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풀꽃편지

이른더위로여름한가운데서와있는기분입니다.보리를베고수염이있는곡식의종자를뿌려야할절기인망종도지나들판에는어느새벼가푸릇하게자라납니다.농부의땀이배인논둑길엔지금쯤고마리와자운영이구름처럼필것입니다.산책중인개울가에는붓꽃,찔레꽃이지고연보랏빛지칭개와금계국,망초꽃이싱그레웃습니다.달개비와메꽃,석잠풀,괭이밥도풀숲에서수줍은미소로나를부릅니다.초록의잎새위에동그란밥풀을매단시계풀꽃은아직도키를키우는중입니다.

길을걷다가향기가부르는꽃을찾으니쥐똥나무였습니다.제존재를드러내는녀석이예뻐코를대고향기를흠뻑맡았습니다.꽃중의여왕장미의계절이기도합니다.맛좋은열매와는상상이안되는비릿한밤꽃도곧피어날기세입니다.물소리에놀라돌아보니몸집이큰잉어가물보라를일으키며지납니다.그뒤를버들치,모래무지,참붕어떼가작은포말을일으키며거슬러오릅니다.은비는풀숲에들락날락경쾌한몸짓으로제기분을표현합니다.간혹고집을피우며먼저지나간친구의냄새에코를박고있기도합니다.

풀꽃을자세히보면아기자기한꽃잎새도그렇거니와참으로신비롭습니다.어떤환경에서도잘자라고무한히큰세계를품고있는풀꽃들,그작은몸짓이우리에게시사해주는바가깊습니다.꽃들은뜨거운햇살이내리쪼여도뿌리가뽑힐듯한비바람에도저항하지않습니다.자연의순리에순응하며제역할묵묵히해냅니다.딱한번꽃피우기위해일년이란시간을견디며시절을놓치지않습니다.향기로부르기도하고아름다움을보여주기도합니다.

꽃은일년에단한번의기회를얻는대신우리에게는매일이라는기회가주어집니다.어떤모습으로살것인가결단하게하는시간이지속적으로주어지는셈입니다.소중한시간을덧없이흘러보내는것은아닌지돌아봅니다.지구한모퉁이마을에살게하신그분의의도를잘파악했으면좋겠습니다.지나는사람의마음을밝히는풀꽃한송이처럼내가있음으로내주위가조금은더밝아지는하루가되시기바랍니다.

그럼또…

오월비 오시다

이른아침빗소리가자장가처럼들려온다.이비에보름일찍당도한여름이멈칫할것이다.노래하던새들도깃을접고초록잎속으로들어갔나보다.전깃줄에있던제비도처마밑으로옮겨쉬고있다.베란다에심어놓은고추와상추가빗물을받아먹고나붓나붓싱싱한모습이보기좋다.때에맞춰내리는비는농사나식물에다른무엇보다보약이다.별거름없이물만먹고도잘자라우리의식탁을풍성하게채워주니이아니고마운가.상추를뜯으며잘자라주어고맙다는인사를잊지않는다.

빗소리는마음을편안하게해준다.사람들이싫다는긴우기때에도빗속에갇혀있는게행복하기도하다.들리느니빗소리뿐이기도해서잡념이사라진다.좋아하는음악을들으며책을읽노라면충일한행복감으로세상에부러운것이없어진다.오후에는골목시장에들러부추와조개살을사와부침개를부쳐야지.어머니가만들어주시던비오는날의간식거리를먹으며유년의추억도뒤적여보고.이맘때분홍보라콩꽃도피었던것같다.어머니를콩꽃,참께꽃을무척좋아하셔서비그친날밭가에서있는나를불러보라고하셨다.빗방울이서린꽃송이에마음까지싱그러워지기도했었다.

골목시장에가려고신호등앞에서있는데빨강불을무시하고남학생들이쭈루루건너기시작한다.

"아니,학생들신호를무시하고건너면어떡해!"

"저희들이지금택시를잡아야하는데그냥가버려서요."

