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비는 11살이예요

은비는11년차이다.단비가은비를낳았고은비는금비를낳았다.단비는시골친척집에서살고금비는지금어디있는지모른다.잘키운다고해서보냈더니데려간집에서사정이생겨다른집으로갔다고한다.한곳에서사랑받지못하고이집저집으로다니며심리적으로불안해얼마나마음고생을했으랴싶으니마음이안좋다.은비는금비딱한마리낳았다.낳은지한달쯤금비를보냈는데간혹이름을부르면두리번거리며찾다가이내잊어버리는것같았다.어쩌면저리빨리자기새끼를잊어버리나얄밉기도했는데,어쩌랴.사람과동물이다른이유인걸.

은비는건강한편이다.지난해유선종과조그만혹몇개를제거한수술말고는몇번스케링해준게전부다.나이가있어선지수술후시력이많이안좋아진것같다.공원에가서나무뒤로숨으면얼른발견하지못하고지나치기도해서안타깝다.사람이나짐승이나마취와수술을하고나면기억력도그렇고,인지능력이많이떨어지는것같다.집에선거의나와은비가같이움직인다.녀석은나만주시하고있다가제시야에서내가안보이면찾는다.시어머니는개를안좋아하신다.자기를좋아하지않는것은금방알아어머니방근처에는얼씬거리지않는다.

집에서는은비가내친구다.외출했다돌아오면반가워하며안아달라고콩콩뛰며좋아한다.은비가없으면얼마나적적할까싶다.누가오면먼저짖어주니알게되고집을잠깐비울때도든든하다.가끔장군이와루루가현관문밖에서소리를내면질투가나는지그러지말라고짖는다.은비는참착하고순하다.지금까지한번도누굴문다든지하여마음쓰이는일이없었다.그저짖는것이전부다.안아주고쓰다듬어주면으응하며어리광을한다.밥을먹을때도곁에서지켜달라한다.아직은뛰기도잘한다.가족이단촐하니은비가때론소통의창구가되기도한다.

은비는한번도집에서배변실례를한적이없다.그래서더예쁘다.급하면화장실문앞에서빨리열어달라는제스처를하고아니면나가서처리한다.아기강아지때딱15일훈련을시키면평생귀여움을받는다.그때배변에성공하지못하면천덕꾸러기가되는것이다.겨우내너무추워은비와산책을하지못했다.거의한시간여를걷게되는데운동으론딱좋다.혼자걷는것보단보폭을맞추어주는은비와함께가면즐겁다.날이풀리고봄이오면개울가를자주산책할것이다.은비가오오래건강하게살아주었으면한다.

설 연휴를 보내며

예상대로올설에는장보기부터불편을겪었다.21년간과천시민들의장보기의대표쇼핑몰이던"뉴코아백화점"이문을닫았기때문이다.명절안에이마트가개점을하려나기대했는데언제입점을하려는지불투명하게되었다.평촌농수산물시장,농협마트,골목시장에서장을봤다.메모를꼼꼼히하여장을본다.메모를확인하며물건을사면빠진물건없이완벽한장보기가된다.설삼일전에나박김치와사골을고으고,이틀전에는갈비를재고,식혜준비,고사리나물삶기,생선손질하기,말려놓은표고버섯을물에담그고양념꽃게장을무친다.느끼한음식이많은명절에우리가족이가장좋아하는음식이단백한해물볶음과얼큰하고개운한꽃게장이다.

올해는막내동서가할머니건강이안좋으셔서아이들을데리고친정에다니러갔다.남편과두아들과며느리가전을부쳤다.표고,깻잎,녹두,동태,연근,굴전을준비했다.예찬이가빈쟁반을몇번이나싫다하지않고주방에가져다주며심부름을곧잘했다.기특하다.갈수록주의집중이어려운것인지나는손이여러군데상처가났다.꽃게발에찔리기도하고생선을손질하고도라지껍질을벗기다가다치기도했다.아들은올해도엄마힘드시니할머니천국에가신후엔가족여행을다녀오자고한다.명절때엄마가만든음식이먹고싶으면어떻게할까물으니평상시에한가지씩해먹자고한다.오후까지음식을준비하고막내서방님이오셔서저녁식사를했다.

