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나온 조선일보 인기 칼럼, 윤희영의 뉴스 잉글리시2

뉴스잉글리시

 

‘누군가의 입장이 되어보다’를 ‘be in somebody’s shoes’라고 한다. ‘누군가의 신발을 신어본다’는 것인데, ‘다른 사람 신발을 신고 1마일을 가보지 않고는 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속담(an old saying)이 있다. 다른 사람 신발을 신어봐서(put yourself in others’ shoes) 당신 발이 아프면 그 사람 발은 진작부터 아팠을 것이다. – 윤희영의 뉴스 잉글리시 ‘결혼기념일을 맞은 어느 부부와 웨이터’ 중에서

마음에 담을만한 표현을 만난다는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해당 부분만 따로 노트에 적어놓는 것도 그래서일 게다. 반가운 마음을 오래 간직하고 싶기도 하고 다른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마음 말이다. 더불어 외국어 공부까지 할 수 있다면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겠다.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격이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조선일보에 연재되고 있는 ‘윤희영의 뉴스 잉글리시(News English)’를 꼬박꼬박 챙기는 것도 그런 까닭에서다. 좋은 표현은 물론이고 영어도 함께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내용도 좋거니와 과하지 않아서 더 좋다. 본문이 길거나 표현이 어색한 글의 경우 끝까지 읽기가 쉽지 않은데 비해서 윤희영의 뉴스 잉글리시는 술술 읽어나갈 수 있다.

혹자는 영어 문장이 중간중간에 나와서 한글 문장이 잘 읽히지 않는다고도 한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이는 한글과 영어를 동시에 읽고자 하는 욕심이 앞서는 탓이다. 이럴 때는 마음을 비우고 의도적으로 영어는 무시한 채 한글만 읽도록 하자. 그런 다음 다시 읽어 보면 한글과 영어 표현이 동시에 보이게 될 것이다. 두 번 읽어도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윤희영의 뉴스 잉글리시2’는 지난 2011년에 1편이 나온 후 6년 만의 속편이다. 저자의 의하면 전편이 실용회화와 직독직해에 중점을 뒀다면 2편은 외신에 등장하는 영어 표현 학습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또한, 전편은 기사화되지 않고 블로그에 남겼던 글들을 위주로 했다면 2편은 실제 신문에 실렸던 글들을 추렸다고 한다.

굳이 책을 사지 않고 기사를 찾아보면 되겠다고 생각하겠으나 칼럼의 내용을 책으로 엮으면서 달라진 점은 크게 네 가지다. 하나는 핵심 단어와 영어 표현 활용 부분이 추가되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관용구 & 동의어로 심화 학습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영어 원문 뉴스가 수록되었다는 점이고 마지막 하나는 쉬어가는 코너를 통해 잠시 쉬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신문에서는 본문만 확인할 수 있는 반면 책에는 칼럼의 내용이 먼저 실려 있고 본문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핵심 단어와 영어 표현’을 추려 해설을 달아놓았다. 이어 ‘관용구와 동의어’를 따로 추려 예문과 함께 실었다. 그 뒤에 영어 원문 뉴스를 배치해 필요할 경우 칼럼과 비교해서 볼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짧지만 재미있는 우스갯말은 덤이다.

저자는 뉴욕특파원을 지낸 현직 기자다. 저자가 2010년부터 조선일보에 ‘윤희영의 뉴스 잉글리시’를 연재하게 된 것은 각종 입시와 취업 시험에 빠지지 않는 시사-영어-작문을 원스톱으로 서비스해줄 수는 없을까, 부담 없이 읽으면서 시사상식도 넓히고 자연스레 요긴한 표현도 익힐 수 있는 모둠 차림상을 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였다고 한다.

‘윤희영의 뉴스 잉글리시’는 한국외국어대 스페인어과와 동 대학 동시통역대학원(한국어-스페인어-영어)을 졸업하고 동시통역대학원, 한양대, 한국외국어대 등에서 강의한 저자의 경험이 집약되어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일보 뉴욕특파원으로 유엔과 월스트리트를 취재하며 쌓은 경험과 노하우가 바탕이 된 것은 물론이다.

저자가 어떤 내용에 어떤 영어 표현을 버무려야 가장 먹기 좋고, 영양가도 좋고, 소화도 잘 될까 고심해 내놓은 ‘모둠’ 차림상이 궁금하다면 먼저 조선일보 웹사이트(www.chosun.com)나 포탈 뉴스에서 ‘윤희영의 뉴스 잉글리시’를 찾아서 읽어보시라. 그 내용이 입맛에 맞는다면 책으로도 구매해서 간직하기를 권한다.

책을 사는 독자를 위해 저자는 소중한 영업 비밀도 하나 밝히고 있다. 저자가 조선일보에 연재되고 있는 뉴스 잉글리시를 작성하기 위해 주로 참조하는 뉴스 사이트가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고 영문 기사 번역 수준에 머무는 것도 아니다. 관련 기사들을 모두 찾아본 후 독자들이 읽기 쉽도록 압축하고 깔끔하게 정리한다. 다른 칼럼에 비해 뉴스 잉글리시가 편안하게 읽히는 비결이라 할 것이다.

인생은 자동차 핸들과 같아서(be like a steering wheel) 살짝만 움직여도 방향이 완전히 바뀐다(change the entire direction). 여기서 1퍼센트만 틀어도 저 끝에 가서는 천양지차다. 다만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해야 한다. 어디로 갈지 모르는데 어떻게 가야 할지 어찌 알겠나. – 윤희영의 뉴스 잉글리시 ‘1퍼센트의 원리’ 중에서

 

♦ 윤희영의 뉴스 잉글리시2에 대하여 자세히 보기
http://www.yes24.com/24/goods/38235448

좋은 건 사라지지 않아요

좋은건사라지지않아요

머리가 무거울 때면 펼쳐드는 잡지가 있다. 때로는 시원한 바닷가로 안내하고 때로는 향기로운 소식을 전해주면 때로는 감미로운 노래를 들려주는 잡지, 그 이름은 바로 월간 페이퍼(PAPER)다. 페이퍼는 원래 홍대 근처 카페에서 무료로 나눠주던 잡지였다. 하지만 홍대가 생활권이 아니었던 내가 페이퍼를 만난 건 순전히 싸다는 이유에서였다. 교보문고에서 단돈 천 원에 꽤 그럴싸한 잡지를 집어 들었으니 그게 바로 페이퍼와의 첫 만남이었다.

그 후 단돈 천 원이던 책값은 인상의 인상을 거듭하면서 5천 원까지 올랐지만 매월 말일이면 이달에는 무슨 내용으로 채워졌을까 기대하며 책방을 서성이게 만드는 묘한 중독성이 있는 잡지다. 세월이 흘러 오른 가격만큼이나 내 나이도 많아졌지만 그래서 그 흐른 시간만큼이나 괴리감을 느끼게 될 것도 같지만 아직도 페이퍼를 보고 있노라면 세월의 흐름이 무색할 정도로 언제나 한결같다. 더불어 내 나이도 잊게 되는 것 같다. 그게 바로 페이퍼만의 매력이겠지만.

