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앞 고가공원 서울로7017을 직접 걸어보니

서울역 앞에 있는 고가도로를 철거하는 대신 공원으로 만든다고 했을 때 서울에 그런 공원이 하나쯤은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를 참조한다고 했을 때도 비슷하게만 나와준다면 나쁘지 않으리라 기대했었다. 사람 많고 차 많은 도시에 도보 전용 도로가 생긴다면 그 역시 괜찮은 시도라 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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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0일 드디어 서울 고가공원이 문을 열었다. 정식 명칭은 ‘서울로 7017’. 1970년에 건설된 고가도로가 2017년에 공원으로 새로 태어났다는 의미란다. 총사업비 597억 원이 소요된 서울로7017의 길이는 1024m. 약 1km 정도의 거리를 차량의 통행이나 신호등의 방해 없이 걷는데만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서울로7017은 남대문 회현동에서부터 시작된다. 남대문 공원에서 힐튼호텔 방향으로 가다 보면 남산육교에 이전에는 없었던 시설 하나가 눈에 띈다. 서울로7017로 내려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다. 육교 한가운데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바로 서울로7071로 진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서울 시내 중앙선 한가운데 서있는 기분이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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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만한 경사로를 걷다 보면 왼쪽과 오른쪽 건물로 연결된 길이 보인다. 오른쪽으로는 호텔이 있고 왼쪽으로는 찻집을 비롯한 여러 음식점이 있었다. 그중에서 서울 테라스라는 곳이 눈길을 끈다. 서울로7017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식사하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저 자리에 앉으려면 가격도 가격이지만 부지런히 움직여야 할 듯하다.

서울로7017에 대한 첫인상은 상당히 삭막하다는 점이다. 기존 콘크리트 구조물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는 해도 화분을 비롯한 기타 시설들 역시 모두 콘크리트라는 점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화분들이 사이드에 있지 않고 도로 군데군데를 차지하고 있어 통행에도 지장을 주고 있었다. 이래저래 좋게 봐줄래야 봐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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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645개의 화분을 설치하고 228종의 식물 등 모두 2만 4000여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이 화분과 나무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면 뉴욕 하이라인 파크가 부럽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좋게 말하면 형식 파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정확히 표현한다면 중구난방이었다. 이럴 바엔 뭐 하러 돈 들여 이런 시설을 만들었나 싶을 정도다.

개장빨이라 할 수 있겠지만 방문자가 무척 많았다. 개장 9일 만에 80만 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거의 하루에 9만 명은 다녀간 셈이다. 하지만 콘크리트 화분들이 길을 막고 서있다 보니 다니기에 무척 불편했다. 앞으로 방문자가 줄어들면 좀 나아질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렇다 해도 두세 명이 나란히 걸어갈 수 없을 정도니 산책로로서는 수준 이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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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이 생길 때 대두됐던 문제가 서울로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그늘이 없다는 점 때문이다. 햇볕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데워진 콘크리트 위를 걸어야 하는데 그늘이 없다 보니 끝에서 끝까지 걷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봄 가을처럼 서늘한 날이면 몰라도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날은 힘겨울 수밖에 없겠다. 지금도 이런데 한여름이면 오죽할까 싶다.

다리 중간에는 거대한 설치작품이 서 있다. 일명 ‘슈즈트리(Shoes Tree)’라는 이름의 작품이다. 무려 3만 켤레의 신발을 공수해서 만들었단다. 재활용의 의미를 되새긴다고 하는데 작품이라기보다는 쓰레기 더미로 보인다. 서울역 앞으로는 신발을 화분으로 활용해 꽃까지 심어놓았으나 다리에서 보면 거대한 흉물일 따름이다. 1억 3천만 원이 들어갔다는 이 작품은 9일 간만 존재하고 30일 철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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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여전히 서울에 이 정도의 시설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치적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 한복판에도 인상적인 시설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것을 공치사 거리로 만든다면 무리수가 될 테고 서울시민을 위한 문화시설로 꾸민다면 명물이 될 수 있으리라. 현재까지는 무리수라는 게 함정이지만.

