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쌈지길에서 느껴본 똥 씹는 맛은

20171101_184645

 

똥 씹은 표정.

무언가 못마땅한 일이 있을 때 자연스럽게 생기는 표정을 말한다.

똥을 직접 먹어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진대 그게 어떤 맛인지 상상이 되는 것은 왜일까.

인사동 쌈지길 꼭대기에는 똥을 테마로 하는 카페가 있다.

이름하야 ‘또옹카페’다.

그렇다고 똥을 직접 내주는 것은 아니다.

내용물이 아니라 그것을 담아주는 용기, 즉 그릇이 변기 모양이다.

음료는 물론이거니와 식사마저 그렇다.

누군가는 고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고 또 다른 누군가는 고약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그릇만 그런 것도 아니다.

방석도 똥모양이고 바닥에 재래식 변기가 놓여 있기도 하다.

선반은 여러 가지 모양의 요강으로 장식되어 있기까지 하다.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잔해야지~”라던 이병헌 주연의 영화 ‘내부자들’을 통해서 유명해진 모히또 카페라떼(6,000원)를 주문했다.

수세식 변기 모양의 컵에 박하잎이 띄워져서 나온다.

호기심으로 한 모금을 마셔보니 모히또 맛이라기보다는 박하 맛 나는 라떼일 뿐이다.

게다가 달기는 또 왜 그리도 단지.

똥을 씹어서 표정이 일그러지는 게 아니라 너무 달아서 일그러지게 만든다.

 

20171101_18451120171101_18444620171101_18584920171101_19012120171101_191358

가을이 깊어가는 북서울 꿈의 숲

20171025_172338

 

10년 전 이사올 때만 해도 이곳의 이름은 드림랜드였다.

그해 아직 초등학교에 다니던 아이들과 눈썰매를 타던 기억도 아직 생생하다.

그후 놀이공원은 철거되고 도심 속의 공원으로 탈바꿈했다는 소식만 들었다.

집에서 멀다고는 할 수 없어도 교통이 불편해서 찾아가기 쉽지 않았던 곳.

드림랜드라는 이름은 사라지고 ‘북서울 꿈의 숲’이라는 이름으로 남은 곳.

깊어가는 가을에 찾아간 ‘북서울 꿈의 숲’은 고즈넉한 정취를 품고 있었다.

산책하기에도, 좋고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좋고, 카페에 들러 차 한 잔 하기에도 좋은 곳.

성북구에도 이런 곳이 있었구나.

 

20171025_16100720171025_16113320171025_16111820171025_172157

아내를 향한 애뜻한 마음이 숨어있는 홍천 은행나무숲

SAM_4519-compressor

 

도시를 떠나 강원도 홍천에 자리 잡은 사내가 있었다.

만성 소화불량으로 고생하는 아내와 함께였다.

오대산 광천수인 삼봉약수가 위에 좋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사내는 아내의 쾌유를 빌면서 은행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그렇게 심기 시작한 나무는 어느덧 숲을 이루었으나 누구에게도 공개하지는 않았다.

마을 사람들에게도 비밀의 숲으로 불려질 정도였다.

그런 은행나무숲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0년.

1985년에 홍천으로 내려와 자리잡은 후 25년 만이었다.

자연이 선사한 노란 은행잎 물결을 모두와 함께 누리기 위한 결단이었다.

그렇다고 은행나무숲이 사시사철 열려있는 것은 아니다.

10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일년에 단 한 달만 공개된다.

이 기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도처에서 몰려오므로 주차장은 꽉 차고, 도로 양쪽으로도 주차된 차들로 가득하다.

개인 사유지이지만 입장료는 받지 않는다.

대형 관광버스도 여럿 눈에 띈다.

그렇다고 가볍게 다녀올 곳은 아니다.

서울에서 무려 3시간 반을 달려야 닿을 수 있는 곳이다.

홍천 은행나무숲에서 노란 은행잎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은 이제 일주일 정도 남았다.

코스모스 축제가 끝난 구리 한강 시민공원

SAM_4320-compressor

 

축제는 끝났다.

영원하리라 믿었던 시간은 속절 없이 흘러갔고

화려했던 날들은 시간 속으로 사라졌다.

음악은 멈췄고 조명도 꺼졌다.

축제의 현장에 남은 건

순간을 불 태우고 남은 기억의 잔해들 뿐…

축제를 기대하고 찾아간 길이건만

일찍 찾지 못한 아쉬움이

자꾸 뒤를 돌아보게 만든다.

=========

 

구리 한강 시민공원을 찾았다.

한강변을 가득 메운 코스모스 축제를 즐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현장에는 축제의 잔해들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화사한 꽃잎보다

시든 꽃잎이 더 많아

가슴이 시려왔다.

진작 왔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에

속절없이 셔터를 눌러보지만

공허한 가슴은 채워지지 않는다.

남양주 피아노 폭포에 대한 충격적인 진실은

SAM_1308

 

경기도 남양주에는 근사한 이름을 가진 폭포가 있다.

이름하여 피아노 폭포.