그동안 페이퍼는 어엿한 대중매체로 자리 잡았다. 편집장인 황경신은 소설가로 시인으로 방송에도 출연할 만큼 유명인사가 되셨고 푸근한 몸매와 성격의 소유자 정유희 기자 또한 나름대로 이름을 떨치기도 하셨다. 아, 그보다 먼저 페이퍼에서 만화를 그렸던 박광수는 조선일보에 ‘광수생각’을 연재하면서 거물이 되었고 김양수 기자도 ‘음악의 재발견’이라는 카툰을 조선일보 주말매거진에 연재하기도 했다. 김양수는 네이버 웹툰에서 ‘생활의 발견’이라는 코너를 연재하고 있다.

그리고 페이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있다. 페이퍼의 첫 코너 ‘이 달에 쓰는 편지’의 주인공 김원이다. 그의 이름은 페이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황경신 편집장의 시에도 그의 이름이 남아있고 포토에세이에도 그의 이름이 담겨있다. 페이퍼의 발행인이자 사진작가로서 그의 흔적은 페이퍼 전체에 걸쳐 남아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그의 이름은 친숙하기만 하다.

“당신이 잊고 지낸 소중한 것들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그의 책 ‘좋은 건 사라지지 않아요’가 나왔다고 했을 때 반가움이 앞섰던 것도 그 때문일 게다. 페이퍼를 통해서 단편적으로만 만나왔던 그의 글과 사진을 마음껏 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책에는 김원이 직접 찍어온 사진과 캘리그래피 그리고 김원이 당신의 영혼을 위로하는 79통의 편지가 담겨있다.

그런데 이 책 범상치가 않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페이퍼스럽다. 왼쪽 페이지에는 큼직한 제목을 적어놓고 오른쪽에 본문을 적어놓은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원하고 깔끔하고 특이하다. 게다가 중간 부분에는 90여 페이지에 걸쳐 사진이 들어있고 왼쪽 아래에는 노래 제목과 뮤직 플레이 표시가 들어있다. 그가 들려주고 싶은 노래 47곡으로 사진과 함께 들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설명이 첨부되어 있다. 그답고 페이퍼다운 기획이 아닐 수 없다.

월간 PAPER 백발두령 김원의 첫 작품집이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창작이 아니다. 그가 15년간 페이퍼를 통해서 털어놓았던 고백의 묶음들이다. 앞에서도 말했던 ‘이 달에 쓰는 편지’를 재구성한 것으로 어찌 보면 참 쉽게 책을 냈다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의 글을 모아놓고 싶었던 독자들에게는 소중한 선물이다. 더불어서 그가 들으라던 노래를 들으며 사진을 보는 재미도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이 책의 제목 ‘좋은 건 사라지지 않아요’는 영화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인 앤디가 레드에게 쓴 편지 중에 나오는 말이라고 한다. 그 내용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희망은 좋은 거예요. 아주 좋은 것 중의 하나죠. 좋은 건 사라지지 않아요.” 그러면서 김원은 “생각하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생각. 그런 생각들에 머무르는 시간들이 길어지는, 그런 날들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싶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 김원은 미술학도로서 다 늦은 나이에 돌이 갓지난 아이와 함께 파리로 유학을 떠났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그곳에서 배운 것은 자신이 미술로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고 그림을 포기하자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가 페이퍼를 만들고 15년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그때 배운 교훈들 덕분이라는 고백에서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 그만큼 이 책에는 그 남자와 페이퍼의 치명적인 매력으로 가득하다.

“피카소처럼 위대한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접은 후로, 나는 아내와 어린 아들과 함께 유럽의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유럽의 구석구석을 들쑤시고 돌아다니며 유럽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공부한 셈이다. 내가 유럽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배운 점이 있다면, 그들은 철저히 ‘즐기는 삶’을 살아간다는 점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즐겁게 살겠다는 자세를 그들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해서든 즐거운 삶을 살겠다는 거다. “목숨을 걸고 즐겁게 살겠다는데 그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삶의 목표 자체가 ‘즐겁게 사는 것’이라는데 그걸 어찌 막을 수 있겠는가? 돈이 많은 사람들은 많은 대로, 돈이 없는 사람들은 없는 대로… ‘즐거운 삶’을 위해, 저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열정을 쏟아붓는 것이었다. 그것은 실로 놀라운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P.283

저자 소개 : 1995년 11월에 문화전문지《PAPER》를 창간한 발행인으로 백발두령으로 불린다. 주변에 ‘놀 수 있을 때 노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삶이다’라는 무책임한 권유를 일삼는 인물로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으며, 그중에서도 추상화에 탐닉한 바 있다. 젊은 시절 내내 ‘피카소처럼 유명한’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꾸며 살았으나 1984년부터 한 신문사의 출판국에 입사하여, 7년 동안 아트디렉터로 일했다. 그러다가 1990년에 프랑스로 떠나 2년간 미술대학에서의 유학생활을 통해 ‘피카소처럼’ 대단해지겠다는 망상을 접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멋진 그림을 그리겠다는 꿈을 꾸고 있는 낙천주의자이며 대체로 땅에 발을 딛지 못하고 사는 경향이 있다.

광수의 뿔난 생각! 악마의 백과사전

악마의백과사전

모든 인간에게는 두 개의 얼굴이 있다. 하나는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얼굴이고 다른 하나는 속에 숨어있는 얼굴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모든 사람은 이중인격자라고 해도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겉과 다른 속을 들키지만 않았을 뿐 모두들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다른 생각들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두 얼굴들의 서로 다른 주장은 필연적으로 후회를 만들어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선택에 후회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광수의 뿔난 생각!’이라는 수식어가 달린 ‘악마의 백과사전’은 그러한 인간 심리를 담고 있는 책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단어들이 실상은 사전적인 의미와 전혀 다르게 해석되고 있다는 데서 출발하는 까닭에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악마스러운’ 내용이라기보다는 ‘인간다운’이라거나 ‘사람다운’이라고 표현하는 편이 보다 더 정확할 수도 있겠다. 어쩌면 ‘사람다운’이라는 말이 ‘악마스러운’과 같은 맥락인지도 모르지만.

이 책의 첫인상은 무척 강렬하다. 대부분의 책들이 가격을 올리기 위해 양장본으로 발행하는 것과 달리 이 책의 표지는 무척 고급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광수’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대중적이고 신파적이며 통속적인 내용일게 뻔한데도 표지가 주는 무게의 느낌은 대단하다. 하마터면 ‘광수’라는 이름을 잊고 정말 ‘악마’의 단어들이 가득한 진짜 백과사전인 줄로 착각하게 만들 정도다.

