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맛이라는 나가사키 카스테라

카스테라

무식한 소리지만 나가사키 하면 짬뽕만 생각나는 사람이었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온천 료칸이 있는 우에시노에 갈 때 나가사키행 버스를 타면서도 이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면 나가사키 짬뽕을 먹을 수 있는 건가라는 생각만 했었다. 그러니 나가사키 카스테라가 유명하다는 말이 생소하게 들릴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한국에도 빵집에 가면 쉽게 살 수 있는 카스테라를 굳이 선물이라고 일본에서 사 간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400년 전통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포르투갈에서 시작된 카스테라는 1570년대에 일본에 전래되었고 나가사키 카스테라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후쿠사야(福砂屋)는 1624년에 창업된 집이라고 한다. 15대에 걸쳐 나가사키 카스테라 전통을 이어온 가게로 달걀 깨기부터 구워내기까지 전문가 한 사람이 담당하는 전통 기법을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다고도 한다.

비록 나가사키는 가보지도 못하고 중간에서 돌아왔어도 후쿠오카 공항에 있는 후쿠사야(福砂屋) 카스테라를 집어들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다른 브랜드의 카스테라도 있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고 부티나 보인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었다. 노란색 포장과 종이백이 선물용으로도 제격이었다. (일본 3대 카스테라 집은 쇼오켄(松翁軒), 후쿠사야(福砂屋), 분메이도(文明堂)라고 한다)

포장에서부터 기품을 느낄 수 있는 후쿠사야(福砂屋) 카스테라는 포장을 벗기면서 또 한 번의 감동을 느끼게 된다. 전통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묘한 감정 때문이다. 그저 카스테라라는 빵을 만든 데서 그치지 않고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는 자부심과 자신감의 결정체로 보일 정도였다. 누가 카스테라에서 후쿠사야(福砂屋) 카스테라에 대한 안내와 옛날 모습이 그려진 그림이 나오리라 생각이나 했겠는가.

나가사키 카스테라가 특별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닥에 깔린 설탕 알갱이 때문이다. 카스테라를 먹다 보면 아삭아삭 씹히는 부분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설탕 알갱이다. 마치 별사탕을 씹는 기분이다. 다른 카스테라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새로운 맛과 느낌이 아닐 수 없다. 원래 카스테라가 설탕 덩어리라고는 하지만 나가사키 카스테라 설탕 알갱이의 유혹을 떨치기는 쉽지 않다

저가 피치항공 기내식으로 먹기 좋은 오사카의 명물 파블로

기대하지 않았던 뜻밖의 만남은 그 기억이 더 오래 가는 법이다. 몇년 전 가족과 함께 다녀왔던 독일에서는 프란치스카너 맥주가 그랬다. 베를린에서 프랑크푸르트로 돌아오는 고속열차 이체(ICE)에서 아무 생각없이 처음 먹어보게 되었는데 그 맛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이후 식사 때마다 챙겨먹게 되었다. 물보다 맥주가 더 저렴한 나라였으니 물을 사 먹느니 차라리 맥주를 먹겠다는 생각도 없지 않았으나 프란치스카너였기에 가능했던 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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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녀온 오사카에서는 파블로(Pablo)가 그랬다. 간사히 공항에서 내려 아사히 맥주공장을 찾아가던 길에 난바역에서 오연히 발견한 만난 곳이었는데, 시장해서 그랬는지 몰라도 냄새와 비주얼에 본능처럼 이끌려갔던 곳이었다. 지하상가 한켠의 작은 규모였기에 별다른 기대도 없었고 끼니를 놓친데다 견학 예약시간에 쫓기고 있던 차라 가볍게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들렀었다.

