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의 마음에도 피어나는 연분홍빛 봄

봄이면

고향뒷동산에진달래가시나브로피었다.

여럿이무리지어핀꽃은예쁜데한그루가외따로있으면

엷은분홍빛이마음에번져애잔해지곤했다.

아직바람결이찬초봄에나온봄병아리같이여리디여린연분홍꽃잎

친구랑따먹기도하고꺾어가슴에안으면

저고리앞섶에붉은물이들기도하였다.

꽃잎은너무연해버려지면금방시들었다.

우리고향에서는’창꽃’이라고했다.

보통은’참꽃’이라고하는데경음화현상과는다른남도방언인것이다.

산에서따온창꽃을화전을붙여먹기도하고

설탕에재워얼마간두었다가그물을마시면천식이낫는다고도했다.

‘두견주’라하여어떤집은술로담궈즐기기도했다.

진달래를두견화라고도하는데진달래가필즈음이면

두견새가더욱크게우짖는다하여붙여진이름이란다.

당나라백거이의시에는

"두견새가한번울때마다두견화는한가지씩핀다(一聲催得一枝開)"는구절도있다.

독서모임을다녀오던길에주위를환하게밝힌분홍빛에이끌려가까이다가갔다.

봄꽃은눈에뛸때감상하지않으면열흘도못가져버린다.

소담스레핀진달래앞에서니

소녀적감상이되살아나

쉬발길을옮기지못하고서성대다가

‘너참예쁘다’를연발하고사진을몇컷담고서야돌아섰다.

여인의마음에도애틋하게피어나는연분홍빛봄·

봄날,멍꽃피우다

雲丁최연숙

눈감고도꽂을수있는다리미코드가잘안맞는날이었다

그가동네를질주하던아침재활용트럭에서“나의살던고향은꽃피는산골”

을상기시켰다일주일치삶을지탱해준빈도형들이덜거덕거리며차에오른

다뒷산솔숲,진달래눈물흥건하던Y의눈빛을실은제트기는줄은하로

흐르고,새봄윗동네가봄술에취한듯흔들리는데골목을달려오던그

허벅지에붉푸른멍꽃문신을단번에새기고시치밀뚝떼고달아났다“나

살려줘!”열손톱끝멍꽃이핀Y의핏기없는얼굴클로즈업

된장이약이었던고향,낯선도시처럼눈에선파상풍주사와항생제가반란을

일으켰다송사리떼어지러운초봄,버들잎아질아질피우는몽환속에서기회

를노린,그의변형된치사유전자가핏줄을순환중이라는가상의추리가의식

의동공을깊숙이찔렀다부화를기다리던암탉의한시절을주던껌응이,

탱자울구멍을들랑거리며까끔살이놀던Y,해마다봄이면생인손앓듯“그

속에서놀던때가그립습니다”

고향의봄/리틀엔젤스

조선 중기 고산 윤선도의’墨梅(묵매)’

墨梅(묵매)-尹善道(윤선도)

먹으로그린매화


物理有堪賞(물리유감상):사물의이치에는감상할만한것도있어

捨梅聚墨梅(사매취묵매):매화대신먹으로그린매화그림을취했네.

含章知至味(함장지지미):깊은의미를함축한표현은지극한멋이있으니

令色豈良材(영색기양재):겉모양만화려하다고어찌다좋은재목이리요.

自晦追前哲(자회추전철):스스로를감추고옛성현들따라

同塵避俗猜(동진피속시):세속에함께묻혀시기질투피하네.

回看桃與李(회간도여리):화려한복숭아와오얏나무를돌아보면

猶可作輿臺(유가작여대):오히려그것이시중을든다네.

..

조선중기의문신.시조작가(1587~1671).자는약이(約而),호는고산(孤山),해옹(海翁)이다.정철,박인로와더불어조선3대시가인(詩歌人)의한사람이다.치열한당쟁으로일생을거의벽지의유배지에서보냈다.경사(經史)에해박하고의약,복서,음양,지리에도통하였으며,특히시조에뛰어났다.그의시조는주로시조의일반적주제인자연과의화합을주제로담았다.저서에《고산유고(孤山遺稿)》가있다.


보길도를바라보며-박경규작곡

목련꽃 그늘 아래서

서늘한꽃그늘아래서성이며

베르테르가보낸편지를읽던시절

봄에오신귀한손님과같은그대의

맑고고운향기에그윽히취해

몇날꿈길을거니노라

그꿈속에서

향그러운밀어속삭이노라

마음이마음을투명하게비추는

이봄날

고요히타오르는그대하이얀몸짓처럼

보는것이봄이라고요

햇빛과비와한줌바람을차례로받아먹고

초봄부터열심히촛대를밀어올리더니

드디어희고순결한꽃가슴을열었어요

향맑은등불을켜고온동네를비추는데

두꺼운털옷은벗어야할계절에

첫산고를겪는여인처럼

꽃봉오리가붓처럼생겼다고’木筆’이라고도

히야,신비한속살을내보이다니!

