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사물은이름을가지고있다.들꽃또한당연히이름을가지고있기때문에’이름모를들꽃’이라는표현은삼가해야한다.일전에쇠비름비슷한잎사귀와채송화를닮은꽃을핸폰에담았다.주위를둘러보아도꽃에대한설명이없어궁금하던차에페북이웃분이채송화와쇠비름을교배해만든"카멜레온포체리카"라고알려주었다.우리말로된이름이없는지인터넷을검색해보니쇠비름채송화,태양화라는이름도지니고있었다.이제이름을불러준다.카멜레온포체리카?쇠비름채송화?태양화?라고.이름을불러주니내가먼저즐겁고말못하는식물이지만기쁘게들을것같다.
들꽃정보를알려준사람이"문학속에핀꽃들"을집필한조선일보사회정책부차장이다.감사한마음에읽던책을내려놓고그책을구입해서읽었다.제목부터가주의를끌만했다.소설에등장하는꽃을통해인물들의성격을분석하는작업은발상과관점의전환이있었기에가능한것이다.선택한소설33편도다방면의해박한지식과문학적안목을토대로한평이날카롭다.꽃성격에맞지않는묘사에대해선상세한지식을바탕으로바로잡아주고,궁금증을증폭시키는부분적인내용은소설을찾아읽도록유도하기도한다.아울러유년시절부터지금까지꽃을만났던장소와추억을상기시켜주었다.비슷해서헷갈리던야생화의종류,특징도구분하게되었고,이른봄중부지방에서가장먼저피는꽃이’얼레지’라는새로운사실도알게되었다.소설에등장하는장소의꽃이나나무를만나며발로뛰어쓴글이라선지생생한감동이있다.100종의꽃을통한소설읽기의시도또한참신하다.고루한수식어가절제된간결하고명확한문체도돋보인다.
책의첫머리에등장하는노란동백꽃이늘궁금하던차에지난봄김유정문학관엘다녀왔다.그실체를확인하고싶었다.담장아래서동백꽃이라불리는생강나무를보았다.노랑꽃이기와담장과어울려운치를자아냈다.고향에선모가지째뚝뚝지는붉은동백꽃만구경했다.지는모습이벚꽃의날림보다얼마나깨끗한가감탄하면서.까루룩까루룩’꽈리’부는소리의리듬이귓가에살아나고,바다와가장완벽한조화를이룬다는고향바닷가의’해당화’가눈앞에서피어난다.까마중의고향사투리인’먹띠알’을따먹던우리집뒤란이펼쳐지고,올봄끄적거린’배롱나무’가뇌리에서맴돈다.책속에서나와친숙했던꽃들이정겹게말을걸어왔다.양재천을산책하며만나는들꽃들이더사랑스러워자세히관찰하곤한다.
책홍수시대에잘선택하여읽는것도시간낭비를줄이는지혜다.조금은아쉬운마음으로마지막책장을덮었다.글을쓰는사람으로서야생화뿐아니라사물의이름과성격을자세히알아서적어야하는건기본상식이다.꽃지식에해박한저자가영화나타예술분야에등장한꽃에대한시각도정리한다면어떨까하는기대심리도작동한다.분주한기자생활중에도문학과야생화에열정적인관심을기울여쓴글로문학속에나타난꽃의역할을색다른시각으로인식하게되었다.조간에서도저자의특별한기사를종종만난다.언젠가는사람들이기억할만한소설을쓰고싶다는저자의꿈이꼭이루어지길기원한다.
김진명의강의를들으면서오래전인기리에방영되었던흑인들이정체성을찾아가는"뿌리"가떠올랐다.그렇다.이젠잘먹고잘살고좋은차를타면최고라는생각에서방향을전환해야할시점이다.그런의미에서도"우리국호한(韓)에대한비밀"이란주제의강의가흥미를끌었다.그동안일본이나중국에의해왜곡된우리의역사를올바로정립하려는한작가의노력에가슴이찡했다.우리의역사를우리역사학자들이정리하지못하고거의가일본의역사가들이정리한것이니,기가막힐노릇이다.일제강점기에우리나라를식민지화하기위한저들의모국어와문화말살정책등을본다면제대로쓰여질리가만무인것이다.우리민족의응집력을흩트려뜨리려는저의가분명하지않겠는가.국가의태동부터중국의지배를받았다고하는한사군에대한내용들이우리의사기를꺾고우리조상에대한존경심을지우려는의도인것이다.소중한내나라의역사를남의나라사람의기록에의존하다니그것부터가자존심이상하다.물질적인부흥보다더중요한것은역사를바로세우는것이라는의견에적극동의한다.동물이라면잘먹고잘사는것으로족하지만사람은왜사는지,무엇때문에살아야하는지끊임없는성찰을하며살아야하기때문이다.
