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앞에 있는 고가도로를 철거하는 대신 공원으로 만든다고 했을 때 서울에 그런 공원이 하나쯤은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를 참조한다고 했을 때도 비슷하게만 나와준다면 나쁘지 않으리라 기대했었다. 사람 많고 차 많은 도시에 도보 전용 도로가 생긴다면 그 역시 괜찮은 시도라 생각했었다.
지난 5월 20일 드디어 서울 고가공원이 문을 열었다. 정식 명칭은 ‘서울로 7017’. 1970년에 건설된 고가도로가 2017년에 공원으로 새로 태어났다는 의미란다. 총사업비 597억 원이 소요된 서울로7017의 길이는 1024m. 약 1km 정도의 거리를 차량의 통행이나 신호등의 방해 없이 걷는데만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서울로7017은 남대문 회현동에서부터 시작된다. 남대문 공원에서 힐튼호텔 방향으로 가다 보면 남산육교에 이전에는 없었던 시설 하나가 눈에 띈다. 서울로7017로 내려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다. 육교 한가운데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바로 서울로7071로 진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서울 시내 중앙선 한가운데 서있는 기분이 묘하다.
완만한 경사로를 걷다 보면 왼쪽과 오른쪽 건물로 연결된 길이 보인다. 오른쪽으로는 호텔이 있고 왼쪽으로는 찻집을 비롯한 여러 음식점이 있었다. 그중에서 서울 테라스라는 곳이 눈길을 끈다. 서울로7017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식사하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저 자리에 앉으려면 가격도 가격이지만 부지런히 움직여야 할 듯하다.
서울로7017에 대한 첫인상은 상당히 삭막하다는 점이다. 기존 콘크리트 구조물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는 해도 화분을 비롯한 기타 시설들 역시 모두 콘크리트라는 점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화분들이 사이드에 있지 않고 도로 군데군데를 차지하고 있어 통행에도 지장을 주고 있었다. 이래저래 좋게 봐줄래야 봐줄 수 없었다.
서울시는 645개의 화분을 설치하고 228종의 식물 등 모두 2만 4000여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이 화분과 나무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면 뉴욕 하이라인 파크가 부럽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좋게 말하면 형식 파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정확히 표현한다면 중구난방이었다. 이럴 바엔 뭐 하러 돈 들여 이런 시설을 만들었나 싶을 정도다.
개장빨이라 할 수 있겠지만 방문자가 무척 많았다. 개장 9일 만에 80만 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거의 하루에 9만 명은 다녀간 셈이다. 하지만 콘크리트 화분들이 길을 막고 서있다 보니 다니기에 무척 불편했다. 앞으로 방문자가 줄어들면 좀 나아질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렇다 해도 두세 명이 나란히 걸어갈 수 없을 정도니 산책로로서는 수준 이하가 아닐까 싶다.
광화문광장이 생길 때 대두됐던 문제가 서울로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그늘이 없다는 점 때문이다. 햇볕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데워진 콘크리트 위를 걸어야 하는데 그늘이 없다 보니 끝에서 끝까지 걷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봄 가을처럼 서늘한 날이면 몰라도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날은 힘겨울 수밖에 없겠다. 지금도 이런데 한여름이면 오죽할까 싶다.
다리 중간에는 거대한 설치작품이 서 있다. 일명 ‘슈즈트리(Shoes Tree)’라는 이름의 작품이다. 무려 3만 켤레의 신발을 공수해서 만들었단다. 재활용의 의미를 되새긴다고 하는데 작품이라기보다는 쓰레기 더미로 보인다. 서울역 앞으로는 신발을 화분으로 활용해 꽃까지 심어놓았으나 다리에서 보면 거대한 흉물일 따름이다. 1억 3천만 원이 들어갔다는 이 작품은 9일 간만 존재하고 30일 철거됐다.
여러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여전히 서울에 이 정도의 시설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치적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 한복판에도 인상적인 시설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것을 공치사 거리로 만든다면 무리수가 될 테고 서울시민을 위한 문화시설로 꾸민다면 명물이 될 수 있으리라. 현재까지는 무리수라는 게 함정이지만.
데레사
2017년 5월 31일 at 6:40 오후
별로 가보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그늘도 없는데다 난간도 그렇고, 볼거리도 없을것 같고요.
우리동네 공원이 훨씬 나을것 같습니다.
journeyman
2017년 6월 7일 at 9:44 오전
저도 멀지 않으니 가본 것이지
일부러 찾아갈 만한 곳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지나치게 삭막한 분위기에요.
몇 년은 더 지나야 그나마 나아질 듯한데
현재는 거대한 육교라는 생각밖에 안 들더군요.