폭포의 모습이 왠지 피아노 모양을 하고 있을 것만 같고

아니면 물소리가 피아노 소리와 닮았을 것만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피아노 폭포라는 이름이 붙여졌을 리 없으리라.

무려 61.5m에 달하는 폭포의 위용도 근사하다.

한국 폭포 중에서 이보다 큰 규모의 폭포도 많지 않지 싶다.

그러나 아쉬운 일이지만 피아노 폭포는 인공 폭포다.

게다가 피아노 폭포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은

폭포 때문이 아니라 화장실 때문이라는 점도 적지 않게 충격적이다.

폭포 앞에 자리 잡은 화장실이 피아노 형상인 탓이다.

그중에서도 남자 화장실이 폭포를 감상하기에 제일 명당자리다.

일(?) 보면서 폭포를 감상할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곳이다.

피아노 폭포는 화도 하수처리장에 자리 잡고 있다.

폭포 물 역시 하수 처리된 방류수다.

일종의 혐오 시설이 주민들을 위한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일부러 먼 길을 찾아오라고 추천하기에는 주저되나 오다가는 길에 들러볼 만은 하겠다.

 

20171003_114531

20년 만에 다시 찾은 안성 오하포도농원에서

20170926_150242

 

20년 만이었다.

경기도 안성 오하농원.

우연히 들러 너무도 맛있게 포도를 맛보았던 곳.

그곳을 20년 만에 다시 찾았다.

물론 예전의 좋았던 기억 때문이었다.

하지만…

포도농원은 생각보다 작았고

포도 맛은 기억보다 못했다.

추억은 추억대로 간직했어야 했을까.

아니면 내 기억에 보정이 필요한 것일까.

가볍게 포도밭을 걷다

농원에서 여러 종류의 포도를 맛보려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이미 포도 수확이 끝난 터라

농원에는 포도가 남아 있지 않았고

바쁘다며 예전처럼 챙겨주지도 않았다.

먼 길을 일부러 찾아갔건만…

2kg에 2만 원짜리 포도를 2개 주문했다.

5가지 종류라 포도 종합선물세트라 할만하다.

20년 후에 다시 찾는다면

그때는 또 어떤 기억으로 떠올리게 될까.

마음을 비우니 더 잘 보이던 밤송이들

20170926_161603

 

이제 그만 돌아가려 했다.

아무리 찾아도 속 빈 밤송이만 보이던 터라

미련 없이 일어서려 했다.

미련도 후회도 없었다.

1만 원 내고 받아든 양파망에는

이미 주워 담은 밤들로 가득했다.

본전치기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기본은 한 셈이었다.

그러나

쉽사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찾아다녀도 보이지 않던 녀석들이

마음을 비우고 나니

오히려

눈에 더 잘 들어온 탓이다.

그것도 상하지 않고 제대로 영글진 녀석들이었다.

하나를 주우니 다른 녀석도 눈에 들어왔다.

그마저 주우니 또 다른 녀석이 버티고 있었다.

가야 하는데

이제 그만 일어서야 하는데

자꾸만 그 녀석들이 눈에 밟힌다.

자꾸만 그 녀석들이 발목을 잡는다.

자꾸만 그 녀석들이 발길을 가로막는다.

이런 게 바로 사람의 욕심이라는 건가.

올겨울부터 김장을 하지 않겠노라 선언한 아내 때문에

처형들과 함께 김장을 담그고 돌아온 아내는 돼지수육부터 삶았다.

아침부터 시작한 김장 때문에 온몸이 쑤셔도 그 김장 김치에 감아 수육을 먹게 될 가족을 생각하면 그저 흐뭇하기만 했다.
나 역시 아내가 돌아올 즈음이면 군침부터 꿀꺽 삼키곤 했다.

김장 김치와 함께라면 아내는 라면에 대해서도 관대해진다.
김장 김치는 쌀밥과 함께 먹어도 맛있지만 라면과 같이 먹으면 더욱 환상적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자칭 라면 마니아인 나는 수육보다 라면과 함께 먹게 될 김장 김치가 더 기다려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더 이상 김장 김치를 맛볼 수 없게 됐다.
아내가 김장 포기를 선언한 탓이다.
우리 집은 아직 김치가 필요한데 비해서 두 처형들은 굳이 김장까지 할 정도로 김치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마당이 있어 김장 담글 장소를 제공했던 셋 째 처형이나 손맛이 좋은 다섯 째 처형 모두 사정이 비슷했다.
우리 집만 남은 셈인데 장소도 없이, 같이 할 사람도 없이 혼자서 김장을 담그는 것은 사실 내키지 않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작년 이맘때 담근 김치가 마지막 김장이 되고 말았다.
앞으로 조금씩 사다 먹기야 하겠지만 김장 김치라는 상징성은 찾아볼 수 없게 될 테니 아쉽기만 하다.
앞으로는 무슨 맛으로 밥을 먹고 라면을 먹을까나.

찬바람과 함께 본격적인 김장철이 시작되었고, 서울시청 광장에서는 4일부터 6일까지 제3회 서울 김장문화제가 열렸다.