파블로에 대한 첫 인상은 싸다는 점이었다. 지름이 15cm는 되어보이는 크기의 기본 메뉴가 700엔 정도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작은 조각 케익 정도에 해당하는 가격이었으니 상당히 저렴해 보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게다가 먹음직스럽기까지 했다. 시장한 상태였기 때문에 맛있겠다는 느낌이 배가됐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가격대비로 볼 때 사먹어볼만하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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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파블로를 처음 맛본 곳은 오사카가 아니었다. 아사히 맥주 공장 견학 시간이 빠듯해 발걸음을 재촉한데다 견학을 마치고는 길을 안내해준 고마운 식당에 대해 보답하는 의미로 저녁을 사 먹었기에 파블로를 먹어볼 기회가 없었다. 아사히 맥주 공장으로 향하는 지하철에서 먹을 수도 있었으나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실천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정작 파블로를 맛볼 수 있었던 곳은 첫날을 머물기 위해 건너온 교토에서였다. 숙소인 이코이노이에에서 별다른 기대없이 한 입 베어물었는데 입안에서 치즈향이 잔잔히 퍼지면서 사르르 녹아내렸다. 눈이 번쩍 뜨이는 느낌이었다. 평소 무엇을 사든 가성비, 즉 가격 대비 성능을 중시하는 입장이었는데 파블로는 극강의 가성비를 자랑하고 있었다. 약 7,000원 정도로 이 정도의 크기와 이 정도의 맛을 내는 음식을 찾기도 쉽지 않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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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와 고베를 거쳐 오사카로 다시 돌아와 우메다역에서 파블로를 찾아 다녔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난바역과 혼동했기에 엉뚱한 곳을 헤매고 다녔기 때문이었다(아이러니하게도 파블로는 본점이 우메다역이다). 그러다 마지막 일정이었던 돔보리 리버크루즈를 마치고 간사이 공항으로 가려던 길에 난바역에서 다시 파블로를 만날 수 있었다.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돌아오는 길에는 파블로를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이다. 먼저 공항철도인 라피도에서 먹을 수도 있고,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먹을 수 있다. 그리고 또 있다. 일본의 저가 항공인 피치항공에서는 기내식이 제공되지 않으므로 비행기에서 기내식 대신으로 먹어도 좋다. 특히, 비행기에서 먹는 맛은 다른 곳에서 먹을 때와는 또 다른게 다가온다. 물론 기분 탓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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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있을 때는 미쳐 몰랐는데 다녀와서 보니 파블로가 오사카에서 상당히 유명한 브랜드였다. 그 파블로가 서울 소공동 롯데 백화점 본점에 입점했다.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파블로란 이름에는 화가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처럼 고객에게 놀라움과 감동을 주자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서울본점 파블로 매장은 운영방식은 오사카 매장과 동일하다고도 한다.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 치즈타르트는 스테이크의 레어나 미디움처럼 굽는 정도에 따라 다른 식감과 맛이 다르다는데 가격은 레어, 미디움 모두 1만1000원이라고 한다. 오사카 현지보다는 비싼 가격이지만 어차피 오사카에나 가야 맛볼 수 있다는 점을 어느 정도는 감안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오사카에서 돌아올 때 난바역에서 산 치즈 타르트는 무려 1700엔 짜리였다.

오사카여행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 주는 오사카주유패스

오사카로 여행을 떠날 때 빼먹지 말고 반드시 챙겨야할 것이 있다. 이틀동안 오사카의 지하철과 시내버스는 물론이고 28곳에 달하는 시내 관광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13곳에서 할인이나 선물 등 특전을 받을 수 있는 오사카주유패스(大阪周遊パス, OSAKA Amazing Pass)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3,000엔(약 27,240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대단히 쓸모있는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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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의 대표적인 관광지라고 할 수 있는 우메다 스카이 빌딩(梅田スカイビル) 공중 정원 전망대(空中庭園展望台)

를 시작으로 주택박물관(住まいのミュ?ジアム)으로 불리는 오사카쿠라시노콘자쿠칸(大阪くらしの今昔館)도 무료이고 오사카성 천수각(大阪城 天守閣, てんしゅかく)도 무료다. 나니와노유(なにわの湯)과 스파 스미노에(スパスミノエ) 온천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지난 일본여행에서 오사카주유패스로 했던 일들을 소개한다.

 

1. 하루 종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시영 지하철과 시영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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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주유패스 2일권으로는 오사카 시영 지하철 뉴트램과 시영 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1일권으로는 한신 본선과 한큐 다카리라즈카선, 하큐 교토선 등 이용할 수 있는 노선이 더 많다). 2일권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하철 노선은 주유패스 구매시 포함되어 있는 가이드북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교통비 걱정없이 다닐 수 있다는 점은 여행에서 굉장한 매리트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일본지하철은 달리는 앞창을 볼 수 있어서 시원한 느낌도 준다.

 

2.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덴포잔을 무료로 데려다 주는 캡틴 라인 (70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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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덴포잔으로 이동하려면 지하철을 몇 번이나 갈아타야 하는 불편이 있을뿐더러 결정적으로 유니버셜 스튜디오가 있는 유니버셜 시티역은 JR노선으로 주유패스로는 이용할 수 없기까지 하다. 그렇지만 주유패스로는 캡틴 라인을 타고 바다를 가로질러 덴포잔까지 10분 만에 이동할 수 있다. 편하기도 하지만 비용도 줄여주는 그야말로 1석2조가 아닐 수 없다.

 

3. 세계 최대 규모의 덴포잔 대관람차가 무료 (80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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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12.5M에 달하는 덴포잔 대관람차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맑은 날에는 동쪽으로 이코마산(生駒山)이 보이고 서쪽으로는 아카시 해협대교(明石海?大橋), 북쪽으로는 롯코산(六甲山)까지 보인다고 한다. 밤에는 바다와 어우러진 화려한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바닥이 투명한 특별 좌석(시스루 캐빈)도 마련되어 있다고 한다. 생각만 해도 오싹해서 아무나 탈 수는 없을 듯하지만.

