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의 대표 드라마, 직장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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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 하면 떠오르는 작품이 있는가? 누구는 ‘나 이대(梨大) 나온 여자야!’라는 대사로 유명한 ‘타짜'(2006)를 떠올리거나 12,983,330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2013.02.04 기준)의 관객을 불러모아 한국 최고의 흥행 영화로 등극한 ‘도둑들'(2012)을 떠올리기도 하겠지만, 막상 그 영화들이 김혜수의 대표작이냐 하는 물음에는 다소 망설여질 것이다. ‘대표작’이라는 단어가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조연급이 아닌 주연급 배우라면 당연히 자신의 이름을 내건 작품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배용준’ 하면 ‘겨울연가'(2002)가 떠오르고, ‘장동건’ 하면 ‘태극기 휘날리며'(2004)가 떠오르며, ‘최민식’ 하면 ‘올드보이'(2003), ‘현빈’ 하면 ‘시크릿 가든'(2010)이라는 제목이 떠오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사람의 기억에 따라 작품의 제목은 다를 수 있지만 어쨌든 배우와 연결되는 작품은 하나쯤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김혜수의 경우에는 딱히 연결되는 작품이 없는 게 사실이다. 물론, 대부분의 작품을 이끌어 가는 배우들이 남자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으나 ‘신세경’ 하면 ‘지붕 뚫고 하이킥'(2009)이 떠오르고 ‘하지원’ 하면 ‘다모'(2003), ‘김정은’ 하면 ‘파리의 연인'(2004), ‘전도연’ 하면 ‘밀양'(2007)이나 ‘프라하의 연인'(2005)이 생각나는 걸 보면 딱히 그런 이유도 아닌 듯하다. 즉, 존재감이 부족했다는 이유로 밖에는 해석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그녀의 이름에 무게감이 없는 것도 아니다. 김혜수라는 이름은 전도연이나 김정은, 하지원과 비교해서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 기대감은 다를 수 있으나 그렇다고 뒤떨어진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연기에 비해 별다른 특색이 없다는 점은 약점이 될 수 있겠다. 김정은과 김선아라는 이름에서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하게 되는 것과 달리 김혜수라는 이름에서는 그런 기대가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미스 김’이라는 캐릭터를 강렬하게 각인시킨 KBS 2TV 드라마 ‘직장의 신’은 김혜수의 대표작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그동안 주연임에도 불구하고 남자배우를 받혀주는 사실상 조연 수준에 불과했던 다른 작품들과 달리 이 드라마에서는 거의 원톱에 가까운 역할을 해냈고 모처럼 배우 김혜수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시킨 작품이기도 하다.

‘직장의 신’에서 김혜수는 직장에서 설움 받는 약자의 입장일 수밖에 없는 계약직 직원이지만 특유의 카리스마로 중견기업의 팀장은 물론이고 부장까지도 쩔쩔매게 만들고 모든 일을 자신의 소신에 따라 처리해 나가는 당당한 커리어 우먼이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움츠러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떳떳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스스로 챙기는 그야말로 슈퍼 갑이었던 것이다. 김혜수가 아니었다면 누가 이런 역할을 소화할 수 있었을까 싶다.

특히, 이 드라마는 반전처럼 등장하는 김혜수의 변신이 돋보였던 작품이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김혜수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재미 중의 하나였다. 계약을 위해 섬에 갔다가 임산부 출산을 돕는다는 조산사 자격증처럼 다소 무리한 설정이 있는가 하면 당연히 있으리라 기대했던 자동차 정비 자격증은 없었다는 점도 충격(?)이었다. 이밖에 꼬박꼬박 시간외 수당을 챙기는 모습도 미워 보이지 않았다.

또한, 러시아 바이어와의 상담에서도 퇴근 시간에 임박하자 스스로 나서서 난관에 빠져있던 계약을 성사시키거나 간장게장쇼가 무산될뻔한 위기에서 구원투수로 등장하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여기에 낮에는 사무직으로 일하다 밤에는 살사의 여신으로 변신해서 또 다른 인생을 즐기는 멋진 여성이기도 한다. 비록 만화 같은 설정의 연속이기는 해도 미스김의 매력에 빠져들게 만드는 드라마였다.