표지를 열면 덴마크 출신의 사진기자로 최초의 사회개혁을 위해 사진을 사용했던 자콥 리스의 글과 만나게 된다. “나는 어려움에 봉착할 때마다 석공이 망치로 바위를 백 번 때려 금이 가게 하는 것을 구경한다. 바위가 백한 번째 망치질로 마침내 둘로 갈라졌다면, 나는 그것이 마지막  한 번의 망치질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이 그의 모든 망치질 덕분에 생긴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과정보다는 결과에 집중하는 현실에서 이 글이 주는 울림은 무척 큰 편이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열 번은커녕 두세 번 만에 포기하는 게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한 번만 더 찍으면 넘어갈지도 모르는데 그 한 번을 앞두고 포기하는 일도 있을 거다. 그러면서 광수는 말한다. “오늘, 당신은 몇 번째 망치질을 하고 있습니까?” 광수스러운 시작이다.

이 책의 악마성은 바로 다음부터 시작되는 ‘악마의 속삭임(the Devil’s Whisper)’을 통해서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각기 10가지의 질문을 통해서 자신의 악마적인 정도를 평가해보게 만드는 것이다. “친구의 애인에게 몰래 접근했다가 그 사실을 친구가 알게 되었다.” 또는 “오랫동안 공을 들인 여자와 술을 한잔했다. 그런데 여자가 그만 과음으로 인해 정신을 놓아버렸다. ‘이때다!’하고 그녀를 모텔로 옮겼는데. 침대에 눕히자마자 여자가 자신의 옷에 토하기 시작했다.”와 같이 선과 악이 대립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본성을 확인해 보도록 하고 있다.

먼저 첫 번째 질문이었던 친구의 애인 문제에 대한 네 가지 지문은 다음과 같다. “① 친구의 애인이 내게 먼저 접근했다고 거짓말하고 그런 헤픈 여자와 당장 헤어지라고 말한다. ② 우정은 우정이고 사랑은 사랑, 즉 별개의 감정이라고 우긴다. ③ 그런 사실 없다고 딱 잡아뗀다. ④ 그날로 친구가 내게 할 수 있는 모든 연락 방법을 끊고 잠수탄다.” 처럼 처음에는 시큰둥하게 읽다가 어느새 몰입되어 네 가지의 지문 중에서 나와 맞는 항목이 무엇인지 찾아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자신의 또 다른 얼굴 악마성과 만나게 되는 순간이다.

악마의 속삭임을 지나면 본격적인 ‘악마’의 백과사전이 시작된다. ㄱ부터 시작해서 사전적인 의미와 함께 악마적인 해석을 나란히 설명해 놓았다. 어쩌면 전자가 인간의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얼굴에 대한 설명이라면 후자는 인간의 내면에 잠재해 있는 숨겨놓은 얼굴에 대한 설명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전에 개그콘서트에서 황현희가 진행했던 ‘불편한 진실’처럼 말이다.

가령 ‘가난’이라는 단어는 사전적으로 “[명사] 살림살이나 금전적 상태가 풍요롭지 못하고 모자람. 또는 곤궁한 상태”인데 비해서 “사랑마다 기준과 정의가 다른 지갑의 무게. 일반적으로 지갑의 품질과 관계가 없으며 용모나 인생관, 인격 따위와도 크게 연관이 없다”라는 전혀 다른 풀이를 추가해 놓는 식이다. 다분히 인간적이지만 악마적이기도 한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사전적인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광수의 뿔난 생각!’이라는 문구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자신의 경험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다른 ‘광수생각’과 닮은 꼴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는 작은 울림이 들어있다. 중학교 시절 환경미화원 아들이었던 주봉이의 이야기도 그렇다. 별명이 봉걸레였던 그는 가정 형편상 고교 진학을 포기해야 했지만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다시 만났을 때는 큼지막한 청소용역업체의 CEO가 되어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걸레는 스스로를 창피하게 생각하지 않아. 다만 그것을 들고 있는 사람이 창피하다고 여길뿐이지 세상의 더러운 곳을 닦아내는 일을 하는 걸레 같은 존재야말로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해. 그래서 난 어릴 적 별명인 걸레를 자랑스럽게 생각해”라는 말을 들려주었다고 한다. 미천하다고 생각하기 마련인 자신의 직업에 대한 의미를 한 번쯤 돌아보게 만드는 구절이 아닐 수 없다.

누구나 인정하듯이 광수는 성공한 만화가이다. 월간 페이퍼라는 무가지에서 활동하다 조선일보에 연재하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만한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런 그를 후배들이 부러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그에게도 부러워하는 후배가 있는데 게임회사를 1500억에 넘기고 800억으로 도심의 유명한 건물을 산 젊은 벤처인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 후배가 별로 부럽지 않더란다. 그렇게 재산이 많아도 침울한 표정을 엿보았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게임밖에 모르고 살아온 그가 동종업계에서 5년간 일하지 않겠다는 계약 때문에 더 이상 인생의 목표가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조금 재미없겠군. 꿈이 없는 인생, 참 삭막하겠군. 그런 생각이 들자, 그가 조금은 측은해 보이기까지 했다. 1,500억을 가진 사람이 불쌍해 보이다니, 참 신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후배는 그동안 진짜 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어서 못 했던 음악 공부를 시작했고 지금은 수업을 따라가는 게 너무 벅차서 당분간 한국에 못 갈 것 같다는 소식을 전해왔다고 한다. “그렇구나, 꿈이 사람을 밀고 가는구나. 그런 힘이 없다면 제아무리 돈이 많아도 절대 행복할 수 없구나. 지극히 당연하겠지만 그동안 잊고 지냈던 생각. 그렇구나, 잊지 말아야지. 내 꿈”

‘광수생각’에서 광수의 만화가 빠지면 서운할 일이다. 많지는 않지만 ‘악마의 백과사전’에도 간간이 광수의 만화를 만날 수가 있는데 그의 만화에는 여전히 촌철살인의 내용들로 가득하다. 물론 그가 그려온 만화 편수를 생각하면 소재 고갈도 당연한 것이어서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겠다. 그래서 그가 만화 대신 글을 더 많이 채워 넣은 것인지도 모르지만 그 글들도 만화처럼 재미있다. 그중의 하나가 압구정에서 ‘우리 동네에는 내 손톱 닮은 초승달이 뜬다’라는 매우 긴 상호의 소줏집을 부업으로 삼아 경영할 때 여자 손님에게 엮어 천만 원을 떼일 뻔한 내용인데 이 이야기는 직접 읽는 게 더 재미있으리라.

다음은 이 책 앞머리에 실려있는 ‘악마의 속삭임(the Devil’s Whisper)’에 대한 내용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자신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통해서 자신의 악마성(?)을 평가해볼 수 있을 것이다.

