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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인파에 밀려 돌아서야 했던 설악산 울산바위 - Journeyman이 바라본 세상
인파에 밀려 돌아서야 했던 설악산 울산바위

울산바위

올해는 단풍 구경을 꼭 다녀와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은 순전히 ‘해피선데이’의 인기 코너 ‘1박2일’ 때문이었다. 그들의 단풍여행이 너무도 곱고 아름다워 보였던 것이다. 그들로 인해서 떠나지 않고는 베길 수 없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지리산이나 내장산이 아닌 설악산 그중에서도 울산바위로 향했던 것도 ‘1박2일’에서의 은지원의 영향이 컸다. 산이 부른 게 아니라 은지원이 불렀다고나 할까.

어쨌든 속초에서 ‘1박2일’ 멤버들이 그랬듯이 갯배를 타고 생선구이를 맛보았다. 그리고 둘째 날 드디어 설악으로 향했다. 단풍철이기는 해도 설악산 단풍의 피크 시기는 이미 지난 상태이고 주말을 피해서 평일에 왔으므로 여유 있는 여행이 되리라는 기대는 입구에서부터 무너지고 말았다. 길게 늘어선 차량은 결국 설악산 입구에서 한참 떨어져 있는 제2주차장에 주차를 해야 했고 내려서 무려 30분을 걸어야 했다. 단풍 구경이 시작되기도 전에 파김치가 될 지경이었다.

물론 제2주차장에 주차할 경우 상행선에 한해 무료로 시내버스를 이용할 수는 있다. 속초와 설악산을 오가는 시내버스였지만 제2주차장에서 설악산 입구까지는 셔틀버스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다. 하지만 배차 간격이 불규칙했고 기다리는 사람도 적지 않아서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4천원이면 택시를 이용할 수도 있었지만 매연을 줄이자는 생각에서 차리리 걷는 게 더 낫다는 판단으로 걷기 시작한 것이었는데 둘째 녀석이 툴툴거릴 정도로 적지 않은 거리였다. 그래도 단풍을 위해서라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거리이기는 했다.

설악산에 들어가려면 1인당 3,800원씩 내야 한다. 국립공원 입장료는 2007년에 폐지되었지만 문화재 관람료는 아직 남아있는 까닭에서다. 설악산에는 신흥사라는 사찰이 있는데 바로 이 절 때문에 단풍 구경을 왔어도 무조건 3,800원씩을 내야만 한다. 오래전부터 제기되어온 문제였지만 아직도 시정되지 않고 있는 점은 유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문화재 관람료의 근거로 불분명하지만 사용처였지 투명하지 않은 탓에서다. 사찰을 이용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돈을 받는 건 분명히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문화재 관람료를 거부할 힘이 없으므로 일단 내고 설악산 안으로 들어섰다. 점심이 지난 시간이었기에 이미 부지런한 여행자들은 떠나고 없을 시간인데도 꽤나 많은 인파가 모여있었다. 그 덕에 케이블카는 1시간 이상을 대기해야만 한다고 한다. 다행(?)히도 울산바위는 케이블카가 오르는 곳과 다는 방향에 있었으므로 인파에 관계없이 올라갈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울산바위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돌아서야 했을지도 모른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울산바위로 향하는 길목에서 설악산 소공원이 가장 경치가 좋다는 점이었다. 울산바위 쪽은 그다지 울긋불긋하지도 않았거니와 오로지 울산바위만을 목표로 하고 걷다 보니 경치를 구경할 여유도 없었던 것이다. 울산바위 가는 길에 단풍을 줄기려고 한다면 차라리 설악산 소공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게 낫겠다. 아니면 울산바위에 일찍 다녀온 후 소공원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게 좋을 거다.

울산바위로 가다 보면 아까 입구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했던 신흥사가 나온다. ‘사적기(寺蹟記)’에는 653년(신라 진덕여왕 7) 자장(慈藏)이 창건하고 석가의 사리(舍利)를 봉안한 9층 사리탑을 세워 향성사(香城寺)라고 불렀다고 하고 고기(古記)에는 자장이 637년(선덕여왕 6) 왕명으로 당(唐)나라에서 불도를 닦고 귀국하여 건립한 사찰이라는 곳이다. 중요문화재로는 보물 제443호인 향성사지 삼층석탑과 그 밖에 순조의 하사품인 청동(靑銅)시루와 범종(梵鐘), 경판(經板) 227장, 사천왕상(四天王像) 등이 있다고 하는데 정확한 안내는 없었다. 문화재 관람료를 받았다면 정확하게 안내하는 게 도리가 아닐까 싶다.

