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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거인과 쌍둥이가 벌인 심야의 난타전 - Journeyman이 바라본 세상
거인과 쌍둥이가 벌인 심야의 난타전

석 점 차로 뒤지고 있던 롯데가 9회초 2점을 따라붙었다. 1점만 더 내면 동점. 1사 1-2루의 득점 기회를 이어가고 있었으니 잘하면 역전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때 황재균의 타구가 3루수와 유격수 사이로 큰 바운드를 그리며 날아갔고, LG 유격수 오지환의 글러브에 맞고 튕겨나갔다. 공이 멀리 나가지는 못했으므로 그대로 올 세이프가 될 듯보였다.

하지만 3루를 향해 달리던 2루 주자 손아섭의 생각은 달랐다. 기필코 동점을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내친김에 홈까지 내닫기 시작했다. 당연히 3루에서 멈출 것으로 기대했던 오지환은 서둘러 포수를 향해 던졌다. 만일 세이프가 선언될 경우 손아섭의 센스가 돋보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홈에서의 승부는 아웃. 비디오 판독에 의한 합의 판정까지 요청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분위기는 한순간에 가라앉았고 롯데는 그대로 주저앉을 것으로 보였다. 그때 안중열 대식 타석에 들어선 아두치의 타구가 3루수와 좌익수 가운데 떨어졌다. 그토록 고대하던 동점타가 터진 것이다. 게다가 2사 1-3루의 득점 기회는 계속되고 있었다. 이제는 역전까지 할 수 있는 기회였다. 박종윤이 초구부터 방망이를 휘둘러 우측 담장까지 날렸지만 펜스 바로 앞에서 이천웅에게 걸렸다.

손아섭

비록 동점은 허용했어도 역전까지는 막아낸 LG도 9회말 끝내기 기회를 잡았다. 이형종이 우익수와 중견수 사이로 굴러가는 3루타를 쳐냈고, 타석에서는 박용택과 히메네스가 차례로 기다리고 있었다. 2사 후이기는 해도 충분히 끝내기를 기대해볼 만한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끝내 끝내기는 나오지 않았다. 롯데에서 박용택과 히메네스와의 승부를 고의사구로 피한 후 채은성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채은성은 롯데 일곱 번째 투수 이성민에게 삼진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끝내기는 연장 10회말에 나왔다. 선두 타자 이천웅이 중전 안타로 출루한 후 양석환의 희생번트에 이어 정상호가 좌전 안타를 쳤다. 빠른 타구였기에 3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오지 못했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끝내기가 될 수도 있었다. 롯데는 오지환 대신 타석에 들어선 서상우를 고의사구로 내보내 베이스를 채운 후 1사 만루에서 포스 아웃과 함께 병살도 노려볼 심산이었다.

이러한 롯데의 계산은 불펜에서는 정대현이 몸을 풀고 있었기에 가능한 시나리오로 보였다. 문제는 강민호가 빠졌다는 점이었다. 8회 수비에서 강민호는 안중열로 교체되었고, 다시 9회 공격에서 아두치가 대타로 나왔으므로 포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급한 대로 내야수 손용석이 포수 마스크를 썼지만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그런 우려 때문인지 불펜에서 몸을 풀던 정대현 대시 마무리 손승락이 바로 마운드에 올라왔다. 변화가 심한 정대현의 공을 손용석이 제대로 받아내지 못할 경우 안타 없이도 실점을 내줄 수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한 듯했다. 손승락에게 기대할 수 있는 건 삼진이나 내야 땅볼이었다. 그렇지만 정주현의 타구는 외야로 향했고, 끝내기 플라이로 이어졌다.

결과는 12:11. 8:4에서 7회 8:8 동점을 허용하고, 11:8에서 다시 9회 11:11 동점을 내준 LG는 이기긴 했어도 이겼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만신창이가 됐고, 1회부터 4점을 뽑아내며 크게 앞서가다 동점과 역전의 희망을 이어가는 뒷심을 발휘하고도 패한 롯데 역시 헛심만 쓴 채 커다란 상처만 남긴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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