그렇다면우리나라의역사학자들은왜우리역사의재정리작업을하지못하는가?역사왜곡이가져온부작용을톡톡히경험하면서도말이다.독도만보더라도앞으로가더큰문제다.일본초등학교교과서부터독도가일본땅이라고가르치다보면머지않은날자기땅을찾겠다고몰려올수밖에없고,이는전쟁밖에는다른대책이없는형국이란다.일본과우리는군사력으로도상대가안되는건두말할필요가없다.조간에서일본이중국과의영토분쟁때문에해병대를창설한다는기사를읽었다.그이면에는독도문제도포함될것이다.우리는독도문제를명성왕후의죽음과한일합방으로독도를빼앗아간것등을종합해서과거사문제로인식하게끔외국에홍보를해야하며일본을편드는것은제국주의를옹호하는것이라는인식을심어주어야한다는작가의말에공감한다.무조건적으로독도는우리땅이라는말은설득력이없다.모든학문이그렇지만정서적으로공감이된다하더라도확실한근거가있어야모두가납득하기때문이다.우리는독도를빼앗기고살수없으며독도는우리의자존심이다.그러나작가는작금의이나라국민들의모든관심은돈이라는데쏠려있다고지적한다.우리는민족의뿌리찾기에의미를부여해야하며,후손들에게부끄럼없는역사를물려줘야할책임이있다.
작가는국호의비밀을풀기위해고서적탐독과성씨에관한노력등다양한경로를따라가며중국,일본의학자와사람들을만났던과정을들려주었다.자비를들여가며발로뛴작가의고뇌와흘린땀의결과가가상하다.조선이대한제국이되고다시대한민국이된경위와그가운데얽힌이야기를듣는것만도애국심이고취된다.고종실록에의하면조선이삼한을잇고자고종때황제가다스린다는대한제국으로바뀌었다는기록이있으며,고종은열강들이우리의자원을마구갈취해갈무렵주변국처럼크게보이려는의미에서조선을황제가다스린다는대한제국으로바꾸었다고한다.일본에의해왜곡되었을뿐,고종처럼훌륭한조선의왕이왜대한제국의국호를바꾸면서한반도남부의작은지역삼한에서한(韓)자를따온것일까?놀라운사실은작가는국호에쓰인가장오래된한(韓)자를시경의’한혁’에서찾아냈다고한다.그런데가장오래된한(韓)자가지금으로부터3,000년전사람인"한후"가주나라를방문하여보여준행실에대해쓴시경한혁편에서찾았고그한후가중국사람이아닌동쪽나라인조선사람이었다는것이시경보다1,000년후에나온"잠부론"에다시등장하고있다는것이다.이사실이밝혀지면서우리나라사학계에선옛서적을모조리재연구하기로하였다고한다.우리의역사가5,000년이라곤하지만원시사회와고조선의단군신화를제외하고는3,000년동안의역사에대해선제대로밝혀진것이없다는데생각을같이한다.잃어버린3,000년을신화로끝낼것이아니라기원전3세기에등장했던그웅혼한뿌리를갖고있는한(韓)의실체를찾는것이당연히중요하다.작가가그사실을파헤치려고노력중일때그와같은진실을찾기위해연구중인과학자가서울대박창범교수라고한다.역사를위해애쓰는사람들의노력으로더확실한사실을알게되어천만다행이다.
중국의’동북공정’도기실우리가고구려의실체를명명백백하게밝혀내지못해서라는것이라는부분에선고구려역사에대한나의생각이좀더확실하게정리되었다.살수대첩에서대승리를거둔을지문덕은어떤인물인지,광개토왕비를포함세개의비碑밖에남아있지않는고구려역사도밝혀내야한다.고구려사나독도에관해서는우리가주장할수있는근거를잘정리하여야한다.작가는아직도덕수궁대한문이나한강,등이중국의한자를쓰고있다고개탄했다.오늘은어제의연장선상이다.나라의역사도현재만이아닌오천년찬란한문화적기록이있어야한다."진리를찾으려고노력하는것이진리"이며잘먹고잘사는것에만치우치는사회는병든사회라는말이여운으로남는다.
