.나로서는이해가안가는참희한한일이었다.자신들을낳아길러결혼까지시켜주신부모를열명의자녀중한명도안모시겠다는비극이라니.하물며병이들어병원에계신부모를두고그러는것은우리사회가너무나사랑이식어졌다는반증이다.

자주만나게되는아주머니도시어머니를가까운곳이아닌당진에있는요양원에모셨다.중증치매증상이어서너무힘든상황이면이해할수있지만그런분은아닌것같다.같이동행했던분의말에의하면며느리가가면엉엉우시며아들,손자들소식을묻고집에가서느이들하고살면안되겠냐고하신다는것이다.세상에,얼마나가족이그리우면그러실까싶어이야기를듣는데목이매였다.요양시설에맡긴자식들은너무잘해준다고,시간맞추어식사하고,목욕도시켜주고다해주어얼마나좋은지모른다고들하지만,정작가족으로부터소외되어마음을앓다가병이짙어오히려빨리돌아가시게되는것은모르는것이다.맞벌이부부거나가정상황이어쩔수없는상황이라면모르겠지만그게아니면신중하게생각해볼문제라는것이다.

우리집엔97세이신시어머니가계신다.총기흐려지지않게해주시라고늘기도를드려서인지다행히정신이초롱하시다.가끔은엉뚱한행동이나말씀을하셔서왜그러신가자세히살피니원기가부족하여나타나는증상이었다.그럴때는링거를놔드린다.어머니가편찮으시면노심초사하게된다.언젠가는어머니와헤어져야하겠지만살아계신동안에는더이상앓는일이없으셨으면좋겠다.그할머니의이야기를듣고서나는어떤상황이되던지어머니를요양원에는절대보내드리지않을거라마음먹었다.현대판고려장이란생각이들어서다.힘들면힘든대로가족과함께계시면서하나님품에안기는것이어머니의마음을편하게해드리는것이라여긴다.어머니역시도가족곁을떠나는것을원치않으신다.어머니에게서나를본다.내가가고있는그길이어머니의길인것이다.

"나집에가서느이들하고살믄안되것냐"하시던그할머니의피맺힌절규가지난겨울내내마음에서떠나지않았다.개울가를산책하며억새를보는순간그할머니의말과양로원에계신노인분들의삶이겹쳐져아래의시를짓게되었다.

겨울억새/최연숙

목쉰바람이흰길을낸다

한寒데내쳐진한무리노구老軀

앙상한몸피가구푸린채부싯돌처럼맞대고있다

마른뼛가락속으로환청이여음을잇던날

어느봄만개한복사꽃낯을꺼내시린손을감싸본다

이빠진옥수수알길을들락거리는기억의발음기호,

간간이실낱같은오늘이열리면

‘나집이가느이들하고살믄안되거.었..냐…’

푸석거리는머리칼올올이찬바람에흩어지는저물녘

허공에서도흰머리뭉치가휘나리친다

발목까지감고있던까끌한수의가전신에휘감겨

삼켜버린말마디마디타는소리마저차단된공간

개울가에옹송거리며서있는우리들의자화상

가족도온기도외면한초점잃은눈들이

인정人情에서유리된이름들이하얀걸음을내딛고있다

『애지,2013년54호』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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