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어디에서 목을 축여야 하나

CameraZOOM-20160819233911120

청춘노가리. 이게 상호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워낙 ‘노가리 1000원’이라는 글씨만 큼직하게 간판에 박혀있는 탓이다. 이름이 무엇인지는 확실하지 않아도 1,000원만 있으면 노가리를 안주 삼아 술 한  잔 할 수 있다는 건 분명해 보였다. 노가리를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1,000원은 강렬한 유혹이 아닐 수 없었다.

집 근처에 하나 생겼으면 하던 집이었다. 귀가길 버스 타고 K대 앞을 지날 때마다 K앞에 있는 ‘노가리 1000원’이라는 문구에 이끌렸기 때문이다. 일부러 내려서 들릴 수도 있지만 그러려면 1,200원의 버스비가 추가로 들어가게 된다. 1,000원짜리 노가리가 아니라 2,200원짜리가 되는 셈이다.

어느날 귀가길 집 근처에서 ‘노가리 1000원’이라는 간판을 만날 수 있었다. 드디어 바라던 일이 이루어진 것이다. 평소 노가리를 즐겨 먹지는 않았으나 공짜라면 양잿물이라도 먹는다고 했는데 1,000원이면 거의 공짜와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귀가길에 들러 가볍게 먹기에 딱 좋았다.

노가리 1,000원을 강조했지만 1,000원 한 장으로는 노가리를 주문할 수 없었다. 2개가 기본이었으니 사실상 2,000원짜리였다. 그래도 노가리 두 마리와 함께 맥주 두 잔을 마신다한들 8,000원에 불과했다. 한 잔 더 마셔도 11,000원이면 된다. 다른 술집이라면 안주값보다도 적은 금액이었다.

맥주도 시원했다. 한 여름의 더위를 식혀주기에 충분했다.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는 참새처럼 자연스레 그곳으로 향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주인이 프로야구 LG트윈스 팬인지 LG트윈스와 관련된 장식물들이 많았고 벽 한쪽에는 프로젝트를 이용해서 프로야구가 틀어져 있었다. 혼자서도 야구 보면서 맥주 마시기 좋은 곳이었다.

얼마지 않아 2마리가 기본이었던 노가리는 1마리만도 주문할 수 있게 되었다. 아마도 그에 대한 불평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언젠가는 노가리를 주문했는데 손바닥만한 왕쥐포가 나왔다. 잘 못 나왔다고 하니 그냥 드시란다. 나중에 계산할 때 자신들이 잘못이라며 1천원을 돌려준다. 노가리는 1천원이었지만 쥐포는 2천원이었기에 차액을 돌려준 것이다.

가격도 저렴하고 술맛도 좋고 서비스도 좋은데 그다지 장사가 잘 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도 그런 것이 입지적으로 그리 좋은 자리도 아니었고 유동인구가 많은 곳도 아니었다. 그저 빈 가게가 나왔으니 덮썩 계약한 것이 아닌가 싶다. 오래도록 이 곳에서 노가리와 함께 술을 마시려면 장사가 잘 되어야 할 텐데 하는 걱정 아닌 걱정도 없지 않았다.

결국 그집은 3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초여름에 문을 열고선 가을을 앞두고 문을 닫았다.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젊은 사장은 열심히 하는 듯 보였으나 호락하지 않은 현실을 열정과 성실만으로 이겨낼 수 없었을 것이다. 친구의 부음소식을 접한 듯 안타깝기만 했다. 더불어 이제는 어디에서 목을 축여야 하나 하는 고민도 생겼다.

그보다 먼저 다녔던 집은 봉구비어라는 곳이었다. 3천원짜리 감자튀김과 3천원짜리 맥주로 가볍게 술 한 잔 할 수 있는 곳이었다. 노가리집을 알게된 후 이집에 발길을 끊었던 것인데 나중에 다시 가보니 이집도 문을 닫고 사라졌다. 순식간에 두 명의 술친구를 잃은 셈이었다.

요즘 거리를 걷다 보면 임대라는 글씨를 심심찮게 보게 된다. 어제까지 멀쩡하게 장사하던 집이 오늘 가보면 텅 비어있고 대신 임대 안내만 덩그러니 놓여있기도 하다. 그만큼 살기 힘들다는 방증일 게다. 그런 이유로 모두들 딴 생각하지 말고 직장에 붙어 있으라고 한다. 아무리 떠밀어도 딱 붙어 있으라고 한다. 그치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독일에서는 맥주가 물보다 싸다 보니

맥주

욕심 많은 아내가 그 많은 여행지 중에서 굳이 하이델베르크를 일정에 넣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물론 괴테도 사랑했다는 하이델베르크 성을 방문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정작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은 다른 장소였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으나 아내가 가고자 했던 곳은 바로 대학 학생식당이었다. 그렇다, 학교 구내식당 말이다.