 

4.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헵파이브 대관람차도 무료 (50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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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포잔에서 이미 대관람차를 타보았다면 그보다 규모가 작은 헵파이브 대관람차는 시시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게다가 똑같은 야경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헵파이브 대관람차에는 덴포잔과 다른 특별한 것이 있었다. 바로 자신의 스마트폰에 꽂아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스피커가 준비되어 있었던 것이다. 감미로운 레너드 코헌(Leonard Cohen)의 아임유어맨(I’m Your Man)을 틀으니 이보다 더 로맨틱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5. 일본의 에펠탑이라는 츠텐카쿠도 무료 (70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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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텐카쿠(通天閣, つうてんかく)를 보면 의문이 앞설 것이다. 생김새도 다르고 규모도 훨씬 작은데 어쩌다 일본의 에펠탑이라 불리게 되었나라는 생각에서다. 우리로 치면 남산타워같은 모양새이고 쓰임새로 다르지 않을 텐데 어쨌든 시내에 있으니 접근성은 좋은 편이다. 높이 103m 전망대에서는 오사카를 한눈에 내려 볼 수 있다고 한다. 츠텐카쿠는 전체적으로 시간여행을 컨셉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6. 오사카의 대표적인 명소 오사카성 천수각도 무료 (60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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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를 대표하는 명소이기는 해도 우리에게 오사카성(大阪城)은 남다른 의미가 있는 곳이다. 임진왜란(壬辰倭亂)을 일으킨 풍신수길(豊臣秀吉), 즉 도요토미 히데요시(とよとみひでよし)를 위해 만든 성이기 때문이다. 우리로서는 용서할 수 없는 전범(戰犯)이지만 일본에서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영웅으로 받들어 모시고 있었다. 천수각(天守閣, てんしゅかく)에도 그에대한 자료로 가득했다. 그래도 오사카에 왔으니 들르지 않을 수는 없는 곳.

 

7. 시내유람선 돔보리 리버크루즈도 무료 (70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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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로 치면 청계천 정도 될법한 곳을 오가는 작은 유람선이 있다. 오사카에서 가장 번화하거니와 오사카 여행의 필수 코스인 도톤보리(どうとんぼり, Dotombori)를 가로지르는 도톤보리가와강(道頓堀川)의 돔보리 리버크루즈(とんぼりリバ?クル?ズ)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도시를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으며 가이드 승무원의 열정적인 수다도 즐길 수 있다.

 

8. 이용하지 못해서 아쉬웠던 시설들

① 가장 비싼 요금의 산타마리아호를 놓치고 (1,60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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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를 떠나기 전 츠텐카쿠에 들렀다가 산타마리아호를 타고 바다를 돌아보기로 했다. 인터넷으로 본 후기에는 분명히 11시 배가 있다고 했었는데 도착해 보니 12시가 첫 배였다. 1시간을 넘겨 기다리자니 시간이 아깝기도 하고 다음 스케쥴이 꼬이는 문제가 있었다. 아쉬움을 뒤로 한채 눈물을 머금고 돌아서야 했다. 산타마리아호의 가격만 1,600엔이었으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② 공중정원전망대 (700엔)

우메다 스카이 빌딩(梅田スカイビル) 공중 정원 전망대(空中庭園展望台)는 오사카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오사카에 여행 온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꼭 들르는 곳이다. 낮에 보는 경치도 좋지만 특히 밤에 보는 야경이 황홀하다고 한다.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으나 시간이 부족해 부득이 헵파이브 대관람차로 만족해야 했다. 가고자 하면 갈 수도 있었으나 피곤해서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더라는…

③ 주택박물관 (600엔)

주택박물관(住まいのミュ?ジアム)으로 불리는 오사카쿠라시노콘자쿠칸(大阪くらしの今昔館)에도 가보고 싶었지만 매주 화요일은 휴무인지라 처음부터 갈 수 없었던 곳이다. 월요일에는 유니버셜 스튜디오 방문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오사카주유패스로 무료입장할 수 있는 곳은 아니지만 라면박물관(The Instant Ramen Museum) 역시 화요일이 휴관이므로 들를 수 없었다.

④ 나니와노유(800엔)과 스파 스미노에 온천(600엔)

일본 여행에서 온천을 빼놓을 수 없는 일. 오사카주유패스로는 나니와노유(なにわの湯)과 스파 스미노에(スパスミノエ) 온천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러 찾아가야 하고 여행 동선이 맞지 않으면 곤란한 점도 없지 않았다. 그런 아쉬움은 오사카에서의 둘째날 숙박을 스파월드(SPA WORLD, スパワ?ルド, 世界の大?泉)로 잡아서 해결했다.

⑤ 그밖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들

오사카시립동양도자기미술관(600엔), 오사카시립과학관(400엔), 도톤보리 ZAZA(500엔), 가미가타 우키요에칸(500엔), 오사카성 니시노마루정원(200엔), 오사카역사박물관(600엔), 피스 오사카(250엔), 오사카 기업가 뮤지엄(300엔), 시텐노지(300엔), 덴노지동물원(500엔), 오사카시립미술관(300엔), 오사카인권박물관(500엔), 나가이식물원(200엔), 오사카시립자연사박물관(300엔), 사쿠야코노하나칸(500엔), 오사카부사키시마청사 전망대(510엔), 오사카 수상버스 아쿠아 라이너(1,700엔, 동절기만 이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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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힘을 다해서 겨우 찾아간 돔보리 리버크루즈