아내와 데이트 하러 갔던 남양주 석화촌은

산책도 하고 식사도 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모처럼 하루 휴가를 내서 아내와 함께 보내기로 했으니 여유롭게 보내고 싶었다. 도시에서 멀리 떨어지지는 않았어도 도시의 소음을 잊을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소리소 빌리지’라는 곳도 좋아 보였지만 한적하게 산책하기에는 산도 있고 계곡도 있는 이곳이 더 좋아 보였다. 바로 ‘석화촌’이라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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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버섯불고기집 ‘석화촌’이 보인다. 그 뒤편으로는 전통주를 테마로 하는 ‘주막’이 있고 그 앞에 양식당 ‘시크릿가든’ 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시크릿가든을 지나면 그제야 정원이 이어진다. 돌이 있고 꽃이 있는 곳이지만 이미 봄꽃이 진 후라 꽃은 보이지 않고 돌만 가득하다. 다양한 석상이 촘촘히 배치되어 있는데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다는 점은 아쉬운 일이다.

여러 석상 중에서 인상적인 것은 비교적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19금 테마촌이었다. 거대한 남근석상도 있고 남자가 여자를 희롱하는 장면도 보인다. 그 모습을 몰래 숨어보는 아이들도 있다. 제주도에 있다는 러브랜드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부부나 오래된 연인이라면 몰라도 썸 타는 사이라면 다소 낯부끄러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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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산책로가 있다. 19금 테마촌 뒤로도 산책로가 있는데 그다지 높지 않으므로 가볍게 오를 수 있다. 야산이라고 하기에는 작고 정원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큰 규모로 폭포도 있고 연못도 있다. 없는 거 빼곤 다 있는 거 같은데 왠지 현실 세계를 축소해 놓은 미니어처 같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기도 한다.

석화촌 입장료는 1인당 4천 원이다. 규모가 그다지 크다고 할 수 없거니와 시설 역시 다양하다고도 할 수 없는 석화촌만 둘러본다면 다소 비싼 게 사실이다. 석화촌 입구 바로 앞에 있는 버섯불고기집 ‘석화촌’에서는 10% 할인받을 수 있고 양식당 ‘시크릿가든’에서는 입장료만큼 할인받을 수 있다. 즉 시크릿가든에서 식사하면 석화촌 입장료는 공짜가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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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산책하고 근사하게 식사하려고 했으나 그다지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겠다. 찬찬히 둘러보면서 여유를 누리고 싶었으나 그럴만한 석상이 많지 않았다. 엄선한 작품들이 아니라 마구잡이로 모아놓은 느낌이 강하기 때문일 게다. 버섯불고기집인 석화촌은 몰라도 양식당인 시크릿가든의 음식 역시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송도와 인천에서 보낸 1박2일

자고로 여행이란 멀리 떠나야 여행다운 느낌이 나기 마련이다. 당일치기라면 몰라도 하룻밤 머물다 오게 될 1박2일 일정이라면 더 그렇다. 그런 이유로 서울에서 인천으로 바람 쐬러 가기는 해도 1박 2일로는 잘 가지 않는다. 그다지 멀지 않다고 생각하거니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다녀올 수 있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인천 방문에 대해 왠지 여행이라는 표현은 어울려 보이지 않기도 한다.

그런 인천을 1박2일로 다녀왔다. 혼잡하지 않으면서 가볍게 여행 기분을 내고 싶기도 했고 송도의 변화를 직접 확인하고 싶기도 했다. 마침 송도에 자리 잡고 있는 라마다 호텔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나와 있었다. 여행이란 먼 곳에 다녀온다는 의미도 있지만 집을 벗어나 낯선 곳에서 하루를 묵는다는 의미도 있으니 나름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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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의 변화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송도G타워

송도의 중심은 뭐니 뭐니 해도 송도 센트럴파크가 아닐까 싶다. 거대한 인공호수 주위로 쭉쭉 뻗은 마천루들이 한국이 맞나, 인천이 맞나, 송도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기 때문이다. 송도 여행의 시작을 송도 센트럴파크 그리고 송도G타워에서 시작한 것도 그래서다. 서울에 63빌딩이 있다면 송도에는 송도G타워가 있었다.

여의도 63빌딩과 달리 송도G타워 33층 전망대는 무료로 개방되어 있다. 누구나 부담 없이 올라가 송도를 내려다볼 수 있는 것이다. 아래에서는 실감 나지 않던 송도의 변화가 위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니 그제야 뚜렷이 실감할 수 있었다. 지나치게 계획화되어 자연미보다는 인공미가 물씬 풍기기도 하지만 송도가 멋진 곳으로 탈바꿈했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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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센트럴파크의 명물인 수상택시라 불리는 유람선

송도 센트럴파크에 가면 필히 들어야 하는 필수 코스가 있다. 인공호수를 돌아볼 수 있는 수상택시가 바로 그것이다. 규모(12인승, 32인승)가 작으므로 수상택시라고 하지만 사실 유람선이라고 해야 할 듯한데 굳이 수상택시를 강조하고 있었다. 아마도 관광용이 아니라 교통용이라고 주장하고 싶은가본데 그 목적에 맞게 타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

