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의 아카펠라

목련의아카펠라


雲丁최연숙

빈나뭇가지에촛불이켜진다
촛대아래서성이던눈들이모여
촛대의심지를톡톡건들이자
구로공단의뒷골목이환하게흔들린다

징검다리건너노각나무둥지에서
첫마실나온봄새한마리
꽃문을열고들어간다
훅,숨이막힌다

노동자들일제히기름묻은장갑을벗는다
세상의소음을잠재운봄밤
흰촛불의아카펠라를들으며
지나간거리를돌아온나의,
베르테르그슬픔을읽는다

시집『기억의울타리엔경계가없다』

사순절

사순절

雲丁최연숙

나무는

하늘과교신중이었다

안테나를움직이며주파수를맞추고

미세한가시광선으로톡톡

전파를보내

허공에졸고있는햇살을깨운다

잠이깬햇살의부드러운웃음을

한소쿠리먹어

몸을팽팽하게부풀린나무는

가녀린손끝으로밀어올린진액으로

울타리와담장위에

노란별무더기를그리기시작한다

나무가흘린유채색피와

그분이흘린새빨간피사이에는

하늘만아는신비가있다

강가의 봄

강가의봄

雲丁최연숙

강은어느새겨울을잊었나보다

잔잔한수면에말쑥한제얼굴비추어보며

몸을던진금노을과불덩이같은사랑에빠졌다

돌계단틈새를밀치고나온봄잎의생기로운몸짓

버들개지보송한눈망울포시시열고

잉어한마리물밖으로원을그리며점프

놀라돌아보니봄을물고다이빙

나릿한햇살향내에이내번지는봄빛

오라,봄이로구나봄봄

꽃들의 찬가

꽃들의찬가

雲丁최연숙

겨울햇살이오므렸던제몸을느슨하게풀어

봄꽁무니를쫓아왔네메타쉐콰이아우듬지

풀어진햇살에까치들이부리를담근순간

지상에없는꽃들이달리기시작하네

꽃들은자유자재로몸을흔들며재재불째불

하늘닮은노래를공원산책로에뿌려주네

꽃들이부르는노래는하늘의언어를아는

사람이들을수있네꽃들이잎문을열어

봄빛생기한조각을넣어주니하늘의하늘들의

기쁨이초록음표를연주하며허공에놓인음계를

오르락내리락장단을맞추네

하늘벗들과가끔산책하는

대공원산책로의초봄풍경을그려보았습니다.

은빛물비늘이이는아름다운호숫가

곧게뻗은메타쉐콰이어의

일렬로서있는풍경은

이국적인정취를물씬자아내는곳이기도합니다.

자연이들려주는소리에

귀를기울이다가

하늘의언어를아는사람들이

알아들을수있는소리,

그경이에찬소리에

마음이깨어났습니다.

그산책로에서

주님주신아름다운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