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찬이의 꽃말
최연숙
처음 동물원에 온 예찬이
기린을 보고
“아유, 귀여워!”
기분 좋은 기린이 벽에다
등을 긁는다
코끼리가 코를 입에 넣자
“아유, 귀여워!”
“잘 먹네!”
코끼리는 코를 연신 입에 넣는다
아가의 눈에는 동물들이 귀엽기만 하다
세상이 모두 예쁘기만 하다
밥을 잘 먹는 예찬이에게 한 말
부메랑이 되어 나온다
하얀 도화지 같은 아가의 마음귀
…..
김 메시라고
30개월 예찬이가
한 시간째 공을 찬다
발끝에서 공을 놓치지 않는다
앙 다문 입술이 결기에 차있다
지나던 아저씨 지켜보다가
“허허 그 녀석 참!”
우리 선수들 월드컵 맥없이 깨진 날
예찬이도 기분이 상한 걸까
얼굴과 팔 다리 벌겋도록 공을 차
꼬린을 수없이 외치고는
수돗가에 가 씻는다
단풍잎손으로 머리에게 발끝까지
물을 떠 바르더니
씨익 웃으며 손을 잡는다
자동차에 오르며
“하무니, 여기 앉아!”
제 옆자리를 가리킨다
녀석이 더 예쁜 이유다
시집 <유다의 하늘에도 달이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