가격은 대인 4천 원, 소인 2천 원으로 운행에는 약 20분 정도 소요된다. 평일에는 1시간마다 출발하고 공휴일에는 매시 정각과 30분 등 두 번 출발한다. 정원이 적으므로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으므로 예매부터 하고 보는 게 좋겠다. 우리도 3시간을 대기해야 했는데 그로 인해 저녁 시간대에 배를 탄 게 차라리 다행이다 싶다. 은은한 네온 불빛 사이를 가르고 달리는 기분이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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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호텔 용도에 충실한 라마다 송도 호텔

송도 유원지 방향에 위치하고 있는 라마다 송도 호텔은 비즈니스호텔이라는 용도에 어울리는 호텔이었다. 시원한 전망도 좋고 가변형 책상도 쓸만했다. 비스듬히 누워 TV 보기에 좋은 1인용 소파도 편안했다. 모텔 갈 돈에서 조금 더 보태면 호텔을 이용할 수 있으니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물론 그 돈으로 모텔 특실을 이용하겠다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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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가장 크고 길다는 인천대교와 인천대교기념관

송도 국제도시와 영종도를 잇는 인천대교는 왕복 6차선 21.38k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긴 다리다. 다리 길이로는 세계 7위, 교량으로 연결된 18.38km의 사장교 길이로는 세계 6위, 주탑과 주탑 사이를 가리키는 주경간 800m 거리의 사장교 규모로는 세계 5위라고 한다. 인천대교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주탑 높이는 230.5m로 63빌딩 높이에 육박한다고도 한다.

송도 방향에서 출발해 영종도 쪽으로 건너오면 2010년에 열었다는 인천대교 기념관을 볼 수 있는데 손에 잡힐 듯 가까워 보이지만 진입로를 찾기 어려워 한참을 뱅뱅 돌아야 했다. 기념관은 인천대교뿐만 아니라 인천의 근현대사를 간직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월미도에서 벌어졌던 인천상륙작전을 모형으로 전시하여 인천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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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인천 차이나타운 참쌀탕수육

송도와 차이나타운은 그다지 연관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만 인천까지 왔으니 차이나타운에 들러 짜장면이나 먹어보자며 들른 길이었다. 주말과 휴일에는 인파로 붐비는 곳인지라 차분하게 돌아볼 수도 없고 어딜 가도 대기줄이 어마어마하다. 호기심을 억누를 수 있다면 주말과 휴일날 차이나타운은 피하는 것도 좋겠다.

인천 차이나타운에 대한 악명은 익히 들었기에 큰 기대는 없었다. 그래도 생활의 달인에 나왔던 4대 문파의 집이라 하니 은근히 기대가 생기기는 했다. 긴 줄을 기다려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짜장면과 짬뽕 하나씩에 대표 메뉴라고 하는 단단면 그리고 찹쌀탕수육을 주문했는데 솔직히 맛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차이나타운에 와서 짜장면 먹어봤다고 하는 의미만 남겨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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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감회에 잠기게 하는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

인천을 떠나기 전 수도국산 달동네박물관에 들렀다. 6~70년대 달동네 서민의 생활상을 테마로 꾸민 박물관으로 2005년에 개관한 곳이다. 내부로 들어서면 실제 산동네로 들어선 듯하도록 비교적 잘 만들어 놓았다. 인천의 생활상을 담았다지만 사람 사는 모습이 다를 수 없기에 어릴 적 동네를 보는 감회에 잠기게 했다. 입장요금은 일반 1천 원이고 이용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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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물인가 명물인가, 서울역고가 서울로7017에 설치된 슈즈트리