지난 2013년 4월 1일 첫 출근을 시작했던 미스 김은 5월 21일로 계약을 마치고 퇴근했다. MBC ‘구가의 서’와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가 24부작으로 아직 10회를 더 남겨두고 있는 시점에서 연장 계약 없이 종료한 것이다. 아쉬움은 남지만, 김혜수라는 배우의 또 다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그녀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이유다.

이혼 변호사는 연애중

이혼변호사

불행한 결혼 생활이라면 청산해야 할까 아니면 참고 견뎌야 할까? 물론 답은 없다. 선택은 본인이 하는 것이고 그에 따른 책임도 본인의 몫이다. 이혼이 누구에게는 축복이 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누구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태인 격언 중에는 ‘결혼을 향해서는 걸어라. 이혼을 향해서는 달려라’라는 말이 있다. 결혼은 신중해야 하지만 이혼은 빠를 수록 좋다는 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의 이혼은 상대방의 책임을 따지는 ‘유책주의’다. 그러다보니 서로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상대의 약점을 들춰내고 잘못을 물고 늘어지게 된다. 사랑해서 결혼했던 사람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추악한 진흙탕 싸움이 되기 일쑤다. 그래서 부부관계 파탄 여부로 이혼을 결정하는 ‘파탄주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어차피 헤어질 거면 깨끗하게 헤어지는 게 나아보이기도 한다.

오는 6월 26일 대법원에서는 공개변론이 예정되어 있다. 인터넷으로 생중계를 예고하고 있을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사건은 다름 아닌 이혼 문제다. 대법원이 이혼 여부를 두고 공개변론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유책주의’와 ‘파탄주의’에 대한 법원의 입장 변화가 생길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 하겠다. 어쩌면 이혼 시스템이 이번 판결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질 수 있다고도 한다.

내용은 이렇다. A씨는 1976년에 B씨와 결혼해서 세 자녀를 낳았고 결혼 20년째인 1996년에 C씨를 알게 되어 1998년 C씨 사이에서 딸을 낳게 된다. 그러는 동안에도 본처가 낳은 아이들의 학비를 내고 생활비도 보내며 어느 정도는 자신의 역할을 했다. 그러다 2011년쯤 신장병을 얻어 성인이 된 본처의 자식들에게 신장이식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다.

C씨가 자신을 돌봐주고 있고, 어차피 B씨와의 혼인관계는 끝난 상태이므로 이번에야 말로 관계를 정리하겠다며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장기적으로 상속문제 등을 해결하겠다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대구가정법원은 A씨의 이혼청구를 기각했다. 본처 B씨와의 결혼생활이 파?난 것은 맞지만 잘못이 남편 A씨에게 있으니 이혼청구 자격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항소심도 마찬가지였다.

6월 26일로 예정되어 있는 공개변론에서 다루어질 소송이 바로 이 사건이다. 간통죄도 없어진 마당에 더 이상 결혼생활을 지속할 의사가 전혀 없는 사람들을 부부라는 허울로 묶어두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공개 토론(?)의 장이 마련된 것이다. 아직은 우리 정서상 결혼을 파탄에 이르게 만든 당사자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이 많겠지만 그럼에도 언젠가는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 게 사실이기는 하다.

SBS 주말드라마 ‘이혼변호사는 연애중’은 이혼 문제를 전면으로 드러낸 작품이다. 이 드라마에서 이혼전문변호사 고척희(조여정)의 변호사 사무실 이름이 ‘축복’이고, 그녀의 까칠한 성격에 매력을 느끼는 대형로펌 대표변호사의 아들인 봉민규(심형탁) 변호사 사무실의 이름이 ‘선택’이다. 비록 드라마이기는 해도 이혼을 선택하면 축복이 된다는 의미라 할 수 있겠다.