도저히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아쉬움이 아직 많이 남은 탓이다. 이대로 떠난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만 같다. 하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는 일이었다. 최소 한 시간 정도 여유를 두고 공항에 도착하려면 지금 출발해야만 했다. 풍신수길(豊臣秀吉), 즉 도요토미 히데요시(とよとみひでよし)를 위해 만든 오사카성 천수각(大阪城 天守閣, てんしゅかく)이 이번 여행의 공식적인 마지막 방문지라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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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황에서 아내는 타 들어가는 내 속도 모르고 딱 한 군데만 더 들렀다 가자고 한다. 어차피 난바역(難波?, なんばえき)에서 짐을 찾아야 하니 근처에서 마지막 일정을 하나 더 소화하자는 말이었다. 도톤보리가와강(道頓堀川)의 돔보리 리버크루즈(とんぼりリバ?クル?ズ)가 그 주인공이었다. 그럴만도 하다고 생각은 되지만 문제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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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바 역에 도착했을 때는 2시 50분을 넘긴 상태였다. 3시 출항이니 10분도 남지 않았다. 더구나 돔보리 리버크루즈 선착장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난생 처음 가보는 곳을 10분 만에 찾아간다고? 그야말로 미션 임파서블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때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가 우리를 이끌어 주었다. 아내가 횡단보도에 서있던 어느 여인에게 다짜고짜 물어본 것인데 선착장이 보이는 곳까지 친히 안내 해주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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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헐레벌떡 뛰어서 선착장에 도착하니 시계는 3시 정각을 가리키고 있었다. 횡단보도에서 만난 여인이 아니었다면 떠나가는 배를 찹찹한 눈으로 바라보며 뒤돌아서야 했을 것이다. 정말 고마운 여인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죽을 힘을 다해 찾아가서 돔보리 리버크루즈를 타려고 했던 이유 역시 오사카 주유패스(大阪周遊パス, OSAKA Amazing Pass)가 있으면 무료로 탈 수 있기 때문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일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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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에서 가장 번화하거니와 오사카 여행의 필수 코스인 도톤보리(どうとんぼり, Dotombori)지만 짧은 일정에 교토와 고베를 비롯한 여러 곳을 돌아다니느라 정작 도톤보리는 이제서야 둘러보는 셈이었다. 그것도 배에서. 그 유명하다는 글리코 러너(일명 글리코 아저씨)도 못보고 가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라도 만나니 새삼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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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용 모자를 쓴 차장이자 안내인은 출발하면서부터 도착할 때까지 열정적인 수다로 탑승자들을 즐겁게 해준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는 없었으나 그 열정은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서쪽 회항 지점에는 어느 공연장이 하나 있었는데 한국의 카라(KARA)가 공연했던 곳이라며 춤과 함께 ‘미스터’를 흥얼거리기도 했다. 일본 말을 알아들었다면 훨씬 재미있는 시간이 되었을 수도 있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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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흘 간의 축제는 끝났다. 이제는 현실로 돌아오는 일만 남았다. 마지막 남은 문제는 제시간에 비행기를 탈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돔보리 리버크루즈를 탈 때는 좋았다. 안 탔으면 후회할 뻔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배에서 내리니 현실적인 걱정이 몰려왔다. 다행히 공항은 혼잡하지 않았고 무사히 6시 15분발 인천행 피치항공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끝까지 숨가쁜 여행이었지만 그래서 더욱 기억에 남는지도 모르겠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영웅담으로 가득한 오사카성

마지막은 선택을 강요받기 마련이다. 그 많은 곳들 중에서 딱 하나만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명세로만 따지면 공중정원전망대(空中庭園展望臺)도 있고 주택박물관(住まいのミュ?ジアム)으로 불리는 오사카쿠라시노콘자쿠칸(大阪くらしの今昔館)도 있으며 지상 252m 높이에 설치된 360도 유리벽의 전망 스페이스에서 감동적인 경관을 누릴 수 있다는 오사카부 사키시마청사 전망대(大阪府?洲??展望臺)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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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래 생각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일본의 에펠탑이라는 츠텐카쿠(通天閣, つうてんかく)에 들렀다가 콜롬버스(Christopher Columbus)가 미국 상륙에 사용한 산나마리아호를 약 2배 크기로 복원했다는 범선형 관광선 산타마리아(帆船型 觀光船 サンタマリア)를 타러 가서 허탕만 쳤고, 지상 200m 높이에서 오사카를 내려다 보며 식사하는 월드뷔페(レストラン ワ?ルドビュッフェ)에 다녀왔기에 공항에 가야할 시간이 가까워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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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주유패스(大阪周遊パス, OSAKA Amazing Pass)로 누릴 수 있는 28가지 무료 혜택 중에서 마지막으로 선택한 곳은 오사카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오사카성 천수각(大阪城 天守閣, てんしゅかく)이었다. 다른 곳도 좋지만 오사카에 온 이상 오사카성을 들리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공중전망대나 오사카부 사키시마청사 전망대도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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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성 천수각으로 가는 길은 거대한 공원이었다. 이를 오사카성 니시노마루정원(大阪城 西の丸庭園)이라고 부른다. 지하철에서 내려서 처음 만나는 분수대의 돌상도 인상적이었고 야생수풀이 우거진듯 수풀이 무성한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오사카성 니시노마루정원은 봄이면 벚꽃이 흐드러지고 가을에는 단풍으로 화려하게 물드는 곳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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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밖을 둘러 파서 못으로 만든 해자(垓子/垓字)가 오사카성은 이중으로 되어 있다. 그만큼 외적의 침입에 대비한 흔적이 역력해 보인다. 밖으로 두른 해자는 워낙 크고 넓어서 해자라기 보다는 호수로 보이기도 한다. 성을 보호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만든 해자를 만든 것이 아니라 호수 안에 있는 섬에 성이 있는 것으로 보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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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1TV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징비록(懲毖錄)’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오사카성은 풍신수길(豊臣秀吉), 즉 도요토미 히데요시(とよとみひでよし)를 위해 만든 성이다. 그는 오사카성에서 조선 침략을 계획했고 나고야성(名護屋城)에서 조선침략을 지휘했다. 임진왜란(壬辰倭亂)을 겪은 우리로서는 용서할 수 없는 전범(戰犯)이기는 하지만 일본에서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영웅으로 받들어 모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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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토미 히데요시는 100년간의 전국시대를 통일하여 혼란을 수습하고 단일 국가의 기초를 다진 인물이다. 그가 없었다면 일본은 쇼군(將軍)과 다이묘(大名)들이 할거(割據)하는 혼란이 계속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물론 오다 노부나가가 못 이룬 것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이루었으니, 그가 아니었다면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이루었을 지도 모르지만). 그러니 오사카성이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영웅담으로 가득한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태어날 때부터 시작해서 그의 일생을 홀로그램으로 표현한 작품은 상당히 인상적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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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그 시대의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일본어 설명만 있으므로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이다. 어차피 목적은 천수각 전망대일테니. 츠텐카쿠를 비롯한 다른 전망대는 사방이 유리로 막혀 있어 답답하기도 하고 반사로 인해 각도에 따라 전망에 제한이 있기도 하는데 천수각 전망대는 그렇지 않으므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오사카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이렇게 2박 3일간의 짧은 일본여행이 공식적으로 마무리 되었다.

