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꽃 피는 마을

봄이짧아졌다.꽃의주기가그것을알려준다.벌써매화가지기시작하고개나리진달래,살구꽃,목련이활짝피었다.꽃사과,벚꽃도오늘아침고운꽃창을열었다.지난해처럼봄꽃이순차적으로피지않고한꺼번에다핀다.언젠가부터간절기옷을거의입어보지못하고지난다.사계가뚜렷하단말이무색해지고여름과겨울이지루해졌다.부지런하지않으면카메라에담긴봄꽃을올릴사이도없이지나기도한다.

꽃들이손짓을하여그냥지나기가미안하다.몇마디말을건네기도하고그네들의말을경청하기도한다.꽃의언어처럼고우랴.그저삶이곱고아름다워야한다고말한다.아름다움은자신들을지으신그분의속성이라고말한다.인간을그분의형상대로지으셨는데우린왜곱고아름다운생각만하지않는것일까.악한생각과행동은어디서오는것일까.성경에는분명사단과마귀가그런역할을한다고적혀있다.악한생각과행동이잘못된것이란걸알면서도행하는것은한계절피었다지는꽃만도못하다는의미가아닐까.

꽃들의일생처럼마지막까지아름다운모습을보여줄수있다면얼마나좋을까.잠시왔다가는봄꽃들이나에게주는메세지가향기롭다.항상누군가에게미소를짓게해주는사람이라면꽃처럼아름다운삶을산다고할수있겠다.웃음을주고기쁨을주고상쾌함을주는꽃나무들,가지를오가는봄새들의노랫소리가어우러져생기가넘친다.살아있는것들은항상더불어사는조화로운모습을보여달라는것같다.활기찬모습으로봄을즐기게해주신그분께감사하는삶을살아야겠다.

아침산책길에개울가살구꽃이마음을당겨몇컷카메라에담았다.복사꽃은아직피지않았고살구꽃,아기진달래는방긋이웃는다.개울가친구네산밭가에동네를환하게밝히던살구꽃고향길이,추억을따라환하게펼쳐져가지마다웃고있다."살구꽃핀마을은어디나고향같다."고읊던시인의마음과조우하듯살구꽃가지아래서쉬떠나지못하고고향을그린다.내뛰놀던유년의고향마을에피어나던살구꽃을본다.다정했던친구의고운눈매처럼봄이피어난다.

봄꼬마들 추억쌓기

공원산책을하다가꿈나무들을만났다.

알록달록유치원에서나온꼬마들의옷차람이

봄소식처럼곱다

가만히보니징검다리를건너는추억을쌓는중이다.

망설임없이건너는아이가있는가하며

몇번을주춤거리다건너기도한다.

유치원교사들이징검다리를건너온꼬마를폰에담고

나는멀리서사진을담는다.

징검다리하니까추억이떠오른다.

광주에살고계신고종사촌오빠가우리집에오셨는데

오빠를따라해남고모님댁에가는길이었다.

그때가초등학교2학년겨울방학쯤이다.

윗동네방죽가장자리는시멘트로만든물넘이길이있다.

그길을건너십리를걸어야읍네에가서

해남가는버스를타게된다.

중간쯤가다가미끄러져옷이젖어버렸다.

벌벌떨며읍네에도착해서야

오빠가옷을사주셔서갈아입고고모님댁엘갈수있었다.

분명감기들까봐오빠가집으로가자고하셨을텐데,

고모님댁에가고싶어시무룩하던나를어쩔수없이데리고가신것같다

그오빠를뵐때면미안함과더불어떠오르는겨울날의추억이다.

해맑은꼬마들이건너는징검다리를따라

파란하늘을따라봄이오고있다.

꽃이피어나고있다.

이나라의보배들

건강하고훌륭하게자라거라.

봄꼬마들의징검다리추억쌓기

선생님난잘할수있어요

선생님저두잘했지요?

정말잘건널수있을까?

가슴이콩당콩당

드디어성공!~

나두할수있어요,나두요!

우리모두징검다리를건너

즐거운놀이기구쪽으로달려라

우리힘을합쳐역기를들어볼까?

나혼자서도할수있을것같아요

이형아는뭐하는거지?난아직못하는데..