아내로 하여금 학생식당에 대해 환상 아닌 환상을 갖게 만든 것은 어느 TV프로였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캠퍼스라고 할 수 있는 대학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학생식당 또한 멋스럽게 보였던 것이다. 고풍스러운 건물에서 맛보는 색다른 식사. 분위기 좋은 유명 음식점도 좋겠지만, 학생식당은 그보다 더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했나 보다.

또한, 이번 여행의 목적 중에는 아이들 교육도 있었으니 외국 대학생들의 모습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자극을 받았으면 하는 계산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결코 무모한 발길은 아니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위치가 정확히 어디인지 모른다는 점이었다. 시내 어디쯤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정보만으로 찾아가기에는 무리가 컸다. 시내에 마련되어 있는 지도판을 봐도 알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날은 더운 데다 배까지 고프다 보니 모두들 지쳐만 갔다. 뭐 대단한 식당이라고 이 고생을 하면서까지 찾아가야 하나 싶은 생각마저 들기도 했다. 쉽게 포기할 아내가 아니었지만 아이들의 원성이 커지다 보니 어쩌지 못하고 어디에서라도 허기를 달래야만 했다. 그러다 눈에 띈 곳이 뢰벤브로이 하이델베르크(LOEWENBRAEU HEIDELBERG)라는 식당이었다.

야외 테이블은 인기가 좋아서 빈 좌석이 남아있지 않았다. 실내는 두 공간으로 나뉘는데 앞쪽은 식사를 위한 공간으로 보였고 안쪽은 술을 마시기 위한 일종의 바처럼 보였다. 정말 그런 역할에 따른 구분이 있는지는 알 수 없었고 아무튼 한국사람의 특성상 조용한 곳을 찾아 일단 안쪽으로 들어갔다. 학생식당을 찾아 헤맨 시간이 억울하기는 했으나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요리를 주문하고 보니 물은 별도로 주문해야 했다. 그런데 그 가격이 다른 음료수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콜라와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는 물론이고 맥주와 비교해도 그랬다. 그렇다면 굳이 물을 사 먹을 필요가 없어 보였다. 기왕에 돈 주고 사 먹어야 한다면 차라리 맥주가 낫겠다 싶다. 독일에 와서 홀딱 반해버린 맥주 프란치즈카너를 점심식사와 함께 주문한 이유였다.

독일 사람들은 맥주를 물처럼 마신다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그에 대한 진실을 확인할 길은 없었으나 일단 나만 해도 독일에 오니 시도 때도 없이 맥주를 마시게 되더라는. 식사하면서도 마셨고 기차를 타고 이동하면서도 마셨으며 독일의 알프스라는 츄크슈비체에 올라가서도 마셨다. 이렇게 맥주를 마셔댄 이유는 단 하나. 맥주값이 싸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물보다도…

추신) 나중에 돌아와서 구글맵으로 찾아보니 학생식당은 선제후 박물관과 힙호텔 사이 골목길 끝에 있었다. 우리가 다녀온 뢰벤브로이 하이델베르크 우측 골목길로 쭉 내려만 가도 나오는 곳이었다. 이름은 ‘Marstall Mensa’.

통영에서 덤으로 얻어 먹어본 멸치회

멸치회

남해에 가서 멸치회가 아니라 멸치쌈밥을 먼저 먹었던 것은 아침이므로 간단히 먹자는 의미도 있었지만, 일행 중에 회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일원이 있기 때문이었다. 멸치쌈밥을 먹어보고 괜찮으면 멸치회까지 먹어볼 생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멸치쌈밥이 그다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멸치회에 대한 아쉬움만 더 커지도록 만든 게 사실이었다.

그런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던 것은 다음날 통영에서 맛보기로나마 멸치회를 먹어볼 수 있어서였다. 남해에서 건너와 ES리조트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서울로 출발하기 전 들른 중앙횟집에서였다. 맛집이라고 소개받아 간 곳은 아니었고 중앙시장에서 눈에 띄는 곳으로 찾아 들어간 집이었는데 나름대로 정갈하고 깔끔하게 먹을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상가 2층에 있는 중앙횟집은 인근에서 횟감을 떠와도 된다. 그러나 회를 잘 아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더 싸게 먹는 것도 아닐 터이니 그냥 횟집 메뉴를 주문하기로 했다. 모듬회의 경우 大자가 7만원이었다. 기본 반찬이 깔리는데 이 중에 멸치회가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회라기보다는 회무침이라고 해야 정확할 것이다.