1. 친구의 애인에게 몰래 접근했다가 그 사실을 친구가 알게 되었다.
2. 코를 파고 있는데 평소 좋아하던 이성과 눈이 마주쳤다.
3. 오랫동안 공을 들인 여자와 술을 한잔했다. 그런데 여자가 그만 과음으로 인해 정신을 놓아버렸다. ‘이때다!’하고 그녀를 모텔로 옮겼는데. 침대에 눕히자마자 여자가 자신의 옷에 토하기 시작했다.
4. 여자 친구 집에 놀러 가 막 스킨십을 하려는데 문이 열리며 여친의 엄마가 과일을 들고 들어왔다.
5. 친구가 내게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 하는 얘기라며 비밀을 털어놓았다.
6. 방에서 몰래 야동을 보고 있는데 엄마가 들어왔다.
7. 누군가 내게 광화문 네거리에서 옷을 다 벗으면 400만 원을 준다고 한다.
8. 누군가 내게 ‘혹시 이무송씨 아니세요?’라고 물으며 사인을 요구한다.
9. 실수로 사람을 죽였는데, 친구가 우연히 그걸 목격한 후 황급히 뛰쳐나갔다.
10. 길을 걷는데, 처음 보는 젊고 멋진 이성이 갑자기 나에게 키스를 했다.

젊은 시절 꼭 해야 할 77가지

77가지

눈물없이는 볼 수 없었던 SBS 드라마 ‘여인의 향기’에서 연재 김선아는 시한부 선고를 받고나서 버킷리스트를 작성한다. 6개월이라는 짧은 생을 앞두고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20가지를 정리해 보는 것이다. 하루에 한번씩 엄마를 웃게 하기, 나를 괴롭혔던 놈들에게 복수하기, 탱고 배우기, 갖고 싶고 먹고 싶고 입고 싶은 것 참지 않기, 웨딩드레스 입어보기, 이 모든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기…

남아있는 시간이 많다면 천천히 해도 될 일들이지만 단 6개월 밖에는 남지않은 연재로서는 간절할 수 밖에 없는 일들이었다. 너무 무리할 필요도 없고 그럴만한 시간도 없다. 죽기 전에 살아있으면서 이것만큼은 꼭 하고 싶다는 20가지를 정리하면서 의미있는 삶으로 기억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연재의 버킷 리스트는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사람 품에서 눈 감기’로 끝맺고 있었다.

버킷리스트는 바구니에 담고 싶은 것들이다. 시간이라는 바구니가 원하는 만큼 주어져 있다면 얼마든지 많이 담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 정해진 크기의 바구니들을 가지고 살기 마련이기에 꼭 필요한 것들로 담아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작 필요한 것은 담지도 못할 지경에 이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장 보러 가기 전에 필요한 물품을 정리해야 불필요한 것은 줄이고 필요한 것들로 채울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연재는 죽기 전에라는 단서를 붙였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서는 ‘죽기 전에’라는 표현보다는 ‘살아있을 때’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이다. 한때 20대부터 40대까지 연령별로 ‘하지 않으면 안될 50가지’라는 서적이 유행했던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였다. 비교적 평범한 내용들에 불과했었지만 잠시라도 나이에 맞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만드는 제목이었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꼭 해야 할 77가지’라는 제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청춘을 허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강박증을 교묘히 자극하는 책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 책이 다른 책과 다른 것은 불과 93쪽 밖에는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포켓형식으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인 것이다. 260쪽의 ’20대에 하지 않으면 안될 50가지’라는 책과 비교해보면 도전의식(?)이 불끈 솟기도 한다.

게다가 이 책의 가격은 불과 2천원이다. 인터넷서점에서는 20% 할인된 1,600원에 구입할 수도 있다. 정가 12,000원, 10% 할인받아서 10,800원에 사야하는 책과 비교할 때 읽고나서 후회하더래도 가격만큼은 후회되지 않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짧은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보니 장황되지 않고 군더더기가 없다는 점도 더 나아보인다. 부담없이 한번 쓱 읽어볼만한 책이라는 말이다. (심지어 전자책은 단돈 1천원이다)

물론 대부분의 내용은 평범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 평범한 내용들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본다면 그리 우습게 볼 일만도 아니라 하겠다. 수영을 배워야지 배워야지 하고 마음만 먹는다던가 언제가 한번은 꼭 기타를 쳐보리라고 다짐만 하고 있다던가 하는 것들이 그렇다. 다른건 몰라도 살아가면서 바구니에 담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적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1장 아름다운 도전 구체적인 목표 정하기>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하기 / 일기 쓰기 / 한 세대 마감 때마다 유서 쓰기 / 지갑에 메모 붙이기 / 100일간 독립하기 / 공부에 미친 듯이 빠지기 / 나를 위해 사치하기 / 손 내밀기 / 자격증 따기 / 한 가지 언어 꾸준히 익히기 / 운동 한 가지 확실히 하기 / 두려움에 도전하기 / 악기 하나 완벽하게 다루기 / 책 한 권 출간하기 / 애완동물 기르기 / 해외 배낭여행 하기 / 한 가지 특기 만들기 / 책에 미치기 / 국토순례 떠나기 / 백두산 등정하기 / 막일 하기 / 보험 하나 들어두기 / 담배 끊기 / 신용카드 부러뜨리기

<제2장 아름다운 나눔>

부모님께 사랑한다 말하기 / 아버지와 속내 털어놓기 / 부모님께 통장 만들어드리기 / 가족 홈페이지 만들기 / 족보 만들기 / TV 끄기 / 가족회의 만들기 / 가족을 위한 요리 익히기 / 윗사람 내편 만들기 / 직장 동호인 모임에 참여하기 / 가슴 깊이 남은 은사 찾아뵙기 / 친구와 요리 배우기 / 속내 털어놓을 평생친구 만들기 / 팀이나 계 만들기 / 100일 편지 쓰기 / 친구와 무전여행 떠나기 / 친구와 번지점프 하기 / 멋진 프러포즈 하기 / 첫눈에 사랑에 빠지기 / 가슴 찐한 사랑 하기 / 베풂의 길 찾기 / 선거운동 하기

<제3장 아름다운 미래>

매일 아침 꾸준히 신문 읽기 / 내 인생 모델 만들기 / 노동의 가치 체험해보기 / 10년 투자할 수 있는 일 시작하기 / 부모와 여행 떠나기 / 매주 한 권씩 독서하기 / 애장품 조립해서 끼워 맞추기 / 외국인과 생생한 회화 시도하기 / 노력 없는 불로소득 바라지 않기 / 당당하게 자기 주장 밝히기 / 질문하는 연습 하기 / 객관식보다는 주관식 택하기 / 화분에 나무 키워보기 / 만나서 두려운 사람 만들기 / 나만의 인생 목표 세우기 /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기 / 마라톤에 도전해보기 / 개념 있는 사람 되기 / 서비스 직종에서 일해보기 / 유머 있는 사람 되기 / 첫 선택은 신중하게 하기 / 멋진 첫인상 꾸미기 / 내가 하는 일에 자부심 갖기 / 만난 사람 이름 기억하기 / 내 자신 알리기 / 시(時)테크 하기 / 이직 준비하기 / 남의 이야기 들어주기 / 운동장을 찾아가 열렬히 응원하기 / 남에게 베풀기