김진명소설가는"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로유명세를탔다.나는"가즈오의나라"에서작가를만났다.광개토왕비의사실을쫓아가는긴장미넘치는기록을감명깊게읽었다.그래서인지오래토록기억에남아있다.1994년에작가가잘못해석된광개토왕비의두글자를심혈을기울인끝에찾아내왜곡된기록을일본교과서에서지우는데18년이걸렸다고한다.지난해에야모든교과서에서삭제되었단다.그렇다면이제교과서에실린독도가일본땅이라는왜곡된기록도사라질수있을까생각만해도암담하다.역사는반드시바로잡아야한다.강의를마치고나오는작가에게"오늘강의한내용이소설에반영되었습니까?"질문하자"천년의금서"라고말해준다.온몸으로알아낸기록들을소설로발표해바른역사의식을고취시키고민족적자긍심을일깨우려는작업에심혈을기울인것은평가받을만하다.소설이지만대부분팩트에기반을두고있기에말이다.
‘철학적시읽기의즐거움’에서다루지못한시인들과시인들의진실한속앓이를이해하는데도움을주는철학자를선정했다.시의이해를돕는철학자의글을읽다보면시와철학이상호유사성을지니면서도독창적인세계를구축하고있는것을알게된다.철학자의깨달음을시인이세워주는가하면시인의사유의골격이철학에서발견되기도하는그나름대로의자기만의제스처와스타일을완성한사람들이라는것이다.시는’날이미지’를던지며우리내면을엄습하여그이미지를각인시킨다며,만약시인이아니었다면가슴에품고있는상처와같은이미지를살려내지못했을테고철학자가될수도없었을거라고저자는말한다.이는시가우리에게끼치는영향력을반증하고있는증거다.
치열한시정신의리얼리스트김수영시인의현실참여메세지가날카롭다.서정시적전통에매몰된시단과는일정거리를유지할수밖에없었던김수영은불가능한꿈을통해서자신의삶과현실을직시하려했던시인이다.좋은문학작품이그러하듯오래전읽었던시도다시읽을때에다른감동을이끌어내기도한다.감동에도여러가지변수가있다.독자로서의작품을보는눈이성숙했다든지,그때와는다른환경에서읽게되었다든지여러민감한요인이있다.한때는김수영의시가난해하게읽히기도했다.그러나서구비평론에만기대지말고여러각도로접근하면훨씬깊이있게읽힌다.이책에서거론하고있는’달나라의장난’도그렇다.돌때만이자기의본분을다하는팽이에서발견한시의눈을생각해보라.이시가나의문제에서끝나버린다면어찌좋은시라할수있겠는가.우리의문제로나아갈때비로소문학이제역할을하게되는것이다.
이성복과라캉에서는정신병과신경증,도착증은유년시절의삶으로인해우리내면에구조화한것이라는결론을도출한다.최승호와짐멜은자본주의에서완성된종교로까지미화되고있는돈이벌이는이율배반적인사유를이끌어낸다.돈을경배할수록사물의차이에둔감해진다는의미심장한말에귀를기울여본다.문정희와페미니즘을다룬뤼스이리가레이에서는여성의담화가자신의경험과는이질적인남성의담화에종속되어있으나,여성적감수성에선차이와타자를훌륭하게견뎌내면서성찰한여성성을상징하는시인의작품이오히려반어적인의미를주기도한다.지리산의시인이라불리는고정희시인의기독교의이웃사랑에대한가르침과시몬베유의해방신학적전망을통해가난하고억압받는노동자의사랑을논한다.김행숙과사랑에빠진사람들의심리인상대로부터오는모든신호인기호들에민감하게되는속내를바흐친의나와타자사이의관계를통해분석한다.채호기시인의소통의저밑바닥,본질적소통에는언제나섹스가숨어있다는말에대입한맥루한의’미디어에대한이해’가공감을준다.
신동엽의’진달래山川’의선명한이미지가담긴작품을만난것은뜻밖의수확이다.그의시와프랑스정치철학자클라스트르의아메리타인디언들에게보았던잔혹한통과의례에서도출된"인간의사랑은생리를거스를때에만그빛을발한다"고하는말도사색의깊이를키운다.한용운시인의’행복’이란작품에서말하고있는사실들이종교인이기에앞서여느사람과같은연약한존재의인간일수밖에없는부분에서연민의정을느끼게된다.’연애가자유라면님도자유일것이다"어떤가?스텐카라친을통해러시아혁명가를추억하는김정환과인간의활동을대상적활동이라고규정했던마르크스의견해도충분히숙고해볼가치가있다.공감각적인표현에능숙한시인백석의여인들과연관된시의탄생배경과나카무라유지로의’공통감각론’을다룬다.바흐와브람스를좋아했던시인김종삼과인간이란바깥과직면할때에만자신으로서존재할수있다고이해했던블랑쇼읽기,함민복의억압된욕망속의현대인의심리를포착한시와기드보르의’스펙타클의사회’를통해시각적세계에갇힌현대인의삶조명하기,황병승의작품을통한포스트모더니즘의비극인식하기,보드리야드의’암호’읽기.진실한자신의내면과마주한허연과"반항이란행위속에는’예’와’아니오’라는경계선이발생한다"고말한카뮈의짧은사유를음미하였다.