신흥사를 지나 계속 오르다 보면 설악산의 유명한 상징 가운데 하나인 흔들바위가 나온다. 밀면 떨어질 듯 흔들리면서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 바위다. ‘개그콘서트’에서 화제의 코너였던 ‘두 분 토론’에서 김영희가 설악산에 가면 남자들은 한 번쯤 추태를 보인다던 바로 그곳이다. 아무리 밀어도 안 떨어진다지만 남자라면 한 번쯤 도전해 보고픈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상대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힘을 아껴야 한다. 여기서부터 고된 행군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흔들바위에서 울산바위로 향하는 계단에는 “808 계단 정상에 오르면 검푸른 동해 바다와 금강산 신성봉 설악의 절경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설악의 주봉 대청봉을 볼 수 있습니다.”라며 희망을 주는 안내가 붙어있었지만 그 아래에는 누군가 손글씨로 다음과 같이 경고 아닌 경고를 하고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경사가 가파르고 808개의 철계단으로 체력 소모가 많은 지역이므로 물이 꼭 필요합니다. 물을 꼭 준비해 가시고 안전한 산행되시기 바랍니다.” 울산바위가 설악산의 명소이기는 해도 결코 만만하지만은 않다는 의미였다.

울산바위는 “옛날 조물주가 금강산의 경관을 빼어나게 빚으려고 전국의 잘 생긴 바위는 모두 금강산으로 모이도록 불렀는데, 경상도 울산에 있었던 큰 바위도 그 말을 듣고 금강산으로 길을 떠났으나 워낙 덩치가 크고 몸이 무거워 느림보 걸음걸이다 보니 설악산에 이르렀을 때 이미 금강산은 모두 다 만들어진 후라서 이 바위는 금강산에 가보지도 못하고 현재의 위치에 그대로 주저앉았다”라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설악산에 생뚱맞게 울산이라는 지명을 갖게 된 바위를 이처럼 잘 설명해 주는 이야기가 또 있을 수 있을까 싶다.

808 계단으로 가는 길은 비교적 잘 다져져 있었다. 길이 험해서 못 가겠다는 말은 핑계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하지만 중간부터는 다소 힘에 부치는 것을 느끼게 된다. 게다가 울산바위에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울산바위에 설치되어 있는 철계단에서 받는 압박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여정임에는 분명한 것이다. ‘1박2일’에서 은지원이 힘겨워하던 모습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울산바위를 오르기 위해서 최후의 난코스라고 한다면 오르면서 계속 봐왔던 울산바위에 설치되어 있는 철계단이다. 협소하기 때문에 한 줄로 오르내려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1시간은 족히 걸렸다고 한다. 계단의 경사가 가파르고 오픈형이라는 점도 어려움 중의 하나였다. 그래도 검푸른 동해바다와 금강산 신성봉 설악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니 해볼 만한 도전이라 할 것이다. 은지원도 힘들게 올라가서는 구름보다 높이 올라왔음에 감탄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아쉽게도 울산바위 바로 아래에서 돌아서야 했다. 인파에 밀려 더 이상 지체하다가는 날이 어두워질 것으로 보였던 때문이었다. 물론 핑계라고도 할 수 있지만 아무튼 등산이 아니라 단풍 구경이 목적이었으므로 이대로 돌아가도 아쉽기는 해도 후회할 거 같지는 않았다. 물론 울산바위 정상까지 올라갔더라면 이번 여행의 기억이 또 다르게 남았을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1박2일’을 통해서 속초와 설악산을 새롭게 발견하게 된 점만으로도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었다.

2 Comments

  1. 초아

    2016년 11월 17일 at 9:25 오후

    저도 그런 기억들이 더러 있습니다.
    올해만 해도 낙산사가 빤히 보이는 곳에서
    되돌아 나왔거든요.
    시간이 넉넉하면 기다렸다가
    들려볼 수도 있겠지만, 늘 시간에 쫓기다보니
    유명세를 타면 더 하지요.

    • journeyman

      2016년 11월 18일 at 6:02 오후

      국내도 그렇지만 심지어 해외에서도 그럴 때가 있어요.
      다시 올 수 있다는 기약이 없기에 더 안타깝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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