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폰 마우스라는 게 있었다. 이름처럼 마우스와 전화기가 결합된 형태였다. 마우스가 전화기 역할까지 하니 자리만 차지하는 전화기를 치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던 마우스였다. 마우스 등에 번호판이 있었고 이어셋을 연결해서 사용하는 형식이었다. 돈 주고 산 것은 아니고 경품으로 받아서 실제로 썼던 마우스였는데 말로 설명하려니 좀 난감한 감이 없지 않네.
얼마 전 KT에서 폰 마우스라는 게 나왔단다. ‘나왔단다’라고 남 얘기하듯이 표현한 것은 이 제품이 나왔을 당시에는 그런 게 나왔는지도 몰랐고 이미 품절된 후에야 알았기 때문이다. 정상적으로 파는 제품은 아니었고 KT 고객들에게 사은품으로 제공했었다는데 KT 고객인 나는 왜 그런 줄도 몰랐던 것일까. 몹시 서운한 감이 없지 않네.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면 그만인데 이 제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마우스 하나로 무선과 블루투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즉 마우스 하나로 무선 마우스로도 이용할 수 있고 블루투스 마우스로도 이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 제품이 필요하던 차였으니 당연히 이 제품도 관심 대상 리스트에 오르고 말았다.
이런 방식의 마우스가 필요했던 것은 마우스 하나로 두 가지 기기를 이용할 수 있다는 필요에 의해서다. 주로 쓰는 기기 중 하나는 노트북형 크롬북이고 다른 하나는 윈도우 태블릿인데 하나는 무선으로 쓰고 다른 하나는 블루투스로 쓰고 싶었기에 필요했던 것이다. 물론 윈도우 태블릿도 어댑터만 있으면 무선 마우스를 쓸 수 있지만 어댑터는 왠지 거추장스러워 잘 쓰지 않고 있다.
이런 방식의 마우스 중에 샤오미 마우스가 있다. 디자인도 마음에 들고 무선과 블루투스 두 가지 방식을 모두 제공한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매물이 많지 않았고 해외 배송의 경우 배송이 오래 걸린다는 점도 문제였다. 게다가 이용 후기를 보면 예쁘기만 하고 그립감이 좋지 못하다는 평이 많았다. 허울만 좋은 셈이었다.
과감히 샤오미를 배제하고 장만한 KT 폰 마우스는 무선과 블루투스를 모두 지원하면서 1800mAh 배터리를 내장하고 있다. 마우스로 쓰다가 급할 때는 보조 배터리로 이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일석이조에 하나를 더 붙여 일석삼조가 되었다. 이름에서 보듯이 전화까지 되면 1석 4조가 될 수도 있을 텐데 그렇지는 못하다. 뜬금없이 폰 마우스(Phone Mouse)라는 이름은 왜 붙었는지 모를 일이다.
마우스 바닥에는 ‘Slim & Small / Emergency Power Bank / Sports Car Look’이라고 적혀있다. 날렵하고 작고 보조 배터리 역할도 하는 스포츠카 모양의 마우스라고 주장하는 듯하다. 첫인상은 나쁘지 않다. 가로 폭이 작아 날렵한 모양새여서 휴대하기에도 괜찮아 보인다. 그렇다고 많이 작은 것도 아니다. 다른 마우스의 3/4 정도 되려나. 많이 작아 보이는 것은 일종의 착시 현상이라 할 수 있겠다.
무게는 묵직한 편이다. 가벼운 마우스와 비교하면 좀 무겁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배터리를 내장하고 있기에 어쩔 수 없기는 하겠으나 무게 때문에 움직임이 좀 둔하다는 느낌이다. 그러다 보니 손목과 어깨에 약간 부담스러운 면도 없지 않다. 이 마우스 쓰다 다른 마우스를 쓰면 날아다닌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오래 쓰지 않고 두 가지 방식으로 쓰고 싶다면 그럭저럭 쓸만하기도 하고. 그나저나 남들은 사은품으로 받은 마우스를 나는 왜 중고로 사서 쓰고 있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