김장

욕심 많은 아내 따라 다녀온 짜릿한 오사카 여행기

아침부터 마음만 급하다. 저녁 6시 비행기이므로 약간의 여유는 있었으나 그사이 오사카 시내를 둘러보고 오사카 주유 패스(大阪周遊パス)의 혜택을 누리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할 일은 많고 돌아다녀야 할 곳도 많은데 남은 시간은 얼마 되지 않은 것이다. 일정을 바꿔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마지막 날로 배치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2015021201

– 스파월드에서 바라 보이는 츠텐카쿠 –

2015021202

그나마 다행이라면 숙소 창문에서 바로 보이던 건물이 미니 에펠탑이라던 츠텐카쿠(通天閣, つうてんかく)라는 점이었다. 오사카에서 마지막 밤을 보냈던 스파월드에서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주택박물관이나 라면박물관처럼 오사카 대부분의 관광지가 화요일이 휴무일이었으나 츠텐카쿠는 그렇지 않다는 점도 다행이었다. 츠텐가쿠로 향하는 골목은 요란한 간판으로 치장한 먹거리로 가득하다.

2015021203

– 미니 에펠탑이라는 츠텐카쿠 –

2015021204

츠텐카쿠의 입장료는 무려 700엔이나 한다. 오늘 자 환율인 940.52원으로 환산하면 6,600원 정도지만 오사카 주유 패스만 있으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츠텐카쿠의 통천각(通天閣)는 ‘하늘과 통하는 높은 건물’이라는 뜻으로 전체 높이 103미터, 전망대 91미터의 건물이다. 덴포잔과 HEP FIVE 대관람차를 통해서 주구장창 야경만 보다가 모처럼 주간 경치를 보니 나름대로 또 다른 감회를 느낄 수 있었다.

2015021205

– 츠텐카쿠에서 내려다 본 오사카 시내 –

2015021206

다음으로 서둘러 찾아간 곳은 오사카 항이었다. 1942년 콜롬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할 때 타고 갔던 산타마리아호를 재현한 유람선을 타기 위해였다. 고풍스러운 배에 가격마저 1,600엔짜리로 고가였으니 한번은 꼭 타볼 만하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11시에 있다던 첫배는 휴일에 한하고 평일에는 12시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서둘러 찾아온 게 오히려 낭패를 부른 셈이었다.

2015021207

– 못내 아쉬움으로 남은 산타마리아호 –

2015021208

무려 1시간 이상을 대기하자니 무료하기도 하거니와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침 아침을 겸한 점심도 먹어야 했으므로 전망 좋다는 월드트레이드센터(WTC Cosmo Tower)에 있는 월드뷔페로 향했다. 지상 55층의 252m짜리 건물의 48층에 위치한 월드뷔페는 가격이 1,570엔으로 비싸지는 않지만 그만큼 가짓수도 다양하지는 못하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그럴듯한 전망과 함께 식사한다는 데 의의를 두는 게 좋겠다.

2015021209

– 지상 48층 전망을 자랑하는 월드뷔페 –

2015021210

근사한 전망과 함께 한 식사를 마치고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다시 산타마리아호를 타러 갈 것인가 아니면 포기할 것인가. 결국, 오사카까지 왔는데 오사카 성에 들르지 않을 수 없다는 결론에 따라 오사카 성으로 향하기에 이르렀다. 오사카를 대표하는 명소답게 벚꽃 피는 봄이면 무척 아름다운 모습이겠지만 이 계절에는 차라리 산타마리아호가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기도 한다. 오사카 성 역시 오사카 주유 패스로는 입장이 무료다.

2015021211

– 오사카를 대표하는 관광지 오사카 성 –

2015021212

6시 15분인 비행기를 타려면 두 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해야 했으니 아쉬워도 이쯤에서 공항으로 향해야 했다. 하지만 아내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마지막으로 딱 하나만 더 들렀다 가자고 한다. 난바역 근처에 있는 돔보리 리버크루즈였다. 난바역에 도착한 시각이 2시 50분이었고 리버크루즈 출발시각이 3시였으니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이었으나 사력을 다해 달려서 3시 배를 탈 수 있었다.

2015021213

– 죽을 힘을 다해 뛰어서 승선한 돔보리 리버크루즈 –

2015021214

이제는 정말 떠나야 할 시간. 난바역에서 4시에 출발하는 라피도를 타고 공항에 도착하니 4시 45분. 제2터미널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제1터미널로 이동해서 출국수속을 밟으니 5시를 조금 넘긴 시각이었다. 그나마도 평일이라 사람이 많지 않았기에 다행이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끝까지 똥줄 타는 경험을 해야만 했을 것이다. 아무튼, 강행군에 지치기는 했어도 욕심 많은 아내였으니 그나마 알찬 여행이 되었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2015021215

– 간사이 공항행 라피도와 인천 공항행 피치항공 –

2015021616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2014072222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

야구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요기 베라(Yogi Berra)의 명언이다.

기회는 다시 올 수 있으니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는 말처럼

패색이 짙어가던 9회말 조인성의 동점 투런포가 터졌고

연장 10회말 밀어내기로 후반기 첫경기부터 짜릿한 역전승을 따낸 한화.

그래서 한화 야구를 마약같다고 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