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만드는 손

    봄만드는손

    雲丁최연숙

    엊저녁
    산내리바람내려와
    그할아버지소식전해주고갔어
    달구지를끌고다니며봄을만드는꼽추할아버지
    기름때가지도를그려논국방색바지는
    하얀김을내뿜으며펑펑터뜨리는
    검은무쇠덩어리와치열한전투흔적같았지

    내어릴적
    왜생겼는지도모를탱자울구멍으로
    할아버지는
    밤이면그봄을
    한됫박씩디밀고갔다지

    골망태에담아둔봄들이
    뛰쳐나가
    잔등너머신씨네산조팝나무에오줌을갈겼대
    (오,견딜수없는존재의뜨거움이여)
    온몸에화상을입어톡톡튀던꽃봉들이
    이가지저가지를붙들고늘어져
    그해산이반쯤은하얗게변해버렸다지

    할아버지연년이
    봄만들어내던일
    마음은머언북녘에두고
    손혼자척척
    시꺼먼무쇠덩어리철망에끼워
    꽃씨한되아구까지밀어넣고
    풍로를돌리기시작하지
    뜨거운원통속에담긴봄들이부풀어
    튀어나올때쯤
    귀막고팽나무뒤에앉아있으면
    할아버지젖은눈빛도
    따라앉고

    올해도어김없이
    산내리바람날을누이고후후
    입김을풀어놓아
    버들때죽수수꽃다리에애기순달리고
    궁노루향내흩뿌리는서너줌햇살에
    기대어귀기울이고있으면
    그할아버지봄만드는소리끝간데없이
    들려오네


          봄아!

          봄아!

          雲丁최연숙

          날세운바람에

          상처입은나무는

          봄비의

          보들한손아귀에서

          빨간햇꽃을피워냈다

          며칠꽃몸살을앓던

          연이의

          순한마음이랑에

          봄아기새슬같은

          햇잎이옹알옹알피어났다

          햇꽃같은

          햇잎같은

          연이를보고싶은봄아!

          시집『기억의울타리엔경계가없다』

          YuhkiKuramoto–Heartstrings(심금心琴).외

          봄이

          봄이

          雲丁최연숙

          옹달샘물머리를열고

          새하얀길을내며

          메조포르테로흐른다

          동박골돌아나오다

          옹당이에제얼굴비추어보며

          바람이밀어주는햇살그네에서해찰도하다가,

          궁궁이풀씨흔들어깨우고

          아그배나무뿌리간질이며

          어서매무새를가다듬으라한다

          옹당이소프라노

          햇살베이스

          궁궁이알토

          아그배테너의

          소리한마당으로

          온세상에봄물이들고

          휘파람새불러모아

          장단맞추라한다

          아니마토!아니마토!

          *animato(아니마토):생기있게

          시집『기억의울타리엔경계가없다』

          바이올린소나타5번’봄’1악장-Beethoven

          봄비

          싸릿재를너머

          느릿한봄을만나고온

          비의몸에선

          파릇한봄내가풍겨났다

          노란꽃다지

          흰냉이꽃

          연분홍살구꽃도

          봄내나는

          보드라운비의살결에

          눈비비고있을것이다

          꽃신을신고

          징검돌을건너오던소녀의

          머리위에

          포르랑파르랑

          나비한마리꽃꿈에젖어있다

          연분홍 소식이

          연분홍소식이

          雲丁최연숙

          봄을한짐부린경운기가

          탈탈거리며시동을건다

          고양이처럼사뿐

          잡입해드는봄

          엉거주춤복도구석에

          몸을숨긴겨울이

          날래게달아난다

          아직해빙되지않는

          가슴을밀치고

          파수병이흔드는깃발처럼

          나부끼는연분홍소식이

          서릿발에들뜬봄보리밭다독이듯

          웟동네장씨의오랜실직으로

          고지서만수북히쌓여가는

          수동이네

          눈물밥상을다독이라한다

          시집『기억의울타리엔경계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