회를 즐겨 먹는 사람들은 모듬회을 주문하지 않는다고 한다. 자투리가 나올 가능성이 큰 탓이다. 그렇지만 어쩌다 먹게 되는 입장에서는 여러 종류를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모듬회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이번에 주문한 모듬회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이 집의 특징은 회가 정갈하지 않고 뭉텅이로 나온다는 점이다. 막회라고 할 수 있겠다. 바닷가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럼 멸치회(또는 멸치회무침)의 맛은 어떠했을까? 멸치쌈밥을 먹을 때 멸치에서 생선 맛이 난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했는데 멸치회 역시 멸치에서 회무침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맛이 새콤달콤하여 역시 멸치쌈밥 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을만했다. 다만 많은 양은 아니었고 맛보기 정도였기에 다 먹고 나서는 입맛을 다셔야 했다는 점은 아쉬운 일이었다.

대타로 결승포를 터트린 김현수, 메이저리그 소식

김현수

1:2로 뒤지고 있던 9회초 9번 타자 놀란 레이몰드 대신 선발 명단에서 빠졌던 김현수가 대타로 나섰다. 우중간 안타로 1루에 나가있던 조나단 스쿱이 2루를 훔쳐 주자는 1사 2루가 됐다. 안타 하나면 승부를 원점으로 뒤집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김현수는 2B2S 이후 세 개의 공을 걷어냈고 결국 풀 카운트까지 승부를 이어갔다.

토론토 마무리 로베르토 오주나는 아홉 번째 공으로 95마일짜리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다. 몸 쪽으로 낮게 들어오는 공이었다. 그와 함께 김현수의 방망이도 힘차게 돌아갔다. 높이 뜬 타구는 오른쪽 담장을 향해 날아갔고 그대로 볼티모어 불펜에 꽂혔다. 마지막 공격에서 단 한 번 타석에 들어서 승부를 뒤집은 짜릿한 투런홈런이었다.

김현수의 역전 홈런으로 볼티모어는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경쟁에서 디트로이트에게 1경기, 시애틀에게 2경기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와일드카드 위기였던 볼티모어의 상황이 김현수의 홈런으로 변했다”며 김현수의 활약을 전했다. 또한 “올해 봄 마이너리그행을 거부한 김현수는 현재 볼티모어의 가장 꾸준한 선수 중 하나로 발전했다”고 호평했다.

김현수도 볼티모어 지역 언론 볼티모어 선과의 인터뷰에서 “KBO리그를 포함해서 지금까지 쳤던 홈런들 가운데 넘버 원이다”라며 흥분했다. 볼티모어 선은 “김현수가 홈런 한 방으로 팀을 구했다”면서 “김현수가 토론토의 마무리 투수 오주나의 95마일 직구를 우측 담장으로 넘겨 44,668명의 관중들을 모두 침묵하게 만들었다”고 극찬했다.

세인트루이스 오승환은 신시내티와의 홈경기에 네 번째 투수로 나와 1.2이닝 동안 삼진 두 개를 잡아냈다. 1:2로 뒤지고 있던 8회초 1사 3루 위기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첫 타자 스티브 셀스키와 토니 렌다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고 무실점으로 위기를 넘겼다. 셀스키와 렌다의 삼진은 오승환이 빅리그 데뷔 후 기록한 99번째와 100번째 삼진이었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첫 타자 라몬 카브레라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낸 후 다음 타자 이반 데 헤수스 역시 범타로 처리했다. 헤수스의 타구가 오승환의 글러브에 맞고 2루로 굴절되면서 2루수 그렉 가르시아가 처리했다. 호세 페라자의 타구 또한 비슷했다. 그러나 타구를 처리하던 오승환이 몸에 불편을 느끼면서 아웃 카운트 하나를 남기고 잭 듀크에게 공을 넘겼다.

9회초를 무실점으로 넘긴 세인트루이스는 9회말 공격에서 동점 기회를 잡았다. 선두 타자 콜튼 웡이 우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3루타로 출루한 것. 하지만 디아즈, 가르시아, 저코가 각각 3루수 땅볼, 좌익수 팝플라이, 3루수 땅볼에 그쳤고 세인트루이스는 신시내티에게 1:2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와일드카드 경쟁 상대인 샌프란시스코가 콜로라도에게 0:2로 패함에 따라 두 팀의 승차는 여전히 1을 유지했다.