선정적인 내용으로 지탄 받기는 했지만 KBS2TV ‘사랑과 전쟁’도 다르지 않다. ‘4주 후에 뵙겠습니다’라는 신구의 대사로도 유명한 이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누구든지 ‘이혼해’라는 말이 튀어나올 수밖에 없게 된다. 드라마가 끝날즈음에 지난주 내용에 대한 시청자들의 의견을 보여주는데 응답자의 90% 이상이 이혼에 몰표를 던지곤 했었다. 불행한 결혼은 개인에게도 불행이지만 주위의 다른 사람들마저도 불행하게 만들기 때문이리라.

지난 4월 18일 첫방송을 내보냈던 ‘이혼변호사는 연애중'(18부작)이 이제 2회를 남겨두고 있다. 직장드라마는 직장에서 연애하고, 병원드라마는 병원에서 연애한다는 말처럼 이 드라마도 이혼을 소재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고척희와 소정우의 달달한 연애로 막을 내리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주말이면 이 드라마를 챙겨보는 것은 배우 조여정의 변신이 보는 재미를 더해주기 때문이다.

‘방자전'(2010)과 ‘후궁: 제왕의 첩'(The Concubine, 2012) 등에서 주로 노출 연기로 시선을 끌었던 조여정이지만 이 드라마에서만은 다르다. 도저히 지난날의 조여정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표독하고 악랄한 모습과 사랑스럽고 귀여운 모습을 동시에 보여준다. ‘인간중독'(Obsessed, 2014)에서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더니 이 드라마에서는 그야말로 포텐이 터졌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고 안정적인 연기력을 과시하고 있다.

여기에 귀여운 남자 연우진(소정우 역)과 엉뚱한 남자 심형탁(봉민규 역)의 줄다리기도 재미거리가 되어주고, 반대로 연우진을 짝사랑하는 조수아 역의 왕지원의 가슴아픈 사랑이 찡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시청률은 그다지 신통치 않은 편이다. MBC ‘여왕의 꽃’이 15% 내외, KBS1TV ‘징비록’이 12% 내외인데 비해서 이 드라마는 4% 내외에 불과하다. 그러니 연장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고.

권태로운 부부에게 찾아온 옛사랑의 그림자, 로즈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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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만나지 못할 줄 알았다. 그렇게 헤어졌으면 다시 만난다고 해도 반갑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러면서 평생 용서하지 않으리라 다짐했었다. 하지만 5년 만에 다시 만난 그는 예전과 다르지 않았다. 죽어라 싸우고도 다시 만나 닭살 행각을 벌이던 시절로 돌아간 듯 싶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꽃을 기억하고 있고 자신이 싫어하는 계란 노른자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와 헤어지고 좋은 남자를 만났다고 생각했다. 가정적이고 다정한 사람이었다. 그 사이 유치원에 다니는 딸도 얻었다. 이게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가정적인 남자와 토끼 같은 딸을 키우며 사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결혼하자는 말에 불같이 화내며 떠나간 그 남자와는 차라리 헤어진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남자와는 죽어도 이런 행복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5년이란 세월이 문제였다. 이미 익숙해진 남편은 서서히 지겨워져 가고 있었다. 새로운 자극이 필요할 즈음 그가 나타났다. 마치 운명처럼 자신이 근무하는 직장 직속 팀장이 되어 다가왔다. 그리고는 은밀한 만남을 가지기 시작했다. 연인 시절보다 더 짜릿한 흥분이 몰려왔다. 남편보다 오히려 자신을 더 많이 아는 남자에게서 여자는 무너지고 있었다. 다시 그와 사랑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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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의 사랑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한 여자를 만났고 가정을 꾸렸으며 아이도 낳았으니 더 이상 바랄 것도 없었다. 하지만 사랑은 우연이라는 이름으로 찾아왔다. 무려 스무 살이나 차이 나는 여자에게서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녀를 만나고서는 조금씩 달라지는 자신이 신기하기도 했다. 도대체 이 감정이 무엇인지 자신도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그녀만 보면 측은함이 앞섰다. 자신이 도와줘야 할 것만 같고 자신이 지켜줘야 할 것만 같았으며 자신이 곁에 있어줘야 할 것만 같았다. 아내는 자기가 없어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지만 연약한 이 여자는 그럴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하면서도 동시에 대견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녀를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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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에 가영(소유진)의 결혼하자는 말을 뿌리치고 달아났던 남자 도훈(김도현)은 5년 만에 비로소 청혼을 결심하지만 이미 가영은 남의 여자가 되어있었다. 도훈은 그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가영을 다시 자신의 여자로 만들겠노라고 다짐하지만 넘어야 할 장벽이 너무 많다. 결국, 가영은 도훈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한 남자의 아내로 한 아이의 엄마로 살기로 마음먹으나 가슴이 아린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가영의 남편 찬우(정웅인)는 우연한 사고로 동네 꽃집 아가씨 아름(소희)과 만나게 된다. 당돌한 아가씨의 태도에 불쾌하기만 했으나 점점 아름에게서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아내밖에 모르고 살았는데 이제 와서 다른 여자를 마음에 두다니 스스로도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아름을 외면하기에는 그녀가 너무 가엽다는 생각에 아내에게 고백하려고 하지만 아름은 조용히 찬우의 곁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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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변한 건 없었다. 가영은 다시 도훈의 아내로 돌아오고 도훈은 다시 가영의 남편으로 돌아온다. 잠시 흔들리기도 했지만, 서로가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 것이다. KBS2 드라마 스페셜 ‘Happy 로즈데이’는 옛사랑을 만난 아내와 새로운 사랑을 꿈꾸는 남편에 대한 이야기다. 권태기에 접어든 아내는 다시 만난 옛 남자와 새로운 감정에 빠지게 되고 가정밖에 모르던 남자는 우연히 만난 어린 여자와 새로운 사랑을 꿈꾸게 된다.

