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 집에 가고 싶지 않은 이유가 있다

20150503

누구에게나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자신의 선택과 결정을 설명할 수 있는 일종의 명분 말이다. 그것이 거창하지 않다고 하여 비난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관점이 다르고 받아들이는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누구나 사소한 일로 인해 감정을 지배받곤 한다. 작은 일로 행복해하기도 하고 사소한 일 때문에 분개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위대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기도 하다. 인간은 감정에 지배받는 동물이지 않은가.

회사 앞 중국집 중에서 화교가 운영하는 집이 있다. 홀에서 주방으로 주문할 때 중국말이 난무하므로 일종의 원조집에 온 듯한 느낌을 받게 하는 곳이다. 한번은 그 집에서 간짜장을 시켰는데 그런 메뉴는 없단다. 카운터에 있던 주인이 달려와 해주겠다고 하고 내온 간짜장은 면과 짜장을 따로 내왔을 뿐 갓 볶은 양파 맛은 느낄 수 없었다. 짜장면집으로서 자격 미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 집에 가지 않겠노라고 다짐한 이유다.

그 앞집에서는 짬뽕을 시켰다. 원래는 골목길에 있던 집이었는데 앞 건물들이 헐리고 대형빌딩이 들어서면서 대로변 집으로 변신한 집이었다. 그런데 그 집의 짬뽕은 짬뽕이라기보다는 고춧가루 뿌린 배춧국에 가까웠다. 우리가 짬뽕이라는 메뉴에서 기대할 수 있는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물가가 올랐다지만 재료를 아껴도 너무 아꼈다. 공짜로 얻어먹는 것도 아니고 돈 내고 먹는 메뉴가 이래서는 곤란하지 않은가. 내가 그 집에도 가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 이유다.

그럼 남은 집은 두 군데다. 하나는 호텔 요리사 경력의 쉐프가 운영하는 집이고 다른 하나는 그 집과 비슷한 컨셉으로 생긴 집이다. 두 집에 대해서는 별다른 감정이 없다. 두 집 다 한두 번 가본 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냥 짜장면값이 비싸다 정도라고나 할까. 몇 번 더 갔더라면 위의 두 집처럼 뭐가 어땠네 저땠네 하는 이유가 생겼을 수도 있겠지만, 현재까지는 없다. 앞의 두 집을 악플이라 한다면 이 두 집은 일종의 무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난주 조선일보 칼럼 하나가 온라인을 강타했었다. 지극히 사소한(?) 간장 두 종지 때문이다. 일행이 네 명이었는데 간장 두 종지만 줘서 다시는 그 집에 가지 않겠다는 글에서 많은 사람이 갑질을 지적했었다. 조선일보 부장이 그런 사적인 내용을 귀한 지면에 실어도 되느냐는 의견도 많았다. 마지막 “나는 그 중국집에 다시는 안 갈 생각이다. 간장 두 종지를 주지 않았다는 그 옹졸한 이유 때문이다. 그 식당이 어딘지는 밝힐 수 없다. ‘중화’ ‘동영관’ ‘루이’는 아니다.”라는 문장이 압권이었다.

나는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람은 이성적이라기 보다는 감성적이고, 누구에게나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다만, 조선일보 지면에 실려도 되는 내용인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하고 싶다. 토요일에 발행되는 ‘Why’라는 지면의 특성을 고려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에서다. 시사 전문도 아니고 경제 분야도 아닌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매거진의 성격이 강한 섹션이라는 점도 감안해야겠다.

다만 그 칼럼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이후 그 집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점은 재미있는 현상이라 하겠다. 미디어오늘에서는 기자를 파견(?)하기까지 했다. ‘조선일보 그 중식당, 간장 줬고 종지 더 샀다’와 ‘간장종지’ 중국집은 조선일보 독자였다’라는 기사를 올리면서 조선일보 기자를 더욱 옹졸하게 만들었다. 그야말로 웃자고 한 얘기에 죽자고 달려드는 꼴이다.

주위의 지인도 호기심으로 그 집에 다녀왔단다. 그리고는 한현우 부장의 심정을 이해하겠다고 한다. 그 집 직원이 물을 놓다 일행의 옷에 흘렸는데 어떡하지만 반복할 뿐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더란다. 그러다 수건을 가지러 간다고 하고는 감감무소식이었다고 한다. 그런 상태에서 식사하는 사람의 기분이 좋을 리 없다. 계산하면서 주인에게 말했더니 짬뽕 하나 값을 빼주더라나. 어쨌든 그 지인도 다시는 그 집에 가고 싶지 않단다. 어쨌든 그 이유 역시 사소하기는 마찬가지다.

한현우 부장의 글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마지막 문장을 조선일보 지면이 아니라 블로그에 썼으면 좋았겠다는 점이다. 블로그는 개인의 사적인 공간인 동시에 남은 말을 하는 곳이다. 지면에서 못다 한 말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곳이 블로그다. 그곳이 어디인지 궁금하면 내블로그에 와서 확인하라고 했다면 훨씬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물론 그랬다면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게 조용히 묻혔을지도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일은 조선일보의 영향력만 확인시켜준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