짝짝이신발은누구거?성민이거?

수돗가에신발들이나란히나란히~

자아~신발을벗고서~(같은신발이한개도없네^^)

아고,지압봉밟은것쉽지않네~

난누가누가잘하나볼게~

물병도물병싸개도봄이요~

봄꽃 피다

올해도꽃들이한꺼번에피어난다.며칠따듯한기운이감돌더니여기저기서꽃봉을연다.노란영춘화를선두로산수유,매화,진달래,샤프란,봄까치꽃이피었고양지녘에목련도이틀정도면꽃가슴을열겠다.봄인가싶으면여름이라할만큼따듯하다.옷차림이가벼워져발걸음도가볍다.긴겨울칙칙하던산야에유록빛이감돌고쑥쑥자라는초록잎들이꽃대궁을보듬어안고있다.각기얼굴이다른화사한봄이사방에서우리를불러꽃타령한자락내놓으라할것이다.

봄숲아기싹들옹알이에숨차오르던그봄이다.절기를따라제할일을잊지않는나무들이대견하기만하다.연두싹들내보내쭉쭉물을올려주어푸른산이될때까지쉬지않는나무의수고,보이지않지만생명의몸짓을하는나무들이있어우린사계의아름다운변화에탄성을지르곤한다.지난봄쑥전을부쳐먹던때가떠올라시흥밭으로쑥을캐러갔더니아직어려일주일정도기다려야먹을수있을것같다.봄에나는냉이,달래,쑥,산나물등은보약이라고한다.

아침산책길에청매를만났다.꽃망울도청신하지만갓꽃문을연자태가단아하여옥빛한복을입은여인의모습같았다.살포시열기시작한꽃잎이머금은수줍은미소까지봄아씨의절제미를보여주었다.예닐곱송이핀것이만발한것보다휠씬더신비로움을더했다.어찌보면선비의절도있는매무새같기도한청매화가지아래서꽃과망울을완상하다가돌아왔다.바람이너무세게불어여린꽃잎이금방지기라도하면어쩌나조바심이인다.

꽃앞에서면마음이아름다워진다.사람도마찬가지다.아름다운사람을만나면행복하다.이는외모뿐아니라내면의아름다움이느껴질때이다.일전에외모가아름다운사람과대화를나눌기회가있었는데어찌나무례하고건방진지실망스러웠다.내면의아름다움이받쳐주지않으면외모또한별감동을주지못하는구나싶었다.꽃은그저은은한향기로아름다움을전한다.꾸미지않는제모습그대로.내면에서향기가우러나오는그런사람과오래대화하고싶다.청매같은사람이면좋겠다.

청매의수줍은자태

꽃문을열었다

나란히핀두송이

개나리보다먼저핀영춘화

산수유도활짝

샤프란의꽃빛

봄병아리깃털같은

하늘을닮은봄까치풀꽃

까치의 설움

지난봄까치집에대한글을올린적있다.다리건너버스정류장가는길목플라타너스우듬지에올봄에도집단장을하는까치부부의모습을볼수있었다.웅웅소리가요란하여보니새로나온나뭇가지를절지하고있었다.한겨울을잘건너왔노라며당당하게살아있음을표현하는가지들이인정사정없는톱날에잘려길가에수북했다.모양을예쁘게만드는것인지잘모르겠다.값을높이려고인위적으로나무를얽어매만드는분재를전혀좋아하지않는나는봄이면가로수가지를잘라내는것을이해하기어렵다.사람이나나무나자유로운것이좋을텐데인간이자연에게가하는가학적인행동은자연을고문하는것이나마찬가지다.

시내에나가일을마치고돌아오다가아차싶었다.우듬지까치집을그냥두라고한마디할텐데그냥지나와버린것이다.아니나다를까.까치집이보이지않았다.개울가계수나무에까치가나뭇가지를물고앉아있었다.아침까지즐겁게집단장을하던까치는잠깐사이에집이없어져버려얼마나마음이아팠을까.말못하는새라지만이층집을짓는지혜가사람못지않았다.까치가유해조수라고는하나까치집이있는곳은전신주가걸쳐있지않아구태여철거하지않아도될텐데정서가메마른사람의소행같았다.말못하는새지만더불어살아가야하는세상이아닌가.

