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1913년 세기의 여름- 1세기 전 유럽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아주새로운안무와음악,완전히새로운버전,처음보는것,그럴듯한어떤것이갑자기내눈앞에있었다.예술이아니면서동시에예술인새로운종류의야만성이다.모든형식을파괴하고,혼돈에서갑자기새로운형식이나타난다.”(p174)

스트라빈스키의‘봄의제전’초연을1913년전세계를사로잡은모더니즘의물결로표현한글이다.당시유럽의예술사조는사실주의와자연주의를벗어나려는상징주의와입체파등의모더니즘으로,기성예술의관념이나형식을부정한혁신적인아방가르드운동의한형태라고볼수있다.특히문학이나미술등에서그러한경향이강하게부각되고있다.플로리안일리스의『1913년세기의여름』또한소설의형식이나구성면에서새로움을추구한다.

아침부터눈발이날리고있다.뉴올리언스의열두살루이암스트롱의쏘아올린총성이1913년을알리며소설은시작된다.곧이어공간이바뀌어프란츠카프카가『변신』을쓰게된상황이전개된다.그후레오나르도다빈치의그림인‘모나리자’가루브르박물관에서도난당해피카소가경찰을심문을받았다는내용이다.우연의일치로소설의시간적배경인1월초는이소설을읽는시점이고현실과책속에서눈보라가휘날리고있다.니체,릴케,톨스토이,프로이트등당대의철학가들을매료시킨전설의팜므파탈루살로메가독일빈의프로이트의서재를방문한다.1902년에프로이트를중심으로시작된정신분석학자들의모임인수요심리학회중이다.창밖에,소설속에눈이수북히쌓였다.

도대체릴케는어디에쳐박혀있는걸까?궁금증을던진다.프란츠카프카와라이너마리아릴케는여행을많이한다.산책도자주한다.릴케만큼이나나도산책을좋아한다.사랑하는여자들과후원자인부유한여인들의기분을유지하기위한집중적인서신왕래를한릴케,불안정하고사치스런생활방식은그녀들의지속적인기부로가능했다는데팬관리의천재다.카프카도펠리체에게수백통의편지를쓴다.“니체와쇼펜하우어는처음으로삶의무의미성의심오한뜻을가르쳤고”,현대심리학의핵심적인교조라할수있는프로이트의리비도이론을비난한융은자기자신을대상으로한실험들을『빨간책』에기록하며프로스트와대립각을세운다.20세기소설의결정체로불리는프루스트의『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가출간되고출간에부쳐아나톨프랑스가인생은짧고푸르스트는너무길다.”고의미를불어넣는다.

마르셀뒤샹의‘샘’에서놀란발상이‘자전거바퀴’로재현된다.극작가이자시인인브레히트의시몇편이감성을자극한다.로댕,피카소,고갱,크림트,칸딘스키,등그림에관련된일화가모자이크처럼펼쳐진다.말러의미망인인사랑하는연인알마를백번을넘게그리고『바람의신부』를완성해가는광기어린사랑의집착을보이는코코슈카의행동이괴상야릇하기까지하다.스트라빈스키와연인코코샤넬의삽화도잊지않는다.심각하게앓고있는피카소에게앙리마티스가병문안으로꽃다발을가져와완쾌되었다는내용에선행복전염이다.찰리채플린이최초로영화계약서에사인을했고,도난당한‘모나리자’의행방을찾게되는과정과진품으로판정이나여러장소에서전시가이루어진다.“릴케는로댕과싸운이후로글을쓰지못하고있다.”는한마디에서도글의소재를충분히찾을수있을만큼다양한연상작용을일으키며글쓰기를유도하기도한다.디지털시대에사라진종이편지의정겨운사연들이그리움을부른다.

나는풀숲에누워있네

까마득히오래된,아름다운보리수그늘아래

햇빛에반짝이는풀밭위의풀들은모두

바람에가만히고개숙이네(p165)

_브레히트의시<여름>

“아침이면사람들은초록색덧창을열어화창한늦여름의떨리는푸른빛을바라본다.”(p302)

“내게인간적으로좋은점,내게살아있는사람들사이에돌아다닐만한가치가있는모든것을다바쳐그대를사랑합니다,펠리체.”(p351)

_카프카가연인펠리체에게보낸편지

참신한시도는좋다.그러나자주바뀌는인물구성이혼돈스럽다.수백명의이야기가너무촘촘한옴니버스이자,퓨전형식이다.정치,경제,문화,예술등의몇백명의지성인을총망라한구성이특별한의미를부여할순있겠으나,인물구성에서작가의욕심이지나쳐산만한결과를가져왔다.그런점이독자의가독력을떨어뜨린다.궂이지적하자면말이다.그러함에도당시석학들과예술가들의삶을바로곁에서보고있는것같은착각은픽션과논픽션의넘나듦이매직magic,놀라움그자체라고볼수있다.