천천히 빨리 달려라 ‘인디언의 말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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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은 말을 타고 달리다가 가끔씩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본다고 한다. 걸음이 느린 영혼에 대한 배려에서 비롯된 행동으로 자신의 영혼이 말을 타고 달리는 몸을 ?아오지 못할까 봐 기다려준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전근대적인 미개한 사상이라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혼자만 살아보겠다고 아둥바둥하는 현대인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인디언의 격언에는 단순하면서도 많은 내용이 담겨 있곤 한다. 평범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진리라고 할수 있겠다. 쇼크족의 격언에는 ‘내 앞을 걷지 말라, 내가 따르지 않을 수도 있으니. 내 뒤를 걷지 말라. 내가 인도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나와 함께 걸으라, 우리는 하나이니’라는 말이 있다. 동지애를 넘어 형제애까지 느껴지는 말이다. 서로 잘났다고 아우성치는 현대인들을 숙연하게 만들만 하다.

나바호의 격언에는 ‘땅 끝까지 갔어도, 바다 저 너머까지 갔어도, 하늘 끝까지 갔어도, 산 너머까지 갔어도 친구가 아닌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는 말도 있다. 경쟁에 눈이 먼 현대인과 달리 마음을 열면 모두가 친구라는 의미일 것이다. 호피 족의 격언에는 ‘한 명의 적은 너무 많고, 백 명의 친구는 너무 적다’는 말이 있다. 적은 적을수록, 친구는 많을 수록 좋다는 뜻이리라.

제목만 보면 인디언의 가르침으로 가득할 것처럼 보이는 21세기북스의 ‘인디언의 말타기’는 인디언의 격언을 직접적으로 말하기 보다는 영혼이 따라올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인디언들처럼 ‘행복한 성공을 위해 천천히 빨리 가라’고 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사례들을 참조해서 늘 자신을 돌아보면서 조급해지지도 말고 나태해지지도 말며 천천히 빨리 달려가라는 말이다

장사를 했으면 이익을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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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봉급쟁이들은 봉급쟁이대로 월급이 오르지 않아 죽겠다고 하고 장사꾼들은 장사꾼들대로 장사가 안된다고 난리다. 불경기라서 그러는 심정은 이해하겠는데 손님들로 들끓는 식당도 적자라고 울상이다. 남는 게 없다는 말이다. 처음에는 엄살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그럴 수도 있겠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장사를 했으면 이익을 내라'(다산북스)는 책을 보고 나서부터다.

토속음식점을 하는 어느 사장이 있었다. 음식도 깔끔하고 분위기도 좋아 가격이 좀 고가인데도 손님이 많은 곳이었다. 사람들은 장사가 잘되니 돈을 긁어모은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사장 생각은 달랐다. 빚은 빚대로 여전했고 겨우 이자만 갚을 뿐이라면서 희망이 보이지 않는 장사를 계속 하느니 차라리 가게를 접고 다른 것을 알아보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공인회계사인 저자가 통장을 분석해보니 식당에서는 실제로 연간 2억원 정도의 순이익이 발생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토속음식점 사장은 적자가 나서 힘들다는 말이었다. 장부 분석을 통해 찾은 그 원인은 바로 사장의 통 큰 씀씀이에 있었다. 개인적으로 씀씀이가 큰 것을 비난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돈이 없는 원인을 가게에서 찾는 것은 잘못이라며 일갈하고 있었다.

흔히 앞으로 벌고 뒤로 밑진다는 말을 한다. 아무리 많이 벌어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허당이라는 의미다. 직장에 메어있는 쟁 입장에서는 장사만 하면 저절로 돈이 모인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일 게다. 그나마 봉급쟁이들은 수입이 뻔하기에 관리하기도 비교적 수월한 편이지만 수입과 지출이 일정치 않은 자영업자들에게 체계적인 돈 관리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 분명하다.

앞에서 본 사례처럼 아무리 손님이 많아도 장부로 남기지 않으면 손해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 고등학교 동창 중에 늦은 나이에 약대에 들어가서 수도권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친구가 있다. 가끔 전화 통화하며 어떠냐고 물어보면 월세 내기도 빠듯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직원까지 두고 있었으니 장사가 안되는 건 아니라는 말인 듯하다.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엄살이 아니라면 장사를 잘 못 하고 있다는 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회계사답게 저자 손봉석은 숫자를 보라고 한다. 손님이 많은데도 통장 잔고가 텅 비어 있는 가게가 있는 반면 손님은 적어도 꾸준히 돈 버는 가게도 있는 것은 숫자의 차이라면서 겉모습만 보지 말라고 충고한다. 가령, 투자자금 회수에 대한 계산 없이 당장 오늘 번 얼마의 돈을 수익으로만 생각해서 흥청망청 써대면 앞에서 말한 토속음식점 사장처럼 늘 쪼들려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손님이 줄 서는 가게 사장들의 돈 버는 비밀’이라는 다소 싼티 나는 부제가 붙어 있기는 하지만 내용은 현실적인 조언들로 가득하다.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법한 고민들에 대한 해답도 얻을 수 있다. 수익을 내고 있음에도 적자 타령만 하고 있던 앞의 예에서도 사업을 위한 통장과 개인을 위한 통장을 철저하게 분리해서 관리하라고 조언한다. 그래야 문제의 원인을 쉽고 정확하게 찾아 올바른 해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장사를 했으면 이익을 내라’는 제목처럼 투자규모와 투자금 회수 시기, 감가상각 회수 계획 등 현재 자영업을 하고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자영업을 준비 중인 사람들도 알아두면 좋을 내용들도 가득하다. 일부러 손님을 줄 세우는 가게, 카페에서 과제하는 학생들을 내쫓는 법, 점심특선 가격의 비밀 등 활용할 수 있는 팁들도 있다. 아무리 팔아도 남는 게 없다고 생각된다면 이 책에서 해답을 찾아보기 바란다.

언어의 심층에 싸인 시의 비밀을 밝혀내는 이어령

‘말’이라는 제목의 책이 있다. ‘말’ 그대로 ‘말’에 대한 책이다. 그렇다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이는 그냥 말이 아니다. 오랫동안 사색하고 고뇌한 후에 꺼내는 말이다. 사람의 말이 이토록 품격있고 우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려준 책이었다. 말이란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 책이었다. 말을 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책이었다.

