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중밤이가장길고낮이가장짧다는동지다.그옛날긴긴밤우리부모님들은팥죽을쑤어드시는것말고는뭘하시며긴밤을보내셨을까궁금하다.나어릴적엄마는꽤큰오지옴박지에동지죽을가득쑤어놓으시고들며나며먹게하셨다.하루정도지나얼음이살짝언팥죽을떠와동침미와먹곤했는데,옹심이도단단하여더맛이좋았다.지금생각하니차갑게먹는팥죽이별미였다.엄마는동짓날이면한번도팥죽을거르지않으셨다.
오늘은애동지라팥죽을거의쑤지않는다는말도있는데,그런것상관하지않는다.시어머니께서좋아하시고친정엄마생각도나고하여아침부터팥을삶고쌀가루를빻와서새알심을만들었다.삶은팥은믹서에갈아서물을좀넣어천천히끓이다가빚어놓은새알심을넣었다.새알심이떠오르면다된것이다.그리고,소금을조금넣으면된다.전에는옹심이가물렁한게싫어서새알심에맵쌀도섞었는데올해는깜빡하고찹쌀만했다.새알심만드는재미도있고,세시음식을해먹는다는즐거움도있다.가만히나를돌아보니명절이나절기때엄마가해주신음식을그대로흉내내고있다.봄에는화전,애쑥전을부쳐주시고,여름엔장어와잉어에찹쌀을넣어고와주시고호박잎에밀가루반죽을얹어빵을쪄주시기도했다.모시잎을따다가모시송편을만드시고,보름찰밥,꿩떡국등엄마는동네서도인정받는음식솜씨를지니셨다.
동네한가운데있는우리집은늘손님이끊기지않았다.우리마당을지나야고종사촌오빠네방앗간을가게되어방아를찧으러오는사람들이으레우리마루에내려놓고방으로들어와차례를기다리는것이다.웃동네,뒷동네사람들이항상북적거렸다.우리가족끼리식사하는때가드물정도로밥상에는다른사람들과같이앉아식사를하는날이많았다.인심좋은해남댁이란말이들려오곤하여기분은좋았지만,내가좋아하는귀한음식을장만하는날에는두고먹고싶은데도엄마는다꺼내다동네사람들을나누어주시곤하셨다.그런데,나도색다른음식을하면누구네갖다줄까즐거운고민부터한다.오늘도동지죽을쑤어몇집나누어먹었다.
님아,그강을건너지마오(2014)
MyLove,DontCrossThatRiver
9.2
감독
진모영
출연
조병만,강계열
정보
다큐멘터리|한국|85분|2014-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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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시가"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가연상된영화제목에마음이끌렸다.물이란탄생과죽음의원형적상징을가지고있기도하여강을건넜다는의미는죽음을의미하는것이기도하다.기독교에서는요단강을중심으로이승과내세로구분하기도하고,불교에서는삼도천(三途川)이라고도한다.그런의미를떠올리며어떤죽음을보여주는영화인가했다.제목에서유추한영화스토리짐작은어느정도들어맞았다.이다큐영화의원류는TV에서방영한"인간극장"이라고한다.
98세,89세은발의부부가동화처럼,신혼처럼,사랑을말과행동으로표현하며산다.빛깔고운한복을셋트로입고손을꼭맞잡고다니는노부부는마당의낙엽을쓸다서로에게낙엽을날리며웃고,물장난,눈싸움을하고,꽃을꺾어귀에꽂아주며예쁘다고말하는데전혀어색하지않았다.우리네부모님들이표현을안하고살아왔을뿐,소녀처럼,소년처럼어여쁘게어울린다.삶이란다변적이어서각자가꾸기에달려있다.그본질은사랑이다.어릴적고향에선노인이남이보는데서애정을표현하면"우세시럽다","남사시럽다"는말을들으며자라선지나역시적극적으로표현하는데서투르다.그러나관습을타파해야할이유를노부부의삶이말해준다.
우리는행복의기준을어디에두고있는가.노부부의소소한일상가운데행복을엮어가는말과행동하나하나가눈길을끈다.이는하루아침에가능한일은아니다.젊어서부터부부가어떻게살아왔는가에따라노후까지자연스럽게이어진다.부부가공통의관심사를꾸준히나누어야하고한방향을보고살아야이와같은노후를맞게될것이다.어느가정이든자녀들출가시키고나면이렇듯부부만남는다.백세시대라하여노후의삶의질에대하여고민하며다양한대책을세워야하는과제를안고있다.남편의죽음을준비하는할머니의쓸쓸하고애처러운눈빛,할아버지장례후슬피우는장면을보며부부의삶과죽음에대하여성찰하게된다.
인생은흐르는물과같다.흘러간물이다시돌아오지않듯호흡이끊긴생명도다시오지않는다.배우자의부재로인한외로움과슬픔은남겨진반쪽이고스란히감당해야할몫이다.병색이짙은상황에서영화를촬영하는도중에세상을뜨기까지고통을겪으시는할아버지,홀로남겨진할머니가오롯이견뎌야할아픔이느껴져눈물이났다.옆좌석20대초반쯤된아가씨도연신코를훌쩍인다.여기저기서훌쩍이는소리들린다.그동안부모님과배우자에게잘하지못한회한과자책의눈물도있으리라.내내곁에계신시어머니생각,남편생각에마음이스잔해진다.
公無渡河(공무도하)임아,물을건너지마오
公竟渡河(공경도하)임은물을건너고말았네
墮河而死(타하이사)물에빠져죽었으니
當奈公何(당내공하)임이여,어찌하리오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는고금주에기록된배경설화와함께전해지는고대시가로,우리나라의최초의서정시인황조가와더불어전해지고있다.시란그풀이에있어서시대적배경이나다양한비평이론에따라달라질수있으니그또한시읽기의즐거움이라할수있다.예전에김훈의소설"공무도하"가나왔을때이詩歌를떠올리며사서읽다가전혀다른내용에웃고말았다.그런데,이영화는제목을차용해도될만큼절묘하게매치가된다.강을건너다시는오지못한할아버지와할머니의순수한사랑과이별,아름답고가슴찡한이야기,76년을알콩달콩사시다홀로상심이크실강계열할머니께서만수무강하시길기원한다.
할아버지노래에춤도추시고
손을꼭잡고나들이도하시고
강가에서돌멩이장난도하시고
낙엽을쓸다서로에게뿌리기도하시네
할머니언손을호호불어주시고
아프시다는무릎도호~불어주시고
거울도잘보시는은발의귀여운할머니
서로꽃도꽂아주시고
할머니의이야기에귀를기울이시는할아버지
가족같은강아지"꼬마"가죽어묻고서
얼마남지않은생을예감하시고할머니얼굴을자꾸쓰다듬는할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