LA 에인절스 최지만은 오클랜드와의 홈경기 선발 명단에서 빠졌다가 8회말 대주자로 출전했다.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한 마이크 트라웃 대신 1루 주자로 나선 최지만은 C.J. 크론의 타석 때 힛앤런으로 2루를 밟았다. 크론이 삼진으로 물러남에 따라 최지만은 시즌 두 번째 도루를 기록하게 됐다.

어제 패전으로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경쟁에서 탈락한 피츠버그는 시카고 컵스를 8:4로 제쳤지만 강정호는 출전하지 않았다. 강정호의 동료인 1루수 존 제이소는 2회 좌전 안타, 4회 3점 홈런, 5회 2루타에 이어 7회에 3루타를 추가해 피츠버그 소속으로 PNC 파크에서 처음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한 선수가 됐다.

시애틀의 이대호도 휴스턴과의 원정 경기에 결장했다. 시애틀은 휴스턴을 12:4로 꺾고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경쟁자인 볼티모어와 2경기 차를 유지했다.

선수별성적20160929

실망스러웠던 평택항 실크로드 페스티벌

평택항페스티벌

지방마다 축제가 한창이다. 저마다 고장의 자랑거리들을 테마로 하는 이런 축제들은 지역 주민들에게 자부심을 주고 타지에서 온 방문객들에게는 지역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심어주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는 게 대부분이다. 부여와 공주에서는 백제의 우수한 문화를 알리는 ‘세계대백제전’이 열리기도 한다. 그런 상황에서 평택에서는 ‘평택항 실크로드 페스티벌’에 열렸었다.

평택시에서 밝힌 ‘평택항 실크로드 페스티벌’의 진행 목적은 “무역과 항만이라는 컨텐츠와 세계 여러 나라의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 운영으로 각국의 문화와 소통하고 화합하는 계기 마련”이었다. 거창한 목적에 따라 프로그램의 내용도 다양했다. 보아, 샤이니, 유키스, VOS와 인순이와 김정택 오케스트라 협연 등의 공연을 비롯해서 세계의 전통춤과 노래를 소개하는 글로벌 뮤직타임, 세계의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글로벌 문화 전시존, 세계의 전통음식을 소개하는 세계 푸드존 등 프로그램만 보면 대단히 다국적적인 행사로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행사장은 썰렁하기 그지없었고 운영 중인 프로그램도 초라한 수준이었다. 타지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방문객들도 많지 않았고 지역주민들조차 참여하지 않는 축제이다 보니 축제의 활기는 찾아볼 수 없었을뿐더러 도대체 이런 행사는 왜 하는 것인지 의아하게 생각될 정도였다. 세계의 전통문화를 소개한다는 글로벌 문화 전시존은 네팔, 인도, 스리랑카 등 몇 개국 정도에 불과해서 글로벌이라는 문구가 무색했고 세계의 전통음식을 소개한다는 세계 푸드존에서는 그다지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음식들을 유료로 팔고 있었다.

또한 세계의 전통춤과 노래를 소개하는 글로벌 뮤직타임을 참관하는 객석은 텅텅 비어있어서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외국인들이 안쓰럽게 보일 정도였다. 이쯤 되면 도대체 축제를 통해 무엇을 소개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외지인들에게 평택에 대해서 소개하는 행사도 아니고 지역 주민들에게 자부심을 주는 행사도 아닌 걸로 보이기 때문이었다. 나 같은 방문객들조차 세금이 아깝다고 생각될 정도니 지역 주민들의 생각은 더하면 더하지 않았을까.

사실 이번 축제는 일부러 찾아 나섰던 건 아니었다. 부여로 가는 길에 길이 너무 막혀서 돌아서던 길에 들렸던 것이었다. 더불어서 평택에 대해 새로운 발견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었는데 이번 기회로 평택에 대해서는 그다지 좋지 못한 감정만 안고 돌아서야 했다. 외지인들에게조차 좋은 인상을 심어주지 못하고 오히려 안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된 이런 행사는 도대체 왜 진행한 것일까.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청계천 판자집

청계천

정작 우리도 잊고 지내는 일이 있다. 한때는 우리 역시 지독하게 가난했던 나라였다는 사실 말이다. 유수의 강국들과 경제적으로 비슷한 수준이 되다 보니 너도나도 어깨에 힘만 들어갔나 보다. 그런 자만심에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곳이 있다. 청계천 판잣집이 바로 그곳이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절을 증언해 주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의 민낯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라 하겠다.