만오천원으로 지상 200m 전망과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월드뷔페

다른 좋은 곳도 많고 돌아볼 곳도 많지만 오사카로 떠나기 전 서울에서부터 꼭 들러야 겠다고 다짐한 곳이 있었다. 지상 200m 높이에서 오사카를 내려다 보며 식사할 수 있다는 월드뷔페(レストラン ワ?ルドビュッフェ)가 바로 그곳이다. 그러면서도 식사 가격은 1,570엔에 불과했다. 우리돈으로 15,000원 정도인 셈이었다. 여의도 63빌딩만해도 5만원이 훌쩍 넘는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거저(?)나 다름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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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뷔페는 지상 55층의 252m짜리 월드트레이드센터(WTC Cosmo Tower) 48층에 자리 잡고 있다.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 미리 예약을 해야 하나 아니면 오픈 시간인 11시 전부터 가서 기다려야 하나 여러 생각을 했었는데 12시에 가까운 시간이었어도 의외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콜롬버스(Christopher Columbus)가 미국 상륙에 사용한 산나마리아호를 약 2배 크기로 복원했다는 범선형 관광선 산타마리아(帆船型 觀光船 サンタマリア)를 먼저 타러 갔다가 허탕치고 온 후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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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지상 200m 전망이라 해도 창가가 아니면 제대로 전망을 누리기 쉽지 않다. 창가에 앉아야 수시로 창밖을 내려다 보면서 지상 200m 전망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200m에서 식사하기는 해도 처음에만 잠깐일뿐 그 후에는 다른 식당과 별 차이가 없을 터였다. 다행히(?) 사람이 많지 않았으므로 창가에 자리 잡을 수 있었고 식사하는 내내 지상 200m 전망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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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 전망과 함께 호텔 뷔페급 요리를 기대하게 되지만 사실 가격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무리일 수밖에 없다. 지상 48층이라는 수식어와 월드뷔페라는 이름이 주는 기대감을 생각하면 초라하다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1,570엔이라는 가격을 생각해보라. 그 가격으로 호텔 뷔페를 기대하는 것은 아무래도 욕심이 아닐 수 없다. 15,000원으로 63빌딩 수준급 뷔페를 기대한다면 욕심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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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는 비교적 단촐한 편이다. 일본식 뷔페는 몰라도 가짓수로 승부하는 한국식 기준으로는 먹을 게 없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러므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세계 최대 규모라는 덴포잔 대관람차가 지상 112.5m이고 가격도 700엔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그보다 100여미터가 높고 식사까지 할 수 있는데 불과 870엔을 더 낼 뿐이다. 그러니 식사를 위해 지불하는 870엔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 가격으로는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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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뷔페는 1시간 30분이라는 제한 시간이 있다. 입장 후 1시간 반 안에 식사를 마치고 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11시 25분에 입장한 우리의 퇴장시간은 12시 55분이었다. 가지수가 많은 한국 뷔페 같으면 잔뜩 먹고 잠시 소화시킨 후 또 먹는 방식도 가능하겠으나 종류도 많지 않은 월드뷔페에서는 그러기도 무리다. 다만 식사를 마친 후 차와 함께 지상 200m의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에 제한이 있다고 하는 편이 더 맞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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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팀 하나. 당일 날짜의 오사카주유패스(大阪周遊パス, OSAKA Amazing Pass)를 제시하면 5% 할인받을 수 있다. 78.5엔 정도니 약 1,491.5엔이 되겠다. 또한 지상 55층 건물 꼭대기에 짜릿한 전망대도 있는데 이 역시 오사카주유패스로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현지에서는 미처 알지 못하고 다녀와서야 그러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

