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일에심취한다는건나만의세계에침잠하는일이다.그일이꽃과나무들을가꾸고그네들과대화하는일이라면더바랄것이없겠다.《정원일의즐거움》에서헤세는나무한그루의변화를세심하게관찰하고감상하며자연과동화된삶을살아간다.할아버지가정원을가꾸고아버지가정원을가꾸던모습,이제는자신이그정원에서일어난일까지끊임없이상기하며과거와현재의공간에서대화를나누곤한다.나무와꽃들에게생명을부여하고그움직임을살펴적은문학적표현이그지없이아름답고황홀하기까지하다.정원에대하여,꽃에대하여쓴시도삽입하여내용이풍성하다.어릴적고향집장깡곁에엄마의화단이있었다.여름이면피어나던봉숭아,채송화,과꽃,맨드라미를지금도꿈속에서만나게된다.잊혀지지않는의미로기억속에각인되어있는것이다.정원을가꾸는헤세의일은마음을아름답게가꾸는일임에분명하다.헤세가가꾼정원은《클링조어》,《꿈의집》등헤세의문학작품여러곳에등장한다.
"어린아이였을때부터나는자연의기이한형태를바라보는버릇이있었다.관찰만하는것이아니라그것이지닌고유한매력과복잡하게얽히고설킨언어에몰두했다."문학적감성과소양이뛰어난헤세에게자연은관찰의대상에서감정이입의대상으로충분한매력을갖기에부족함이없었으리라."나무는성스럽다.나무에게귀기울이는법은배운사람은더이상나무가되려고갈망하지않는다.네가두려워하는것은네가가는길이너의어머니로부터,고향으로부터멀리떨어져나가게하기때문이다.고향이란여기혹은저기있는것이아니다.고향은너의내면에있든가아니면어디에도없다.밤바람에소슬거리는나무들에귀를기울이고있으면정처없이떠나고싶은충동이일어난다….방랑은고향을그리는향수이며,어머니를기억하려는동경이다"마지막귀절에더공감한다.고향이,어머니가그리우면생각의방랑부터시작된다.그것은나의원형적태동의시원이니까.
"이정원의테라스와덤불,그리고나무들은내가앉아있는방과그안에있는물건보다도더가깝게내삶에속해있다.그들이야말로내진정한친구들이며이웃들이다.그들과더불어나는살고있다.그들은나를지탱해주는믿을만한존재이다."익숙한것들에대한애정이절절이묻어나는대목이다.그렇다.자연은나를속이거나배신하지않는다.내모습그대로수용해준다.얼마전가족처럼지내던은비를잃고얼마나마음을앓고방황하고있는가.동물이나식물이나생명은마찬가지다.나의진정한친구인은비였으니까.폭풍이몰아친날쓰러진오래된한그루나무에대한상실은또얼마나큰지,헤세의섬세한성격이잘드러난다.오래쓰던주머니칼을잃어버리고우울해하는헤세는나처럼이별이나헤어짐을잘받아들이지못하고가슴에통증을느낀다.간간이헤세의그림과정원일을하는사진,드로잉이글과어우러져헤세의실체를만나는듯하다.패전국독일,전쟁으로인한조국의변화에대한처절한고통의토로,문학적감수성이예민한헤세가정원일에파묻히지않았다면어떻게견뎌냈을까싶다.
"지나치게고가로팔리는이낙관주의,그것은전쟁과비참함,죽음과고통을그저어리석은환상으로치부한다."헤세는이를미국식모형을본떠키워진낙관주의로인식한다."저녁이되어서늘해진공기가숲으로부터불어오기를기다린다.도처에서,내가행동하고읽고생각하는것안에서,오늘날의세계가겪는똑같은분열이내게도부딪쳐온다."어느시대누구나겪게되는자아분열의형태이자경험이다."친구여,한번일주일또는열흘동안꽃병속에꽂힌채시들어가는백일홍다발을관찰해보게."시들어가는백일홍의색채에열광하는부분에선평범한것에내재된아름다움을재발견하는헤세의마음에동조하게된다."내기억속에영상들은다양하다.그러나그모든영상들에공통된것이있다.김이무럭무럭피어오르던한낮의열기,무르익은향기,정오의느낌,뭔가에대한기다림,복숭아에붙은부드러운손털,최고의성숙함에아름다운여인들이지닌어딘가반쯤은의식적인우울함."보편적연상작용을헤세로인해다르게도인지하게되는사물에대한느낌이다."이아름다움이얼마나덧없고,그것이얼마나빨리작별을고하는지를나는알고있었다.연필과펜,붓과물감을들고서화려하게피었다가사라져가는이런저런사물들의풍요로움을내곁에남기려고애쓴다."꽃이나나무나사람역시아름다움은얼마나한시적인가.
"저녁에그날모은잎사귀들을서류철안에넣는다.
"우리는겸허해지자,가능하면세계가질주하며흘러가는시대속에서도영혼의고요함을잃지말아야한다…"
"그나무는성난알프스열풍에도꿋꿋이버텼고,비가오는계절에는축축하고흐린날들속에서마치꿈을꾸듯이조용히서있었다."이지상위에는,그리고식물의세계에는어린시절이후로아무것도변한것이없습니다.그래서안심이되는군요.(1933,세실리클라우스에게)시인이고심해서자신의언어를주워모아짜맞추는일은,지금들판에서자라는아네모네와앵초와다른많은꽃들이하고있는일과완전히동일한것이다.이소박한시골의작은세계에서시인과철학자의저서를읽을때와조금도다를바없이영원하고경건한것이마음에느껴집니다."헨리데이비드소로우의《월든》이나,법정의《오두막편지》의분위기와겹쳐진다.소박한삶을지향하며살고싶다.자연과벗하며사는무소유의삶이얼마나사람을사람답게만드는가.나이들어갈수록그리살일이다.그린벨트에묶인밭이풀리거나개발이되길기다리는데아직이다.전원생활의로망이동경으로끝나지않게되길소망한다.헤세처럼꽃과나무를가꾸며자연의일부가되어,자연과소통하며변화를세밀하게관찰하며소박하게살고싶다.짧은단편《꿈의집》을같이엮었는데,산문,시와는형식이달라서자연스런독서의흐름에방해를받았다.편집자의욕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