철학에대입한시읽기가통찰력을더해주긴하나,시는다면체의얼굴을지녔다.놀라운상상력의세계를넘나들게도하고환경과상황,감정에따라달리읽혀지기도한다.시읽기의묘미이다.이는더나아가모든예술의가변성이라고도할수있다.시와철학의만남이흥미로운작업이긴하지만시가상징하는바나의미읽기가여기서멈춘다면시읽기의즐거움이온전하다고할수없다.시와철학의만남중간지대,즉회색지대를더욱심층적으로사색할수있어야한다는것이다.즉철학으로시를다말하지못하는점이있다는것을간과해선안되겠다.두권을책을통해시와철학의깊이로안내한저자에게감사의마음을전한다.
‘네그리와박노해’를통해민중아닌다중의논리가,’비트겐슈타인과기형도’를통해언어에는뼈가있다는사실을,’아렌트와김남주’에서는사유는곧의무라는판단이,’알튀세르와강은교’의만남은새로운연대의가능성이,’바타이유와박정대’는너무나인간적인에로티즘의비밀이,’벤야민과유하’를통해자본주의의소비논리가,’레비나스와원재훈’을통해서는기다림의신비가,’니체와황동규의만남은망각의지혜가,’포코와김수영’은자발적복종의무서움이,’고진과도종환’을통해타자로의비약이지난신비가,’하이데와김춘수’는존재와인간사이의관계가,’들뢰즈와최두석’의만남은마주침과주름의논리가,’사르트르와최영미’는애무와섹스의비밀이,’아도르노와최명란’을통해교환불가능에대한통찰이,’데리다와오규원’은죽음과삶의관계가,아감벤과한하운’의만남은생명정치의무서움이,’매를로-퐁티와정현종’을통해서는사랑과고독의진실이,’리오타르와이상’은포스트모더니즘의논리가,’바디우와황지우’의만남은사랑의내적구조가,’호네트와박찬일’을통해인정투쟁의심리학이,’박동환과김준태’를통해서는한국사유의가능성이펼쳐진다.(p20)우리시인과서양현대철학자들의사유탐구가흥미롭다.
철학자와시인들이우리를전혀다른느낌과위험의세계로내모는진정한속내는스피노자의자유정신을일정정도공유하기때문이라며작가는스피노자의기쁨의윤리학인’코나투스의윤리학’을통해설명하고있다.그러나나의기쁨을위해타자를슬픔에빠뜨려서는안되는것이기에모두의기쁨을지향해야하는것은당연지사다.이러한기쁨의정치학은’피에르클라스트르’에의해자유의정신으로변모하게된다.국가가없는인디언사회에서의자유의쟁취에대해서말하고있지만자유는사람뿐아니라동물등생명을가지고있는모든생물이추구할수있는권리다.때마침야생훈련을받던제돌이와삼돌이가자기들의고향인바다로자유의몸이되어돌아갔다는반가운소식이다.기쁨과자유는철학과시를포함한모든인문학의궁극적인꿈이자존재하는이유라는말에적극동의한다.
강신주의시읽기는평론가의시읽기와는사뭇다르다.시에맞는사유를논한철학자의선택도신중하다.인문학의꽃인철학과문학의꽃인시의만남이이렇듯깊이있게읽혀질수있구나싶다.또한시와철학의만남만이아닌시와전혀생소한분야와도결합한글쓰기를시도해본다면좋겠다는흥미로운발상을하게된다.책에서소개한책목록을작성해보지만다읽기는무리일것이다.그러나서점이나도서관에갈때마다찾아읽어볼예정이다.후속편’철학적시읽기의괴로움’에대한내용도궁금해진다.한권의마지막책장을덮으며이책에서과연얻은게무엇인가,새로운사실이나작가와공감하게된부분에언더라인을하면서고마움을표시하는것으로책을소중하게간직하게되는경우가가끔있다.바로이책처럼말이다.내용이쉽게읽히는책이아니라고한다면그것은독자층개개인의몫이라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