서울역 앞 고가도로가 차도가 아니라 인도로 다시 태어났다. “먹지 말고 피부에 양보하세요”라던 광고 문구처럼 이젠 차는 다닐 수 없고 사람에게 양보해야 하는 것이다. 교통정체를 비롯해서 해체와 보존 사이에서 논란은 있었지만 어쨌든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역작이라 할 수 있는 청계천 복원을 의식한 박원순 현 서울시장의 회심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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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개장한 서울로7017은 평일인데도 아직 많은 인파로 붐비고 있었다. 듣던 대로 화분까지 시멘트 투성이어서 지나치게 삭막하고, 그늘도 많지 않아 걷다 지칠 수 있고, 체계적으로 정리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만든 듯한 조경시설이 눈에 거슬리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시설 하나는 서울에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물론 597억짜리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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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 가장 큰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은 구 서울역방향으로 길게 늘어선 슈즈트리(Shoes Tree)일 것이다. 예술의 관점에서 보면 소재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을지 몰라도 버려진 신발로 만들다 보니 작품이라기보다는 쓰레기로 보인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주 병으로 성탄트리를 만든 김건모처럼 검소하지도 않고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니 차라리 거대한 신발 무덤처럼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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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즈트리는 고가에서부터 서울역 앞으로 뻗어나간 모양새로 되어 있다. 정상에는 약간의 꽃도 보이기는 하는데 그 아래로는 갖가지 신발이 얽기 설기 쌓여있다. 고가에서 보면 슈즈트리의 어떤 상징성을 찾기 힘들어 보인다. 색깔도 우중충하니 흉물스럽기 그지없다. 작품이라기보다는 아무렇게나 쌓아놓은 게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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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내려와 서울역방향으로 걷다 보면 익숙한 냄새가 느껴진다. 좋게 말하면 신발 냄새고 정확히 얘기하면 꼬린내다. 한두 켤레만 돼도 느낄 수 있는 냄새이건만 무려 3만 켤레라니. 이해하려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예술의 경지가 아닐 수 없다. 중간에는 신발 터널도 있는데 아래로 늘어진 신발 끈이 등나무 사이로 늘어진 등나무 꽃처럼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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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막상 내려와서 보면 느낌이 사뭇 다르다. 구 서울역사 앞마당의 신발들은 꽃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게다. 위에서 보면 쓰레기 더미이자 신발 무덤으로 보였던 게 사실인데 앞에서 보니 버려진 신발들이 화분이었다. 그제야 ‘내 신발에 향기 심기’라는 주제가 이해될 듯도 싶었다. 억지로 해석하자면 꼬린내 나는 신발도 꽃을 담으면 향기로워진다는 의미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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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예술로 이해하려고 해도 꽃을 품은 신발이나 볼만하지 나머지는 여전히 흉물스러워 보인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었다. 차라리 버려진 신발 더미를 줄이고 꽃을 담은 신발을 강조했더라면 박수를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1억 3천만 원의 예산이 소요된 높이 17m, 길이 100m의 슈즈트리는 29일까지만 전시된 후 철거된다고 한다.

아내의 생일과 석화촌, 시크릿가든 그리고 비루개(남양주허브식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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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생일을 맞아 남양주로 향했다. 테마동산인 석화촌에서 가볍게 산책을 하고 그 안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우아하게 칼질한 후 근사한 카페로 자리를 옮겨 차 한 잔 하기 위해서였다. 남한강이 흐르는 양평이나 하남, 팔당 중에서 고민하기도 했는데 비루개라는 카페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어 남양주로 정한 참이었다.

숲속 식당 시크릿가든

가볍게 산책을 먼저 하고 식사하려고 했으나 출발이 늦었기에 석화촌 안에 있는 양식당에서 식사부터 하기로 했다. 이름은 시크릿가든. 현빈과 하지원이 출연했던 SBS 인기 드라마와 이름이 같고 심지어 글자체도 같다. 창이 넓어 시원하게 경치를 감상하며 차를 마시거나 식사할 수 있다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든다. 신록이 우거진 모습도 좋은데 단풍이 들거나 눈이라도 내린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안심스테이크와 피자 그리고 음료 2잔이 포함된 커플세트메뉴를 주문했는데 맛은 기대에 못 미쳤다는 점은 아쉬운 일이다.

남양주 테마동산 석화촌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돌을 테마로 하는 곳이다. 작은 야산 곳곳을 석상들로 꾸며놓았고 심지어 19금을 테마로 하는 석상들도 있다. 작은 폭포와 연못도 있어 갖출 것은 다 갖췄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석상들이 그다지 인상적이지는 못하다. 1인당 입장료 4천 원을 내야 하는데 석화촌이라는 버섯불고기 집에서는 10% 할인받을 수 있고 양식당 시크릿가든에서는 입장료만큼 할인받을 수 있다. 시크릿가든에서 식사하면 입장료가 공짜라고 할 수 있겠다.