자목련도같이불밝히자고

귀부인의비단옷같은꽃잎을내밀고

목련의아카펠라


雲丁최연숙

빈나뭇가지에촛불이켜진다
촛대아래서성이던눈들이모여
촛대의심지를톡톡건들이자
구로공단의뒷골목이환하게흔들린다

징검다리건너노각나무둥지에서
첫마실나온봄새한마리
꽃문을열고들어간다
훅,숨이막힌다

노동자들일제히기름묻은장갑을벗는다
세상의소음을잠재운봄밤
흰촛불의아카펠라를들으며
지나간거리를돌아온나의,
베르테르그슬픔을읽는다

시집『기억의울타리엔경계가없다』

현대판 고려장

우리나라도고령화사회로접어든지오래다.그러다보니양로원등노인부양시설이늘어간다.거기에필요한사회복지교육이필수학문으로자리를잡은지도오래다.수요에따라공급이이뤄지는이치이니당연하다하겠다.영화’소중한가족’에서치매노인으로가족이어려움을겪는이야기가나온다.증상이점점더심해지자아들과며느리는할수없이요양원을방문하여어머니를맡길곳이되는지알아본다.그러나막상그곳에어머니를보내지않고집에서그림그리기를통하여서서히치유되어가며가족애를회복하는과정을그린다.

요즘은치매나중증의질병인경우에는의례히요양원으로모셔야되는것처럼알고있다.몇년전시어머니께서입원해계신병실에한할머니가들어오셨다.할머니는그리심하게불편한곳은없는것같았다.자식이열명이라는데가만히이야길들어보니하나같이자기집으로어머니가오시는것을달갑게여기지않는다는것이다.시어머니가먼저퇴원하시는바람에퇴원까지지켜보진못했지만아마도요양원으로가셨을것으로생각된다.나로서는이해가안가는참희한한일이었다.자신들을낳아길러결혼까지시켜주신부모를열명의자녀중한명도안모시겠다는비극이라니.하물며병이들어병원에계신부모를두고그러는것은우리사회가너무나사랑이식어졌다는반증이다.

자주만나게되는아주머니도시어머니를가까운곳이아닌당진에있는요양원에모셨다.중증치매증상이어서너무힘든상황이면이해할수있지만그런분은아닌것같다.같이동행했던분의말에의하면며느리가가면엉엉우시며아들,손자들소식을묻고집에가서느이들하고살면안되겠냐고하신다는것이다.세상에,얼마나가족이그리우면그러실까싶어이야기를듣는데목이매였다.요양시설에맡긴자식들은너무잘해준다고,시간맞추어식사하고,목욕도시켜주고다해주어얼마나좋은지모른다고들하지만,정작가족으로부터소외되어마음을앓다가병이짙어오히려빨리돌아가시게되는것은모르는것이다.맞벌이부부거나가정상황이어쩔수없는상황이라면모르겠지만그게아니면신중하게생각해볼문제라는것이다.

우리집엔97세이신시어머니가계신다.총기흐려지지않게해주시라고늘기도를드려서인지다행히정신이초롱하시다.가끔은엉뚱한행동이나말씀을하셔서왜그러신가자세히살피니원기가부족하여나타나는증상이었다.그럴때는링거를놔드린다.어머니가편찮으시면노심초사하게된다.언젠가는어머니와헤어져야하겠지만살아계신동안에는더이상앓는일이없으셨으면좋겠다.그할머니의이야기를듣고서나는어떤상황이되던지어머니를요양원에는절대보내드리지않을거라마음먹었다.현대판고려장이란생각이들어서다.힘들면힘든대로가족과함께계시면서하나님품에안기는것이어머니의마음을편하게해드리는것이라여긴다.어머니역시도가족곁을떠나는것을원치않으신다.어머니에게서나를본다.내가가고있는그길이어머니의길인것이다.

"나집에가서느이들하고살믄안되것냐"하시던그할머니의피맺힌절규가지난겨울내내마음에서떠나지않았다.개울가를산책하며억새를보는순간그할머니의말과양로원에계신노인분들의삶이겹쳐져아래의시를짓게되었다.

겨울억새/최연숙

목쉰바람이흰길을낸다

한寒데내쳐진한무리노구老軀

앙상한몸피가구푸린채부싯돌처럼맞대고있다

마른뼛가락속으로환청이여음을잇던날

어느봄만개한복사꽃낯을꺼내시린손을감싸본다

이빠진옥수수알길을들락거리는기억의발음기호,

간간이실낱같은오늘이열리면

‘나집이가느이들하고살믄안되거.었..냐…’

푸석거리는머리칼올올이찬바람에흩어지는저물녘

허공에서도흰머리뭉치가휘나리친다

발목까지감고있던까끌한수의가전신에휘감겨

삼켜버린말마디마디타는소리마저차단된공간

개울가에옹송거리며서있는우리들의자화상

가족도온기도외면한초점잃은눈들이

인정人情에서유리된이름들이하얀걸음을내딛고있다

『애지,2013년54호』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