청계천 광장에서 물길을 따라 쭉 내려가다 보면 마장동 부근에 이르러 두 개의 시설과 마주하게 된다. 오른 편으로는 현대식의 청계천문화관이 서 있고 그 앞으로는 청계천 판잣집이 설치되어 있다. 청계천문화관은 지나치게 화려한 데 비해서 청계천 판잣집은 지나치게 초라하다.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흡사 21세기와 20세기가 마주 보고 있는 형국이다.

청계천문화관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에 이룬 최대 치적이라고 내세우는 청계천 복개를 홍보하는 곳으로 굳이 이렇게까지 화려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지나치다. 그에 비해 청계천 판잣집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지난날의 기억들을 증언하는 곳으로 만일 둘 중에서 하나만 남기라고 한다면 겉모양만 번지르르한 청계천문화관보다 훨씬 유익한 청계천 판잣집을 선택하겠다.

이곳은 5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청계천 광장 방향으로 시작해서 첫 번째는 교실이고 두 번째는 음악다방이며 세 번째는 구멍가게이고 네 번째는 단칸셋방이며 다섯 번째는 만화방이다. 첫 번째 방인 교실에는 마룻바닥에 옛날 책상을 비롯해서 그 시절의 학생들 졸업사진까지 벽에 붙어있으나 무슨 이유에선지 문을 걸어 잠근 채 개방하지 않고 있다.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교탁에서 노트북을 만지는 모습이 언뜻 보일 뿐이었다.

두 번째 방은 다방이다. 그냥 다방이 아니라 음악다방이다. 한켠에 MUSIC BOX라고 쓰여있는 DJ 박스가 있고 벽에는 추억의 음반 자켓들이 가득하다. 턴테이블도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소파에 앉아 직접 커피를 마셔볼 수도 있는데 옛날과 달리 순전히 셀프서비스다. 커피도 봉지커피로 타 먹는 식이다. 공짜는 아니고 옆에 모금함이 있으므로 양심껏(?) 커피값을 내야 한다.

음악을 틀어주는 DJ는 없지만 아련한 추억을 더듬으며 음반 자켓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음반은 특정 시대에 머무르지 않고 7~80년대를 망라한다. 저런 시절도 있었지라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게 만든다. DJ들만 들어갈 수 있는 절대 특권 지역이었던 MUSIC BOX에는 400원짜리 TV가이드가 2권 놓여있는데 당시에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던 강석우가 표지를 장식하고 있었다. 정말 그땐 강석우의 인기도 대단했었지…

다방에서 옆으로 넘어가면 구멍가게로 들어설 수 있다. 지금의 문방구처럼 그 시절 아이들에게 백화점 역할을 하던 곳이다. 당시 인기 좋았던 군것질들과 장난감들이 시간여행이라도 떠나온 듯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선반에는 분유 깡통과 음료수병, 라면 봉지 등이 놓여있기도 하다. 지붕에는 미원이 걸려있고 구석에는 하드가 들어있던 길쭉한 아이스크림 통도 보인다.

그 옆으로는 단칸짜리 셋방이 이어진다. 단칸방을 둘로 나눠 오른 편에는 이불과 서랍장이 놓여있고 왼편에는 세간과 책상이 놓여있다. 세간이라고는 석유곤로, 요강, 물주전자, 벽걸이 괘종시계 등에 불과하지만, 그 시절을 대표하는 물품들이 되겠다. 책상 아래 깔린 모포(일명 미군 담요)도 새롭고, 창밖에 놓인 장독대도 정겹다. 먹고살기 힘든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그때는 지금보다 행복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마지막은 만화방이 장식한다. 만화도 만화지만 이곳에서는 학창시절을 체험해볼 수 있도록 교복과 교련복이 준비되어 있다. 교복 세대들은 그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교복 입은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그렇지 않은 세대들은 부모의 권유 또는 강요에 따라 교복을 입어본다. 청계천 판잣집은 별도의 입장료 없이 무료로 개방하고 있지만 매주 월요일은 휴관일이라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세인트루이스 마무리로 우뚝 선 오승환, 메이저리그 소식 9/5

오승환

이틀 전 끝내기 안타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오승환이 9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5:2의 리드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신시내티에서는 오승환을 상대하기 위해 듀발을 대타로 내세웠다. 지난 8월 3일 오승환에게 끝내기 3점 홈런을 뽑아냈었던 바로 그 장본인이었다. 악몽을 떠올려 오승환의  심리적 동요를 노리겠다는 속셈이었다.