원통하게도 가장 비싼 요금의 산타마리아호를 놓치고

막바지로 접어들면 마음부터 급해진다. 특히 머나먼 길을 떠나온 경우에는 더 그렇다. 초치기 하듯이 빠듯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이유다. 오사카를 떠나기 전에 꼭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들이 있었다. 그중의 하나인 츠텐카쿠(通天閣, つうてんかく)를 아침부터 다녀왔으니 이제는 지상 200m에서 오사카 시내를 바라보며 식사할 수 있는 월드 뷔페와 오사카 성을 들러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가 있다. 바로 산타마리아(サンタマリア)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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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선형 관광선 산타마리아(帆船型 觀光船 サンタマリア)는 콜롬버스(Christopher Columbus)가 미국 상륙에 사용한 산나마리아호를 약 2배 크기로 복원한 관광선이다. 거창하게 ‘범선형 관광선’이라는 명칭이 붙어있기는 하지만 일종의 유람선이라고 할 수 있다. 덴포잔 하버 빌리지(天保山 ハ?バ?ビレッジ)의 가이유칸(かいゆうかん, Osaka Aquarium Kaiyukan) 앞에서 미나토대교(港大橋)를 지나 오사카항을 주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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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적인 여유가 없음에도 산타미라오를 꼭 타고 싶었던 것은 그동안 고베 하버랜드(神?ハ?バ?ランド)와 덴포잔(天保山, Tempozan)그리고 헵 파이브(HEP FIVE)에 이르기까지 대관람차만 타고 다녔었기에 한번은 배를 타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여유있게 경치를 구경하고 싶어서였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유람선도 아니고 범선으로 꾸며진 유람선이니 기분도 남다르리라는 기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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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있다. 오사카주유패스(大阪周遊パス, OSAKA Amazing Pass)로는 산타마리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이용요금이 무려 1,600엔에 달하는 고가의 시설이다. 세계 최대 규모라는 덴포잔 대관람차의 이용요금이 700엔이었으니 그 두배가 넘는 금액이다. 배를 타고 바다를 돌아볼 수 있는데가 비싼 요금을 절약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돈 버는 기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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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마리아는 약 45분이 소요되는 주간코스와 약 1시간 반 정도 소요되는 야간코스로 나뉜다. 이용요금은 각각 1,600엔과 2,500엔으로 이중에서 오사카주유패스로는 주간코스만 이용할 수 있다. 그동안 점검기간이어서 폐쇄되었다가 운항을 재개한지 얼마되지 않은 터라 이래저래 수지 맞은 느낌이었다. 다른 시설을 포기하더래도 산타마리아는 꼭 타보고 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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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인터넷을 통해 알아본 바로는 11시 배가 있다길래 츠텐카쿠에서 바로 달려온 길이었는데 11시 배는 공휴일이나 기타 특별한 경우에만 뜬다고 한다. 다음 배 시간은 12시. 월드뷔페(レストラン ワ?ルドビュッフェ)에서 식사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렇게 1시간 반을 허비한다는 것은 상당히 무모한 일일 수밖에 없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먼저 월드뷔페부터 갔다 올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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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발길을 돌려 WTC(World Trade Center)로 향했다. 어찌할 것인가는 일단 식사부터 하고 생각하기로 했다. WTC에 있는 월드뷔페에서 식사하는 동안 저 멀리로 산타마리아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없는 시간을 쪼개서 다시 달려갈 것인가 아니면 과감하게 포기할 것인가. 고민하고 또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은 오사카에 왔으니 오사카성(大阪城)을 안들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산타마리아는 원통한 기억으로 남고 말았다.