산 속의 환상적인 카페 비루개(남양주허브식물원)

석화촌에서 나와 이번 나들이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비루개로 향했다. 남양주에 식물원 같은 괜찮은 카페가 있다는 소문만 듣고 석화촌에서 약 30분을 달려갔는데 가는 길이 결코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가다 보면 이길이 맞는 건가 싶은 미심쩍은 생각도 들게 만든다. 그래도 네비가 알려주는 대로 가다 보니 목적지에 도착하면 이런데 이런 곳이 있다는 생각과 평일인데도 이미 상당히 많은 차들이 와있음에 놀라게 된다.

겉보기에는 규모가 큰 찻집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식물원 안으로 들어선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이름은 비루개이나 카드 전표에는 남양주허브식물원으로 찍히는 것도 그래서인 듯하다. 이 집이 특별한 것은 완벽한 힐링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단 카페에 들러 차를 주문하면 아무리 오래 머물러도 시간에 제한이 없다. 무척 다양한 좌석이 있으므로 앉았다 누웠다 할 수도 있고 심지어 잠시 눈을 붙일 수 있는 그물 침대도 있다.

무엇이든 끝이 좋으면 다 좋은 법이다. 이번 나들이의 시작이었던 석화촌과 시크릿가든에서의 식사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나 비루개가 모든 것을 만회해 주었다. 비루개라는 장소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상당히 의미 있는 하루였다고 할 수 있었다.

1만원으로 행복한 밥상을 받아본 성북동 담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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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선교 사거리에서 혜화동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작은 식당이 하나 있다. 혜화문으로 향하는 언덕길에 위치한 지리적인 특성상 앞쪽은 1층이지만 뒤쪽은 지층이 되는 구조다. 정면에서 보면 입구만 보인다고 할 수 있겠다. 식당은 담벼락이라는 정다운 이름을 가졌다. 오래된 건물치고는 입구에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오다 가다 한 번은 들러야겠다고 생각한 집이었다.

마침 점심 식사 시간에 맞춰 그 집 앞을 지나갈 일이 생겼다. 혼자였지만 그리 붐비지 않을 시간이었기에 용기를 내어 담벼락 입구로 들어섰다. 겉에서 보기에는 작은 식당일 것만 같았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그리 작다고 할 수 있는 규모는 아니었다. 크다면 크다고 할 수도 있었다. 게다가 실내 인테리어도 무척이나 깔끔했다.

이 집에서 내세우는 주메뉴는 7천 원짜리 덕장이다. 덕장이란 ‘황태를 갈아만든 담벼락만의 우렁쌈장’이란다. 일종의 쌈밥 메뉴라 할 수 있겠다. 여기에 3천 원을 더한 1만 원짜리 담벼락 정식에는 우렁초무침과 제육볶음이 추가된다. 이외에도 바지락칼국수(7천 원), 순두부(7천 원), 코다리 조림(8천 원), 찐만두(4천 원) 등의 식사 메뉴도 준비되어 있다.

다른 메뉴도 즐길 수 있다. 제육볶음, 바지락 찜, 갈치구이, 통새우 튀김, 미도 어묵탕, 고추튀김, 매운 해물 부추전, 날치알 계란말이, 오징어볶음, 고등어구이, 조개탕, 오징어튀김, 우렁무침, 흑온두부 등에는 ‘만원의 행복’이라는 타이틀이 붙어있다. 식사와 함께 해도 되고 혼자든 여럿이든 술 한 잔 할 때 안주로 삼아도 되겠다.

혼자서 정식을 주문해도 되는지 물으니 당연하단다. 얼마를 기다리니 기본 반찬이 깔리고 쌈과 장이 나온다. 장 안에 우렁이 심심찮게 보인다. 이게 바로 황태를 갈아만들었다는 우렁쌈장이라는 덕장인가 보다. 이 정도만 해도 훌륭해 보이는 비주얼인데 우렁초무침과 제육볶음이 나오니 식탁이 가득 찬다. 오랜만에 정식 다운 정식상을 받아보는 기분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고 하더니 음식 맛도 일품이었다. 우렁쌈장에 들어있는 우렁의 양도 많았고 우렁무침 역시 새콤달콤하니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제육볶음이야 말해 무엇하랴. 우렁쌈장을 넣어 제육볶음과 함께 쌈밥으로 먹어도 좋고 우렁무침을 밥반찬으로 먹어도 좋았다. 혼자서 먹기에 아까울 정도였다. 모처럼 대우받는 기분으로 식사할 수 있었다.

담벼락 입구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붙어 있다. “함께 즐거이 식사를 할 수 있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우리들의 장소입니다. 아련한 추억이 깃든 그때 그 시절의 ‘담벼락’이 그립습니다. 그리운 사람들과 아련한 이야기를 나누고 머리를 맞대고 즐거운 식사를 하는 행복한 공간이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주인이 직접 쓴 건지 아니면 누가 헌사한 것인지는 몰라도 내 마음도 그 글과 다르지 않았다.

