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대표적인 팀플레이 경기다. 축구도 그렇다고 하겠지만 따지고 보면 축구나 배구, 농구는 2명이서도 할 수 있다. 길거리농구는 주로 3:3으로 하고 비치발리볼은 2:2로 한다. 축구 역시 최소 인원으로도 할 수 있다. 그에 비해 야구는 선수가 부족하면 상당히 고달프다. 게임은커녕 공만 주우러 다니다가 끝날 수도 있다.
야구는 하고 싶고, 상황은 여의치 않은 사람들을 위해 생긴 것이 스크린 야구다. 앞에 스크린이라는 단어가 붙은 데서 알 수 있듯이 스크린 골프의 후속작이라 할 수 있다. 정해진 실내 공간에서 스크린에 나오는 시뮬레이션과 함께 야구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길거리에서 1000원 넣도 하는 배팅볼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둘의 차이라면 뭐니 뭐니 해도 현장감을 들 수 있다. 기계적으로 반복해서 나오는 공을 치기만 하는 배팅볼과 달리 스크린 야구는 그라운드에 들어서 기계가 아니라 투수를 상대한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당연히 스크린에는 투수가 나와 와인드업을 하고 공을 던진다. 투수가 던질 때만 스크린 가운데 공 크기만 한 부분이 열리고 거기에서 공이 나온다.
시설도 괜찮은 편이다. 야구장처럼 철책도 있고 바형 테이블과 의자도 있어서 편안히 구경하며 즐길 수 있다. VIP석에서 야구를 관람하는 기분이다. 경기에 참가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참가하지 않는 사람들도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으로 꾸여놓았다. 게다가 야구장의 필수품이라 할 수 있는 치킨과 맥주도 팔고 있으니 갖출 건 다 갖춰져 있는 셈이다.
스크린 야구를 하기 위해 제일 먼저 할 일은 입구에서 국내 프로야구 10개 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한 후 각 선수들의 이름을 입력하는 것이다. 팀 회식처럼 사람이 많다면 양 팀 9명씩 18명을 입력해도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그 인원만으로도 할 수 있다. 2명이서 1:1로도 붙을 수 있고 심지어 혼자서도 할 수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배팅볼의 경우 10개에 1,000원 정도다. 볼이 적을 수도 많을 수도 있고, 가격이 저보다 비쌀 수도 있지만 대략 저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스크린 야구에도 배팅볼이 있기는 하다. 15개에 4,000원이다. 야구 경기처럼 하려면 최소 18,000원(싱글 히트 20분)이 필요하다. 40분짜리 더블 히트는 34,000원, 60분짜리 사이클링 히트는 48,000원이다.
길거리 배팅볼은 10개를 치는데 채 1분이 걸리지 않는다. 그에 비해 스크린 야구는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고 투수가 와인드업하고 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9회까지 진행하면 대부분 60분 정도 걸린다. 9회까지 승부를 내지 못했다면 정해진 시간 안에서 연장을 치를 수 있으나 만일 시간을 넘겼다면 추가 요금(10분 8,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배팅볼은 쳤다는데 만족할 뿐 타구의 질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데 스크린 야구는 해당 타구가 안타인지 파울인지 알려준다는 점도 재미를 돋우는 요소다. 다만 타격에 대한 정확성은 보장할 수 없다. 그냥 알려주는 대로 그러려니 하는 수밖에 없다. 홈런성 타구가 아닌데도 홈런이 되기도 하고 잘 맞은 타구인데도 포수 앞에 떨어지는 땅볼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