얼핏 보면 불륜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사랑과 전쟁’처럼 추악한 내용으로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은 것은 그들의 탈선이 충분히 이해될만한 수준이기 때문일 것이다. 권태라는 이름으로 흔들리는 부부.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고 말하던 어느 시인의 말처럼 흔들리지 않고 사는 부부가 어디 있으랴. KBS2 드라마 스페셜 ‘Happy 로즈데이’는 단막극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만들었던 수작이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한계를 뛰어넘은 복면가왕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게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참가자의 출연 자격에 대한 논란부터 시작해서 판정과 결과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잡음과 시비가 따라붙기 때문이다. ‘신들의 경연’으로 불렸던 ‘나는 가수다’의 경우에도 변변한 솔로곡 하나 없다는 이유로 핑클의 옥주연과 그런 함량 미달(?)의 출연자를 섭외했던 제작진이 무차별적인 악플에 시달려야만 했다.

이는 실력파 가수들만 참여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는 일종의 불문률에 발목 잡힌 결과다. 최고의 가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경연을 펼친다는 홍보문구가 ‘나는 가수다’를 알리는 데 큰 공헌을 하기는 했지만, 동시에 운신의 폭을 좁혔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거기에 머물지 않고 기대감마저 상승시킨 탓이다. 한 번 높아진 눈은 웬만해서는 내려오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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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하면 ‘나는 가수다’를 모방해서 만든 ‘불후의 명곡’은 영악한 프로다. 정상급(?)이 아니어도 출연할 수 있고, 뮤지컬 배우처럼 가수를 직업으로 하지 않도 출연할 수 있다. ‘나는 가수다’에서처럼 탈락할까봐 노심초사할 필요도 없고 그저 명곡판정단의 판정에 순응해서 이긴 쪽은 진 쪽을 위로하고, 진 쪽은 이긴 쪽을 축하하는 훈훈한 마무리가 연출된다.