설날아침에는가족이모여먼저하나님께예배를드리고,어머니께는봉투를드리고절을올린후,우리부부가세배를받고장남내외와작은아들순으로세배를마쳤다.예찬이가제아빠절하는모습을보더니흉내를냈다.역시사람은모방의천재인것같다.예찬이주려고미리만들어놓은예쁜비단천복지갑에세뱃돈을넣어주었다.예찬이는세뱃돈에관심이없어제엄마에게다주어버린다.몇해받은세뱃돈을통장에넣어꽤모였단다.예찬인지난해사입은한복이올해만입고동생을줘야할만큼키가자랐다.사골고은국물에떡국을끓여고명을얹어정성껏준비한음식과설명절상을푸짐하게차렸다.

점심에는성묘를다녀온사촌가족들과식사를했다.시어머니가계셔서며칠손님이끊이지않으니명절분위기는확실하게난다.예전에는엄두가나지않아마음고생부터하였는데여러해습관이되니척척잘해낸다.음식을맛있게드시면피로가싹풀리는느낌이다.식사를하시며혼기를놓친종친자녀걱정,그동안생긴일들이주제가되어담소를나눈후다음스케줄이있어가신다.올해는항공대를가고싶어하던막내동서아들이재수하기로하였는데5월에말레이지아항공대로가게되었다는이야기가주가되었다.자녀들결혼을하고이제손주들자라는재미로살아가고있는우리세대들이다.원룸에나가사는둘째아들은아직결혼할마음이없는것같다.설연휴를여유롭게지내고있다.올설은날씨가풀려봄같이포근하다.내일은주일예배를마치고큰언니댁을다녀올참이다.

봄내 피어나는 아침

한려해상국립공원부근옛구조라분교에핀춘당매(春堂梅)

입춘즈음두번째반가운꽃소식이다.첫번째는홍매,두번째는선홍빛매화가사진으로날아왔다.꽃은제모습이담긴사진으로고운자태를보여주며안부를전해주었다.사진을보고있노라니고아하고청초한매화의향기가맡아지는듯하다.입춘이지나고,절기에맞게어김없이전해오는꽃소식을들으며우린봄을기다린다.봄은봄으로서봄이라는데,가장볼거리가많은것이봄이아닌가한다.해마다나를찾아오는청신한봄으로나의찬가는메조소프라노에서하이소프라노로점점높아간다.

햇싹과햇꽃들의속삭임이들리는듯하다.생명이탄생하는곳마다환희에넘쳐흐르는그봄이한발짝씩다가오고있다.사뿐히내려딛는봄의발자국소리가지금은아기싹과꽃봉들이껍질을뚫고나오는시점을하늘과조율중이라고귓속말로전해주는듯하다.봄이면생명을드러내는자연의지혜를보며깨닫는다.사람도때에따라할일이있다는것을.봄의전령은남으로부터온다.내고향도따듯한남쪽으로봄을먼저맞던곳이다.이젠꿈에서나만나게되는고향바다,봄이면물색이더푸르던그바닷가긴둑방길이그립다.이즈막엔바위에붙어남실거리던진진초록의파래를따며손이시려호호불며집에오곤했었는데…

풀꽃들이고운수를놓아주던그길로오일장에간엄마마중을나갔고,바다에조개를잡으러간언니를마중갔었다.바닷물이다녀갈때마다갈매기들이수평선너머이야기를들려주곤했었다.삐비를뽑으며제트기가내뿜고간푸른창공의하얀두길을따라가며갈수없는먼곳을그리워하던시절이있었다.원초적인그리움이있어시를쓴다던가.고향이그립고사람이그립고가고싶은곳이그리워서도긁적이게된다.세월이아득히흘러고향풍경도바뀌고사람들또한바뀌어이젠마음으로만그리워해야하리라고.

"꿈속의스카브로우"를들으며지난시절을그리워한다.돌아갈고향이있는사람은행복하다.지척에두고도갈수없는사람들도있으니말이다.올봄엔어떤싱그러운소식이나를방문해줄까기대가차오른다.아직도그소녀의봄이기다려지니,마음은나이와상관없다는것맞는말이다.작은풀꽃한송이에도마음이설레게될봄님이시여어서오시라.새마음으로쓸고닦으며말끔히단장하고유록빛봄빛융단그대오시는길에깔아두리라.짚시풍프릴이풍성한치마를입고봄새가불러주는노래에맞추어나그대를맞아봄의왈츠를추리라.내마음속에봄내싱그럽게피어나는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