개그맨 이윤석 처가로 알려진 북한산온천 비젠에 갔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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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에도 온천이 있나 싶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일동온천으로 유명한 포천이면 몰라도 북한산에 온천이라니. 북한산 바로 아래에 살고 있는 나조차도 처음 듣는 얘기인데 다른 사람이야 오죽할까. 그런데 정말이다. 믿어도 될까 싶겠지만 어쨌든 북한산 온천이라는 이름의 온천이 실제로 존재한다. 도대체 이 온천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포탈 검색에서 북한산 온천을 치면 비젠이라는 이름이 보인다. 비젠이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 일본 혼슈 주고쿠 지방 오카야마현에 있는 도시 이름이 Bizen(備前市)이라고는 하는데 설마 일본 지명을 갖다 붙였을까 싶다. 제주에도 비젠 빌리지라는 곳이 있는데 그 의미는 독일어 wissen으로 아는, 알고픈, 아는 것, 아는 사람이라고 한다. 둘 다 온천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름이야 어떻든 북한산 온천 비젠은 1995년 12월 고양시 제1호 온천이라고 한다. 동시에 북한산 일대 유일한 온천이기도 하다. 뭐 이런 이유가 있기도 하지만 북한산 온천을 찾았던 데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개그맨 출신 방송인 이윤석의 처가라는 점 때문이다. 휴일을 맞아 온천에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마침 이윤석 처가가 한다는 북한산 온천이나 가볼까 싶었던 것이다.

집에서 북한산 온천까지는 약 45분 정도 예정되어 있었다. 다른 온천에 비하면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있었다. 징검다리 연휴라 교통정체가 걱정되기도 했지만 지난번에 다녀왔던 포천으로 이동하는 시간보다 적게 걸렸다. 좁은 진입로를 따라 들어가 북한산 온천에 도착해보니 기대했던 것보다는 규모가 크지 않았다. 온천이라기보다는 그저 동네 목욕탕에 가까워 보일 정도였다.

요금은 8천 원이다. 우리 동네 목욕탕이 5천 원이고 포천에 있는 일동 유황천이 7천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조금 비싼 편이다. 찜질방을 이용하려면 추가로 1천 원을 내야 하는데 규모가 크지 않으니 굳이 찜질방까지 이용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평일은 7천 원이고 휴일에만 8천 원이라고 한다.

시설도 단출한 편이다. 아니 온천이라고 다녀본 곳 중에서 제일 작은 듯했다. 온천이라는 말만 없으면 동네 목욕탕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일 정도다. 또한 남탕의 경우 지하 1층이다 보니 노천탕도 없다. 탕에 가득한 수증기로 인해 답답할 땐 노천탕에서 시원한 바람과 함께 온천을 즐기곤 했었는데 노천탕이 없으니 그럴 수가 없다는 점은 매우 아쉽게 느껴졌다.

다만 다른 온천이나 목욕탕과 달리 실내에 수증기가 거의 없다는 점은 아주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다. 실내 공기가 답답하지 않으니 실내에서 지내기에 불편하지 않았다. 다른 곳에서는 1시간 이상 버티기 어려웠으나 이곳에서는 그 이상도 버틸 수 있겠다. 지하 972m에서 분출되는 천연 온천수만 사용하고 게르마늄과 셀레늄이 풍부하며 항암작용에 특효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확인할 방법은 없다.

동굴식당에 대한 환상을 무참히 깨버린 터키 카파도키아 에브라노스(Evranos) 식당

터키에브라노스

 

그렇게도 신기하던 동굴식당도 연속해서 두어 번 드나드니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간사하다면 간사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카파도키아에 도착하던 날 점심식사 장소였던 ‘반달르(Bindalli, 터키의 여성용 결혼식 전통 의상을 뜻한다는 말이 있다)’는 동굴식당인지 확실하지 않고 둘째 날 점심을 먹었던 ‘알티노자(Altinocak)’도 동굴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특이하게 생긴 건축물처럼 보였을 뿐이었다.