그런 신시내티의 의도대로 오승환은 듀발의 산을 넘지 못하고 선두 타자를 내보내고 말았다. 1B 2S에서 낮게 들어간 공을 듀발이 제대로 걷어올려 좌전 안타로 연결시켰다. 그래도 오승환은 흔들리지 않았다. 석 점이라는 점수 차가 주는 심리적 안정 때문일 수도 있으나 어쨌든 오승환은 1루 주자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공을 던졌다.

다음 타자는 1번 타자 테일러 홀트. 2B 2S에서 오승환의 92마일짜리 패스트볼에 홀트의 방망이가 허공을 갈랐다. 이어 2번 타자 잭 코자트마저 노볼 2S에서 가운데로 들어오는 슬라이더를 멍하니 바라보다 스탠딩 삼진으로 물러났다. 3번 타자 보토가 오승환의 초구를 노렸지만 좌익수 플라이에 그쳤다. 오승환이 14세이브의 로젠탈을 넘어 15세이브를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오승환은 “이틀 전  패전 투수가 됐던 날은 제구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원정 시리즈의 마지막 경기를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게 돼 다행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오승환은 “피츠버그와의 3연전은 한 경기가 매우 중요하다. 치열한 순위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실수하는 일 없도록 할 것이다. 집중해서 경기에 임하겠다”는 각오도 다졌다.

마이크 메시니 세인트루이스 감독도 “비록 지난 경기에서 패전 투수가 됐지만, 이번 시즌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며 오승환의 활약에 흡족해했다. 또한 “오승환이 리그 최고의 투수 중 하나이며 항상 좋은 활약을 보여준다”는 말로 오승환에 대해 칭찬했다.

한편, LA 에인절스와 홈경기에서 선발에서 빠졌다가 2:4로 뒤지고 있던 9회말 투아웃에서 대타로 나왔던 이대호는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고, 뉴욕 양키스와 경기를 치른 볼티모어 김현수는 출전하지 않았다.

선수별성적20160905

4경기 연속 안타 이대호, 메이저리그 소식 9/4

이대호

시애틀 이대호가 4경기 연속 안타를 이어갔다.

LA 에인절스와의 홈경기에서 6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한 이대호는 6회 1사 1루에서 에인절스 선발 투수 타일러 스캑스의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좌전 안타로 연결시켰다. 4경기 연속 안타였다. 그러나 후속 타자들이 모두 삼진으로 물러나 이대호의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못 했다.

이대호는 1회말 득점 기회를 놓쳐 아쉬움을 남겨야 했다. 2사 3루에서 타석에 들어섰던 이대호는 스캑스의 두 번째 공을 노려쳤으나 내야를 벗어나지 못하고 유격수 땅볼에 그쳤다. LA 에인절스 2번 타자 콜 칼훈과 4번 타자 알버트 푸홀스에게 멀티 홈런을 맞은 등 5개의 홈런을 허용한 시애틀은 LA 에인절스에게 3:10으로 완패했다.

오승환은 세인트루이스가 신시내티에게 1:9로 완패함에 따라 등판하지 않았다. 볼티모어 김현수도 선발에서 빠졌고 볼티모어는 뉴욕 양키스에게 2:0으로 승리했다. 한편, LA 에인절스 최지만은 9월 로스터 확장에 따라 지난 8월 22일 이후 13일 만에 빅리그에 복귀했다. 최지만으로서는 올 시즌 3번째 콜업이다.

선수별성적20160904

시즌 3패째를 떠안은 오승환, 메이저리그 소식 9/3

오승환

시작부터 불길한 조짐이 보였다. 9회말 2:2 동점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이 신시내티 선두 타자 잭 코자트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준 게 원인이었다. 반드시 무실점으로 막아야 연장으로 승부를 이끌 수 있는 9회말 수비에서 무사에 주자 1루, 그것도 스트레이트 볼넷이라니 아무래도 불안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음 타자 브랜든 필립스의 타구가 세인트루이스 우익수 스티븐 피스코티 바로 앞에서 떨어지는 짧은 안타가 나왔다. 피스코티가 무리해서 잡으려고 했다면 잡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1점 승부 상황에서 외야수의 무리한 플레이는 곧바로 실점과 연결될 수도 있을 터였다. 차라리 단타로 처리하고 오승환이 나머지 타자들을 범타로 막아내길 바라는 게 더 현명할 수 있었다.

다음 타자는 지난 8월 3일 오승환에게 패배를 안겨주는 끝내기  3점 홈런을 쳤었던 아담 듀발이었다. 오승환으로서는 기껏 떨쳐냈던 그날의 악몽이 다시금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그렇다고 피해 갈 수도 없었다. 무사에 주자는 1루와 2루. 피한들 어디로 피한단 말인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정면으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었다.

