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월 2013
예찬이 돌잔치
우리집복덩이예찬이가오늘첫돌을맞았다.돌잔치는파티하우스’플로렌스’에서했다.은은한백합향기와깔끔하고아기자기한분위기에어울린정갈한음식도마음에들었다.기온이뚝떨어져밖은추웠지만실내는따듯하고주인공예찬이를마음껏축복해줄수있는분위기다.요즘은태어나자마자돌잔치장소를예약한다고한다.아들내외는처음엔가족끼리만간략하게하려다가이곳을예약하였다.양가부모와가까운친척들만초대했다.아이돌잔치까지알린다는것은민폐를끼치는일이라며회사와교회에도알리지않았다는아들이사려가깊다.
먼저아들이기타를치며찬양을인도하였다.간략하게하나님께예배를드리고예찬이를위한엄마,아빠의기도문을낭독하고기도로예배를마쳤다.무엇보다예찬이에게이런사람이되라는당부의아들내외의기도문이감동적이었다.자식을위해먼저할일이무엇인지잘아는아들내외가대견했다.이어서예찬이가태어나서부터지금까지성장과정을사진을통해보여주었다.아들내외는내빈을향해가장소중한분들을모시고예찬이돌을축하하게되어감사하다는인사를했다.
양가할머니가예찬이목에장수를기원하는의미인무명실을걸어주고가장관심을끄는돌잡이를시작했다.말씀두루마리는[누가복음2장52절]을잡았다.이어서사회자가돈,법관방망이,연필,비행기,등을보여주자예찬이는자기가관심있는것을한번씩터치해본다.그러더니옷을갈아입느라힘들었는지,졸리는지아무것도잡지않겠다고울음보를터트린다.다시달래서기분을좋게하고나와서비행기를잡았다.아들은비행기에"세계를품는사람이되라"는의미를부여했다.가족사진촬영을마지막으로돌잔치행사를마쳤다.
종소리
눈 오는 날의 기다림
철웅이오빠네사랑채뒤처마밑에서면넓게펼쳐진윗들과웃동네방죽까지희미하게나마보인다.내눈은벌써읍네에서돌아오는길목인방죽가옹기구이집담장에걸려있다.
바람에제멋대로휘날리는눈은하늘에서내려오는지땅에서올라오는지구분할수도없이몰려오고기다림은처마밑고드름처럼쑥쑥키가자란다.웃들논가운데쯤오시면냅다뛸것인데기다리는엄마는안오시고눈이와신바람난누렁이만길인지논인지모르고잠방거리다저하는모양칭찬이라도해달라는것처럼내앞에와벌러덩누워재롱을떤다.
눈송이가점점더굵어지더니논에쌓아둔큰볏짚이눈속에갇힌집모양이되었다.미순이가아직집에가지않았다면술래잡기하기딱좋은때다.내가잘숨는볏짚속에들어가있고지금처럼때맞춰눈이덮여준다면나를찾는데귀신인미숙이도절대찾을수없겠지.그런생각도잠시.배는고프고엄마는오시지않고.
집으로들어왔다.아랫목에손을쑤욱넣었다.아침에지핀불에아랫목이아직까지따뜻할리없다.이불을푹뒤집어쓰고있는양은밥통도차다.배는고픈데밥은먹기싫고윤기가반지르한검은무쇠솥뚜겅을열어본다.불어터진밥알갱이물과섞여동동떠있다.양은국솥을열어보니밥알이붙어있는고구마몇개양재기에담겨있다.엄마는아신다.배고프면솥뚜껑열어보는버릇이내게있음을.싱건지항아리에서내팔뚝만한무수하나를꺼냈다.고구마한입,무수한입,맛있게먹었다.
엄만왜아직안오시는거야…봉창으로내다보는앞마당거름자리엔눈이수북하다.돼지울옆발가벗고서있는오동나무에도,사립문옆대추나무에도볏짚을엮어올린토담위에도눈이쌓여가는데해거름이지나도록오시지않아밉던엄마가이제슬슬걱정이된다.혹시눈이아주많이와길이막혀못오시면어쩌나…뒤안대숲에선눈의무게를견디지못하고휘어지는대나무소리들려온다.
다른날같으면아래들에서썰매타고놀생각에눈이그치기만기다리며턱고이고앉아봉창만내다볼텐데오늘은오빠가만들어준썰매를타고놀생각도즐겁지가않다.오빠는종일어디갔을까.엄마와약속이나한것처럼오지않는오빠도밉고눈꺼풀은자꾸만내려오는데엄마가사오신다던내까치고무신은어디쯤오고있을까.비린것좋아한다고갈치사다무넣고지져준다하셨는데잊어버리지않으셨는지몰라..모올라…모올라..아…
(꿈을꾸었다.눈이펑펑오는데내까치고무신은오동나무에걸려있고나무위로까치두마리나는.내까치고오무시인!!)
잠결에엄마가깨우는소리들린다.갈치지지는맛있는냄새도코끝을간질인다.
"아야,저녁묵고자그라잉.일찍온다는것이늦었다야.왠일이다냐안하던잠꼬대를다하고.꿈에서고무신봤냐.여깃다,고무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