“이 시대의 잠든 지성과 영혼을 깨우는 창조적인 별의 언어들”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는 이 책의 초판 발간연도는 1982년 11월 15일.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중판인 1983년 5월 25일 발행한 책이다. 어릴 적 교회 전도사님 이삿짐을 날라주고 책장에 꽂혀있던 책 중에 하나를 선물로 받았었는데 이 책은 그렇게 내 손에 들어와서 지난 30년을 함께하고 있다.

대수롭지 않다고 할지 모르지만, 이 책은 다소 특이한 구석이 있다. 1972년 ‘문학사상’ 창간호(10월호)부터 시작해서 만 10년 동안 권두언으로 씌인 글을 모은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잡지 앞쪽에 나오는 머리말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머리글이 대단해봐야 뭐 그리 대단하다고 책으로까지 묶고 그걸 30년 넘게 간직하고 있느냐고 타박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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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특별하지 않은, 어쩌면 지면을 때우기 위해 그저 형식적으로 쓰이기 마련인 머리말도 이처럼 멋들어지게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은 내게 있어 대단히 충격적이었다. 아무리 하찮은 것도 누가 하느냐, 혹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머리말만 묶어도 훌륭한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지성(知性)’이라는 단어와 가장 잘 어울리는 작가. 그렇다. 이 책의 작가는 이어령이다. 흔히 훌륭한 작가에게 ‘언어의 마술사’니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표현을 붙이는데 나에게 ‘언어의 마술사’나 ‘언어의 연금술사’는 이어령 하나뿐이다. “분노의 주먹을 쥐다가도 결국은 자기 가슴이나 치며 애통해 하는 無力者들을 위하여”로 첫 문장이 시작되는 이 책의 첫 글에서부터 강렬한 전율을 느끼도록 만들었었다.

‘언어로 세운 집’이라는 책에서 오랜 친구를 만난 반가움을 느꼈던 것은 표지에서 ‘이어령’이라는 이름을 발견했기 때문일 게다. ‘기호학으로 스캔한 추억의 한국시 32편’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은 이어령 교수와 함께 32편의 시를 읽어보고 그를 통해서 시에 대한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해준다. 입으로 외우던 시를 머리로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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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공부하듯이 32편의 시를 차례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 좋아하는 시부터 하나씩 골라서 읽는 게 좋겠다. 그러다 보면 다른 시가 궁금해지고 다른 시의 내용이 알고 싶어질 것이다. 김소월의 ‘엄마야 누나야’ 또는 윤동주의 ‘서시’처럼 굳이 해부하지 않아도 좋은 시가 있는 반면, 그 속을 들여다보아야만 알 수 있는 시도 있다. 대표적으로 난해한 시라고 할 수 있는 이상의 ‘오감도’가 그렇다.

‘第一의兒孩가무섭다고그리오’로 유명한 이 시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혹자는 ’13’이란 숫자에 대한 집착으로 예수의 최후 만찬과 결부시키기도 하고, 혹은 조선 13도(道)의 숫자와 관련지어 풀이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이어령은 시는 정답을 감추어놓은 퀴즈 문제가 아니라 침을 놓듯이 시 전체의 신경망 그리고 상호 유기적인 상관성에서 시적 언어의 혈을 찾는 작업이라며 명쾌한 해석을 제시한다. 그제야 ‘오감도’가 제대로 눈에 들어온다.

이 책은 19년 전 조선일보에 연재되었던 것을 덧칠하지 않고 그대로 수록했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신문의 제한된 지면으로 많은 부분을 어쩔 수 없이 삭제하거나 요약할 수밖에 없어서 책으로 낼 때는 보완 보충하리라 생각하며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서 결단을 내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의 말대로 불빛이 새어 나오는 창문 그리고 반쯤 열린 문 사이로 들여다보이는 뜰의 신비한 체험을 얻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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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야 누나야 – 김소월, 시의 숨은 공간 찾기
진달래꽃 – 김소월, ‘사랑’은 언제나 ‘지금’
춘설(春雪) – 정지용, 봄의 詩는 꽃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광야 – 이육사, 천지의 여백으로 남아 있는 ‘비결정적’ 공간
남으로 창을 내겠소 – 김상용, 오직 침묵으로 웃음으로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봄과 여름 사이에서 피어나는 경계의 꽃
깃발 – 유치환, 더 높은 곳을 향한 안타까운 몽상
나그네 – 박목월, 시가 왜 음악이 되어서는 안 되는가
향수(鄕愁) – 정지용, 다채로운 두운과 모운이 연주하는 황홀한 음악상자
사슴 – 노천명,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생명의 알몸뚱이
저녁에 – 김광섭, 슬프고 아름다운 별의 패러독스
청포도 – 이육사, 하늘의 공간과 전설의 시간을 먹다
군말 – 한용운, 미로는 시를 요구하고 시는 또한 미로를 필요로 한다
화사(花蛇) – 서정주, 욕망의 착종과 모순의 뜨거운 피로부터
해 – 박두진, 해의 조련사
오감도 詩 제1호 – 이상, 느낌의 방식에서 인식의 방식으로
그 날이 오면 – 심훈, 한의 종소리와 신바람의 북소리
외인촌 – 김광균,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에 숨어 있는 시적 공간
승무(僧舞) – 조지훈, 하늘의 별빛을 땅의 귀또리 소리로 옮기는 일
가을의 기도 – 김현승, 죽음의 자리에 다다르는 삶의 사계절
추일서정 – 김광균, 일상적 중력으로부터 벗어나는 언어
서시 – 윤동주, ‘별을 노래하는 마음’의 시론
자화상 – 윤동주, 상징계와 현실계의 나와의 조우
국화 옆에서 – 서정주, 만물이 교감하고 조응하는 그 한순간
바다와 나비 – 김기림, 시적 상상력으로 채집한 언어의 표본실
The Last Train – 오장환, 막차를 보낸 식민지의 시인
파초 – 김동명, ‘너 속의 나’, ‘나 속의 너’를 추구하는 최고의 경지
나의 침실로 – 이상화, 부름으로서의 시
웃은 죄 – 김동환, 사랑의 밀어 없는 사랑의 서사시
귀고(歸故) – 유치환, 출생의 모태를 향해서 끝없이 역류하는 시간
풀 – 김수영, 무한한 변화가 잠재된 초원의 시학
새 – 박남수, 시인은 결코 죽지 않는다

주식으로 대박을 꿈꾸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은

수입이 일정한 월급쟁이가 목돈을 쥘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뿐이다. 하나는 로또에 당첨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주식으로 대박나는 것이다. 은행 저금으로 목돈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요즘처럼 제로금리 시대에는 더더욱 그렇고. 한 달에 300백만원을 버는 봉급자가 한 푼도 쓰지 않고 8.33년을 모아야 3억짜리 집을 살 수 있는 게 현실이다. 강 건너로 가면 집을 사기는커녕 전세집을 얻기도 쉽지 않고.

