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의 기다림

날이몹시추웠다.주머니에손을넣으니손가락두개가불쑥나온다.구멍이났나보다.선채로동동거려보지만손발이시려오고볼이얼얼하다.계란두꾸러미와잡곡을머리에이고이십리걸어읍네오일장에가신엄마는아직오시지않는다.

철웅이오빠네사랑채뒤처마밑에서면넓게펼쳐진윗들과웃동네방죽까지희미하게나마보인다.내눈은벌써읍네에서돌아오는길목인방죽가옹기구이집담장에걸려있다.

바람에제멋대로휘날리는눈은하늘에서내려오는지땅에서올라오는지구분할수도없이몰려오고기다림은처마밑고드름처럼쑥쑥키가자란다.웃들논가운데쯤오시면냅다뛸것인데기다리는엄마는안오시고눈이와신바람난누렁이만길인지논인지모르고잠방거리다저하는모양칭찬이라도해달라는것처럼내앞에와벌러덩누워재롱을떤다.

눈송이가점점더굵어지더니논에쌓아둔큰볏짚이눈속에갇힌집모양이되었다.미순이가아직집에가지않았다면술래잡기하기딱좋은때다.내가잘숨는볏짚속에들어가있고지금처럼때맞춰눈이덮여준다면나를찾는데귀신인미숙이도절대찾을수없겠지.그런생각도잠시.배는고프고엄마는오시지않고.

집으로들어왔다.아랫목에손을쑤욱넣었다.아침에지핀불에아랫목이아직까지따뜻할리없다.이불을푹뒤집어쓰고있는양은밥통도차다.배는고픈데밥은먹기싫고윤기가반지르한검은무쇠솥뚜겅을열어본다.불어터진밥알갱이물과섞여동동떠있다.양은국솥을열어보니밥알이붙어있는고구마몇개양재기에담겨있다.엄마는아신다.배고프면솥뚜껑열어보는버릇이내게있음을.싱건지항아리에서내팔뚝만한무수하나를꺼냈다.고구마한입,무수한입,맛있게먹었다.

엄만왜아직안오시는거야…봉창으로내다보는앞마당거름자리엔눈이수북하다.돼지울옆발가벗고서있는오동나무에도,사립문옆대추나무에도볏짚을엮어올린토담위에도눈이쌓여가는데해거름이지나도록오시지않아밉던엄마가이제슬슬걱정이된다.혹시눈이아주많이와길이막혀못오시면어쩌나…뒤안대숲에선눈의무게를견디지못하고휘어지는대나무소리들려온다.

다른날같으면아래들에서썰매타고놀생각에눈이그치기만기다리며턱고이고앉아봉창만내다볼텐데오늘은오빠가만들어준썰매를타고놀생각도즐겁지가않다.오빠는종일어디갔을까.엄마와약속이나한것처럼오지않는오빠도밉고눈꺼풀은자꾸만내려오는데엄마가사오신다던내까치고무신은어디쯤오고있을까.비린것좋아한다고갈치사다무넣고지져준다하셨는데잊어버리지않으셨는지몰라..모올라…모올라..아…

(꿈을꾸었다.눈이펑펑오는데내까치고무신은오동나무에걸려있고나무위로까치두마리나는.내까치고오무시인!!)

잠결에엄마가깨우는소리들린다.갈치지지는맛있는냄새도코끝을간질인다.

"아야,저녁묵고자그라잉.일찍온다는것이늦었다야.왠일이다냐안하던잠꼬대를다하고.꿈에서고무신봤냐.여깃다,고무신!"

세상에나까치는어디로다날아가고빨주노초파남보내까치고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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