일본의 에펠탑이라는 츠텐카쿠에 가봤더니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앞선다. 도대체 어딜 봐서 에펠탑(Eiffel Tower)이란 말인가. 생김새도 다르고 규모도 훨씬 작은데 뭘 믿고 에펠탑에 비유한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주위 풍경이 에펠탑처럼 낭만적인 것도 아니고… 아무리 생각해도 사기가 아닐 수 없다. 적당히 비슷하기라도 해야 인정을 해도 할 것이 아닌가. ‘나니와의 에펠탑’이라는 츠텐카쿠(通天閣, つうてんかく)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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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1203그럼에도 오사카에서의 마지막 일정을 츠텐카쿠에서 시작한 것은 숙소인 스파월드(SPA WORLD, スパワ?ルド, 世界の大?泉) 바로 앞에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일부러 찾아와야 한다면 다른 곳을 선택했을지도 모르지만 걸어서 5분 숙소로부터 거리에 있는데 안 갈 이유도 없었다. 게다가 오사카주유패스(大阪周遊パス, OSAKA Amazing Pass)로는 츠텐카쿠 입장(700엔)이 무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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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월드에서 츠텐카쿠로 가는 길은 오사카의 유명한 먹거리촌이다. 유명한 튀김집도 이 골목에 있다고 한다. 아침이라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었지만 개중에는 24시간 영업하는 집도 있으므로 간단히 요기하기에 좋겠다. 스파월드에서 츠텐카쿠로 가는 길도 그렇지만 츠텐카쿠를 지나면 대표적인 맛집골목인 신세카이(新世界, しんせかい)에서도 다양한 먹거리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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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텐카쿠는 지하에서부터 시작된다. 과자가 잔뜩있는 지하매장을 가로질러 엘리베이터에 오르면 마치 시간여행을 떠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전망대에 도착해서도 마찬가지다. 연결 통로가 전철 모양처럼 되어 있으므로 전혀 다른 시대에 도착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일본 최초의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전망대라고 하니 다른 초현대식 건물과 달리 과거를 주된 테마로 꾸민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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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타워처럼 높이 103m 전망대에서는 오사카를 모두 볼 수 있다고 한다. 고베 하버랜드(神?ハ?バ?ランド)와 덴포잔(天保山, Tempozan)그리고 헵 파이브(HEP FIVE)에 이르기까지 대관람차를 세 번이나 탔으면서도 모두 야경만 볼 수 있었기에 주간에 시내를 내려다 보는 것은 처음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에펠탑처럼 그림같은 경치가 펼쳐지면 좋으련만 서울처럼 건물들만 빽빽히 들어서 있다는 점은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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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1206전망대에는 발바닥을 쓰다듬으면 행운이 찾아 온다는 비리켄상(ビリケン)도 있다. 발바닥에 손이 닿지 않기 때문에 대신 긁어 주면 답례로 소원을 들어준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 빌리켄(Billiken)이 일본이 아니라 미국의 복(福)신이라는 점이다. 1908년 미국의 어느 여성 미술가가 꿈에서 본 신의 모습을 모델로 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전망대에는 비리켄 외에도 여러 신들이 있으며 비리켄을 닮은 다양한 인형들도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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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내려오면 다시 시간여행을 떠나게 된다. 1900년대 초반 오사카의 모습을 재현한 소품들과 미니어쳐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중에는 통천각과 함께 테마파크 모형도 있는데 조명이 바뀔 때마다 전혀 다른 느낌을 느낄 수 있다. 미니어쳐를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하염없이 지켜보고 싶을 정도였다. 다녀와서 알게된 사실이지만 리프트가 움직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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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츠텐카쿠를 에펠탑에 비유했는가 하는 점이다. 아마도 그 이유는 츠텐카쿠라는 이름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츠텐카쿠, 우리말로 하면 통천각(通天閣)으로 ‘하늘과 통하는 높은 건물’이라는 의미다. 에펠탑과 개선문을 보방하여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봐도 에펠탑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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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하게 숙박과 온천을 동시에 해결하는 스파월드