죽을 줄 알면서도 불꽃을 향해 달려드는 불나비처럼 많은 사람들이 손실의 우려가 있음에도 주식시장으로 향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현실이 팍팍하면 팍팍할 수록, 내일에 대한 희망이 없으면 없을 수록, 주식에 기대게 되는 것이다. 제한된 정보로 움직이는 개인 투자자는 절대로 기관을 이길 수 없다고도 하지만 자기만은 다르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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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으로 돈 버는 방법은 하나다. 쌀 때 사서 비쌀 때 파는 것이다. 5,000원짜리 주식을 사서 10,000원에 판다면 손쉽게 두 배를 벌 수 있게 된다. 세상 어디에도 이만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더구나 주식은 이자에 이자가 붙는 복리로 움직인다. 5,000원짜리가 상종가를 치면 5,750원이 되고 다음날도 상종가를 치면 750원이 아니라 862원이 올라 6,612원이 된다. 원금의 두 배로 불어나기까지 단 5일만 기다리면 된다.

문제는 급격하게 올라갈 때도 있지만 반대로 내려갈 때도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5일만에 원금의 두 배가 넘는 이익을 가져다 주기도 하나 5일 만에 반으로 꺾이기도 한다. 가짜 백수오 파동을 일으켰던 내츄럴엔도텍의 경우 9일 동안 하한가 행진을 이어가면서 4월 15일 91,000원이었던 주가는 11,050원(5월 13일 현재)으로 급락한 상태다. 10주만 가지고 있어도 이 기간 동안 잃은 금액은 799,500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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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주식 투자를 지배하는 100가지 법칙’은 너무 쉬워 실수하는, 그러나 반드시 지켜야 하는 ‘주식 투자의 기술’에 대해서 말하는 책이다. 제목만 보면 주식으로 돈 버는 방법에 대해서 말해줄 것처럼 보이지만 그보다는 주식의 기본에 대해서 말한다. 즉, 수학정석이나 성문기본영어처럼 중학교에서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한 번은 꼭 봐야하는 참고서들처럼 주식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한 기본서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주식의 원리나, 분석 방법 등을 제시하는 책도 아니다. 주식에 빠져 미쳐 챙기지 못했던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는 일종의 잠언서라고 하겠다. 그런만큼 ‘결혼하고 싶은 사람을 고르듯 주식을 선택하라’거나 ‘잿빛 현재에서 핑크빛 미래를 사라’, ‘백미러로는 미래를 볼 수 없다’, ‘아우토반을 달릴 때는 뒤를 돌아보지 마라’와 같이 소제목에서부터 가슴에 새겨야 할 멋진 명언들이 난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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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주식시장이란 주정뱅이부터 부호까지 그리고 투자자와 투기꾼이 공존하는 공간이므로 현명한 투자자든, 현명한 투기꾼이든, 현명하지 못한 투기꾼이든 ‘돈을 잃지 말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기본에 충실하라’고 권한다. 그야 투자를 하든, 투기를 하든, 선택을 할 수 있고 잃지 않는 매매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에 충실하라’는 말은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저자는 스스로에게 물어 보라고 한다. 하나, 투자 원칙은 세웠는가? 둘, 언제 살 것인가? 셋, 언제 팔 것인가? 넷, 보유할 것인가? 다섯, 손절매를 할 것인가? 저자 역시 너무 쉬워 실수하고, 너무 하찮게 보여 지키지 않은 주식 법칙들을 찾아 기본부터 다시 공부했고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법칙들은 머리에 담았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이거다!’라고 생각되는 두세 가지의 법칙은 가슴에 새기로 이를 악물고 실천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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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소개하는 100가지는 그리 어렵지도 않고 부담스러운 내용도 아니므로 가볍게 읽어나갈 수 있다. 이미 오랫동안 주식을 해온 사람이라면 지극히 당연한 공자님 말씀 정도로 생각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쉬는 것도 투자’라는 말처럼 부담없이 읽으면서 때를 기다리는 것도 좋겠다. 물론 주식 초보자들에게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인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고.

“주식 시장은 야구가 아니다.
당신은 공이 들어올 때마다 매번 배트를 휘두를 필요가 없다.
당신에게 알맞은 공이 들어올 때를 기다려 치면 된다.”.
– 워런 버핏 –

나폴레옹은 스핑크스의 코를 뭉개지 않았다는데… 비주얼 세계사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한때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인다고 하던 우스개 소리처럼 보이는 사람에게만 보인다는 말이다. 이는 혼령이 보이는 ‘식스센스(The Sixth Sense, 1999)의 주인공 이야기가 아니다. 개인의 지식과 경험에 따라 접할 수 있는 세상이 달라진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잘 나고 못 나고의 문제는 아니다.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인간이 살면서 평생 배워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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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 파리 루브르 박물관(Louvre Museum)에 갔을 때 일이다. 어마어마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노련한 가이드는 핵심 작품 몇 편만 찍어서 설명하고는 이동하기를 반복했다. 웬만한 방문자들로서는 무슨 그림들인지 알 수 없으니 그저 그림이 멋있네 어쩌네 할 뿐이지만 그림에 담긴 의미를 알게되면 그 그림 역시 달리 보이게 된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기 전에 조금이라도 사전 지식이 반드시 필요한 것도 그때문이다.

아트북스에서 출간한 ‘비주얼 경제사’는 그림으로 세계사와 경제사를 동시에 들려주는 책이다. 미술공부와 역사공부, 그리고 경제공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셈이다. 의미를 모른 상태에서는 박물관에 가서도 자칫 스쳐지나갔을 수 있는 그림들이지만 이 책을 보고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작가가 무슨 의도에서 그러한 그림을 그렸는지, 당시의 시대상은 어떠했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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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 ‘무엇이 그들을 끔찍한 죽음으로 몰아넣었나?’에서는 1497~1499년작 ‘역병 희생자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성 세바스티아누스’를 통해서 유럽을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었던 역병과 온몸에 화살 투성이인 성 세바스티아누스의 관계를 설명한다. 그는 로마시대 장교로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경호를 담당할 만큼 신임을 받았는데, 은밀히 기독교로 개종한 후 기독교인들을 도왔다는 이유로 화살형에 처해진 인물이었다.