‘나는 가수다’가 일찌감치 막을 내린데다 시즌2와 시즌3도 신통치 않은 반응이었던데 비하면 아직까지 토요일 오후 ‘무한도전’과 정면대결을 펼치고 있는 ‘불후의 명곡’을 보면 신통하다는 생각도 든다. 짝퉁이 원조를 이긴 고약한 사례라고 할 수도 있지만 ‘강한 자가 오래 가는 것이 아니라 오래 가는 자가 강한 자’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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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여전히 논란은 남는다. 경연이라는 방식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앞 순서 보다는 뒷번호표를 받은 출연자가 유리하다는 점 때문이다. 또한, 관객 선호도도 무시할 수 없다. 잘 하고 못 하고를 떠나서 좋아하는 가수에게 마음이 더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나는 가수다’처럼 잡음이 들리지 않는 것은 ‘불후의 명곡’이 순위에 연연하지 않는 프로라서일게다.

그동안 경연 프로그램이 지니고 있는 한계는 뛰어넘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었다. 순번에 따라 달라지는 순위의 불공정함은 당연하고 관객의 선호도 또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여겼었다. 경연을 하려면 순번이 주어져야 하고,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는 일반 관객들에게 객관성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일에서다. 하지만 그런 문제점들을 모두 뛰어넘은 프로그램이 나타났으니 그가 바로 ‘복면가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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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복면가왕은 듀엣으로 예선을 치름으로써 순번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시비를 차단했다. 실력이 좋은 사람끼리 맞붙어야 하는 일명 대진운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더 우위에 있는 출연자가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는 형식이므로 대체로 공정하다고 할 수 있겠다. 1라운드에서 붙으나 가왕 결정전을 앞둔 3라운드에서 붙으나 어차피 떨어질 사람은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누군지도 모른 상태에서 순전히 노래만으로 평가하게 되므로 관객들의 선호도를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개인의 주관적인 감정은 철저히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획기적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가수건 아니건 편견을 배제하고 실력으로만 평가받다 보니 의외의 결과도 속출하게 된다. 한마디로 쪼는 맛이라 하겠다.

노력 실력 하나는 최고로 인정받는 가수 김연우의 유일한 단점이 외모라는 말이 있다. 그랬기에 ‘나는 가수다’에서 폭풍탈락했던 김연우였지만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가 4대부터 7대까지 무려 4대째 가왕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복면의 힘이 컸다고 할 수도 있는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김연우가 복면을 벗지말고 계속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로 남아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는…

제작진의 안일함이 불러온 응팔의 참사

어차피 보이는 대로 믿고, 믿는 대로 보이기 마련이다.

‘어남택’이 보기에 ‘어차피 남편은 택이’일 것으로 보였겠지만, ‘어남류’가 보기에는 ‘어차피 남편은 정환이’일 것으로 보였던 게 사실이다. 김주혁이 택(박보검)이와 같은 왼손잡이라는 것도, 김주혁의 성격이 택이 보다는 정환(류준열)에 가까웠다는 것도 가정에 불과할 뿐이다. 드라마의 결론은 시청자가 아니라 제작진의 손에 달려있으므로 제삼자 간의 설전은 무의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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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응답하라’ 시리즈는 과도한 남편 찾기로 보는 이들의 진을 빼놓곤 했었다. 첫 작품인 ‘응답하라 1997(응칠)’에서는 시원이(정은지)의 남편 자리를 놓고 윤제(서인국)와 태웅(송종호) 형제에게 줄다리기를 시키더니, ‘응답하라 1994(응사)’에서는 나정이(고아라) 신랑 자리를 두고 쓰레기(정우)와 칠봉이(유연석)에게 힘겨루기를 시켰다. 그렇기는 해도 마지막에 가서야 밝혀지는 신랑의 정체가 드라마를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응답하라 1988(응팔)’은 그 정도가 너무 심했다. 전작들은 누가 남편이 되든 대부분이 수긍할 수 있는 결론이었기에 별다른 잡음이 없었으나 이번에는 유례없는 후폭풍에 시달리기까지 했다. ‘남편 찾기’가 아니라 ‘가족의 사랑’을 주제로 이야기를 끌고 가겠다는 당초의 취지가 무색하게 결국에는 이번에도 덕선(혜리)이 ‘남편 찾기’로 끝나고 말았고 개연성 없는 전개가 시청자들을 분노하게 만든 것이다. 제작진들의 안일함이 가져온 참사라고 할 수 있었다.

