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위로 처진 한화에 대해 김성근 감독은 선발진이 안정되면 나아질 것이라고 호언했었다. 시작부터 선발 투수가 흔들리니 투수 로테이션마저 꼬여 어찌해보려야 해볼 수 없다는 말이었다. 그런 감독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외국인 투수 마에스트리가 지난 10일 NC 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면서 개막 이후 처음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투수가 되었고 한화는 4연패를 끊을 수 있었다.
희미하지만 희망이 보인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해볼만하다는 성급한 기대도 이어졌다. 힘겨운 보릿고개만 넘기면 풍성한 수확의 계절이 돌아올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 후에도 여전히 한화는 선발 투수 기근에 시달리고 있고 20억짜리 외국인 투수 로저스의 복귀 소식은 없다. 게다가 이번에는 믿었던 마에스트리마저 무너졌다.
15일 대전 LG 전에서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마에스트리는 3이닝 동안 22타자를 상대하면서 86개의 공을 던졌고 9점을 내줬다(7자책). 마에스트리가 일찌감치 마운드를 내려오면서 이재우, 김경태, 정우람, 장민재 등이 차례로 이어 던져야 했다.
이 경기에서 한화는 또다시 18점을 내줬다. LG 5번 타자 히메네스의 홈런 2개를 포함해서 4개의 홈런을 맞았고 안타 19개와 사사구 10개가 곁들여졌다. 여기에 실책 3개는 덤이다. 그보다 하루 앞선 14일 두산 전에서도 한화는 17점을 내주었었다. 역시 4개의 홈런을 맞았고 안타 14개, 사사구 7개, 그리고 실책은 2개였다.
다만 14일 두산 전과 15일 LG 전의 차이가 있다면, 벌투와 혹사 논란의 중심에 섰던 송창식은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9일 NC 전에서 선발로 나와 3.2이닝 동안 69개의 공을 던졌던 송창식은 13일 두산 전에서는 4번째 투수로 0.2이닝 동안 15개의 공을 던졌고, 14일에도 2번째 투수로 4.1이닝 동안 90개의 공을 던졌었다. 그야말로 노예가 따로 없었다.
그렇지만 또 다른 논란거리가 생겼다. 승리조에서 송창식이 혹사당하고 있다면, 패전조에서는 김경태가 그 주인공이었다. 15일 두산 전에서 김경태는 3번째 투수로 2.2이닝 동안 62개의 공을 던졌다. 12일 두산 전을 시작으로 4경기째 연속 등판이다. 12일 14개, 13일 16개, 14일 37개에 이어 15일 62개의 공을 던졌으니 이번 주에만 4경기에서 129개를 던진 셈이다.
선발진이 무너진 상황에서 불펜진의 과부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둑이 무너지면 어쨌든 누군가는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에 어떤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시즌 내내 돌려 막기만 해서는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까닭에서다. 한화로서는 로저스의 귀환이 절실한 이유다.
그러나 로저스에 대해서 요망한 소리가 들리고 있다. 투수 코치도 아닌 전력분석원 따위가 로저스에게 코치질하려고 하다 로저스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그 전력분석원은 감독의 친아들로 누구의 제지도 받지 않고 팀의 이곳저곳을 쑤시고 다닌다고도 한다. 그야말로 오늘보다 내일이 더 암울한 상황이다. 그러고도 선수가 없다는 타령만 하고 있으니 한화의 미래가 진심으로 걱정스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