만일 파샤바에서 봤던 버섯집이나 괴레메 야외박물관에 우뚝 서 있던 동굴집이었다면 느낌이 달랐을지도 모르겠다. 스타워즈 촬영지였다는 으흘라라 계곡에 이어 다녀온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아직도 사람들의 주거지로 쓰인다는 동굴집이었다면 더욱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을 수도 있겠다. 동국식당에서 식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흥분되는 일이었지만 그날 저녁 식사를 먹으러 간 ‘에브라노스’에서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작용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낮에 다녀왔던 알티노자에 비해 야간 조명을 밝힌 에브라노스(Evranos, 술탄 파티 시대의 정복 전쟁에서 명성을 날린 특공대원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는 지나치게 화려한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울긋불긋한 조명으로 장식되어 있는 것은 아니었는데 어쨌든 어슴푸레한 석양과 어우러지면서 마치 유원지라도 온 듯한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에브라노스가 그리 좋은 인상으로 남지 못한 것은 요리도 한몫했을 것이다. 반달르에서는 뷔페였고, 알티노자에서는 항아리 케밥을 먹어본 데 비해서 에브라노스는 생선요리가 나왔다. 말이 좋아 요리지 그냥 생선백반에 불과했다. 빵과 스프, 그리고 춘권처럼 생긴 전식에 이어 나온 식사는 볶음밥에 감자와 조각 레몬, 생선 한 마리가 전부였다. 비주얼도 무척 빈약해 보이지만 맛도 짜기만 하고 그다지였다.

홀은 넓었으나 다른 손님은 없었고 그래서인지 실내등도 밝히지 않아 어두컴컴했다. 실내는 비교적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한켠에는 라이브 무대까지 갖추고 있었지만, 장식용인지 아니면 실제로 공연이 이루어지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나중에 다른 포스트에서 보니 홀 중앙에서 터키 전통춤인 수피댄스와 밸리댄스가 공연된다고 한다. 같은 곳을 가보고도 다른 기억으로 남는다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이 못 된다. 배신감도 느끼게 되고.

만일, 누군가가 남긴 글처럼 그곳에서 공연이라도 열렸다면 또 다른 기억으로 남았을는지도 모른다. 음식 맛은 둘째 문제고 새로운 경험만이 기억에 자리 잡았을 것이다. 하지만 특별한 이벤트는 없었고 음식 맛도 별로였다. 카파도키아에서 처음 가본 동굴식당이었다면 나름대로의 의미라도 있겠으나 그렇지도 못하다. 이래저래 에브라노스에 대한 인상은 좋을 수가 없다.

괴레메 야외박물관을 시작으로 셀리메 마을에 이르기까지 이틀 동안 돌아다녔던 카파도키아의 일정은 모두 끝났다. 이제 장소를 옮겨 이스탄불에서의 여행이 시작된다. 밤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어찌나 피곤하던지 눈꺼풀이 저절로 감겨왔다. 기내식으로 샌드위치를 주는데 비몽사몽간에 먹으니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겠더라는. 빵은 또 왜 그리 퍽퍽하던지.

터키의 한적한 시골마을, 카파도키아 셀리메마을

터키셀리며

 

이대로 떠나기에는 너무 억울하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이리도 허무하게 떠나간단 말인가. 폭설이 그려준 경치는 아름다웠으나 그로인해 본연의 참모습을 보기는 어려웠고, 더구나 눈길에 가로막혀 젤베와 으흘라라는 제대로 돌아보지도 못하고 그저 찍고 돌아서야만 했다. 이제 가면 언제 다시 오게 될는지도 모르는데 하는 안타까움만 커져갈 뿐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다면 폭설에 발목 잡혀 으흘라라 계곡을 내려가지 못한 덕(?)에 다소의 여유시간이 남았다는 점이다. 그 시간을 이용해 가이드는 터키의 시골 마을인 셀리메로 우리를 인도했다. 관광지만 다니다 보니 실제 사람 사는 모습은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스타워즈 촬영지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으흘라라 트래킹 대신 얻은 수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셀리메 마을로 향하는 길은 상당히 험난했다. 고지대에서 저지대로 꾸불꾸불 이어진 길로 내려가야 했는데 대관령보다도 더 난코스로 보였다. 그 중간 어디쯤에 내려 마을을 내려다보니 그제서야 관광지가 아니라 사람의 마을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곳이 마을의 중심지인 셀리메 사원. 여행자들은 대부분 셀리메 동굴 성당을 다녀간다지만 우리는 그들과 달리 마을로 향한다.