처형될 때 그는 여러 대의 화살을 맞고도 죽지 않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이 그림에 세바스티아누스가 등장하는 것은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당시에 역병이 왜 발병했는지 모르다 보니 자신들을 지켜줄 성인이 필요했던데다 역병은 하늘에서 빗발치는 화살과 같아서 누구는 치명상을 입고, 누구는 운 좋게 피하기도 하며, 누구는 맞고도 죽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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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1340년대 유럽 인구의 3분의 1의 목숨을 잃게 만든 흑사병으로 이어지는데 이 병은 1347년 흑해의 무역항 카파에서 창궐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킵차크한국의 자니베크 칸이 이끄는 몽골군이 제노바인들이 방어하던 카파를 포위하고 공격 명령만을 기다리다 역병이 발생하자 시신을 투석기에 얹어 성내에 던져 놓고 철수했다는 것이다. 현대에도 공포의 대상인 생물학전의 원조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모두 22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시대를 넘나드는 이야기도 경이롭지만 그 많은 자료를 어디서 구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저자 송병건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영구 옥스퍼드 대학에서 경제사를 공부하고 박사학위를 받은 후에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연구를 계속했다고 한다. 영국에서 생활하면서 유럽 여기저기를 여행하며 박물관과 미술관을 구경하는 재미에 눈을 떴다고 하니 이 책은 그 지식과 경험의 부산물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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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죽어 가는 자, 위로하는 자는 누구인가 : 알렉산더, 동서양을 융합한 코스모폴리탄 문화를 창조하다
02 한漢 무제武帝의 예불 : 장건, 실크로드 개척에 시동을 걸다
03 장거리 무역의 귀재 : 이슬람 상인, 지구 절반을 촘촘한 무역망으로 엮다
04 무엇이 그들을 끔찍한 죽음으로 몰아넣었나 : 팍스 몽골리카 시대, 동서 무역이 질병을 세계화하다
05 허풍쟁이의 베스트셀러 탄생기 : 마르코 폴로의 중국 여행기, 미래 탐험가들을 키우다
06 콘스탄티노플의 철옹성은 어떻게 무너졌나 : 비잔틴제국의 최후 전투, 세계 경제를 뒤흔들다
07 임진왜란과 세계 노예무역, 그 함수 관계 : 대항해 시대, ‘부유한 산’의 은銀이 세계를 일주하다
08 백지에서 시작된 유럽의 지식 혁명 : 중국 발명품, 유럽의 지식 대중화를 선도하다
09 역사상 최고가의 꽃 : 네덜란드 금융시장, 알뿌리가 거품을 낳다
10 세계 최대 국가의 탄생 배경 : 명품 모피에 대한 소비욕, 시베리아 정복을 이끌다
11 나폴레옹이 스핑크스를 납작코로 만들었다 : 프랑스의 이집트 원정, 영국과의 지식 전쟁으로 이어지다
12 인간의 탐욕이 낳은 가장 잔인한 무역품 : 1,600만 명의 아프리카인 노예, 아메리카로 팔려 나가다
13 석탄과 기계 시대의 재해 : 산업혁명 시기, 산업재해는 이렇게 일어나고 이렇게 극복되었다
14 영국의 ‘3중 전성시대’ : 만국박람회, 산업혁명을 유럽 전역에 확산시키다
15 아일랜드인의 운명을 바꾼 ‘악마의 식물’ : 1840년대 감자 흉작, 아일랜드의 대기근과 이민을 초래하다
16 일본 탈아시아 정책의 서막 : 페리 제독의 흑선黑船, 일본 사회 개조의 닻을 올리다
17 여행은 어떻게 중산층의 취미가 되었나 : 19세기 중반 서구인들, 휴양지의 맛에 빠져들다
18 아메리카 대평원의 버펄로, 그 비극적 운명 : 생태계의 세계화로 인간과 버펄로 간의 균형이 깨지다
19 인도의 철도, 그 이익을 가져간 곳은 : 식민지 인도, 강제적 세계화의 끝을 보여 주다
20 거대기업 황금시대 : 철도왕, 석유왕, 금융왕이 경제를 장악하다
21 프랑스 흡혈귀는 독일 여인의 피를 빨고 산다 : 제1차 세계대전 후 배상금과 채무 갈등, 세계화를 후퇴시키다
22 산타클로스, 그 이미지의 진화 : 성인聖人에서 대중소비의 아이콘으로 변신하다

당근과 채찍에 중독된 직장인들에게 던지는 메시지

시벌로마라는 말이 있다. 중국 당나라 때 어느 나그네가 더운 여름날 길을 가다 밭에서 열심히 일하는 말 뒤에 서서 가혹하게 채찍질하는 농부를 보게 되었다. 안쓰러운 마음에 나그네는 “열심히 일하는 말에게 왜 자꾸만 채찍질을 하는 거요?”하고 물으니 농부는 자고로 말이란 쉼없이 부려야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일만 열심히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 소리에 나그네는 ‘아! 시벌로마(施罰勞馬)’라는 긴 탄식을 내뱉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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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이 말은 노는 꼴을 눈 뜨고 보지 못하는 직장 상사들에게 부하 직원들이 들릴락말락하게 읊조리는 형태로 많이 쓰이고 있다고 한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는 실제 이야기가 아닐뿐더러 한낱 웃자고 지어낸 얘기에 불과하다. 비슷한 발음의 욕설 ‘씨발놈아’를 재미있게 각색한 것으로 좋게 말하면 언어유희요, 삐딱하게 말하면 말장난이라 하겠다.

비슷한 말이 없지는 않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가한다는 의미의 ‘주마가편(走馬加鞭)’이 그렇다.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그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노력하도록 다그치는(격려하는) 모습’으로 해석하고 있다. 말에 채찍질하는 것은 같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시벌로마(施罰勞馬)’는 쳐지지 말라는 부정적인 의미이고 ‘주마가편(走馬加鞭)’은 현재에 만족하지 말라는 긍정적인 의미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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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과 채찍은 오래도록 사람을 부리는데 있어 상당히 효과적인 무기였다. 자발적인 활동을 이끌어내기도 하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때로는 달콤한 당근이 먹고 싶어서, 때로는 가혹한 채찍을 피하고 싶어서 자신의 능력 이상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당근과 채찍이라는 수단은 달라도 목표 달성이라는 목적은 하나인 셈이다. ‘시벌로마’는 채찍에 해당하고 ‘주마가편’은 당근에 해당한다.

하지만 당근과 채찍이 만병을 다스릴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라고 할 수는 없다. 효과적인 수단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그 둘의 문제는 지속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당근은 당근이 있을 때만 통하고, 채찍은 채찍을 맞을 때만 유효하다. 당근이 떨어지거나 채찍이 부러졌을 경우에도 똑같은 효과가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게 된다. 일명, 당근 중독과 채찍 중독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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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뱅에서 출간한 ‘회사에서 읽는 아들러 심리학’은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칭찬하지 말고, 꾸짖지도 말며, 가르치지도 말라고 한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당근과 채찍의 효과를 따라갈 수 없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는 그보다는 용기 북돋기가 더 의미있다고 한다. 상대가 움직이도록 컨트롤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도와주어야 진정한 홀로서기가 가능해진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