1B2S에서 오승환이 회심이 일구를 던졌으나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지 못 했다. 타석의 듀발 역시 삼진이라 생각하고 움찔했으나 주심의 손은 올라가지 않았다. 억울할 수밖에 없는 오승환으로서도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었다. 그러나 오승환은 실망하지 않았다. 바깥쪽으로 빠지는 슬라이더로 듀발의 방망이를 이끌어내 비로소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아냈다.

하지만 아직도 위기는 계속되고 있었다. 5번 타자 스캇 셰블러에게 우전 안타를 맞으면서 1사 만루로 이어졌다. 셰블러의 타구가 워낙 빨라 2루 주자 코자트가 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피스코티의 송구가 무척 정확하게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의 미트에 꽂혔으므로 홈에서 접전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1사 만루에서 6번 타자 에우제니오 수아레즈의 타구가 2루 방향으로 향했다. 유격수가 처리해주지 않을까 희망을 품어봤지만 타구는 전진 수비를 펼치고 있는 수비망을 뚫고 중견수 앞으로 굴러갔다. 오승환으로서는 메이저리그 진출 후 세 번째로 맛보는 패배의 순간이었다.

경기 후 오승환은 “선두 타자부터 볼넷으로 출루시켜 안 좋은 상황을 만들었다. 이어 마지막 1아웃 2, 3루의 위기를 만든 것 자체가 잘못됐다. 위기 상황을 만들었기에 평범한 땅볼을 만들 수도 없었다”며 경기 결과에 대해 아쉬워했다.

전날 3안타를 작렬시킨 시애틀 이대호는 2경기 연속 3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세이프코 필드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의 홈경기에서 이대호는 2회말 선두 타자로 나서 우전 안타를 친 후 마르테의 안타 때 홈을 밟았다. 타순이 한 바퀴 돌아 다시 2회에 타석에 들어선 이대호는 이번에도 우전 안타로 3루 주자 길레르모 에레디아와 2루 주자 로빈슨 카노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뉴욕 양키스와의 홈경기에서 9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김현수는 안타를 기록하지 못하고 타율은 3할 1푼으로 떨어졌다.

선수별성적20160903

야간열차 타고 간 베를린에서는(독일여행2)

베를린

처음에는 아무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 처음 타보는 야간열차지만 플랫폼에서 기다리다 시간 맞춰서 타기만 하면 되리라 믿었었다. 하지만 그렇게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었다. 00:40분경에 도착한 열차가 내가 기다리던 기차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순간적으로 멘붕이 왔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금부터 못 말리는 아내 따라서 다녀온 독일에서의 두 번째 이야기가 시작된다.

1. 하마터면 베를린이 아니라 프라하로 갈 뻔한 야간열차 사건

역내 알림판에는 베를린행 열차가 이미 도착한 것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열차는 프라하행이었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인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옆에서 지켜보던 외국인이 앞 열차가 베를린행이라고 알려준다. 다시 말해 열차 두 대가 붙어있는데 앞차는 베를린행이고 뒷차는 프라하행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같이 달리다 각각 베를린과 프라하로 나뉜다고 한다. 앞으로 열차 이용에 유의해야 할 중요한 교훈을 얻은 셈이었다. 쿠셋은 불편하다고 하던데 우리 일행은 거의 실신상태로 숙면을 취했다는.

2. 먼저 베를린 웰컴카드부터 구입

베를린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웰컴카드를 구매하는 일이다. 프랑크푸르트 카드처럼 베를린의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카드다. 베를린 중앙역에 도착해서 빵으로 아침을 해결한 후 손쉽게 웰컴카드를 구입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역내에 마련된 자판기에는 취급하지도 않았고 어렵게 인포메이션 센터를 찾아서야 구입할 수 있었다(4인 16유로). 베를린에서 겪어야 했던 시련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었다.

3. 분단의 상징에서 통일의 상징이 된 브란덴부르크문

베를린에 가서 브란덴부르크문을 보지 않으면 파리에 가서 에펠탑이나 개선문을 보지 않은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과거에는 동서 분단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통일 독일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문. 그런데 버스를 타고 가기가 다소 애매하다는 점이 문제였다. 차라리 걷는 게 낫겠다 싶어 중앙역에서부터 걷기 시작했는데 이날의 고난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4.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 지게스조일레(전승 기념탑)

브란덴부르크문에서 나와 신호등 하나만 건너면 홀로코스트 추모비가 있다. 묘석을 연상시키는 콘크리트 구조물 2,711기로 유럽의 유대인 희생자를 추도하는 곳이다. 그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다 우연히 전승기념탑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다지 멀지 않아 보여 가볍게 들렀다 가기로 했는데 생각보다 무척 멀었고 무엇보다 전망대까지 걸어서 올라가야 했다. 그 힘을 아꼈더라면 전망이 더 좋은 베를린 대성당 돔까지 오를 수 있었을 것을.