한겨울이고 눈이 많이 내린 다음이라서 그런지 마을은 고요했다. 버스에서 내려 마을로 걸어가는 동안 사람 사는 동네가 맞나 싶을 정도로 여느 관광지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기도 했다. 하긴 우리나라에서도 소규모 마을은 이처럼 한적하리라. 마을로 가까이 들어서면서 비로소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아이들이 뛰어다녔고 광장에는 남자들이 모여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길가에는 차가 한대 서 있고 몇 명이 뒤따르고 있었다. 시동이 걸리지 않는 차를 뒤에서 미는 중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80년대에 비교적 흔하게 보던 광경이어선지 반갑다는 생각이 앞섰다. 한적한 길을 걷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선거 기간 중이었는지 동사무소 정도로 보이는 건물 앞에 서 있는 차에는 어떤 후보의 포스터가 걸려있기도 했다.

터키인들은 사진을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면 사진에 찍히는 걸 좋아한다. 돌려받지도 못할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무척 적극적으로 모델이 되어준다. 어느 아빠는 아이더러 얼굴을 들라면서 손수 손으로 얼굴을 잡아주기도 한다. 할 수만 있다면 그 자리에서 인화해서 뽑아주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 잠시 들른 여행자로서 기념으로 사진을 찍는 일이 미안할 정도다.

스타워즈로 유명한 터키 카파도키아 으흘라라 계곡에 갔더니

터키으흐라라

 

때로는 신화나 전설보다 강력한 것이 있다. 으흘라라 계곡(또는 으흘랄라 계곡, Ihlara Vadisi)이 그렇다. ‘협곡 안에 동굴을 만들면 겉에서 잘 눈에 띄지 않아 초기 기독교인들은 로마 군인들의 탄압을 피해 이곳에 주거지를 형성하였다’는 역사적인 사실보다는 ‘스타워즈'(Star Wars)의 촬영장으로 더 유명하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았든 보지 않았든 당연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라고 할 수 있었다.

먼저 가이드 책자에서 설명하는 내용부터 보자.

데린쿠유에서 30km 정도 떨어져 있는 계곡. 그린 투어로 온 경우 계곡 한쪽 끝 주차장에 버스를 세워두고, 계곡을 따라난 오솔길을 1시간 정도 걸으며 트레킹을 즐긴다. 계곡 양옆에는 비잔티움 시대에 은둔 생활을 하던 수도사들이 만든 100여 개의 교회와 수도원의 흔적이 남아 있다. 보통 그리스도 승천 장면이 그려진 아아찰트 교회와 24인의 대부와 40명의 순교자가 그려진 일란르 교회 정도를 둘러본다. 트레킹이 끝난 후에는 계곡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한다. – 터키 100배 줄기기(RHK) 中에서

또한, 위키백과에서는 으흘라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으흘라라 협곡은 카파도키아 남쪽의 엘지에스 산(Erciyes)의 수차례 분화에 의한 화성암이 침식된 16km 길이의 골짜기이다. 협곡을 따라 멜렌디즈(Melendiz) 천이 흐르고 있다. 이곳은 고대 비잔틴 시대에 벌집 모양으로 뚫린 동굴들이 지하 거주지로 활용된 점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때문에 현재 중부 터키의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다. → 위키백과 바로 가기

이처럼 으흘라라 계곡은 멀찍이 떨어져서 감상하는 곳이 아니라 직접 돌아다니면서 면면을 살펴보는 곳이어야 한다. 가이드 책자에서도 계곡을 따라난 오솔길을 1시간 정도 걸으며 트레킹을 즐기라고 나와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눈물을 머금고 돌아서야만 했다. 폭설로 내려가는 길이 무척 위험해 보이기 때문이었다. 자칫 낙상 사고라도 났다가는 멀리 이국에서 유명을 달리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주차장에 버스를 세워두고 내려다보기에도 아득한 길이었다. 계곡 아래로 미끄러지지 않고 내려간다고 해도 엉금엉금 기어 다녀야 할 판이니 시간이 얼마나 걸리게 될는지도 예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일생의 한 번이 될지도 모를 기회이니 패키지여행만 아니라면 목숨을 걸어볼 수도 있겠으나, 어쨌든 그럴 형편이 아니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돌아서는 수밖에 없었다.

괴레메 야외박물관을 시작으로 파샤바 계곡과 젤베, 그리고 데린큐유에 이르기까지 눈 속을 파헤치고 다녔던 카파도키아에서의 일정은 그렇게 아쉬움 속에 막을 내렸다. 짧은 여정이다 보니 에페소처럼 유서 깊은 관광지나 파묵칼레와 같은 유명 여행지를 둘러보지 못하고 돌아가야 했지만 아쉬움보다는 더 큰 설렘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터키의 심장 이스탄불에서의 일정이 시작되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