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전여전父傳女傳



부전여전父傳女傳
雲丁최연숙
1.시월초엿새시제날,아버지는장손인오빠손을잡고어머니가정성껏손질해두신잿빛두루마기자락을갈바람에휘날리며성산으로가셨다.산에서어떤방법으로시제를지내는지여자아이인나는모른다.다만내가할수있는건목을길게빼고아버지를기다리는일뿐이었다.아버지가꺼내놓은손바닥만한보자기를풀면니비꼬막다섯개,찹쌀떡한덩이,전부스러기가들어있었다.2.그기억이시초였다.사물이마음의댓가지를미세하게흔들때면아버지처럼보자기를
펼쳐싸오곤한다.아버지의보자기가가족을위한용도라면나의보자기는노송의
고독과같은아버지를떠올리게되는보자기이다.그보자기안에는강제징용으로
끌려간만주,힘겨운노역으로정신의반은놓아버린아버지의밭은기침이아랫목
횃댓보에새겨진목단꽃문양으로땀땀이박혀있다.
...

『과천문학,영암문학가을호발표』


백합

백합

雲庭최연숙

그대의순결이극한고통일수있오

향기가마음을깨우면어찌앓지않으리오

잠시왔다사라질그대살빛에물들어

내격정의색깔들이하얗게바래어가오

단며칠그대눈짓에빼앗긴사유의찰라가

지독한한모금의사치일수도있겠소만

그사치의밑동에서시의새순이자라나오

사랑한다고말하지않아도되지않겠오?

사랑,그낡은일차방정식의미궁속에서

앓던사랑니뽑지못한고통의무늬선연하니

어둠걷힌길머리에서부활의아침을맞이하려오

성스런언어로내영혼을깨워준그대에게감사하오.

『과천문학제38호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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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가 사과에게


(이승숙화가작품)
사과가사과에게
雲丁최연숙
냉장고문을열었다얼굴을붉힌사과가입을삐죽내민다식탁위에도반쪽난사과가있고컴퓨터옆은쟁반에도놓여있다사과는줄곧나의시선의꼬리를잡으며말을건넨다반쪽난사과를한입베어무니어제와다른소태씹은맛이다사과는왜사과와동음이의어인지사과를좋아하는나는사과를맛있게먹기위해그이에게사과謝過를해야했다.(과천문학봄호발표)

    비의 방

    비의방

    雲丁최연숙

    직선으로
    사선으로왔다가
    너를만나는순간
    왜동그라미가되어버리는지

    신호등앞하늘을가린
    검정우산위
    뒹구는빗방울도

    비의방에서
    튕겨져나온미꾸라지의
    젖은흙마당퍼포먼스도동그랗고

    용수재아래
    나목의젖은몸이비의방으로
    들어가는소리도동그랗다

    비의방엔동그란마음들이모여산다

    –시인회의2008년합동시집’무늬를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