다리를건너는사람들이까치집을보며고향미루나무에있던새집생각도나고저마다향수에잠기기도했을터이다.들며나며집을단장하여포란을하고가족을맞으려는까치를보며새봄의열정이솟아나기도했다.생명의몸짓은언제보아도생기롭다.풀꽃한송이,길짐승,날짐승도그들만의세계가있어서로교감을나누며산다.그모습을관찰하노라면신비하기그지없다.우리삶에새소리가없다면삭막할것이다.아침에눈을뜨면기분을상쾌하게해주는새들의노래가반갑고고맙다.며칠마음을앓으며지인에게말하니시청홈페이지"시장에게바란다"에글을올리라고한다.분주하게지내다글도못올리고이제몇자적는다.

미물이라도사랑하며살아야흉악한범죄나인명경시풍조가덜할텐데,어제는수강생이요즘너무바빠시를생각할겨를이없다고하기에그럴때일수록시를가까이하라고했다.시쓰기는자신의마음을치유해주는작업이기때문이다.시를사랑하는사람이생명을하찮게여기진않을거란믿음이있다.마음밭이고와지면세상을바라보는시선또한아름다워지기때문이리라.이웃을사랑하고자연을사랑하라는말너무흔한말이라고치부한다면우리사회는달라지지않는다.이웃이나미물에게사랑을실천했을때의희열과기쁨을생각해보자.더많이사랑하며살아야겠다.

작년봄까치집

까치집이사라진후

봄마중

오늘이경칩이네요.개구리가나온다고하여개울가에나가봤는데발견하지못하고TV에서짝짓기하는두꺼비를보았어요.겨울이봄과줄다리기를하더니결국졌나봐요.햇살이따사로워은비를데리고공원을한바퀴돌아생기롭게흐르는개울물소리에귀를기울이다왔어요.간혹마른풀사이에생명이돋아나고,산수유부푼꽃망울이곧터질기세로나를반겨주었어요.해마다만나는청매도개화가멀지않았고요.

찬바람속에서도생명의몸짓이신비롭네요.살아있는것들은한가지로머물지않고어떤모습이든지변화를가져오지요.새봄을맞아나의마음도새로움으로가득차올라요.목까지차오르는봄내에숨막히는설레임으로이봄을또기대하게되네요.따뜻한햇살이가장반가워요.지난겨울엔많이추웠으니까요.아직꽃을시샘하는추위가몇차례봄을괴롭혀야할테지만,’봄’이라는단어만으로도마음이따스해지네요.

잔디밭을비추는햇살도포근하고,왕벚나무아래가봤는데,물관을통해물을퍼올리느라힘줄이불근불근하네요.봄싹을발견하고싶어잔디밭을살폈는데,보랏빛제비꽃안부는더기다려야할것같아요.마른풀더미사이수줍게얼굴을내민제비꽃들이아주사랑스럽거든요.좀천천히깨어나는나무들도있고요.언제세상에나가야하는지꽃과잎이하늘과타전중이겠지요.방긋방긋온세상이꽃들의웃음으로화사할날이기다려지네요.

꽃처럼나무들처럼아름다운모습을보여주는세상이되었으면해요.왜사람을찌르고,죽이고해야하는지걱정이예요.예쁜마음에상처를입히고사람을무서워해야하는세상이되는것싫거든요.꽃들이나무들이가르쳐주는걸배운다면그러지않을텐데요.봄이오는길목에서고운사연이,감동의사연이줄을이었으면해요.올봄엔’사랑’이란단어를생각하기로해요.’용서’를실천하기로해요.그래야봄처럼해맑은세상이될테니까요.우리모두의마음을부드럽고유순하게,봄님부탁해요.

햇싹이돋아나요

붉은꽃망울매달고

어느새새순쑥쑥올라와

산수유노랑꽃이먼저필거래요

느림보목련

새순이얼굴을내밀고

마른잎사이생명이눈떠요

돌돌~봄노래부르는개울물

산책로소나무는늘푸르고

자작나무도뽀얀살결을

봄햇살이따스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