일본 여행에서 온천과 료칸은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코스다. 오죽하면 일본 여행의 주된 테마 가운데 하나가 온천 여행이기도 하다. 료칸(旅館, りょかん)은 시설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온천은 말만 잘하면, 아니 기회만 잘 잡으면 무료로 이용할 수도 있다. 오사카주유패스(大阪周遊パス, OSAKA Amazing Pass)로는 나니와노유(なにわの湯), 스파 스미노에(スパスミノエ) 온천이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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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박을 겸할 수있는 대형 온천 시설 스파월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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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주유패스 안내 책자에 의하면 ‘미인탕으로 불리는 천연온천. 비행기나 별을 보면서 입욕하는 노천탕, 암반욕이나 Relaxation 등, 도심에서 리조트 기분을 맛볼 수 있습니다'(나니와노유), ‘사계절을 느낄 수 있는 모리노츠보유와 죽림의 풍치가 있는 다케바야시노유는 격주 교체. 옥내의 다채로운 욕탕 이외에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시설이 완비되어 있습니다'(스파 노미노에)라며 방문을 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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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료칸 분위기 나는 객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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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실 판이지만 우리가 찾아간 곳은 그 두 곳이 아니었다. 덴노지(天王寺)에 있는 오사카 스파월드(SPA WORLD, スパワ?ルド, 世界の大?泉)였다. 이곳이 바로 우리가 3박 4일간의 일본 여행에서 마지막으로 묵을 숙소이자 노곤한 몸을 녹여줄 온천이었다. 교토 게스트하우스 이코이노에(IKOI-NO-IE, 憩の家)가 109,534원이었고 고베 호텔123이 84,691원인데 비해서 이곳은 96,250원이었으니 비교적 만족스러운 가격대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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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숙소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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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절을 유니버셜 스튜디오(USJ)에서 보내면서 녹초가 되어 있었고 찬바람 맞으며 오랜 시간을 야외에서 보냈으므로 뜨거운 물에 몸을 녹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기는 했다. 게다가 세계 최대 규모라는 덴포잔(天保山) 대관람차와 낭만적인 경험을 할 수 있었던 헵 파이브(HEP FIVE) 대관람차를 잇따라 타면서 늦어져 가는 시간만큼이나 몸도 점점 늘어져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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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츠텐카쿠 앞 신세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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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숙소를 스파월드로 잡은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노곤한 몸을 온천물에 담그는 순간 교토(京都, きょうと)를 시작으로 고베(Kobe, 神戶)를 거쳐 오사카(大阪周, OSAKA)에서 보냈던 지난 3일간의 피곤이 서서히 풀리는 기분이었다. 세계의 대온천(世界の大?泉)이라는 이름처럼 대형 시설(어찌보면 대형 찜질방 같은)이었으므로 료칸의 낭만과는 거리가 멀었으나 여러 가지 다양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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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파월드 로비와 출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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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는 아시안 존과 유로피언 존이 있는데 매월 남탕과 여탕이 바뀐다. 즉, 아시안 존의 경우 홀수 달은 남탕이 되고 짝수 달은 여탕이 된다. 반대로 유로피언 존은 홀수 달이 여탕이고 짝수 달은 남탕이다. 시설에 큰 차이가 있을까 싶었는데 아시안 존에는 유러피언 존에는 없는 괜찮은 분위기의 노천탕이 있었다고 한다. 다음에 또 오사카를 가게 된다면 스파월드에서 반드시 1박은 꼭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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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객실에서 바라 본 츠텐카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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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월드의 특징 중에 하나는 일본의 에펠탑이라 불린다는 츠텐카쿠(通天閣, つうてんかく)가 코앞에 있다는 점이고 대표적인 먹거리촌인 신세카이(新世界, しんせかい)도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에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덴포잔 마켓플레이스에서 이미 저녁을 해결했고 많이 피곤한 상태였으므로 신세카이의 다양한 요리들을 맛 볼 기회는 없었지만 그 거리를 거니는 자체만으로도 포만감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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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월드는 입출입이 철저히 제한되므로 한번 들어가면 나올때는 반드시 외출 허락을 받아야 한다. 카운터에 가서 외출하겠다고 하면 외출증을 끊어주는데 이게 있어야 나갈 수도 있고 들어올 수도 있다. 스파온천에서 츠텐카쿠까지는 걸어서 5분 정도 걸리는데 그 앞에 편의점 로손이 있으므로 필요한 물품을 사도 되겠다. 그나저나 일본은 맥주값이 왜 이리 비싼지 많이 사먹지 못하겠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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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점은 숙박 인원별로 룸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일행이 함께 온천에 갔다가 돌아오는 시간이 달라서 기다려야 했던 경험이 있다면 충분히 감동받을만 하다. 아쉬운 점은 온천이므로 객실에 별다른 욕실이 없다는 점이다. 세면대만 있을 뿐이다. 온천이 있는데 무슨 상관이냐 싶겠지만 오전 8시 45분부터 10시까지는 점검 때문에 입욕할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공간, 헵파이브 대관람차

경치라면 환상적인 야경이 펼쳐지는 고베 하버랜드 대관람차가 더 낫고, 규모로 따지면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덴포잔 대관람차가 낫다고 살 수 있다. 시내 유명 쇼핑센터에 걸려있어서 시내에서 찾아가기 쉽다는 점만 빼면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고베나 덴포잔과 다른 특별한 그 무엇이 있다. 우메다역 헵 파이브(Hep Five) 대관람차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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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베 하버랜드 대관람차(위)와 덴포잔 대관람차에서 바라본 경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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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메다의 명물 중에서 ‘공중정원’이 으뜸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헵 파이브 대관람차도 빼놓을 수 없다. 쇼핑센터 옥상 위를 돌아가는 지름 75m짜리 빨간색 대관람차가 멀리서부터 여행자를 유혹하는 까닭에서다.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기에 더욱 호기심이 동하기도 한다. 더구나 오사카주유패스로 공중정원과 헵파이브 대관람차를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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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헵파이브 대관람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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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항과 오사카항을 굽어 볼 수 있는 하버랜드 대관람차나 덴포잔 대관람차와 달리 헵파이브 대관람차는 시내 경치가 주된 테마다. 공중정원을 비롯해서 경치 구경을 실컷하고 왔다면 그다지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또한, 우리처럼 고베와 덴포잔에서 이미 대관람차를 타본 경험이 있다면 대관람차에 대해서도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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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헵파이브 대관람차가 특별하게 느껴진 것 이유가 있다. 다른 곳과 달리 자신이 선곡한 음악을 직접 들을 수 있도록 스피커가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가장 분위기 좋은 노래를 선택하고 스피커 잭에 꽂으면 완벽히 나만을 위한, 아니 우리만을 위한 공간으로 변신하게 된다. 마치 나를 위해, 그리고 우리를 위해 준비된 시간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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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석 뒷쪽에 숨어있는 스피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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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선곡한 노래는 레오나르도 코헨(또는 레너드 코헨, Leonard Cohen)의 중후한 저음이 감미로운 ‘아임 유어 맨(I’m Your Man)’이었다. 갑자기 알게 되어 미리 준비하지 못하고 급하게 찾아서 틀은 곡이었는데, 노래가 실내에 퍼지자마자 행복한 기운이 주위를 감싸는 기분이었다. 고베항과 오사카항의 환상적인 전망이 부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