정말 ‘남편 찾기’가 아니라 ‘가족’을 내세우려 했다면 덕선의 남편을 초반부터 공개하거나 중반 정도에는 의혹을 해소시켰어야 했다. 그래야만 궤도를 이탈하지 않고 ‘가족’이나 ‘지나간 청춘’이라는 주제에 포커스를 맞출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19회에 가서야 ‘자신은 학교에 다니지 않아 몰랐다’는 말로 아리송하게 정체를 밝히고는 우리가 의도했던 것은 그게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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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은 결말을 유포하면 형사처벌도 불사하겠다며 철저한 비밀유지의 강력한 의지를 보였었다. 이는 ‘남편 찾기’로 보게 된 짭짤한 시청률을 끝까지 이어가겠다는 의지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공군회관에서 결혼식 장면을 찍어 은근히 ‘어남류’로 분위기를 몰아가기까지 했다. 여기에 국회의원 김광진 사무실에서 올린 “지금 공군회관에서 ‘응팔’ 류준열이 결혼식을 올리고 있습니다. 상대가 누구인지는 리트윗 수 1000이 넘으면 알려드릴게요”라는 글이 가세하면서 폭발적인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공개한 결혼식 장면은 덕선이와 정환이도 아니었고 덕선이와 택이도 아니었다. 선우(고경표)와 보라(류혜영)였다. 결국, 공군회관에서의 결혼식은 정환이가 공군 소위라는 점을 이용해서 입소문을 노린 치사한 속임수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러면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덕선이의 신랑은 택이니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말라며 뜬금없이 19회에 그 정체를 넌지시 밝힌다. 마치 누가 덕선이의 신랑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는 듯이. 그야말로 관객 모독 수준이다.

이 드라마의 결론이 최악인 것은 덕선이의 감정이 뚜렷이 묘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택이가 신랑이라면 택이에게 마음이 끌리는 부분을 명확히 보여주거나, 정환이 물러서는 과정을 명쾌하게 설명했어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했다. 특히 정환이 피앙세 반지를 덕선에게 주면서 고백하는 장면에서마저 덕선의 표정은 진지하지 못했다. 정환의 고백을 지켜보고 있던 동룡(이동휘)과 선우가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놀라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주변에서도 그럴진대 하물며 당사자는 얼마나 놀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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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결론이라면 ‘지붕 뚫고 하이킥’을 빼놓을 수 없다. 지훈이(최다니엘) 세경(신세경)을 공항에 데려다주다 교통사고로 둘 다 사망한다는 설정은 많은 사람을 혼란 속에 빠트리기에 충분했다. 결론은 충격적이었지만 그래도 그 드라마는 지훈을 향한 세경의 안타까운 사랑을 꾸준히 묘사했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이승에서 이루지 못한 둘의 사랑이 맺어지게 된다면 그 또한 이해 못 할 일도 아니었다. 그에 비하면 ‘응팔’은 설익은 밥이라고 해야겠다.

앞으로 ‘응팔’ 제작진들은 시청자들을 낚으려거든 좀 더 신선한 미끼를 던져주기 바란다. 이번처럼 얼토당토않은 수준 미달의 미끼로는 앞으로 시청자들을 낚기 쉽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낚시에 재미 들린 ‘응답하라’ 제작진에게는 사상 최고의 케이블 채널 시청률이라는 기록만 눈에 보이고 시청자들의 분노는 들리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시청자를 납득시켜 달라는 요구는 공허한 메아리가 될 공산이 큰 이유다.

불량요리 강요하는 집밥 백선생에 대한 변명

화장을 해서 예쁜 여자와 화장 안하고 예쁘지 않은 여자 중에서 고르라면 누구를 선택하겠는가? 물론 화장 안한 쌩얼로도 예쁜 여자면 더 좋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전자를 선호한다. 화장이란 자신의 단점을 가리기 위한(감추는 것과는 다르다) 노력이기도 하거니와 상대에게 잘 보이기 위한 배려라고도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못생긴 건 죄가 아니지만 못생긴 걸 모르는 건 죄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를 요리에 대입해보면 설탕을 넣어서 맛있는 음식과 그렇지 않고 맛없는 요리 중에서 고르라면 어떤 것을 선택하겠는가?라고 물을 수 있을 것이다. 입에 단 것은 몸에 나쁘다거나 입에 쓴 것은 몸에 좋다는 말도 있듯이 건강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후자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전자를 지지하고 싶다. 약이 아니라 음식이라면 최소한의 맛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믿음에서다.