예술가의삶과사랑이문학과예술에끼친영향이지대하다.문학예술은삶과불가분의관련을맺게된다.생뜨뵈브의“그나무의그열매”를자주긍정하게되는이유다.1913년이나현재나사람사는것은마찬가지다.전쟁과사랑을하고집을짓고여행을하고증오와배신의아픔도겪으면서더나은미래를희구하는것이다.100년전유럽의문화와예술을풍미한지성인들의활동을시공간의경계를지우며뛰어난상상력으로유쾌하게담아냈으며,편지와유럽의풍경을감성적인문체로그려냈다.유럽뿐아니라우리나라의근대문화예술사인물들의비하인드스토리를중심으로색다르게소설을구성해보아도뜻깊은작업이될것같다.

문학 속에 핀 꽃들


문학속에핀꽃들

저자
김민철지음
출판사
샘터|2013-03-22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문학속에서야생화를읽는다!김유정의[봄봄]에서최명희의[혼불…

모든사물은이름을가지고있다.들꽃또한당연히이름을가지고있기때문에’이름모를들꽃’이라는표현은삼가해야한다.일전에쇠비름비슷한잎사귀와채송화를닮은꽃을핸폰에담았다.주위를둘러보아도꽃에대한설명이없어궁금하던차에페북이웃분이채송화와쇠비름을교배해만든"카멜레온포체리카"라고알려주었다.우리말로된이름이없는지인터넷을검색해보니쇠비름채송화,태양화라는이름도지니고있었다.이제이름을불러준다.카멜레온포체리카?쇠비름채송화?태양화?라고.이름을불러주니내가먼저즐겁고말못하는식물이지만기쁘게들을것같다.

들꽃정보를알려준사람이"문학속에핀꽃들"을집필한조선일보사회정책부차장이다.감사한마음에읽던책을내려놓고그책을구입해서읽었다.제목부터가주의를끌만했다.소설에등장하는꽃을통해인물들의성격을분석하는작업은발상과관점의전환이있었기에가능한것이다.선택한소설33편도다방면의해박한지식과문학적안목을토대로한평이날카롭다.꽃성격에맞지않는묘사에대해선상세한지식을바탕으로바로잡아주고,궁금증을증폭시키는부분적인내용은소설을찾아읽도록유도하기도한다.아울러유년시절부터지금까지꽃을만났던장소와추억을상기시켜주었다.비슷해서헷갈리던야생화의종류,특징도구분하게되었고,이른봄중부지방에서가장먼저피는꽃이’얼레지’라는새로운사실도알게되었다.소설에등장하는장소의꽃이나나무를만나며발로뛰어쓴글이라선지생생한감동이있다.100종의꽃을통한소설읽기의시도또한참신하다.고루한수식어가절제된간결하고명확한문체도돋보인다.

책의첫머리에등장하는노란동백꽃이늘궁금하던차에지난봄김유정문학관엘다녀왔다.그실체를확인하고싶었다.담장아래서동백꽃이라불리는생강나무를보았다.노랑꽃이기와담장과어울려운치를자아냈다.고향에선모가지째뚝뚝지는붉은동백꽃만구경했다.지는모습이벚꽃의날림보다얼마나깨끗한가감탄하면서.까루룩까루룩’꽈리’부는소리의리듬이귓가에살아나고,바다와가장완벽한조화를이룬다는고향바닷가의’해당화’가눈앞에서피어난다.까마중의고향사투리인’먹띠알’을따먹던우리집뒤란이펼쳐지고,올봄끄적거린’배롱나무’가뇌리에서맴돈다.책속에서나와친숙했던꽃들이정겹게말을걸어왔다.양재천을산책하며만나는들꽃들이더사랑스러워자세히관찰하곤한다.

책홍수시대에잘선택하여읽는것도시간낭비를줄이는지혜다.조금은아쉬운마음으로마지막책장을덮었다.글을쓰는사람으로서야생화뿐아니라사물의이름과성격을자세히알아서적어야하는건기본상식이다.꽃지식에해박한저자가영화나타예술분야에등장한꽃에대한시각도정리한다면어떨까하는기대심리도작동한다.분주한기자생활중에도문학과야생화에열정적인관심을기울여쓴글로문학속에나타난꽃의역할을색다른시각으로인식하게되었다.조간에서도저자의특별한기사를종종만난다.언젠가는사람들이기억할만한소설을쓰고싶다는저자의꿈이꼭이루어지길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