"중학생인가?"

"네."

"우리동네학생이아닌가?"

"네,관문공원에서체육대회를했어요.서울집에가야하는데아주머니택시좀잡아주실래요?"

"알았어."

보아하니다섯명이라서택시가서지않았던것같다.당당하게손을들고서울택시를잡아얼른타라고했더니기사님아무말이없다.

"잘가!"

"고맙습니다."

젖은머리와몸으로오래서있다간감기에걸릴까싶어걱정했는데바로택시를타게되어다행이다.

골목시장상인들은비가와서손님이없다고울상이다.장시간이되면사람들이많지않겠느냐는내말에비가오면나오는사람이없단다.하긴하루장안본다고식사를못할리는없겠다.나도갑자기유년의고향생각,엄마생각이나서나오게되었으니말이다.조개껍질을까고있는생선가게아주머니에게싱싱한조갯살을사고부추와돌미나리,파등을샀다.미나리향기에어우러진갯내와쌈빡한맛이좋다.몇쪽을부쳐이웃과나누어먹었다.고소한냄새마실다니는오후,비는여전히음악처럼내리고있다.

생명의 몸짓이 아름다운 오월

오월중순즈음피는꽃은하얀색이많다.이팝꽃,토끼풀꽃,산딸기꽃,찔레꽃,아카시꽃,수국등산책길에만나는꽃들이거의하얗다.산속에도백당나무,산수국,층층나무,때죽나무,조팝종류가흰꽃을피운다.하양색꽃은향기가짙은게특색이다.저녁산책길에굴다리를막나오는데몇그루아카시에서뿜어내는향기가백화점향수코너를지나는것같다.동글동글잎위에서동그라미를그리며올라오는토끼풀꽃,스무살처녀의미소같은작약,오월의여왕인장미도어제부터봉우리를열었다.

앞산뒷산도연두초록아기싹이잎의향연을펼친다.눈길닿는곳마다잎새에어리는빛이눈부시다.단단한몸에서저리도사랑스런잎을내놓다니,풀의싹에서아기의탄생까지생명의몸짓은아름답다.경이롭다.동물이새끼를낳는장면을보라.종족보존의생래적현상에감탄한다.산책길에만나는개미도부지런히움직이며자식농사를짓는중이다.반가운제비도꾸꾸륵꾸륵노래하며새끼키울보금자리를준비하느라분주하다.

숲속에선뻐꾸기가아침을깨운다.델리우스FrederickDelius의’봄날첫번째뻐꾸기소릴들으며’시디를들이민다.삐잇찌잇삐잇되솔새의청아한소리도귀를늘인다.어디를바라보아도눈이시원하다.초록은평화와안정의색깔이다.봄부터여름까지우리의눈과마음을쉴수있게해주는색이다.모든사물들의움직임이아름답다.삶은아름다운것이다.이계절을지어누리게하신창조주께감사의기도를올려드린다.참아름다워라주님의세계는~

이팝꽃 시절

이팝꽃이절정이다.저녁산책길에달빛을받아눈처럼하얀꽃이눈길을붙든다.이팝나무가많은줄꽃이핀후에야알았다.물푸레나목과에속하는교목으로쌀밥(이밥)모양으로핀다하여이밥나무에서이팝으로불리고서양에서는나무에눈이덮여있는것같아설화라고한다.이팝나무의학명은치오난투스레투사(chionanthusretusa)하얀눈꽃이라는의미를담고있기도하다.또한입하시기에꽃이피어입하목(立夏木)이라고도하며꽃이핀상태를보고그해풍년과흉년을가늠하기도한다.중부대전지역에서는꽃이아름다워가로수로도많이심는다한다.지난식목일에는청와대에이나무를심어화제가되기도했다.꽃말은영원한사랑,자기향상이며,가구제로도쓰이고중풍이나지사제,건위제로사용되기도한다.두루버릴것이없는우리토종나무이다.