쉐프들의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을만큼 쿡방(요리방송)이 번성하고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가 바로 백주부로 불리는 백종원이다. 탤런트 소유진과 15살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결혼에 성공한 이야기로도 유명하지만 ‘새마을 식당’, ‘본가’, ‘홍콩반점’, ‘한신포차’, ‘역전우동’ 등 무려 28개의 사업체를 거느리고 있는 외식 사업가로도 유명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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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바쁘실 양반을 요즘 방송에서 만나 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토요일 밤마다 MBC ‘마이 리틀 텔리비전(마리텔)’에서 만날 수 있고, 화요일 저녁이면 tvN ‘집밥 백선생’에서도 볼 수 있다. 목요일에는 tvN ‘한식대첩3’ 심사위원으로도 출연하고 있다. 특히 마리텔에서는 다른 방송 진행자들과는 현격한 시청률 차이로 독주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는 법. 백주부는 열열한 지지와 더불어서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집밥이 아니라 식당밥을 만든다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아낌없이 부어주는 설탕이 있다. 설탕을 그렇게 넣으니 맛이 없을 수가 없을 것이라는 비난과 함께 맛도 맛이지만 가족들의 건강까지 생각해야 하는 주부들의 입장에서는 불량식품으로 평가받는 것이다.

조선일보 김성윤기자는 ‘김성윤의 맛 세상‘이라는 칼럼에서 ‘슈거보이’가 훌륭한 ‘식당밥 선생’일 수는 있어도 집밥 선생’이면 안된다고 했다. 대중식당에서는 제한된 예산에서 맛을 내기 위해 설탕이나 인공조미료(MSG)를 쓸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으나 설탕과 인공조미료는 몸에 해로운 물질은 아니기에 사먹는 손님이 선택할 일이지만 아무리 쉽고 맛있어도 가족의 식사를 책임지는 엄마(또는 아빠)라면 그럴 수 없다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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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인이 아닌 집사람도 백주부의 설탕에 대해서 강한 거부감을 일으킬 정도니 음식전문 기자나 요리사들이 부정적으로 보는 것도 당연하다. 어찌보면 라면 스프를 활용하는 것만큼이나 반칙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천덕꾸러기 냉장고의 신분상승 프로젝트’라는 jtbc ‘냉장고를 부탁해’의 거창한 슬로건처럼 제한된 메뉴와 제한된 시간으로 제대로 만들어내야 제대로라고

하지만 독신에 포커스를 맞춰보자. 요리에 자신없는 독신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나가서 사 먹을 것인가 아니면 집에서 배달시켜 먹을 것인가 둘 중의 하나다. 집밥은 어차피 고려대상이 아닌 셈이다. ‘집밥 백선생’에 출연 중인 윤상의 고백이기도 하다. 그런 사람들에게 그처럼 고마운 프로도 없을 것이다. 때마다 사먹기도 부담스럽던 차에 간단하게 요리하는 법을 알려주니 말이다.

이는 요리라고는 라면밖에 할 줄 모르는 나 자신도 마찬가지다. 다른 프로는 그냥 웃으며 넘기곤 했었는데 백선생 요리프로를 보고나면 요리에 대한 의욕이 솟아오른다. 저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는 것이다. 사실 설탕이야 얼마든지 조절이 가능한 일이다. 요리에 자신이 붙으면 얼마든지 자신만의 레시피도 갖추게 될 것이다. 그러니 집밥이냐 식당밥이냐 하는 논란은 부질없다. 요리를 무서워(?)하던 남자들을 부엌으로 불러들인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