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비 오시다

이른아침빗소리가자장가처럼들려온다.이비에보름일찍당도한여름이멈칫할것이다.노래하던새들도깃을접고초록잎속으로들어갔나보다.전깃줄에있던제비도처마밑으로옮겨쉬고있다.베란다에심어놓은고추와상추가빗물을받아먹고나붓나붓싱싱한모습이보기좋다.때에맞춰내리는비는농사나식물에다른무엇보다보약이다.별거름없이물만먹고도잘자라우리의식탁을풍성하게채워주니이아니고마운가.상추를뜯으며잘자라주어고맙다는인사를잊지않는다.

빗소리는마음을편안하게해준다.사람들이싫다는긴우기때에도빗속에갇혀있는게행복하기도하다.들리느니빗소리뿐이기도해서잡념이사라진다.좋아하는음악을들으며책을읽노라면충일한행복감으로세상에부러운것이없어진다.오후에는골목시장에들러부추와조개살을사와부침개를부쳐야지.어머니가만들어주시던비오는날의간식거리를먹으며유년의추억도뒤적여보고.이맘때분홍보라콩꽃도피었던것같다.어머니를콩꽃,참께꽃을무척좋아하셔서비그친날밭가에서있는나를불러보라고하셨다.빗방울이서린꽃송이에마음까지싱그러워지기도했었다.

골목시장에가려고신호등앞에서있는데빨강불을무시하고남학생들이쭈루루건너기시작한다.

"아니,학생들신호를무시하고건너면어떡해!"

"저희들이지금택시를잡아야하는데그냥가버려서요."

"중학생인가?"

"네."

"우리동네학생이아닌가?"

"네,관문공원에서체육대회를했어요.서울집에가야하는데아주머니택시좀잡아주실래요?"

"알았어."

보아하니다섯명이라서택시가서지않았던것같다.당당하게손을들고서울택시를잡아얼른타라고했더니기사님아무말이없다.

"잘가!"

"고맙습니다."

젖은머리와몸으로오래서있다간감기에걸릴까싶어걱정했는데바로택시를타게되어다행이다.

골목시장상인들은비가와서손님이없다고울상이다.장시간이되면사람들이많지않겠느냐는내말에비가오면나오는사람이없단다.하긴하루장안본다고식사를못할리는없겠다.나도갑자기유년의고향생각,엄마생각이나서나오게되었으니말이다.조개껍질을까고있는생선가게아주머니에게싱싱한조갯살을사고부추와돌미나리,파등을샀다.미나리향기에어우러진갯내와쌈빡한맛이좋다.몇쪽을부쳐이웃과나누어먹었다.고소한냄새마실다니는오후,비는여전히음악처럼내리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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