5. 돔에 오르지 못해 아쉬웠던 베를린 대성당

16유로나 주고 산 웰컴 카드를 처음 써본 것은 브란덴부르크와 전승탑에서 이미 기력을 모두 소진한 채 베를린 대성당으로 향할 때였다. 성당 앞에서 음료수로 간단하게 목을 축인 후 성당으로 들어갔는데 1인 입장료가 무려 7유로나 한다. 그나마 18세 미만은 무료이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억울할 뻔했다는. 그러고도 전승탑에서 기력을 다 빼앗겨 전망대가 있는 돔에 오르지도 못하고 나와야 했으니 이 얼마나 원통한 일이란 말인가.

6. 헬레니즘 건축의 최고 걸작이라는 페르가몬 박물관

페르가몬 박물관(Pergamon Museum)에 대해 독일 여행 책자에서는 ‘수많은 베를린의 박물관 중 가장 유명하고 중요한 박물관의 하나’라고 설명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고대 컬렉션(Antiken Sammlung)은 반드시 보라고 했다. 고대 유적 안에 들어선 기분이 묘하기는 했지만,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는 제대로 감상하기가 쉽지 않다. 영어 오디오 가이드가 무료로 제공되기는 한다. 베를린 대성당 바로 옆에 이웃해 있다.

7. 베를린 장벽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

베를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베를린 장벽이 아닐까. 어디서 들었는지 아내는 여러 곳 중에서도 장벽을 예술로 승화시킨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에 꼭 가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몸도 마음도 지쳤고 밥때도 지난 상태라 웰컴 카드를 두고도 택시를 타기로 했다. 페르가몬 박물관에서 9유로 정도 나오는데 택시조차도 벤츠더라는. 하지만 공복 상태에서 장벽 끝에서 끝까지 걷는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8. 소문난 총각네 슈니첼 가게

아내가 굳이 이스트 사이트 갤러리를 택한 이유는 또 있었다. 싸고 맛있는 슈니첼 가게가 그 근처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또다시 길에서 헤매야 하나 긴장했지만 ,다행히도 갤러리 끝 건너편 다리 아래에서 비교적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지구 반대편에서도 이 가게 슈니첼을 먹어보겠다고 찾아올 정도니 총각(?) 몇이서 떼돈을 벌고 있는 듯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했던가. 어쨌든 잘 먹기는 했다.

9. 별 볼 일 없었던 포츠담 광장

포츠담 광장과 그 안에 있는 소니 센터가 대단하다는 말을 듣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포츠담 광장으로 향했지만 그다지 인상적이지는 못했다. 때마침 영화 ‘론 레인저’의 주인공 조니 뎁이라도 오는 것인지 화려한 무대가 준비되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으나 이미 강행군에 지친 입장에서는 그다지 관심사가 아니었다. 블록으로 재현한 베를린 거리로 유명하다는 레고 랜드에 가볼까 했으나 입장료가 무려 1인당 15유로나 하기에 포기하고 말았다.

10. 지나치게 상업적인 베를린 장벽 초소 체크포인트 찰리

이제부터 본격적인 초치기가 시작되었다. 프랑크푸르트로 돌아가려면 늦어도 5시 3분 기차를 타야만 하기 때문이었다. 남은 시간을 어디에서 보낼까 하다가 베를린 장벽 초소를 재현한 체크포인트 찰리로 향했다. 장벽이 붕괴되기 전까지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던 현장인 셈이다. 그러나 그곳에서 기념촬영을 하려면 1인당 2유로를 내야 하고 여권에 스탬프를 찍으려면 12유로를 내야 한다. 왠지 씁쓸하더라는.

11. 아쉬움만 남기고 돌아선 베를린

첫 여행지다 보니 여러 가지로 아쉬움만 남기고 돌아서야 했다. 베를린에서는 차라리 순환버스인 100번(웰컴카드로 무제한 이용 가능)을 타고 돌던가 아니면 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다니는 것이 더 현명할 듯싶다. 그렇지 않으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일정은 일정대로 꼬일 수 있다. 아니면 야간열차로 왔다 다시 야간열차로 돌아가는 것도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겠다. 프랑크푸르트행 열차에서 마셨던 맥주 프랜치즈카너는 너무 맛있어서 여행 내내 입에 달고 살았다는… (3부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