보리밥도제대로먹지못하던시절이우리역사에있었다.나어릴때만해도부자나가난한집이나보리밥을해먹었다.지금은보리밥이웰빙식으로환영을받고있지만그때는쌀밥이그리웠다.생일날이나명절때먹는쌀밥이나찰밥은별미라고할수있다.햅쌀이나오기까지여름동안은보리쌀한가운데쌀을몇줌넣어아버지와오빠밥그릇에담기곤하였다.혹시남은흰밥톨이언니나내밥그릇에도담길까눈을동그랗게뜨고살폈던적이있었다.

이팝나무의전설은보릿고개를떠오르게한다.못된시어머니와며느리,가난한선비와어머니,가난한집의어머니와아이들이야기등의전설이전해진다.오래전어디서읽은이야기는모두가알고있는것과사뭇달라지금도기억하고있다.떠오르는대로적어본다.

하루양식이어려운시기이야기다.그러니보릿고개라고도할수있겠다.늦게까지일을하고하고돌아와독바닥에깔린보리쌀을긁어밥을지어7명의자식들을주고나니엄마의밥이없었다.자식들이왜엄마는밥을안드시나할까봐방에도들어가지못했다.엄마는한가지생각이떠올라부뚜막에다밥그릇을놓았다.그리고맛있게먹는시늉을했다.뱃속에서꼬르륵소리가연신들려오고있었다.자식들이밥을먹다가부엌에나가보니자기들은까만보라밥을주고엄마혼자하얀쌀밥을먹는것이아닌가.심술이난한아이가엄마의밥그릇을발로찼다.뒹굴거리는밥그릇이쏟지면서그릇안에들어있는이팝꽃이쏟아졌다고한다.엄마는이팝꽃을따서그릇에담아먹는시늉을한것이다.아이들의놀란표정이눈앞에그려지는듯하다.비록전설이지만참슬프다.그래서이밥(쌀밥)나무라고했다는것이다.먹을것이없어그랬다는이야기를요즘아이들은여간해서받아들이기어려울것이다.사실은우리어머니세대에서자주겪었던일인데도말이다.토종꽃이나나무의전설은거의가애틋하고슬프다.

관문공원의이팝나무

애기똥풀꽃

산책길에애기똥풀꽃이지천으로깔려있다.줄기를자르면노란액이나와지어진이름이라한다.내생각은아기똥을연상시키는노란색이라서그런이름을가진것같다.자세히들여다보면참예쁘다.꽃잎이네장에꽃심에둘러쌓인노랑꽃술이볼수록사랑스럽다.초록의잎과노랑의대비로더욱눈길을끈다.아기를키울때아기똥이애기똥풀꽃색처럼예쁘면건강하다는증거였다.아기똥은손에묻어도더럽다는생각이안든다.더럽다는생각을한다면엄마자격이없는것이다.

아기가놀라면똥색깔부터달라졌다.아이의마음상태가푸르스름한똥으로나타나곤했다.그때비오비타를먹였던기억이있다.똥색깔이이상하면코로냄새를맡아보기도했다.두아이를키우면서밤중에병원응급실로뛰었던기억이새롭다.명절날도감기에걸려병원에입원할때도있었다.남편이사무실전화벨이울리면자기에게온것이라고생각할만큼병치레를많이했던아이들이다.초등학교에들어가면서부터는아프지않았다.

아기똥에대한추억때문인지꽃에더욱정감이간다.어느덧그아이가결혼을하여손자재롱을보여주고있다.16개월인예찬이가걷기도잘하고집에있는미끄럼틀을곧잘탄다.꽃을보고좋아하기도하고증조할머니께도미소를한아름선물하기도한다.예찬이역시나아플때면제엄마가똥색깔을살핀다.결과를들려주면경험을들추어처방을내려주기도한다.잘먹는것도중요하지만아기들에게는잘배설하는것도건강의척도이기때문에대단히중요하다.애기똥풀꽃이걸음을자주멈추게하는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