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와서 인터넷 없는 세상을 상상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워낙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으므로 인터넷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될 정도기 때문이다. 실제로 몇 년 전 혜화전화국에서 일어난 화재로 몇 시간 동안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많은 이들이 정신적인 공황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뭘 해야 할지 도통 알 수 없는 지경이었다. 회사 업무도 마비되었고 개인의 사생활도 마비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버티는 수준과도 다르다. 대체재 역시 인터넷으로 돌아가기는 매한가지였다. 인터넷 뱅킹이 안된다고 은행으로 달려가 봤자 소용없다. 은행 역시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으니.
오래전 일도 아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인터넷 없이도 잘 살아왔다. 송금은 은행 창구에서 했고, 영화 표 구매는 극장 입구에서 했다. 주식거래는 증권사 객장에서 했고, 신문은 집으로 배달되어 오거나 버스 또는 지하철 가판대에서 사서 봤다.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이나 지인들의 소식은 전화나 편지로 주고받았고, 궁금한 일은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받아 해결했다. 이러한 일들은 유별난 게 아니었다.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일이었다.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의 역할에 충실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 당연했던 일들이 이제는 당연하지 않게 되었다. 한 달에 한 번도 은행에 가지 않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대부분의 일을 인터넷 뱅킹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돈을 보내거나 찾을 때뿐만 아니라 거래내역이나 잔고를 조회하기 위해서도 은행을 찾아야 했으나 이제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모두 처리할 수 있다. 물론 현금이 필요할 때는 은행을 찾아야 하지만 신용카드가 일반화된 요즘에는 현금 뽑을 일도 많지 않다. 특히 입출금 확인을 위해 은행을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사람들에게는 획기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겠다.
인터넷이 가져온 변화는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당연하게 생각되는 일들이지만 예전에는 어떻게 했을지 상상하기도 어려운 탓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클릭 몇 번으로 주식 거래하던 입장에서는 객장에 죽치고 앉아 시세판을 들여다보며 창구에 주문 넣던 시절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좋아하는 노래만 파일로 다운받아서 스마트폰으로 듣는 세대들은 테이프나 CD 플레이어로 듣던 시절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니 이들에게서 빵이 없으면 케익을 먹으면 되지 않느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일이다. 세상은 그만큼 변했고 그만큼 편해졌다.
인터넷은 오랫동안 홈페이지로 대표되는 웹(Web 또는 WWW)의 세상이었다. 개인 홈페이지 하나쯤은 있어야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다고 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자신의 지식을 나눴다. 정보 공유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러나 홈페이지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유지 관리가 쉽지 않았다. 어느 정도의 컴퓨터 지식이 필요했고 html에 대해서도 알고 있어야 했다. 홈페이지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도 적지 않았다. 포탈에서 무료 홈페이지 계정을 나눠주면서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기는 했으나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한 상태였다.
그런 문제들을 해결한 게 블로그다. 블로그 이용자들은 유지 보수에 대해서는 신경 쓸 필요 없이 콘텐츠 생산에만 집중하면 됐다. 초기에는 홈페이지처럼 블로그도 직접 만들어야 했으나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자신에게 맞는 블로그를 골라서 쓰면 된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블로그 서비스를 시작한 이글루스(www.egloos.com)를 비롯해서 네이버 블로그(blog.naver.com), 티스토리(www.tistory.com)가 블로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조선닷컴에서도 지난 2003년부터 조선닷컴 블로그(blog.chosun.com)를 운영하고 있다.
홈페이지 운영과 유지 보수에 부담을 느낀 사람들이 블로그로 대거 이동하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또한, 홈페이지 개설을 망설이던 사람들도 블로그에 가세하면서 블로그 스피어는 급격하게 팽창하기 시작했다. 홈페이지가 필수이던 시절처럼 블로그 또한 필수로 자리 잡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는 세상을 또 한 번 바꿔놓았다. 블로그로 인해 정보의 양이 급증하기 시작했고 웬만한 정보는 모두 인터넷으로 찾을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예전에는 한 사람이 열 마디 하는 세상이었다면 이제는 열 사람이 한 마디씩 하는 세상이다. 당신이 찾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열에 아홉은 인터넷에서 얻을 수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당신이 직접 올려도 된다.
블로그의 최대 강점은 무엇이든 정보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보가 제한적이던 시절에는 정해진 소수가 주도하는 세상이었다면 이제는 누구나 참여하는 세상이 되었다. 형식에 얽매일 필요도 없고, 억지로 쥐어짤 필요도 없다. 좋으면 좋은 대로, 아니면 아닌 대로 그저 담담하게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면 된다. 정보에 대한 판단은 읽는 이의 몫이다. 지극히 사적인 경험이라 해도 누군가가 찾던 내용이거나 누군가에는 도움이 되는 내용일 수 있다.
세상에 독불장군은 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누군가는 누군가에게 필요가 되기 마련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다면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어 주어야 한다. 누군가가 남긴 글에서 도움을 받았다면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무언가를 남기는 게 좋다. 세상은 그렇게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이다. 블로그가 그렇게 세상을 바꿔가고 있다.
오병규
2015년 7월 10일 at 11:29 오전
아무리 이해를 하려 해도 이해가 안 가고 금년에 머물고 있습니다. 내일 모레 70이 되는…그래도 조선 블로거 중에는 중년 축에 드는 사람입니다. 도대체 왜? 블로그를 폐쇄 하죠? 그곳 밥을 잡숫고 계시니 모른다고 하지는 않으실 테지요? 우리 싸나이 답게 좀 툭 터 놓고 얘기 좀 합시다. 조선 블로그 명’오병규’라고 합니다. 제가 “블로거 동지 여러분! 뭉칩시다!”라는 글을 올려 놓고 동지규합을 하고 있답니다. 다행히 면무식은 한 늙은 이라 자음 모음 조합은 해 놓았으니 혹시 시간이 되시면 한 번 쯤 그들의 바람을 음미해 주시고 답변 좀 주시겠습니까? 워낙 컴맹이라 잘은 모르고 아래 빈 칸 몇 군데는 하시라는 대로 채우고 나갑니다.
Hisun Yoo
2015년 7월 10일 at 3:04 오후
그런데 여기 댓글 달기는 왜 이리 어려운가요?
jonghoonkang
2015년 7월 12일 at 8:12 오후
블로그가 바꾸어 놓은 세상에 살고 있는 것 동의합니다, 그리고 저 역시 조선일보 블로그를 하고 있습니다만, 얼마전에 조선일보 블로그를 금년말에 종료한다고 해서 10년간 블로그에 글을 쓰던 많은 사람들이 당황해 하고 있으며 조선일보에 대해서 큰 실망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기자분은 한 편에서 이런 글을 쓰고 있는데 조선일보내 다른 분들은 조선일보 독자들이 올리는 블로그를 다른 대책도 없이 폐쇄하겠다고 하니 답답합니다. 외부에서 기사거리 찾는 것도 좋지만 가까운 곳에서 벌어지고 일도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jonghoonkang
2015년 7월 13일 at 12:23 오전
조선닷컴 블로그를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이 10년동안 수많은 글을 써서 올려 놓은 조선일보 블로그 폐쇄 결정에 대해서 충격적으로 받아 들이고 있으며 조선일보 블로그 운영 책임자의 의사결정이 번복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블로그의 중요성에 대해서 글을 작성한 기자님이시니까 당연히 이 사건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